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연인과의 오붓할 시간(5)
왜 고맙냐고 이유를 묻는다면 여테껏 함께했던 일련의 과정을 주절거리면 됐으니까.
"…헤헿, 헿-."
그래도, 사랑한단 단어의 효과가 너무나도 뜻밖이었다. 스스로조차 답답하게 응답을 질질 끈 나를 보채지 않고 순순히 지켜보던 희진이의 얼굴을 화-악 하고 빨개지게 했으니. 아울러 그마저도 움찔거리며 올라간 입꼬리가 만개하기까지 했다.
"…진짜? 얼-마나아??"
한 점의 거짓 없이 내뱉은 말이었어도…별로 실속 없는 애정표현이라 대척 없었지만, 겨우 이런 단어 하나에 이렇게나 기뻐할 줄은 몰라서 결과적으론 만만세. 내가 먼저 손을 뻗으려면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데, 희진이는 기쁨에 나를 덮칠 듯이 상체를 들이밀었다. 사실 피하지 않았어도 되었을 행동이라서, 어쩌다 손바닥이 엉덩이 쪽에 놓이며 뒤로 기대듯이 간신히 버티는 기울어진 상반신.
"…-."
세상에서 제일,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의 먼지 개수처럼 셀 수 없이….
인터넷에서 본 그럴듯한 대답은 마음을 울리지 않았기에 고를 수 없고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희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 나의 대부분을 줄 정도로 사랑한다 해도 그건 목숨을 거는 것과 비슷하다 보니까 실제로 증명하지 않으면 말에 효력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선뜻 내놓을 수 없었던 답변.
"…."
그러나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대하던 눈빛 서서히 식는 게 보였다. 이에 마음이 급해져서 어떻게든 확답을 줘야 한다는 강박….
"오빠…?"
사람은 때론 한계에 몰려 서둘러 일을 해결해야 할 때 기상천외한 발상이나 초인적인 해법이 나온다고 했었다.
"아-, 있지…."
별로 뜸 들일 생각은 아니었지만, 가볍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 진지해져도 별수 없이 성급해지니까 과감하게.
"…참을 수 없을 만큼."
저지르기로 했다.
"사랑해…츕-."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진짜로 얼굴만 살짝 숙여서 키스하자, 입술에서 느껴지는 오리 기름의 미묘한 미끈거림. 맛이라고 할 정돈 아니었으면서도, 이질감 없이 묻으니 새로운 감촉이었다.
"웅-…흡, 르르르릅."
이젠 완전히 밥을 먹고서 해버리는 이 차 전. 시도로 따지자면 세 번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아껴주고 싶다, 소중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만의 욕심이란 걸 깨달으니까…많이 망설이긴 했어도 결단을 내린 일련의 동작들은 급기야.
"후-웁, 음, 춥-."
이에 지지 않으려 희진이가 저돌적으로 혀를 거침없이 침투하길래, 아까처럼 일방적으로 호흡을 뺏기지 않으려고 욕심부렸다. 이러니까 당황한 눈동자가 한층 더 커져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반응.
"후-븝! 흡! 르-릅릅, 후-웁!"
다소 그것을 원했기에 내심 쾌재로 이곳저곳을 맛보는 탐방량이 많아졌다. 이젠 미각이 촉각을 대신하여 잔뜩 발휘하는 활동량. 신흥 강자의 등장에 지지 않으려고 의식한 손은 예열되어서 지탱하던 몸을 놓아버려 부드럽고 육감적인 몸을 탐했다.
"흐-읍! 릅, 흡-."
소파로 무너져가는 몸을 살며시 눕히기 위해 힘 좀 쓰는 척주세움근. 혼자서라면 몸이 부담할 충격량 신경 쓰지 않고 풀썩 누웠으면 됐지만, 희진이와 키스한 탓에 행위를 유지하려면 조심스럽게 끌고 오는 작업이 필수였다.
"으브브븝. 르-흫, 븝-."
그런 신중한 연결과 비교하면 대담한 손짓. 꼭 전희라도 하는 것처럼 등쌀을 유심히 만지면서 그 형태를 파악해갔다. 본인에게도 있으면서 단독으로 하기 힘든 행위가 등을 만지는 거라 유의 깊게 아주 꼼꼼히. 그러면서 어느 부위가 매끄럽고 또 어느 부근은 굴곡졌으며 어떠한 부분이 근육과 뼈로 인해서 딱딱하거나 잡히는 감촉이 생생한지 직접 느껴봤다.
"훙, 웃-."
애무를 할 때 굳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의 성감대가 아니라, 살면서 자신조차 몰랐던 위치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녀석과의 행위는 대충 만족시켜주고서 끝내기 위해 적당히 상대해주다 끝냈지만, 희진이는 정말 내가 마음을 다할 상대였기에 인터넷에서 쓸만하다 싶어 기억한 것들을 활용하려고 상황에 맞게 실행해봤다.
"흅-브…, 쮸즙!"
