〈 66화 〉끌려 나온 데이트(7)
다음으로 뭘 할지 몰라도, 행적을 보면 평범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거다.
"…응, 좋아."
애초에 소설 때문에 데이트 기분을 낸다고 말을 했다만, 그게 내 알 빤 아니지. 그래도, 무모하진 않아서 안심했다.
그나마 지만 서도.
거기다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이 꽤 괜찮다고 느껴서 나쁘지 않았다. 좋다는 내색은 절대 할 수 없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니까.
"훟, 그래."
피식보다는 차분하게 웃는데, 묘한 동질감을 느껴서 녀석이 나의 대답에 설마 마음을 놓은 건 아닐까 싶은 미소였다.
"…응."
처음으로 기분 나쁘다곤 생각이 들지 않는 유쾌함. 기왕의 데이트랍시고 불편함을 표현하여 망치고 싶진 않았지만, 당연히 즐길 생각은 없었다. 그걸 보고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했으니….
"어, 어…?"
그런 자신을 질책하려니까 양팔이 드느라 팔짱을 끼지 못해도 어깨 밑의 팔뚝살을 비비며 몸을 밀어서 떼어내는 발걸음.
"시작하겠다, 들어가자 자기야."
예매권을 보여주느라 괜찮다고 말했으면서 결국 내가 힘들게 팝콘세트까지 들었지만,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입장했다는 점이 처음과 몹시 달랐다.
어둑하면서 넓은 장소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바닥의 연한 초록색 불빛. 좌석은 들어가자마자 도착했기에 따로 둘러볼 필요까진 없었다. 광고도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서둘렀던 자신이 유치하다 싶었지만, 녀석이 냉큼 앉아 팔걸이에다 음료를 놓으니까 의외로 제법 볼 준비 만전이었다.
"…쿳."
그러나 실은 내용 따윈 중요하지 않아서, 침착해진 눈빛의 녀석과 마찬가지로 눈을 빛냈으나 사실은 서로 다른 걸 향하는 시선. 영화는 이미 봤던 거다 보니, 내 실제 목표는 녀석이었다. 정확히는, 감상하는 동안 녀석을 얼마나 희롱할 수 있는가…단지 그거 하나.
"쿠-훟."
툴툴대긴 해도 성실하게 어울려주면서 여기까지 왔다. 먹잇감이 제 발로 식탁에 들어왔으니, 느긋하게 유린할 상상에 음흉스레 상승하는 입꼬리. 괴롭히는 것에 취미는 없었지만, 녀석에게 장난치는 것은 솔직히 재밌어서 질리지 않았다. 어쩌면 녀석의 반응이 의연한 듯 아니어서 그런 걸지도. 스스로 사디스트가 아니라고 여겼지만, 한 번쯤은 녀석을 울리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침대에서 말이지.
"후후후훟-."
그런 생각에 얄팍함이 흘러나와버렸지만, 흘깃하고 잠깐 내 눈치를 살피다가 무시한다.
"훙-…."
너무 가볍게 보인 탓일까? 긴장감이 무디어져서 느닷없이 괴롭히려니까 망설여지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어쩔까-, 어쩔까?
영화관에서 분위기를 틈타 장난칠 작정이었지만, 특별히 구체적으로 하려던 것은 없었다. 희진이처럼 마냥 옆구리를 찌르자니, 내 방식대로 하고 싶어서 하지 않으려니 내 방식이란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
"…흥."
마침 광고가 시작하여 주변의 시선이 앞을 향하자,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다가가는 손은 이내 녀석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서 가만히 있던 손을 당겨 깍지를 꼈다.
나보다 큰 손, 따뜻해….
라고 만화나 소설에선 연애 초기에 손잡으면 보통은 이렇게 묘사하던가? 뭐,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느낌도 얼추 비슷하고.
"읕-…."
다만, 이래서야 풋풋한 기분이라 낯간지러워서 괴롭히기 애매해진 기분. 내가 쓰는 건 조금 거친 내용이다. 이러면 간지럽기만 해서 마음마저 나약해질지도. 하나 본격적인 영화 상영은 아직이라, 가끔 뒤에서 들어오는 인기척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 개시하기로 마음먹었다.
"폰 껐어?"
왼손은 나랑 잡고 있는 주제에 오른손으로 사용하던 폰의 빛이 사라지더니 묻는 녀석.
"…그렇네."
손을 잡은 지 대략 십 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유감스럽게도 폰을 끄기 위하여 놓아주어 주머니에서 꺼내 완전히 종료시켰다.
"자기야, 파우치 좀 줄래?"
이젠 입에 익숙해진 자기라는 말.
"응, 여기."
