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달갑지 않은 호출(5)
그렇지만, 금방 넣을 것처럼 굴더니 위화감을 깨닫고 바닥에 발바닥이 닿으며 물러나는 몸. 녀석의 대답 따윈 듣지 않은 채로 서랍 안에서 비타민처럼 생긴 뜯기 좋은 작은 봉지를 꺼냈다. 내용물이야 뭐, 콘돔과 일회용 러브젤. 어차피 소모 용품인 콘돔은 놔두고, 병에 담겨서 뿌리는 것이 아니라 찢어서 사용하는 걸 꺼낸 이유는 단순하게 샘플부터 써서 소비 겸 섹스에 얼마나 용이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어서, 끼워줄게."
비교하지 않아도 앉은 편이 더 편했겠지만, 부가적으로 원하는 건 다양한 경험. 나누어 쓴다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럴 정도로 부족한 것도 아니고…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니 러브젤을 사용함으로써 안 쓰던 때와 비교하여 좋다면 두고두고 써먹게 구비해두려는 참.
"힣-."
장애물이 있다면 자신의 여동생뿐이니까 적당히 용돈을 쥐여 주고 친구들과 어디 다녀오라고 하면 됐다. 돈을 받고 싱글벙글 웃으며 친구들과 재잘거릴 동안 나는 자기 남자친구와 찔걱거릴 생각에 충만해지는 배덕감.
"쿠-후후훟, 훟!"
이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떨려오게 오싹해서 무의식적으로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는 걸 깨달았다. 침대에 앉자 다시금 기다리던 몸을 안중에 없다는 듯이 행동했단 걸 알아차려서, 보지 않아도 미심쩍은 표정 지을 거 같아 무안해지기 전에 씌우는 콘돔. 뜯은 봉지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러브젤마저 용량이 보기보단 많아서 자지를 전부 덮고도 절반 이상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사용을 다 한 샘플 역시 녀석의 뒤로 던지니까 성실함에 따라가는 눈길. 사용하기 편이해도 남은 것은 당연히 보관할 수 없었기에,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으면 청소하던 희진이에게 들킬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런 위험성을 안고서 주저 없이 뜯는 건 조심만 하면 처리가 가능하니까.
"자-…네가 원하는 대로. 자지, 넣어…줘."
이제 하이라이트이자 유감스럽게도 클라이맥스였다. 몸은 아직 여유가 있어 성행위의 대부분을 녀석에게 전담해 흥분을 고조시키도록 명령했지만, 앞서 두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바. 나는 절정에 치솟고 난 뒤에 이어서 속행할만한 체력이 없었다. 무리한다면 아마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내 쪽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박히는 입장에서 상대의 유동성에 전적으로 몸을 맡겨야겠지. 그리고는 쓰러질 거다.
기절하듯 침대로 풀썩….
별로,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았다. 성이 난 자지가 안전하도록 보호막도 씌우고 다치지 않게 윤활유까지. 할 건 다 했으니 녀석에게 몸을 맡길 수 있게 누워버리고선….
"…따 먹어줘."
쩌-억하고 다리를 벌려 다가오기 쉽도록 유혹했다.
"어, 음…응-."
아마도 처음으로 주도권을 넘겨주니까 어안이 벙벙한지 이해를 위해 시간이 소모되는 한편, 떨리는 마음과는 별개로 사춘기 남자아이의 손놀림은 주저 없이 성적 호기심을 채우려고 실오라기 없는 피부를 덥석. 그다지 드러내지 않았던 살결에 손을 잡다시피 하여 얹었다.
"아, 훛…."
텁-하고 만져진 부위는 민망하게도 하복부…. 운동으로 다져져 멋들어진 복근하곤 거리가 먼 모양새였다. 스스로 살집은 없으니 나쁘지 않은 배라 생각했으나, 담담한 척 굴어도 막상 보지도 가슴도 아니라 배를 잡히니까 화-악하고 창피해지려는 얼굴. 이마저도 티 내지 않으려 입술을 꾹 다물어야 했다.
"훙-…."
닿고서 바로 움직이지 않은 건 녀석의 혹시나 한 의심과 주저함 때문에. 이윽고 그간 자제하느라 망설이며 갈팡질팡하는 것이 해결됐는지, 촉감을 활용하며 만진다.
"와-, 오…."
느낀다는 것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의 떨림을 간직해서, 어떻게 이성을 유지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제어를 잃은 눈동자와 어울리지 않게 헤벌쭉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 …."
자지의 삽입과, 이전의 실 없이 기대만 했던 애무. 섹스의 행복한 결말은 각자 쾌락에 몸을 맡겨 온전한 사정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결말과 비견되게 중요한 것은 역시 과정이란 것을 부정하기 어렵게, 그 시도는 조심성 있는 성격임에도 손가락 사이에 파묻힌 부드러운 살집. 깊이가 얕아서 과감하게…손끝으로만 쓸어내렸다.
