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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화 〉연인과의 오붓할 시간(4) (51/107)



〈 51화 〉연인과의 오붓할 시간(4)

"키스했다…그것도 잔뜩."

거기다가 기뻐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웠기에….

"히힣, 헿…."

갈피를 잃은 손을 움직여서 얼른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

사실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소감. 그렇게 넓지 않은 소파다 보니 떨어지지 않도록 등받이에 어깨를 걸쳐 위에 올라탄 희진이를 다독여주니까, 이런 행복이 또 없었다.

"흐흫…."

솔직히, 섹스도 좋았지만.

"헿-."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이야말로 충분해서 무엇에도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빠-."

그런 경험을 기억에 새기다가, 눈앞에서 조곤조곤하게 부르는 입 모양에 이끌려….

"쪽-."

왜? 라고 대답하려다 입술이 겹쳤다 떨어짐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헤헤헤헤헤…."

나름 방심한 틈에  방 먹였다고 생각했는지 해맑게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서 나도 헤벌쭉-. 내가 정말로 더할 나위 없이 이렇게나 흡족하여도 될지 걱정까지 들어서 딴생각을 하려는데.

"오빠도 해죠."

애교로 무장한 희진이의 발언에 제구실하려던 이성이 무너져서, 기꺼이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했다.

"흐흐흐흐……응. 츕-."

짧진 않았지만, 벌써 그리워졌기에 푹신한 소파 팔걸이를 베던 머리를 들어 재촉하는 입술과 다시 밀착. 누가 이런 유혹에 당해낼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참을성이 굉장한 사람이라서 인내심 하나만으로 존경받아 마땅할 사람인 게 틀림없을 거다.

"훙-…쯥, 츱-."

왜냐하면, 이렇게나 정신을  빼놓을 만치 홀라당 혼을 가져갔으니까….

"르븝븝븝븝, 흡!"

그렇다고 내가 그런 숭상을 받고 싶은  아니어서, 이번에 혓바닥끼리 사투가 벌어지는 곳은 나의 입안이라 찐한 입장에 같은 혀가 아닌 목구멍의 진득한 흡입으로 반겨주었다.

"츠-븝! 흐르릅! 릅!"

분명 숨을 마시듯 빨아들이고 있음에도 공기가 부족해지는 현상. 그야 허공에서 부유하는 것을 평범히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소진하는 존재끼리 소모하기만 하면 당연히도 산소가 점점 부족해질 거다.

"푸-하…!"

점차 여유도 없어져서, 가빠지기에 숨결마저 뱉다가 다시 삼키려는 득달같음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찐득하던 딥 키스를 중단.

"하-아, 하-…하-아…하…."

힘들었다는 내색으로, 고르지 못한 숨쉬기가 눈에 보일 만큼 가슴을 들썩거렸다.

"후-웅…."

그런 나와 대조적으로 아쉬운 기색이 만연한 표정. 단련하지 않은 폐활량의 한계로 버티기가 어려워져서 떨어진 건데, 이런 막막한 신체 능력으로 잘도 숨결을 교환했다. 어쩌면 희진이와의 호흡 뺏기 싸움에서 져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후후훟-."

그만큼 요령도 없었기에, 침으로 범벅 된 야릇한 입술이 다시 오라고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아…오빠, 더…."

아니나 다를까 즉시 떨어진 입 모양은 곧바로 아직 부족하니 더 하잔 소리를 할 것 같았고, 짧으면서도 체감상 집중하느라 감각이 곤두세워져 뚫어지라 시각에 몰두하다….

"아-…음식, 왔나 보네…."

 소리에 그만,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후-우…."

문득 배가 고파서 음식을 주문했단 사실을 자각했어도, 식욕보단 성욕이 우선인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얼굴은 아마 나 역시….

"…-."

싫어도   없는 바람에 희진이가 먼저 물러났다.

"하하…."

분위기가 묘해지자 어색한 웃음으로 운을 띄우고.

"내가 가져올게."

자기가 가져오려는 듯 천천히 자셀 바꾸던 희진일 만류하며 서둘러 일어났다.

"…쩝."

제법 좋았는데….

겨우 제법,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그것도 모자라서 엄청. 그 어떤 표현 마저 부족하기에, 그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키스도 해보고 섹스도 해본 경험상 섹스는 섹스만의 사정감이 있다면, 키스는 키스만의 만족감이 있다고 할까? 뭔가 반대가 되는 감상이지만, 이것도 희진이랑 몸을 섞게 되면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겠지. 억지로 하게 되는 섹스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말이다.

"…감사합니다."

현관을 열고 배달하시는 분께서 이 단으로 포장된 플라스틱 용기를 주시자 잘 받고는 인사. 주말이라 바쁘신지 서둘러 가버리시는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닫고 돌아가려니까 문득, 어제 녀석이 주려던 콘돔이 떠올랐다.