부끄럽거나 비슷하게 당황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적응한 건 녀석 또한 똑같아서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굿즈를 집어넣느라 밑바닥에 깔린 파우치를 더듬으며 꺼내서, 연락 올 곳도 없는 폰을 넣고는 다시 넣으면서 한 모금 마시는 음료수.
"…-."
공교롭게 녀석도 빨대 빠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짜릿함 없이 평범해지는 대화.
무언가 희롱이라던가 능욕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체질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마땅히 괴롭힐만한 행위가 식상하게도, 손으로 대뜸 녀석의 자지를 잡고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다였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녀석에게 내 보지를 만지게 하여 누가 먼저 가버리나 대결할 계획.
"…."
너무나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해버리자니 앞에서 옆으로 세 좌석 떨어진 곳에 남자가 앉아 있었고, 바로 앞은 비었어도 그 앞은 셋이나 있으니까 과감해지기 어려워진 상황. 영화관에서 그렇고 그런 시도를 하고 싶었으면 아예 구석진 자리에서 하는 편이 나았을 테지만, 녀석이 화장실로 도망칠 때 따라가 덮치려는 계획을 상정했기에 출구와 최대한 가까운 자리로 잡았다.
"…있잖아."
"응…?"
이야기의 수위도 낮아지니까 풀어진 경계심. 슬슬 음란하게 굴었던 결과가 나타나서,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녀석에게 하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해야 했다.
"대딸해줄까?"
"푸-헼!?"
몹시 놀란 나머지 마시던 음료를 조금 뱉은 녀석.
"컥…커-흨!"
나를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뭐?"
"네 자지를 내 손으로 잡아서 위아래로 흔들어 주겠다고."
좀 더 노골적인 단어 선정으로 녀석에게 수치심을 주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지 못한 안타까운 어휘력.
"읕-, 뜻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야…!"
그야 그럴 거다.
"그럼?"
놀려주고 싶어도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기에 깔끔하게 모른 척 질문.
"미쳤어? 사람들 다 있잖아…!"
주위의 눈길이 걱정되는 거야 나도 수치심은 알아서 조금은 걱정됐다. 그렇기에 고른 자리다 보니 이상한 소리로 이목을 끌지 않는 이상 들키지도 않는다는 것이 성립하겠지.
아마도…?
"그래서 흥분되지 않아?"
편안함이나 익숙함이란 때론 질린다는 느낌마저 있어서 권태감을 주었다. 우리가 그런 관계까지 도달할 정도로 닳은 건 아니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
항상 말로는 부정하여 의견이 엇갈리지만, 정작 시작하게 되면 솔직한 몸부림에 져버려서 녀석의 뜻과 달리 금방 사정에 이를 거다.
"있잖아…, 지금 네 처지가 어떤지 까먹은 거야?"
능욕할만한 대사가 떠오르지 않으니까 여기선 대범하게 협박 멘트.
"읏…!?"
이런 한마디에 간단히 먹히니까 속으로 흥이 나려고 한다.
"지퍼 내려. 어서."
고개를 돌려 태연히 눈을 주시하며 담백하게 내리까는 말.
"…끄-응, 큿…!"
그러면서 은근슬쩍 이동하는 오른손은 마치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가 허벅지에서 곧장 사타구니로 스-윽 이동하니까 느껴지는 볼록한 감촉에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이내 힐끔 녀석의 표정을 확인하자 입술을 꾹 다물고선 몹시 흔들리는 눈동자.
"쿻-…."
이건 예상했다 하더라도 쉽게 넘길 수 있는 희롱이 아니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추행이 제대로 되는 까닭에 여기뿐만이 아니라 만원 전철에서도 해볼까 싶었지만, 당장은 이곳에 집중하기로.
"…답답하지 않아?"
녀석이 아직 내 명령을 거부하며 앙탈을 부렸어도, 시간은 느긋하여 재촉할 필요 없었다. 이렇게나 고간을 꾹꾹 누르는 것만으로도 점점 딱딱해졌으니…거기다 바로 곁이라서 그런지 광고 소리에도 묻히지 않고 똑똑히 들리는 지이익 소리. 결국, 망설이는 녀석의 지퍼를 내린 건 내 손끝이었다.
"훟-…!"
주위를 너무 의식한 탓에 얼굴은 정면으로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기색을 냈고, 따라서 양손도 팝콘과 음료수통에. 나도 고개는 거의 정면을 향했지만, 눈가는 완전히 오른쪽으로 틀어서 벌어진 지퍼 사이로 손가락을 넣으며 팬티 속의 자지가 꺼내지도록 움직였다.
"끟-…."
세우란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알아서 기운차게 우뚝 서 단단한 촉감. 손안에 잡힌 녀석의 주인은 발칙하게 소리가 새지 않으려고 반항하는데, 이래야지 괴롭히는 재미가 있어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쿠후훟…."
