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여친이 없는 집에서만, 벌써 세 번째…(3)
"쿠-훗!"
곧 이런 모습이야말로 녀석이 바란 즐거움이란 걸 깨닫고 손을 내리는데, 예상대로 보이는 건 녀석의 불쾌한 비웃음. 입은 옷이야 학교 체육복이 다라서 상의 하의 벗고 나니까 남은 속옷, 마저 내리곤…내밀었다.
"…응?"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이 입었던 속옷을 내게 입으라는 듯 재촉하는 손.
"어때? 포상이지?"
구겨진 내 표정이나 제대로 확인하고 떠드는 걸까??
"…흥-."
제 딴에는 좋아할 거로 생각했는지, 기세 좋던 표정이다가 반응이 안 좋으니까 머쓱해졌는지 어물쩍 물러난다.
참…자신의 변태성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거부터 입고, 이거 신어."
아직 벗지도 않았는데 보채면서 내미는 것은 스타킹으로 보였다. 그것도 망사.
"하하-, 하…."
이 경우엔 허탈하기까지 해서, 헛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면 어떤 반응이 옳다고 할 수 있을는지….
"악취미네."
녀석에게 통하지도 않고, 재미마저 주리란 걸 알면서도 눈에 힘을 줘가며 비아냥댔다.
"훟, 고마워."
칭찬한 거 아닌데, 녀석에겐 그렇게 들렸다니 이거 참….
"맡아볼래?"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덧붙인 말은 경악스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뭐? 웩!!!"
안 그래도 싫은 마당에 구역질 나는 소리까지 하니 도저히 점잖게 있을 수가 없어서 구겨지는 표정.
"장난인데…."
우스갯소리라 해도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장난 같지 않아서 오한이 드는 건 분명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 때문만은 아니겠지.
"진짜! 재미없거든…!!"
진저리치며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단 의사를 밝혔다.
"하…!"
진정하자….
"후-우…."
녀석의 술수에 넘어가면 또 바보처럼 굴지 모르니 조심해야겠다. 옷을 벗기 위해 받은 옷은 바닥에 살며시 놓고서 뜸 들이지 않고 풀기 시작한 와이셔츠의 단추. 위에서부터 하나하나 푸니까 마지막인 다섯 개째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시선에 차마 녀석과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휘-유."
경박한 휘파람에 남자처럼 구는 태도.
정말 여자 맞아?
짐작건대 남자가 여자 탈을 쓴 것처럼 행동하니까 오히려 내가 여자가 된 기분이다. 어쩌면 녀석은 인간이란 탈을 쓴 악마일지도. 아니, 악마보단 짐승에 가까울 거다.
"피부가 예쁜데-, 혹시 화장품 써?"
천박한 추파와 함께 야유나 다름없는 거슬림을 무시하고서, 바지 앞여닫이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지퍼를 내리고 서순으로 걸이단추를 풀어 녀석의 끊이지 않는 흥밀 재빨리 다그치기 위해서 허리춤의 손이 팬티까지 잡아 냅다 벗었다.
"큼-…."
겨우 천 쪼가리일 뿐이다, 겨우 천 쪼가리일 뿐이야….
"쿠-훟, 후후훟……."
될 리도 없는 자기 최면이란 걸 알아도 용길 내기엔 효과가 있었기에 바닥으로 떨어진 바지를 발로 살짝 뒤편으로 밀어버리고선 눈에 들어오는 녀석의 팬티…를 이 악물며 집으니까 어느새 멈춘 웃음소리.
"웅…."
되레 야릇한 신음으로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지금 녀석을 쳐다보아봤자 악취미에 흥을 돋워 주는 것뿐이라 애써 고개를 깔며 부드러운 감촉 순식간에 지나가도록 허리까지 올려 입으려니까…조금 작았던 건 둘째 치고 오묘한 감각이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려 속으로 정신을 가다듬다가 무언가가 툭-하고 바닥에.
"자-. 이거 먼저 입어야지?"
보지 않아도 실컷 히죽거리며 무언갈 가리키는 녀석이었다. 팬티를 입었으니 치마랑 와이셔츠도 입어야 하는데, 아무렇게나 던져 준 망사스타킹이 눈에 들어와서 자기가 정해주는 순서. 엿 같지만, 하라고 했으니 그러기 위해 투명비닐을 뜯고선 안의 표지쪼가리만 둔 채로 잡히는 그물의 듬성듬성한 감촉을 의식하면서 팬티스타킹의 형태로 펼쳐졌다.
"끙-…."
설마 했지만, 진짜 이런 걸 신어야 하는 걸까?
차라리 그냥 스타킹이면 창피함이 덜할는지, 싫어도 해야 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껴졌다.
"…쿠후훟-."
서두른다고 마음먹었어도, 그게 잘 되지 않아서 주저하자 다시 들리는 웃음.