"읏-응, 흣…."
역시 만화에서 봤던 장면처럼 노골적으로 벌려야 자지를 꽂아주는 걸까?
유혹이 약했던 건지, 넣기 쉽게 열어주면 바로 보지에 박을 거란 예상과 달리…녀석의 손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한 탐험가처럼 이곳저곳을 탐구하고 있었다.
"헿-…."
가뿐히 희롱할 땐 즐거웠는데, 만짐을 당하는 건 그리 나쁘지 않았어도 한편으론 두려웠다. 체격과 신장의 차이가 사소해도 힘의 차이는 명백해서, 지난번의 발버둥 칠 땐 정말 사활을 걸었기에 막을 수 있었던 반항. 수틀리면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가 된 야수를 풀어줬다는 긴장감이 확연한 두근거림은 어째선지 흥분감을 유발해서 생각 외로 싫지 않았다.
"후훟…앙-."
여태 표현이 우습게도 실제론 초식 동물에 불과하지만, 진심을 내면 힘에 부친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흫-."
새삼 내가 아닌 남이 만지는 감촉은 특이해서, 혼자서 느낄 수 없는 이질적이면서도 싫지 않은 감각이었다. 과연 이라고, 녀석에게 자유를 주었을 때 어떤 손놀림으로 만져줄지 기대한 것 이상.
"응…-."
가볍게 신음 흘리기를 참지 않으니까, 긴장만 하던 녀석이 재미를 붙였는지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딱히 연기라고 할 것도 없어서, 호응이 있으니까 점차 대담해지는 손. 어쩌면 당하기만 하던 설움을 풀려는지 망설였던 찰나마저 없었던 취급으로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아? 웋-…!"
배에서 옆구리로 잇던 손길에 정신이 화들짝 놀랐어도, 몸은 그런 무례함을 봐주고서 얼른 가슴이나 보지의 노골적인 성감대로 가주길 바라는 희망. 그렇게 이리저리해서 두서없던 손놀림이 그새 적응했는지, 울퉁불퉁한 갈비뼈로 손가락 마디가 붙어 있음에도 두들기고 지나가는 감촉을 느끼며 슬슬 바라지 마지않던 부위를 의식하게끔 만져 준다.
"흐, 응…."
은근히 실눈으로 보니까 녀석 또한 나의 반응을 살피면서 주무르는 가슴. 힘의 강도가 약하다가도, 맘껏 만지고 싶단 욕심에 점차 강해졌다.
"앗…?! 앙-…."
신음과 표정을 살피며 내가 아파하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신경을 써 주니까, 그저 좋다고 속이는 연기에서 진심으로 보답해주고자 느낌에 솔직해지기로.
"앗-!? 흐-응…."
유약하게 가슴을 쥐다가 유두로 이어질 것을 알았어도, 아픔에 놀라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뱉자 손이 떨어졌다. 이에 녀석을 보니까 차분한 듯 보여도 그저 본능에 이끌린 움직임이라 그런지 힘 조절에 실패한 표정.
"밉…?"
여기서 마음 약해진 녀석의 미안이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말하기도 전에 가로막았다.
"더, 쌔게…해줘."
사과하려고 하기 전에 거두려던 손목을 잡으면서 다시 가슴으로 끌어오니까 당황한 모습. 이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강단 없음에 아직 실망하는 건 이르다고 판단하여 맘대로 하게 두었으나, 아예 손을 놓기엔 불안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도와주기로 했다.
"괜찮으니까, 네가 가장 낼 수 있는 힘으로…날 망가뜨려 줘."
원래 심성이 착해 빠진 녀석에게 괴롭혀 달라고 해봤자 금방 주저할 거 같았기에 완전히 극단적인 단어 선택.
"…정말 괜찮아?"
이거 봐, 괜찮다니까 바로 되묻는 거.
약점을 잡은 가해자가 하라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흥이 식어버리게 그걸 또 묻고 있었다.
협박받는 자신의 처지도 모르는 얼간이 녀석….
"해봤자 고작 주먹을 쥐는 거뿐이잖아? 겨우 그 정도도 못 하는…바본 아니지?"
기분이 좋아지려던 차라서 참을성이 간당간당했기에 적절히 도발을 섞은 발언…원래라면 끊김 없이 정상적인 흐름의 섹스였겠지만, 아무래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툰 내겐 어울리지 않아서 끝까지 툭툭 뱉어냈다.
"읏-…!"
그나마 욱하도록 성질을 건드리니까 곧바로 느껴지는 악력.
"하-앗!? 앝…, 흣-!"
부드럽게 감싸던 가슴이, 그런 손짓에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스마트폰의 유리필름이 부서지며 깨지는 듯한 통증이라 사납고 재빠르게 감각을 지배했다. 그것을 진화하려고 애써 쾌락이 뒤따라오지만 역부족. 내가 명령한 주제에 너무 아파서 눈매가 사나워졌으나, 통감 자체는 중독성이 있었기에 그리 나쁜 결정은 아니었다.
