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부질없어진 죄책감(1) (38/107)



〈 38화 〉부질없어진 죄책감(1)

"하, 하…. 후-우…."

그나마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 움직임은 사뭇 적었을 텐데, 의문스럽게도 가쁜 호흡에 땀범벅이라 자연스레 에어컨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까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핯!? 웅…."

어깨가 풀리자 자지를 빼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니까 먼저 빠지는 허리.

"흐-햣!?"

나를 지지대 삼아 휘어졌던 탓에 뒤로 이동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빈 곳으로 떨어졌다. 이걸로 희민이가 놀라는 걸 보는 건 두 번째. 나도 고생했지만, 이런 왜소한 체격으로 마지막까지 함께했단 사실이 제법 괜찮았다.

"흫-…."

그런 마음에 사소하긴 해도 애틋함의 표현으로 장골에다 올리는 오른손. 살며시 위로 흩으면서 올라감에 따라 몸을 희민이의 옆으로 눕곤, 왼손으론 이마에 땀을 닦아주기 위해 손가락 옆면을 활용하여 조심스럽게 매만져주었다.

"하-."

가슴엔 아직 벅차오르던 호흡이 남았길래 마저.

"앟, 웅-."

자그마한 귀가 맛있어 보였기에 앙-하고 물었다.

"헿-…훟-."

감성에 이끌려 뺨으로 혀를 내미니까 눈을 감아 여운을 간직하는 태도에 절로 미소가 번졌고.

"……파-핫!!?"

무심코 볼때기에서 입술로 혀를 옮기려다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났다.

미친…! 섹스가 너무 좋았어도 그렇지…그렇다고 희진이를 잊어버리다니!?

완전 정신이 나갔었다.

말도  돼….

녀석에게 홀려 희진이한테도 해주지 못했던 감정들을 저지르니까, 그런 자신을 보고 새하얗게 질려 얼굴에 드러나는 당혹스러움을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남이 자신을 핥는  너무나 좋아 눈을 감고 만끽하다가 끊기면서 멀어지는 인기척. 왜 그런지 확인하려 해도 지친 몸을 가누느라 괜찮아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는 눈을 떠서 갑작스럽게 떨어진 이유를 알아보려니까 침대에 걸터앉은 뒷모습만이. 호기롭게 다가와 옆에 누워 핥았다고 생각하기 어렵게 축 늘어진 어깨가 묘해서 의아스러웠다.

"…헿."

그래도 만족스러웠으니까…보답하려고 일어나 흘깃 녀석의 얼굴을 확인하자 심상찮기에 정말 무슨 일인지 몰랐어도, 마침. 딱 좋게 앉아 있길래 같이 앉고자 해서 바닥에 무릎이 닿았다.

"쿻-."

자지가 반쯤 작아져 있어 콘돔을 빼니까 드러나는 실체. 해봤자 몇 방울 정액이 담긴 콘돔을 들자 정액이 눈앞에서 뚝-하고 떨어졌다. 그걸 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쓰러워 추욱 늘어지려는 자지를 삼키고.

"하-븝."

직접 입에 넣으니까 열기도 식어서 비릿한 정액 맛이 확 느껴졌다.

"읍…흠-."

망가에서 배웠던 상황 중 하나인 청소 펠라…아까야 명분이니 주도권이니 탐구심을 죽였어도, 지금은 서로 실컷 정을 나눈 상태. 채찍으로 몸을 내려쳤다면 그 부위의 허용된 쾌락이 최대치일 때, 상처약을 바르면 완화될 때의 쾌감이 배가 될 거다. 이런 쪽으로 글을 많이 읽은 덕분인지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살펴볼 것이 많아졌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대가로 잃어버린 사회성은 그리 자랑거리가 아니겠지. 사실 그게 내 성격 탓이니 어쩔  없었다.

"으-릅. 읍. 흠-."

맛을 보려고 삼킨 건 아니었으나, 말 그대로 청솔 하려면 어쩔  없이 혀를 이리저리 놀리면서 최대한 의식하지 않은 채로 정액을 먹었다. 침이 대부분이긴 해도, 미간 찡그려지는 맛이 아닐  없었기에.

"하-…! 헿."

어째 삼키기 전보다 실컷 빨고  후가 더 커져 있다. 이게 당연한 걸까? 자지가 기세 좋게 커진 건 심적으로 제법 기분이 좋았지만,   더  체력이 없다는 점이 몹시 아쉬웠다.

"아-아-."

왠지 꿀꺽하고 삼켰다는  보여주고 싶어서 입을 벌리고선 내미는 혓바닥. 일러스트를 봤을  이런 구도가 꼴릿하단 댓글을 봤었는데, 2D가 아닌 3D인 내게도 통용될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 역한 걸 뱉지 않고 먹었다는 사실을 칭찬받고 싶어서 덜컥 해버려도, 마음이 풀어진 모양인지 이런 스스럼없는 애교에도 녀석은 무반응. 시선을 아래로 내려 자지는 우둑하니 서 있는데, 어째선지 표정은 어두워져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왜 그래?"