이번엔 자신의 차례로 봐주지 않고 입을 괴롭혀주니까 코로 나오는 숨결과 목소리가 얼마만큼 듣기 좋은가를 판가름할 때. 눈을 감고 제대로 즐기는 희진이를 두고서 고집을 부려 부릅뜬 건 닫힌 눈꺼풀의 미세한 떨림이나 눈썹의 기울어짐에 어느 정도 좋고 나쁨을 판가름 할 수 있어서였다.
"훙-!? 브브브븝! 르르릅? 쯥! 후-웁! 훕-!"
작은 공간에서 싸움을 벌여봤자 얼마나 시끄럽겠냐마는, 그곳이 발성하는 기관이라면 마냥 무시할 수 없을 수준. 혀는 계속 선점을 했다는 우위를 지켜 혓바닥을 농락하면서 호흡의 여유조차 주지 않고 빨듯이 흡입했다. 손은 중간에 브래지어 끈이 방해됐지만, 그렇다고 골반 밑에 내려가지 않아서 가려다가 선회하여 상의 속으로 들어가 급습.
"븝!? 쯔-븝, 훝…!"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가 별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눈독 들여왔던 발칙한 가슴이라 발군의 파괴력을 보였다. 너무 현혹되지 않으려 손바닥을 앞으로 이동하기엔 소파에 접히듯 누운 탓에 등받이가 걸려서 팔꿈치가 잘 접히지 않았고, 반대쪽 손도 살짝 옆으로 비스듬한 몸을 안느라 힘들었다.
"우-훙, 웅웅…."
그래서 선택한 것은 티셔츠 안을 비집고 들어간 주제에 목덜미로 손을 올리는 거. 생각보다 넓지만은 않은 등과 잘록함이 느껴지는 허리를 여기저기 만져봤자 큰 소득은 없었기에, 인터넷에서 배웠던 옆구리나 등허리 같은 살이 잘 안 빠지는 민감한 곳을 건드려봤자 지뢰란 소릴 깨닫고 방향성을 틀었다.
"릅릅, 흡…!"
소란스럽게 굴어도 할 거 다 하는 몸짓에 슬슬 체력적 한계가 다가와서 가빠지는 호흡. 특히 희진이는 내가 자주 공기를 뺏고 삼키느라 멀쩡했던 전과 다르게 버거운 듯 보였다.
"푸-아하…!!"
아니나 다를까, 요번 버티기의 승자는 내가 돼버려 정말 힘들었단 듯이 떨어지는 희진이.
"후- 우후, 하…."
바라본 얼굴에 슬쩍 걱정이 들었으나, 빨라진 숨쉬기에도 만족감이라는 생기가 서려 있어서 안도했다.
"조하…더, 더 해죠 옵!? 쁘-흠, 쯥-!"
안 그래도 먼저 그러고 싶었으나, 산소를 애타게 찾으려고 떨어지길래 참았는데…그 말에 옳거니 뒷덜미를 잡던 손을 뒤통수까지 올리며 끌어당겨 사랑스러운 구순을 맞이했다.
"으븝!? 흡!"
첫 키스에서 딥키스로 변질하여 이윽고 입술까지 덮어 삼키듯 벌린 입. 의욕이 과해서 아예 먹을 것처럼 입술을 이빨에 닿지 않도록 덥석 무니까 매우 놀란 목소리와 함께 어깨가 파닥거렸다.
"읍-, 으-읍!"
혹여나 벗어날까 봐 머리를 잡은 손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버티는 힘. 당황스러운 날갯짓에도 멈추지 않아서 성적인 욕망에 점철된 남은 손이 얼른 치맛자락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선 탄력적인 허벅지를 지나쳐 그 틈새로.
"흐-읍…!?"
위험한 날이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지만, 손이 그곳으로 가니까 신음만 흘린 채 거부하지 않는다. 대신 불안한 기색으로 망설이는 눈동자와 여지껏 팔딱 거리다 굳어버린 팔.
"흣-, 으읍…."
안전하지 않은 날이라곤 했지만 흥분은 어쩔 수 없었는지, 중지 끝에 선명히 느껴지는 액체의 감촉으로 팬티가 젖어있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흡-…응-흡!?"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자, 보지를 문지르려다 이내 속옷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굳게 닫힌 보지에 망설임 없이 집어넣는 중지. 이에 허리가 펴져 놀랄 만큼 솟아버린 상체와 별개로 힘이 빠진 듯한 애처로움을 동시에 확인했다.
"훙-웅…웁! 파-하…!"
참았다고 친다면 용케 잘 참아서, 이번엔 두 번째 마디까지 들어가자 결국 놀라서 튕겨지듯 뒤로 간 얼굴. 이 이상은 안 된다고 나의 욕망을 끝내 희진이가 거부한 셈이었다. 그런 것치곤 여태까지 잘 즐겼는데란 아쉬움은 터무니없을 내 욕심이지만.
희진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정신승리에 가까운 자기만족치고는 느낌이 어렴풋했다.