"더…, 핳-! 앟…!"
통렬한 격통의 반동으로 어깨가 펴지고, 퉁겨지는 허리와 같이 찔끔하고 고이는 눈물. 물러나려 했기에 잡았던 손목을 놓으려다 충격이 오자 반사적으로 힘을 주다가 약해지길래, 괜찮다는 말 대신 밀착한 가슴으로 잡아당겨서 빈틈이 없었어도 떨어지지 않게끔 이끌었다.
"어땧…갠찬찌…?"
고통에 경직된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은 쾌감도 동반해서, 참으면서도 얼핏 움찔거리며 올리는 입꼬리.
"으, 응…."
통증 섞은 쾌락을 얼굴로 선보이며 말로써 확답을 주니까 그제야 안심한 거 같았다. 어린애도 아니고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점이 나의 빈약한 인내심을 건드렸어도, 역설적으로 어린애가 아니어서 이러는 걸 테지.
"좋-앗…! 읗…!"
환영하며 펼친 어깨가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움츠러들어서, 비록 손목을 잡고 있었으나 단어의 본질과 사뭇 다르게 안아버린다. 그러니까 녀석의 손아귀에서 헝클어진 가슴이 고스란히 짜이고, 무게를 감당하면서 더불어 떨어지지 않게끔 끌어당기는 본인의 힘까지. 오히려 그렇기에 손의 움직임은 구속과 같은 제한으로 그저…그저, 불이라도 붙은 착각의 화끈거림으로 번져서 그나마 쫓아오던 쾌락까지 내쫓았다.
"댷?! 만! 아-팟!"
목을 조르지 않았는데 가슴이 짓눌려지니까 조여오는 숨통. 감당하는 부담의 무서움도 모르다가 깨달으니까 견딜 수 없어서, 잡았던 손목을 뿌리치자 당장 통증이 가시지 않고 머물러 고통에 몸부림쳤다.
"읏…, 읏…!"
좋다고 말해놓고서 불현듯 터져버린 통증을 호소하느라 옆으로 내팽개친 손목을 무시하며 아픈 가슴 앞에다가 고이 쥔 주먹. 화끈거림을 무마하기 위해서 왼쪽 오른쪽 몸을 돌리자 눈을 감아도 빛을 가렸던 인기척이 물러나는 걸 알 수 있었다.
"…괜찮아?"
걱정 어린 어조마저 다 자초한 결과라 듣고 싶지 않았다는 건 욕심. 스스로 그러라고 말했으니까, 끝까지 괜찮다고 우기려고 했던 건 끝까지 우위를 지키고 싶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읏, 흐…."
눈치가 아예 없지 않은 이상 아마도 이미 들통났겠지만, 다급하게나마 아니라고 하려 해도 가슴에 자리 잡은 쓰라림이 입을 놓아주지 않곤 울려서 혹시 눈가에도 눈물 글썽이진 않을까 따위의 걱정만. 몰랐으니까, 몰랐기에 저지른 실책이자 무모함이었다.
"하…, 아아…."
소리 없는 휴식 요청. 호흡을 고르며 반쯤 뜬 눈으로 녀석을 살펴보자, 인제 보니 침대에 올라탔던 나와 다르게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은 채 불편한 자세로 잘도 만지고 있었다.
"자지…아, …."
원해서 해줬는데, 막히니까 어벙한 차림으로 재차 대기하는 녀석. 마지막으로 이르는 지점이 코앞이었는데…자꾸 겉도니까 억지로 죽인 아우성을 진정시키려면 노골적인 결단이 필요했다.
"더듬는 건 그만하고, 이제 넣어줘…."
아까의 먹어달란 유혹을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 이번엔 녀석이라도 피할 수 없이 명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최대한 벌린 다리 사이로 손을 고관절에 두곤 보지가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쩌-억'
전희가 그렇게 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흥분하기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이전이었다. 이 지경까지 오니까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 건 빨개지려는 표정 들키지 않으려고…겠지.
"어서-…."
이리저리 탐하느라 용케 쓰러져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던 것을 용서하면서도 차라리 그랬다면 계속 만지는 걸 허락했겠지만, 곱씹을수록 전부 자기 잘못이란 걸 알았기에 억지를 지어내지 않아 다그치기만 했다. 그렇기에, 내가 아닌 녀석이 자진해서….
"보지에다…응, 흣-."
넣어줘.
이렇게나 떨리는 손이 아까는 어떻게 저리도 탐스러운 부위에 현혹되지 않고서 위로 올라갔는지 궁금해질 정도.
"…하."
지금은 그런 이탈 같은 건 용납할 수 없는 분위기라서, 무엇에 홀린 것처럼 삽입할 수 있도록 옆구리 밑을 짚듯이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