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연인과의 오붓할 시간(3) (50/107)



〈 50화 〉연인과의 오붓할 시간(3)

"으- 쫌. 비싸긴 하네."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는지 다행히 희진이도 공감해줬다.

"그래도, 이거 먹고 싶어졌어 오빠."

하나 결심했는지, 확고해서 고민하지도 않고 폰을 꺼내 앱을 켜는 손동작. 빠르기도 해서 희진이가 주문할 동안 나는 가져온 주스를 컵에다가 따랐다.

"히히, 쭈-문."
"헙, 짜래써!"

주스를 마시려고 컵을 드니까 했다는 말에 대답하려다가 실수로 씹힌 혀.

"풋! 모야- 오빠. 웃겨."

아프고 민망했어도 희진이가 좋아라 웃길래 나도 좋아서 따라 웃었다.

"참, 이거 선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선  타이밍을 잡다가 지금이다 싶어 건네는 쇼핑 가방.

"응…? 이게 모야 오빠? 선물은 저번에 이미 주지 않았어?"

면밀하게 따지면 생일이란 것을 모르고 준 선물이었으니까 논외로 치고 싶었다.

"…그건 갑자기 준비한 거라 많이 부족하기도 했고. 지금 주는 건 그, 심사숙고 끝에 구매해서 주는 거니까…가, 가치가 다르지."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다만,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이야 오래 했을 뿐이라 내용물은 썩…그래서 줄어드는 자신감.

"와-진짜? 감동…."

어쩌다 희진이에게 과한 기대를 심어줘서  무덤을 파버렸다.

"지금 확인해도 돼?"
"어…, 물론. 괜찮아…."

생일이란 것도 사실 예전엔 초등학생 때나 초대받아 갔을 뿐이라 그런지, 이렇게 일 대 일로 즉석에서 꺼낸다니까 살짝 당황스러울 따름.

"히히힣-."

잔뜩 행복함을 머금은 표정으로 쇼핑백에서 선물 상자를 꺼낸다.

"음-…아니! 그냥 이따가 확인할래."

그렇게 리본을 푸려다가 멈칫하더니, 다시 쇼핑백 안에 상자를 넣는 손.

"어…? 그럼 그렇게 해."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고 해서, 자신감도 떨어졌는데 이따 확인한다니까 어째선지 더욱 마음이 떨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히히히히히…."

쇼파 옆으로 쇼핑백을 옮기더니, 표정에 꿍꿍이를 대놓고 드러내서 입꼬리 길쭉쓰름하게 웃으며 다가옴에 두드러지는 육감적인 몸매. 얼굴도 예쁜데 몸까지 좋으니까 눈을 어디에다 두어도 좋았다. 특히 오늘은 집에만 있을 거라고, 상당히 노린 듯하여 제법 노출이 있는 옷차림으로 가까이….

"오, 빠아-."

애교 짙은 콧소리로 마음을 녹인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육체에 정신이 팔린 덕분에 자세히 살펴보면, 얼핏 속옷이 부분부분 드러나 자꾸 딴맘을 품게 하는 터라 이어질 말에 불길함은 그저….

"이제 우리, 영화 보 까?"

이러한 착한 외견과 달리 장난기 가득한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끔 드러나자, 희진이를 보고 성욕이 돌아도 원초적인 두려움 또한 같이 발생하여 뇌에서 경고를 보냈다.

"어? 으응…그래, 포자…."

그러나 방심한 탓에 발음이 삐끗해도 싱글싱글한 미소. 사근사근한 모양이 은근 무서워서, 굳지 않으려 해도 표정이 오뚝하고 멈춰버렸다.

"이히히 농담이야 오빠. 너무 겁먹지 마-. 오늘은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거니까."
"후-우…하하, 그래?"

기다리다 마지 못하던 희진이의 장난에 다행스럽게도 안도의 한숨.

"너무 안심하는  아니야 오빠? 오늘은 이야 오, 느-른!"

더 놀리고 싶은 모양인지 뒷말을 유난히 강조하는데, 무서운 거야 그때 무서워하면 되니까 지금은 괜찮았다.

"후-웅…."

그래서일까, 놀리는 맛에 이러는 건데 다소곳해서 별로 탐탁지 않아 보이는 얼굴.

"우…에잇-!"
"칵-!?"

슬그머니 다가와, 방심한 사이에 옆구리를 찔려서 놀라 움츠렸다.

"에잇 에잇 에잇!"
"크켁! 헥-, 간지렄…!"

그걸로도 모자라 옆에 앉아 달라붙더니 늘어나는 횟수. 그리 아프진 않았지만, 간지러워 반사적으로 휘저으려는 팔이 희진이를 때릴 것 같길래 필사적으로 조심하며 꿈틀거렸다.

"이히히히…."

온전히 방어하기 위해 소파에 쓰러지자 수월한 자리를 잡으려고 위를 선점해서, 장난을 당하니까 몸으로는 어깨 들썩이도록 찔리고 있음에도 반응이 오는 하반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손잡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더니…이젠 은근슬쩍 허벅지도 닿고 있는데 쑥스러워하기보단 내심 좋다고 생각했다.