"웃-…, 훙…."
단순한 내 짐작이 아닌 까닭은 특히 매서워지려는 눈매에 여운이 남아 보여서, 계속 하자고 싶으나 참는 듯 씰룩이는 입가. 인터넷에서 본 첫 경험을 하는 여자의 사례로 남친이 섹스하자고 보챌 때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이 기분은 과연 멈춰야 하는 걸까…?
"그, 괜찮아…코 콘돔. 있으니까…."
소중히 여겨야 한다면서 건넨 말은 하고 싶단 이기적인 욕심이었지만, 한편으로 안심시켜주려고 한 소리. 그러나 스스로가 말하면서도 추잡스러워져 궁여지책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변명을 떠올려봤자 추해지는 건 변함없지만.
"…오빠가? 으응…."
더불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니까 더욱 양심에 찔렸다. 반대로 의아하던 동공이 떨림을 멈추더니 곰곰.
"오빤 그럴 생각이었구나…? 난 키스로 만족할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러울 정도로 껑충 뛴 진도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다. 하기야, 안전한 날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겠지.
"여태 순진한 척 하더니만, 엉큼하긴. 야-해."
야한 건 본인 몸매와 행태겠지.
"아, 아니 그게…."
무심코라고 대답하기엔 너무 성의 없었다. 하지만 꾸며내고 싶지 않은 진심. 무심코가 아니라, 무심결에 저지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내야 했다.
"…그게?"
말을 보태 놀리는 것이 아니라 대답을 확인하고자 기다리는 모습.
"그, 성욕이란 게. 기기본적인 욕구잖아? 희진이 네가 너무 매력. 매력적이라서 무심코, 응…무심결에 아…."
망했다. 그럴듯한 이유가 아니라 너무 노골적이다. 생각을 여과 없이 내뱉었다. 멍청하게!
"희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라 그만…하고, 싶어졌어."
결국, 논리적이지 않은 까닭을 실토하고 말았다.
…이러다 실망하는 건 아닐까?
"…헤헷-! 히히히히힣."
걱정했던 것과 달리 뜻밖에 긍정적이다. 횡설수설 말이 길어져서 꼬투리 잡히는 건 아닐까 근심했는데, 그건 한 귀로 흘리고서 남은 귀로 들은 건 오직 칭찬.
"그렇게 내가 매력적이야?"
여자에게 칭찬은 아껴봤자 좋은 거 없다더니, 지금 보면 맞는 말인 거 같았다.
"으응…참기, 힘 들. 만큼…."
이럴 때 아까 키스를 하기 위한 진심으로 했던 말을 또 써먹는 잔머리. 진심이지만, 스스로도 기발하다고 자찬했다.
"에-헤헤헤헤헤…."
매우 흡족한 웃음소린 마치 불순물 없는 투명한 유리처럼 좋아서 긍정적인 모습. 여기서 한 번 더 부탁했을 때, 거절한다면 깔끔하게 포기하자고 마음먹었다.
"웅-…힣-."
그저 대답을 기다리는 것뿐인데도, 찰나가 영겁같이. 희진이도 내 응답은 항상 기다려 줬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별거 아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속마음이 몹시 요란해서 얼마나 버텨줄지가 고민이었다.
"그, 사실…나도. 하고 시퍼…써, 오빠…."
최대한 인내하며 희진이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느긋하게 대답해도 된다고 말하려다, 희진이가 먼저 끄덕이며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달아오르는 얼굴과 쥐구멍에 들어가려는 듯이 들릴락 말락 한 음성. 이어서 막을 겨를도 없이 상의를 올려 벗으니까, 훌러덩 하고 브래지어를 찬 가슴이 출렁거렸다.
'꿀-꺽'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머리가 새하얘져서, 굉장한 파괴력에 사진으로만 봤을 크기를 실물로 보니까 그새 못 참고 자기주장 하는 혀. 침으로 범벅이던 입술을 적시고 동공이 흔들렸어도 시야에서 가슴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 이게 진짜 가슴이구나.
옷을 벗기지 않은 채로 처음이니까 부끄럽지 않도록…이란 건 인터넷에서 배운 내용. 그걸 실천하기도 전에 말릴 새도 없이 전부 젖히니까 성욕에 둔해지지 않으려던 사고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훕, 귀여워-."
가슴을 너무나도 열중해서 보니까, 희진이가 이런 날 지켜보고 있음을 잠시 망각해 창피한 모습 보였단 사실에 심히 화끈거리는 볼때기.
"으, 흠-!"
괜스레 목을 가다듬어도, 본능에 이기지 못한 채로 가슴에서 눈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훟, 오빠…괜찮아?"
그러다 보니 신경 쓰였는지 소감에 대한 질문.
"어어, 좋아. 굉장해! 아주 예뻐…."
별안간 눈동자에 새겨진 가슴을 두고서 온전하지 않은 정신으로 대답하려니까 말하면서도 자기가 뭐라 말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