"하……."
어린 나이에 한숨만 늘어, 얼마 안 가 흰머리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게 누구 때문인데….
순간 울컥해서 녀석을 쳐다보니 나도 그렇지만, 녀석도 저번보다 훨씬 여유로워서 알몸인 채로 침대에 앉아 두 다리를 그네처럼 왔다 갔다 했다. 그야말로 천하태평.
아아, 알몸으로 남자와 같이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거겠지.
전에도 다급함은 없어서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오늘은 화색마저 도는 얼굴이라 극히 싫었다.
"쿡-, 쿡-."
소음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의 미소가 끝나려면 일단 옷부터 다 입어야 했기에 허리춤으로 보이는 망사 스타킹의 부분을 잡았지만, 생식기와 밀착될 부위가 적나라하게 구멍이 뚫려 앞뒤 구분하기 쉬웠어도 기분은 참 애매해서 뭐라 제대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끙-."
탐탁지 않은 표정 내색하여 오목하니 나온 뺨. 바람을 넣어 부푼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싫어서 그런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차림으로 있기엔 자신이 너무나 변태적이란 사실을 자각하고. 서둘러 옆에 두었던 교복을 들려고 쭈그려 앉았다.
"…아, 실수했네."
그 상태로 일어서려다가 녀석의 말에 무심코 마주 보는 시선과 아쉬워 보이는 몸짓.
"이 상태로 사진 찍어둘걸."
웃음기를 머금은 상태로 아주 기발한 생각을 태연하게 해준다.
"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젠 웃기지도 않네.
"쿻, 그렇지 않아?"
뭔데 자꾸 나랑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안달일까? 가해자 주제에. 피해자가 좋다고 가해자 말에 끄덕거릴 거로 생각하는 건 전제 자체가 오산이다.
"전혀…."
내가 미쳤다고 동조해줄까?
할 수 있다면 면전에다가 지랄하지 말라고 단언하고 싶었다.
"쿠후훟-."
진짜 그럴 거 같았기에 서둘러 치마를 허리까지 올리곤 와이셔츠의 앞섶을 닫으니까 그제야 조그마하게 생기는 안심이란 감정. 녀석의 요구로 입긴 했어도, 순수하게 자신이 어떤 차림인지 궁금해져서 눈을 자신에게로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어머-. 잘 어울리는데? 이쁜이."
그러다 녀석의 감상을 듣자마자 기분이 팍 식어서 찡그려지는 미간. 남자에게 예쁘단 칭찬은 애석하게라도 전혀 좋아할 수 없었다.
"끄-음…."
그래도 처음 입어 본 여자 옷이야 당연하겠지만, 남자 옷과는 사뭇 달라서 첫째로 위화감이…아래가 허전했다. 그리고, 묘하게 망사스타킹의 드문드문 달라붙은 감촉이 제법. 원래 양말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발을 보호해준다는 느낌인데, 스타킹 같은 걸 신을 일이 없다 보니 익숙하지 않아 야릇한 질감으로 다리를 감싸주니까…남자인데 여자 옷을 입었다는 기분이 생생해져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 같은 배덕감에 아주 살짝 흥분됐다. 이러니까 진짜로 내가 변태가 된 느낌…. 특히나 머리로는 아니라고 해도, 몸은 쓸데없이 솔직해서 자지가 자꾸 여자 속옷의 부드러움을 만끽하려고 몸집 키우려는 걸 겨우 말렸다. 그런 까닭에 어차피 들킬 텐데 쓸데없는 저항이라고,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은 심정.
"끄얅?! 무슨 짓이야!?"
언제 다가왔는지 치마에 가려진 고간을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치맛자락을 들어서 치부가 드러나자 뒤늦게 치마를 눌렀어도 꼿꼿하게 발기한 자지를 보여줬단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쿠-훗! 귀엽긴, 이게 싫으면 직접 들어서 보여줘 봐."
그것도 모자라 보여주기 싫어서 두 손으로 치마를 눌러 가리는데, 그런 저항 무색해지도록 스스로 드러내란 지시. 용케도 내가 부끄러워할 짓을 알고서 시키는 게 지독했다.
"끄-흩…!"
평소라면 가당찮음에 무시했겠지만, 이런 처지상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해서 하라는 대로 치맛자락의 끝을 잡고 들어 올리기까지 대략 십 초. 체감상 손은 움직이는데, 머리로는 수없이 갈등했었다.
"후후훟-."