"크-헻, 핡…"

그런 거 치곤 내뱉는 소리가 우스웠어도….

"핡핡…! 크히-긹!"

키스는 경험이 없다지만, 희진이랑은 깍지도 끼고 눈도 제법 오래 마주칠  있다. 어쩌다 보니 동정도 아니었고. 별안간에 얼마나 지났다고 여자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진 상태.

"잇-!"

가벼운 저항으로 몸을 비틀며 소소하게 반항했어도, 실은 전혀 싫다는 소리 없이 즐기고 있었다.

"이-힛!"

그런데 어째 갈수록 손끝이 아니라 면적이 넓어져서 마디가 손가락이 되고, 손뼉이 되어 찌르는 것이 아니라 만지는 것으로 변해버린 동작. 더군다나 만지는 부위가 옆구리에서 가슴이라던가 복부 쪽으로 이동해서, 피하고 막는데도 집요하게 헤집어 댔다.

"크-헿? 켗쳋뎃…."

마치 조카랑 놀아 주는 삼촌처럼 굴어서, 이미 위를 정복한  아래로 뻗는 손이 닿는 곳은 간지럽도록 손끝을 분주히 놀리거나 괜히 약하게 하면 야릇해질까  오히려 우악스러운 손길.

"이히힣, 에-잇 에-잇!"

이렇게까지 저돌적임에도 당하는 소리만 낼뿐, 그만하란 소리가 없으니까 멈춰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나와 장난치는 데 정신없이 집중하는 거 같았다. 둘만 있다고 해서 성격이 바뀌기라도  걸까? 교제가 짧긴 했어도 전례 없는 행동에 서로 브레이크 없이 웃으면서 따갑디 간지러운 짓궂음. 그동안 같이 있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인지, 정말 열심히라 같이 즐기곤 있었어도 견디는 것에 한계는 명확했기에 슬슬 힘들어졌다.

"이힣! 이히힣!"

점점 아프기 시작하다 보니까 매서워 보이는 손짓을 거부하듯 튕기자, 분위기의 고조를 위한 앙탈인  알았는지 반쯤 진심이 되어버린 손놀림. 그러나 표정은 진지함이 사뭇 묻어나와서 완강하게 거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앍각! 칵! 크-힛!"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라서 강도는 미약할지언정 무시 못 하고 축적된 고통. 마음 같아선 반격하고 싶은데, 눈앞에서 이리 거칠게 출렁이는 가슴에 시선을 피하느라 공격할 수도 없었다.

"후-히…."

진행이 격해지자 겨우 노닥거리는 거뿐인데 숨결이 뜨거워져 점차 지쳐가는 몸짓. 기세등등하던 이마에 땀도 흐르니까 그렇게나 재빠르던 손도 느려졌다.

"히힣-, 힣…-."

그리고는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눈빛으로 교환하는 휴전 선언.

"하아…하-아…하…."

고작 연하의 여자애에게 장난을 허용했다고 이렇게나 숨이 찰 줄은 몰랐다. 그것도 소파 위에서 꽁냥댈 뿐인 행동이었는데 말이지….

"히히, 히-…힣…."

잠깐 호흡을 고르는  희진이도 똑같았지만, 나를 짚고 팔을 펴고선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기세로 눈을 마주치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다.

"아-…."

아니, 휴식이 아니라….

"훙-."

묘한 분위기가 감돌아서 살며시 가까워지는 얼굴에 천장의 빛이 사그라들어, 코가 닿으려고 하니까 고개를 살짝 비틀어서 어느새 눈을 감은 희진이를 나는 똑바로 주시하며 피하지 않아 이윽고….

"……-."

입술이 맞닿은 순간…아무 소리도 없이 멎어서, 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

감각이라는 것이 전부 제 기능을 상실한 느낌. 상대의 기분을 받았던 청각은 울림이 사라지자 진공에 멈춘 듯이 무감각하고, 시각은 눈을 뜨고 있어도 정지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눈앞에서 파르르 떨리며 감은 눈꺼풀이라던가, 가까워서 세세하게 보이는 연한 화장 자국과 솜털. 가장 극적이어야 할 입술은 촉감에 파먹혀서 미각은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츱-."

근데 명확히 따지고 보면 혓바닥이 곧 미각이라, 혀를 사용해야 맛을 볼 수 있단 걸 깨달아서 움직이려 했을 땐 이미 가벼운 소리만을 남기고 만족스럽게 떨어지는 표정.

"헤헤헤…."

히죽-하고 웃는 모양이 사랑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 시작하려니까 끝난 기분을 감출 수 없어서 그야말로 부족했다.

"킷…웁-!?"

찰나와 같은 영원함이 결국엔 끝나버려서, 다시금 느끼려고 떨어졌던 얼굴을 사랑스럽게 안아버려 편히 키스하려고 손가락이 머리카락 쓸리는 감촉 확인하며.

"흡-쯥…!"

당기면서 다시 입술을 맞닿았다.