성감대가 아니라 얼굴의 귀와 뺨과 목덜미  나름 상징적인 부위를 내어줬다는 점에서 많은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늦게나마 꿈에서  모양.

"…혹시, 인제 와서 일편단심인 척하는 거야?"

좋다가 식어버려 투덜대는 건, 속으로도 뾰로통해져서 핀잔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잘 나가다가 이게 뭐야.

"아하…하. 글, 쎄?"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오히려 내게 되묻는 말. 실제로 희진이에게 잘 보이도록 행동해서 애를 좀 먹었었다. 그래놓고 나와 섹스했지. 중간에는 혼자서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했더니 기대 이상으로 움직여줬다. 나도 잠깐 우리가 연인인 줄 착각했을 정도로.

"쿻-, 원래 처음이 힘든 법이야."

그놈의 성격이 뭐라고, 다시금 고민하는 모습에 또 설득하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일순간 뒤로 안아 들며 귀에다가 직접 속삭여 뇌리에 박히도록 할까 아니면 허벅지 위에 다리를 올리고서  섹스하듯 마주 보고 야릇한 분위기로 이끌까 고민했지만, 녀석의 허리가 더욱 구부러짐에 따라 심각한 얼굴 가리는 양손. 자괴감이 심했는지, 아예 자신을 감추고 말았다.

"…칫-."

이렇게 되자 어쩔 수 없이 하나 남은 선택지를 골라 슬그머니 뒤로 이동하면서도 먼저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을 잊지 않고.  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침대 위로 몸을 옮기며 매끄럽게 녀석을 뒤에서 안았다.

"다음엔 오늘보다 조금은 나아질 테고, 그 뒤로는 점점 죄책감도 마모되겠지…."

녀석이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나는 협박을 통해 끌어들였고. 녀석은 걸려들었기에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자가  거다.

"안 그래? 공. 범."

그걸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구차해도 입을 통해 알려주는 편이 쉽겠지. 사실 설득이라고 하기 어려운 사실만 소곤대며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간략하게 떠들었다.

"……-."

그러나 방법이 틀렸는지…급변하는 감정의 기복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계집애 같은 구석. 이래선 암만 떠들어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칫-."

혼자 궁상떨 시간이 필요한지 원만한 해결을 바라면서 떨어지지는 않았고. 그냥 뒤를 잡아 껴안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아서 녀석이 공상에 빠졌다면, 나도 기댄 채로 상념에 빠져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애들 장난 같은 섹스 말고 질펀하게…. 서로를 농락하여 사소한 자극으로는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쾌감을 맛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나나 녀석이나 운동이라도 해서 체력을 길러야겠지만…. 예전 같았으면 귀찮았을 변화를 지금은 그다지 부정적으로 보진 않았다. 아직은 단지 그뿐이긴 했어도.

"…?"

조용한 침묵 속에서 소리를 내는 건 저기 벽 위에 달린 에어컨이 시원한 바람 내뿜느라 날개 움직여지는 정도의 소음 정도였다. 덕분에 잔뜩 땀을 흘렸어도 금방 식어버려 옅어진 열기. 온기는 이렇게 밀착한 탓에 유지되고 있어서 서로 붙었을 때의 체온이란 중요함을 실감한다.

"후-웅…."

그나저나 계속  자세인데, 아마 희진이 생각에 반성이라도 하는 태도. 어차피 쓸데없는 저항일 텐데, 익숙해지고 싶다면  때만이라도 완전히 잊는 편이 녀석에게 좋을 거다. 기왕이면 나로 갈아타는 편이 더 좋고. 이렇게 전라의 여자를 옆에 두고서  여자를 생각하다니, 희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감도  잡힌다.

듣자 하니 고 년 자기가 먼저 고백했다지.

정말이지…부럽기 짝이 없다. 나였다면 살펴만 보다가 대뜸 고백해버렸다 해도  만남처럼 이상한 취급 받을 텐데. 희진이니까 성공할  있는 고백…그걸 알기에 동생임에도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자매를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함 그 이상일 거다.

"…쩝-."

어떤 표정인지 궁금해서 살피려고 얼굴을 가깝게 내밀었어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답답해지기만. 이래 가지곤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니까 먼저 씻고 올까? 근데, 그것보다 우선순위가 치고 들어온 게…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몰라도 느닷없이 배가 고팠다.


"……가볼게."

다신 오기 싫다. 녀석이 있기에 이곳으론….