"-…."

그래서일까…복도에서 거실로 가기 전, 녀석의 방에 미련이 생긴 것이. 저번에는 녀석이 오늘 쓰라며  콘돔을 코웃음까지 치며 거부했지만, 친절하게도 서랍 위치까지 알려주면서 혹시나 사용하려면 가져가라고 놔뒀었다. 덧붙여서 이 나이에 생각 없이 임신시킬 생각 말고 처신 잘하라는 충고까지. 말투가 희진이에 대한 걱정이 서려 있어, 정말 이 녀석이 친동생을 가지고 협박한 무뢰한인지 내가 다 헷갈렸었다.

"…."

가져갈까 고민하기엔 시작이 적어서, 조금만 더 주저하면 오지 않으니까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찾아올 희진이 생각에 지나치는 발걸음. 머릿속의 화제를 스스로한테 에둘러서, 들고 있는 것으로 옮겨 밀봉이 잘 되어 있는지 희미하게조차 냄새가 풍기지 않아 잘 포장 했다고 생각했다. 배가 많이 고팠음에도 이런 걸 보면 솜씨가 좋은 거겠지.

아니면 용기가 좋거나.

떨어지지 않게 잡은 손에서 온기가 충분히 전해져와 과연 안의 내용물이 얼마나 잘 보존된 상태로 왔을지 기대되었다.

튀김류도 아니고 고기니까, 눅눅해지는 거 하곤 상관없겠지.

"히히-."

거실로 돌아가자, 아쉬움을 물씬 두른 아까의 모습은 사라져서 함박웃음으로 반겨주었다.

"후-훗."

그렇게 좋아하는 얼굴을 보자, 덩달아 웃고 마는 마음. 무척 한없이 풀어져서, 딱히 말하지 않아도 교감하며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신기함을 당연하다 느끼고 테이블 위에 물건을 올리곤 끈으로 묶인 포장을 풀었다. 그러고선 위의 플라스틱을 옆으로 놓아 뚜껑을 여니까 색감이 곱고 가지런한 반찬투성이. 그렇다면 아래의 용기 안에는 고기만 들어 있으리라 상정하고 여니까, 예상대로였다.

"으음- 맛있겠다."

잠깐만 해도 소식이 없던 냄새가 화악 퍼지자 나온 순수한 감상.

"히히, 그러게 오빠."

식사를 하기 위해선 아까처럼 누울 수 없었기에 스스럼없이 옆에 앉아 음식을 확인하는데, 솟아오른 흥분감이 아직 다 가라앉지 않아서 많이 짧아진 치맛자락 밑으로 맨살의 허벅지가 가슴 다음가는 파괴력이라 자지가 또 반응하려 했다.

"어, 응-…희진아 나 잠깐 화장실 좀."

하필 이럴 때 식욕보다 성욕이  도는지….
밥 먹을 땐 밥을 먹어야 해서 진정시키기 위해 적당히 둘러댔다.

"웅, 다녀와 오빠."

별 의심하지 않고 알았다고 해줘서 일어서자마자 얼른 몸을 돌려 최대한…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 의미가 있었는지, 아무런 의심 없는 눈치.

"하-, 아."

안전한 날이 아니라….

안전장치가 없으면 위험한데도 나란 녀석은 희진이를 보고 욕정을 누를 수 없었다. 이게 생리적인 현상이라 건강한 증거인 것은 안다지만….

"후-…."

오줌이 마려운 것도 아닌데,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커버를 올리니까 발기된 자지로 싸지를 수 없는 상태가 적잖이 곤혹스러웠다. 억지로 싸려 해도 되질 않으니, 포기하고 손만 씻고 나오자 다시 눈에 밟히는 녀석의 방.

어제 녀석이 내게 주었던 콘돔을 거부했지만, 방에 있으니 꺼내 쓰라고 했지….

"…씁-."

녀석은 나랑 섹파로서 관계를 맺고 싶은 거뿐, 희진이랑 잘 되는 것에 훼방 놓을 생각은 없었는지 필요하면 자기 방의 러브젤도 쓰라고 했다. 그땐 상대하기 귀찮아서 대충 알았다고 했지만, 이래서야 본격적으로 바람피우는 거 같아 심해지는 자괴감. 특히 녀석의 같잖은 배려에 수긍하는 자신이  보기가 싫었다.

"……-."

그래도 일단 챙길까….

머리로는 고민하는 듯해도, 마음은 이미 결심했는지 녀석의 방에 서두르듯 들어가 알려줬던 서랍을 열었다.



드디어 먹으면서 시청하니까, 제법 영화가 재밌어서 키스로 인한 만족스러운 여운을 잠시 접은 채 충분히 즐기는 자세에 돌입. 의외로 끝날 때까지 별다른 접촉 없이 재밌게 보았고,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둘이서 같이 치우니까 너저분하던 테이블이 금방 깔끔해졌다. 그것도 곧 새로운 컵에 차가운 음료수병이 놓이니까 찰나의 허전함이 되었지만.