"흐-븝!? 쯉, 프-흥."

피하고 버텼던 녀석과의 사투에서 승리…. 비록 동정은 지키지 못했으나, 첫 키스는 희진이와 해버려서 그 감정 오래 유지하고 싶은 욕심에 처음으로…희진이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으-응…흡-!"

닫힌 입술 사이로 혀를 내밀자 놀란 기색. 하나 놀라기만 하길래 비집고 들어가려니까 쉽게 허락해줬다. 여태껏 나의 입안에서 혀가 아무 맛도 없이 적응하고 있듯이, 희진이의 입속도 다를  없는 맛이라 집중할수록 느껴지지 않는 맛이란 감각.

"으-븝, 븝븝-."

내가 아닌 남을 탐하는 것에 중독되고 있어서, 핥고 빠는 행위에 혀끼리 달라붙는 건 단지 맛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대끼기 위해 이리저리 휘젓고 역동적으로 휘감아 우위를 정하기 위해 신경 다발을 사용하는 거라고 깨달았다.

"읍, 응…츱-! 쯔-릅!"

희진이도 금세 요령을 터득했는지 따라 하는 움직임. 누구  것 없이 혀가 혀를 잡으면서 잡고 있느라 위아래로 튕기며 밀착하고는, 사이의 타액을 빨아대며 새로이 생성해서 무한한  응축됐다. 그러나 불어나는 일 없이 소모되느라 하염없이 먹히는 역할. 누가누가 많이 빨아 먹나 네것 내것 할  없이 부산스럽게 굴었다.

"흐-븝! 흡! 츕-!"

경박하게 요란스러운 입은 자신이야말로 소리를 내는 부위라고 떠벌렸으며, 본래 맛만 보던 혀가 자신의 본분을 바꾸고는 손이 해야  일을 자기가 하느라 여지없어서 벌어진 입가로 새어 나오려는 침까지 놓치지 않고 꿀꺽. 고작 입을 마주 대는 것만으로 이렇게 즐거운지 처음 깨달아, 오직 이것만 신경 쓰느라 바삐 탐하는 미각은 사실  하나의 촉감으로 잊혔던 자신의 본질을 주장했다.

"후-웅, 흡-…!!?"

다음으로 어느새 희진이의 두상을 보호하던 손이 자신이야말로 만지는 것을 제일 잘한다면서, 쉬지 않고 놀리는 혀에 지지 않으려 뒷덜미를 지나쳐 손가락 마디에 날개뼈가 스치자 흡입하느라 바쁘던 목소리가 깜짝.

"훙…츕-쯥."

하지만 단순하게 놀란 것뿐이라 나만 만지는 게 불공평하다 싶었는지, 희진이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등을 더듬었다.

"으-븝. 흡…! 흐-릅! 츕, 츕-."

어떡하면 상대방을 좀 더 기쁘게 하면서 자신 또한 즐거울 수 있는지, 농락하던 혀가 최선을 다했기에 흥이 오른 분위길 더욱 띄우려 충실하게 만진다는 본분에 견실한 손. 이미 얼굴부터 시작된 물아일체가, 상반신으로 내려가면서 유유자적하게 움직이려고 티 나지 않게 어깨를 들썩였다.

"흐-릅, 훙…! 후-웅! 쯥-."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한 행위. 그것으로 발전하기 위해 손끝이 브래지어 끈의 형태를 마저 확인하지 않은 채로 치마의 허리춤 속에다가 집어넣었다.  팬티의 부드러운 천과 탄력적인 엉덩이의 감촉을 확인한 채로 피부와 맞닿은 손바닥에…힘껏 발기해버린 자지가 들어가고 싶은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가려다가 가로막힌 팔.

"흡-, 햐-아…."

지금까지 실컷 서로를 탐해오다 멈춰서, 여기까진 허락한 것이 아니었는지 당황한 눈빛이 역력했다.

"아-…."

그에 비해 열정적으로 행동하다가 흐름이 끊기니까 허공에서 아쉬움을 표현하며 쉽게 거두지 못하는 손. 그러다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나 싶어 차츰 돌아오는 정신에 반성하려고 했다.

"오늘…그, 안전한 날이 아니라…미안."

그러기도 전에 이유를 설명해주니까…수긍. 차츰 격렬해지던 차에 막혔지만, 안전한 날이 아니면 어쩔 수 없었으니 이해했다.

"전혀…미안해하지 마, 당연히 조심해야지. 오히려,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희진아."

감성이 이성을 초월하던 걸 억누르며, 계속 서운하게 생각해봤자 득 될 것이 없었기에 심심한 위로. 그러면서도 입꼬리를 차분히 올려주며 칭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웅-, 헤헤헤…."

녀석에게 동정을 뺏겨서인지, 희진이랑 관계를 맺는 것에 조급함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 그렇기에…희진이랑 염원하기까지 하던 키스를 성사시키니까 떨어지고 나서 조금은 짧았다고 느껴졌지만, 체감상 삽시간에 영겁 같은 거라 끝나지 않을 듯한 일을 끝낸 성취감이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