 방으로 다시는 오기 싫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녀석과 다정하게 있었다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어서, 시간을 돌리 수만 있다면 처음 이곳에 오기 전으로. 녀석과 만남 자체를 가질 수 없도록 희진이에겐 미안하지만, 집으로의 초대를 영원히 거절하고 싶었다.

"…벌써?"

아쉬워하는 녀석의 목소리에 어째선지 동하는 마음. 자신을 부정하고선 영영 아니었다는 듯이 끝내고 싶었다. 그걸 과연 누가 믿어줄까 싶었지만.

"밥…먹고 가."

관계는 가해자와 피해자인데, 밥 먹고 가라는 소리를 아주 태연하게도 한다. 더군다나 난 지금 이런 일에 휘말린 탓에 몹시 복잡한 기분인데. 부질없는 자괴감에 빠져서 얼른 집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됐어…."

최대한 녀석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주섬주섬 입고서 자신을 향한 분노에 풀어질 생가 없이 이를 악물고는.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서 인사를 생략하며 방문을 열자 다행스럽게, 시선만 느껴질  다가오는 기척이나 그런 의향 없이 보내주어 조용히 떠나려다…잠깐 화장실에 들렀다 갔다.

주말인데도 아침부터 일찍이 집을 나선 건 시험 전의 기념 파티를 위해서였다. 그럴 거면 차라리 시험 끝나고 다녀오는 편이 좋을 거로 생각했는데…그때 되면 열돔의 영향으로 덥기도 하고, 각자 방학이나 다른 일정 생각해야 한다면서 시험 전에 화끈하게 놀자고. 시험 후에나 간소하게 즐기자며 결정이 났다.

"후훗-."

그걸 위한 오늘이라, 비로소 끝나자마자 애들이랑 놀러 갔다 오는 길. 기념품인 캐릭터 머리띠를 계속 머리에 장착한 채로 집에 돌아오니까 얼른 씻고 싶었다. 이어서 침대로 몸을 던지고 싶은 심정. 공교롭게도 오빠랑 나의 시험 기간이 겹치지 않아 먼저 애들이랑 놀러 간 후, 오빠랑도 오붓하게 생일 파티를 즐길  있어서 얼른 달이 바뀌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히힣-."

애들과는 놀이동산도 다녀오고 수영장에도 놀러 가는데, 오빠랑은 겨우 집에서만 논다는 계획이 제법 아쉬울 따름. 그에 따라 애들이랑 노느라 돈을 더 써서 어쩌다 보니 강제로 절약을 실천했다. 마침 언니도 그날 집을 비워준다고 했으니까…껴안는 거 이상의 진도를 기대해도 되겠지. 사실 오빠랑도 수영장에나 갈까 생각했지만, 답지 않게 무척 수줍어서 그…오빠 말고 누군가에게 수영복 입은 모습을 보일 용기는 아직 없었다.

"훙-."

아직 삼 주나 남았지만, 미리 언질을 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이따가 오빠랑 연락하고 언니에게 날짜를 말할 예정. 그리고, 까먹지 말라고 볼 때마다 자꾸자꾸 말할 거다.

히히힣-.

"언니…자?"

기념품 담은 가방을 한 손으로 들고서 언니의 방 문에 조용히 노크하지만 무덤덤. 귀찮아도 선물을 줘야 뒤탈이 없었기에 세 번 정도 더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할 만큼 다 했다 싶어 내 방으로 들어갔다.

"씁, 하-…."

대충 옷가지를 벗어 던지고, 어질러진 방을 보면서 한숨 푹. 재밌었다는 감상을 담았는데, 막상 방에 들어오니 돼지우리인지 모를 상태라 괜히 착잡해졌다. 어쩌면 오빠가 들어왔을지도 모를 생일날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침 댓바람부터 청소한 자신이 뿌듯했어도, 그로부터 고작 나흘. 그렇게 청소해도 금방 예전의 더러웠던 풍경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오빠를 초대하려는  언니만 집을 비워주면 되는 게 아니라 내  자체를 비우거나 차단해야 할 기세. 오빠가 집에 놀러 오는  좋았으나, 이런 부끄러운 문제점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후-우."

아무튼, 씻어야지. 애들끼리 사진 찍고  서고 하느라 옷이 땀으로 끈적했다. 여자애들만 있어서 남자에겐 절대 보여줄  없는 추태도 들키지 않는다면 웃고 떠들 수 있지만. 혼자 남아 그런 우리를 보고 있자니 얼른 오빠를 낚아챈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말로는 서로 치켜세워주고 둥기둥기 했어도, 실은 누구  명 빠지면 바로 뒷담에 견제라 쉽사리 남자친구가 있단 소리를 못 하지. 마음 같아선 오빠랑 찍은 사진 잔뜩 과시하며 우리 오빠 이토록 귀엽고 귀여워서 꼬옥 안으면 고개 푹 숙이며 부끄러워하는 모습 나만 즐길 수 있다고 여기저기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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