혼란스럽게 비집고 들어가는 손놀림은 특히 조심스러워서, 남자 팬티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헤매는 모습. 그러다가 지쳐서 이내 고무줄로 둘러싼 부분을 확 내려버리니까 드디어 자지가 바깥으로 나왔다.
"으읕-…!"
저항할 수 없다 보니 언젠가 다가오는 예정 된 순서. 팬티의 허리춤이 벗지 않은 바지 때문에 자지 밑기둥으로 걸쳐지고서 손길을 온기로 화답했다.
"…-."
정작 그 주인은 마음에 안 드는지 미간을 찡그리면서 불만 가득한 표정.
"…힣."
손목만 흔들어도 움직임은 눈에 띄어서,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려면 그것보단 사소하고도 강렬하게끔 자극을 주려고 기둥을 잡았던 손가락을 살짝 밑으로 내렸다.
"앟-…!?"
그러고선 검지와 엄지의 마디 옆면으로 부드럽게 굴리는 불알. 남자의 약점으로, 정확히 고환이야말로 외부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으읗, 읓…!"
전에도 느꼈지만, 그런 부위를 내 손으로 만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심하게 주의하면서도 때론 심술을 부리며 압력을 가해 얼마나 잘 참는지 입가를 보니 움찔움찔….
"…?"
식은땀까지 흘려 심상치 않은 모습이라, 이러다가 녀석이 비명 지르기 전에 내가 큰소리로 웃을 거 같아 지압을 주던 힘을 줄였다.
"…아파?"
알면서도 묻는다 생각하지만, 실제론 겪지 못하니까 하는 질문. 녀석이 생리에 대해서 모르는 것처럼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그만해."
아프냐니까 말아 달라는 대답은 동문서답이라 일부가 아닌 본질을 차단당하는 느낌. 아픈 것은 둘째 치고, 이런 행위가 그만큼 수치스러웠는지 애원이 섞여 있었다.
"훙…글쎄?"
이제 막 재미 보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울 것처럼 부탁하면 더욱 하고 싶어지잖아….
앙큼하긴.
"흩……!"
녀석의 부탁 따위 앙탈로 받아들이고선 더욱 분주해지는 손놀림. 애초에 내가 그만둘 거란 생각 자체가 글러 먹었다. 대략 사람이 다 들어오고 영화가 시작했으니까, 거리낄 것 없는 상태에서 물러날 리가.
"끟-…, 읕…!"
아직 아프냐는 대답을 듣지 못하여 가벼이 주무르던 손에 힘을 주자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굳이 입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내색하는 고통에 상체는 등받이로 심히 물러나 고통을 감내하는 몸짓. 여기서 살며시 쥐려던 것을 놓으면 견디느라 사납던 눈빛이 유해져서, 암막에도 시작한 영화의 불빛에 반사되어 윤이 나는 눈물이 탐스러웠다.
"…쿻-."
원래 계획은 사정할 듯 못하도록 괴롭히다가 화장실로 유도하는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흐름을 탄 기세는 녀석이 울어버리게끔 목표를 수정.
"흐-읕…."
손이 착실하게 행동했다. 이러다 손끝으로 녀석의 항문을 공략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거기까진 논외라 손목을 비틀어 다시 만지는 자지의 기둥.
"쿠후후후훟…."
눈으로는 녀석의 얼굴을, 손으로는 오로지 자지만을 성추행하며 농락하는데…여기서 씨-익하고 사악하니 입술을 길게 늘어뜨리게 된 건 분명, 맞닿은 야하고도 끈적한 액체로 인해서.
"끄-흫, 읗…!"
자지가 흥분해서 커지고 딱딱해져, 나아가 쿠퍼액을 내뿜어 언제 박아도 좋다는 신호가 마침내 느껴졌다.
"좋아…?"
그에 비해 많이 단조로워진 말이었으나, 크-윽하고 녀석이 반응해주니까 나쁘지 않은 단어 선택. 단지 하나 아쉬운 점은, 녀석처럼 나도 흥분해서 애액이 흐르는데 만져주지 않는다는 거. 그렇다고 억지로 손을 옮겨서 해달라기엔 뭔가 지는 거 같았다.
"…갈 거 같으면 말해. 멈춰줄 테니까."
상냥하게 건네는 자지의 사정 관리 배려. 별로 좋은 뜻이 아니란 것을 녀석도 아는지, 울먹이는 눈빛엔 아직 나를 노려보는 반항심이 살아있었다.
건방지게 쳐다보긴.
"후훟…."
어차피 내 손아귀에서 재롱부리는 장난감에 불과한 주제에, 어디 그 기세가 얼마나 갈까?
"허-읏…!?"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복합적인 상태란 걸 알기에 다급한 녀석과 달리 한껏 여유로운 기색을 내비치면서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충 봐도 대부분 영화에 집중해서 걱정 없어 보이길래 또 히-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