창피해서 죽을 거 같은데, 나체의 녀석은 자기 모습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이런 나만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어 오로지 벗어나고 싶단 생각만 가득. 이런 상태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건, 자각할 만큼 움찔거리며 부끄러워서 붉어진 채로 입가가 부들대는 모습을 녀석에게 고스란히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심한 척 있으려고 해도 한도가 있는 법이기에, 그러려고 노력한 녀석이 결과적으로 안절부절못하게끔 반응을 끌어내서 그런지 느낀 소감은 그저 경치가 좋다는 것이었다. 무심결에 코앞이 닿을 정도로 다가가자 자지 냄새가 물씬 풍겨와 느껴지는 야한 기분. 내가 입던 팬티를 눈앞에서 부끄러워하며 입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스꽝스러우나, 혹은 먹음직스럽다고도 할까? 사실 이런 흥분감에 중독돼서 더욱 강한 자극을 찾는 걸지도 몰랐다.
"히힣-."
떨리는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아 올리는데, 팬티 사이로 삐져나와 우뚝 선 자지를 건드리지 않고 단순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수치를 줄 수 있단 사실에 놀라워서 도무지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 발기하여 팬티는 빠져나왔어도 망사의 그물엔 가로막혀 망에 포장된 햄처럼 먹음직스럽게 자태를 기댔다.
"쿠-훗."
여기서 유혹에 못 이겨 만져버린다면, 그대로 삼켜버릴 거 같아 뻗으려던 손을 참으며 일어서서 옴짝달싹하는 얼굴을 감상하곤 차분히 뒤로 물러나니까 시야에 들어오는 녀석의 몸 전체.
정말이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라 사진으로 남기고자 폰을 들었다.
"그럼 찍을게-."
이미 희진이에게 돈을 주는 거로 계약이 끝났어도, 구태여 찍겠다고 언급하는 건 재차 확인하라고. 그럼 더 수치스러운 기분에 분명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질 거다.
"…끙-."
봐봐, 이렇게나 부끄러워해서 안 그래도 움츠린 몸이 뱀에게 조여지듯 더 자신을 끌어안았잖아.
"헿-."
찰칵 소리와 함께 아무렇게나 찍은 장면은 Al 카메라 모드로 맡긴 덕분인지 흐릿함 없이 선명하게 녀석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팬티랑 망사스타킹의 색 조합이 그닥 별로네….
팬티는 밋밋한데 스타킹은 신기만 해도 야했다. 그게 완전히 부자연스러워서 하다못해 줄무늬라도 입혔으면 덜했을까 싶은 생각. 다음번엔 구색을 갖춰보는 예습이라도 해야겠다.
'찰-칵 찰-칵'
구도를 바꿔가며 손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찍어 보고, 다음엔 반대로 아래서 위로 찍은 뒤 확인하는 화면. 확실히 시점 차이가 있었기에 이번엔 왼쪽에서 한 번 찍고 오른쪽에서 찍은 다음 유심히 관찰했다.
"나쁘지 않네."
사실 사진 같은 거 처음 찍어봄에도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괜찮아서, 굳이 따지자면 조명만 아쉬울 뿐.
피사체가 괜찮기 때문일까?
사진으로만 봐도 겁탈해달라며 유혹하는 모습에 신음이 듣고 싶어져 거칠게 다뤄줄 때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을 혀로 핥아 맛본다면 아마, 극상일 거다.
"…훟-."
요즘 너무 동인지만 봐서 그런지 엄청 씹덕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자주 한다고 자각은 해서, 하반신 허전하게 치마를 올린 채로 기다리는 녀석에게 다른 자세를 요구하려 굴리는 머리. 문득 아까 팬티 냄샐 맡아도 된다고 했을 때, 토하는 시늉을 하는 걸 보아 역시 망가는 망가로 봐야 했다. 솔직히, 엄청 불쾌한 얼굴을 하니까 건방지단 생각보다 생각 외로 무척 상처받아서 눈물이 나올 뻔….
뭐, 거짓말이지만.
"…역시 좀 그렇네."
어느 정도 대화를 주고받는 건 좋았으나, 역시 자신의 처지를 헤아려줬음 싶었다. 약점을 잡혀 명령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주제에…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기분.
"…-?"
가볍게 여기나 싶어서 녀석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흠칫하는 표정이라 어쩌면 너무 까다롭게 굴었으려나 다시 생각했다.
"아니야."
괜히 불안을 유발해봤자 이득 볼 수 있단 판단이 서지 않아서 그대로 두곤, 어서 다음 자세를 생각하려고 아까보다 꼿꼿해진 자지를 보자 올라가는 입꼬리.
"치마 내려도 돼."
이번엔 명령을 재차 묻지 않고서 바로 놓는 손. 대신 얼굴의 히죽거림을 감추지 못하게끔 치마 중간의 볼록하고 올라온 윤곽은 그야말로 예상했던 대로였다.
"단추부터 풀고."
"…큼."
당연히 본인도 눈치채서 가리려고 하자 그걸 가로막으려 명령하니 차분하게 풀기 시작한 단추.
"부끄러워?"
맨 위의 단추를 풀고서 두 번째를 풀 때 질문했다.
"……어."
그렇다면서 이미 세 번째 단추를 잡은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