"고마워 희진아, 잘 마실게."

고기에 주스는 썩 어울리지 않아서, 주스를 주려고 하길래 탄산음료를 고르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선 내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히히-."

이어서 자신의 컵에도 따르고선 내 옆자리에 지정석인 것처럼 조신하게 앉은 희진이. 냉장고는 내가 집주인이 아니라 함부로 건들기가 그래서 희진이에게 음식 정리를 맡겼고, 나머지 쓰레기들은 내가 분류해 처리했다. 고기의 양이 유달리 많아 다 먹을  있겠냐는 질문에 애초에 남길 심산으로 특대를 시켰는지, 흘깃 주방을 훔쳐보니까 반찬통을 꺼내 종류별로 넣는 음식. 덕분에 내가 낭비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혹시 버리진 않을까 싶은 걱정을  없애줬다.

"웅…힣!"

영화 초반까지만 해도 성적인 기분에 살짝살짝 희진일 훔쳐봤었는데, 희진이가 너무 영화에 빠져있는 바람에 나 또한 같은 기분. 더군다나 영상물 자체로도 잘 만들었기에 함께 몰입할  있었다.

"…음?"

그러나 그것도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광고가 반복되고 할 일도 없어진 지금, 멋쩍어져서 괜히 딴청 피우거나 그러면 더욱 이상해질까 봐 잠자코 있었으나…그래도 미묘했다. 차라리 아까처럼 아파도 좋으니 희진이가 찌르면서 나를 괴롭히다가  쓰러지고, 또 찐하게 키스를 하고 싶은 욕망….

"훙-…?"

희진이도 내심 그런 걸 바라지 않을까…아닌 척 눈을 마주치려니까, 완전히 내가 해주길 바라는 의도적인 갸우뚱이라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겸연쩍어졌다.

"음-…."

그, 저번에 영화 다 보고 뭐 했더라…?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공포영화라서 그런지 생각하기조차 싫은 탓에 까먹었지만, 후에 단편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감상을 나눈 다음에 뭐 하고 놀지 찾아보기도 했었다.

"…히-힛!"

그러나 이번에도 그러자고 하기엔 바깥 날씨가 만만치 않았고, 나갈 생각 없어 보이는 눈망울에 무언가 기대하는 눈치라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

"히, 희진아…."

그렇기에 일단은 불러 보는 이름.

"웅-. 왜? 오, 빠?"

애교가 섞인 대답에 무척이나 사랑스럽단 생각은 그저 콩깍지라 단언할 수는 없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봐도 예쁜 얼굴에 발군의 몸매에다…남자의 마음을 아슬하게 가지고 노는 저돌성이 무시 못 할 증거. 덕분에 최근엔 하지 않았어도, 이전에는 꿈인가 생시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자주 뺨을 꼬집었다는 사실이 추억…이 되어 버린 거 같았다.

"어…, 음-."

이토록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 나머지, 생각에 비한다면 마음은 성숙하지 않아서 분할 지경. 머리로는 실컷 예습했어도 막상 희진이 앞에선 준비한 것의 반의반이나 나올까 싶었다. 진짜 준비한 건 많은 거 같은데…실상은 알맹이가 없어서, 상상한 대로 잔뜩 하고 싶으나 중구난방에다 심사숙고만 하다가 이내 결정하지 못하여 그르칠 것 같은 위기감만 항상.

"그, 있잖아…."

실은 본능에 충실해서 떠올리던 모든 것이 새하얗게 되니까 정신을 못 차렸는데, 그런 사정 여의치 않고 재촉하는 성욕이 정말로 괜찮은 건지 의문스러워서 자꾸만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만약 희진이가 다가와달라고 도화선에 불을 붙여준다면…싶은 수동적인 발상.

아, 나는 대체….

이미 훨씬 전부터 용기를 내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여전히 내가 주도하지 못한 채 이러느라 실망하지 않을까 싶은 염려가 먼저. 어쩌면 너무 답답해서 헤어지자고 해버려도 말릴 자격이 없을 거다.

"…웅-?"

이런  맘을 모르는지 천연덕스러움에 진정하고 누구도 도망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여자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서 해결이 아닌 공감을 원한다고 했으니까….

비록 여태까지 끌려다녔어도, 어머니의 말씀처럼 때론 내가  때는 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 사랑…해."

순간 아니야 라고 말하려는 대신,  말이 없으면 뜬금없어도 사랑한단 표현이 단연 최고라고 본 기억에 무심코 주절거리는 입.

아…이런.

어째 책잡히기 싫어서 변명하듯이 소리가 나온지라, 차라리 고맙다는 인사를 했으면 나았을지도 몰랐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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