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달갑지 않은 호출(2) (33/107)



〈 33화 〉달갑지 않은 호출(2)

엄지손가락까진 안으로 넣었지만, 얼른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니까 기다리느라 흥이 식어가기에 살피는 눈치.

"내가 벗겨줄까?"

섣불리 벗지 못하고 주저하는 녀석을 대신하여 친절하게도 자신이 해주겠다는 말을 건네주었다.

"…됐어."

마음의 준비가 짧진 않았으나, 보채니까 시끄럽진 않아도 부산스럽게 바지를 벗어서 드러난 팬티는 여자가 입으면 핫팬츠라고 느껴질 크기의 사각. 원체 녀석이 작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바지만 입고 있었을 땐 자지가 솟았는지 가라앉았는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지금 보니까 확실하게 윤곽을 알아볼 수 있었다.

"훟-."

 보기에도 발기한 건 같지 않아 드는 아쉬움.

정말이지, 정말이지 정말이지 정말이지.

겉보기엔 분명 보잘것없는 아기 고추인데, 저게 커져서 어른 자지가 아님에도 내 안을 휘저으면 내가 쾌락에 부르르 떤단 사실이 묘한 갭이라 흥미로워 그런 사실이 썩 나쁘지 않았다.

"자, 손-."

이제 팬티만 벗으면 되는데, 알몸이 되기 직전에도 창피한지 중요한 부위를 가리자 애완동물에게 명령하듯 녀석에게.

"…?"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무슨 의미냐며 쳐다보는 표정도  유쾌했다.

"위로."

평소에 말을 잘 듣고 다녔는지, 눈치는 나쁘지 않아 명령하자마자 올라가는 손.

"잘하네."

무심코 저지른듯한 행동을 칭찬해주자,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는지 이미 화끈거리는 얼굴 더욱 빨갛게 물들어서 정말 참을 수 없게 유혹하는  같았다. 마치 이렇게나 먹음직스럽게 굴었으니 가차 없이 괴롭혀달라고….

"…귀염둥이."

순전히 머리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온 진심이라, 지난 일을 반성하여 육노예라는 이름은 녀석에게 무척이나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녀석은 내가 무척이나 싫었는지, 내내 마음에 들지 않도록 반항적인 태도. 그렇게 계속 눈에 힘을 줬어도 귀여운 저항에 불과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으려고?"

분명 내가 시켜서 손을 올렸지만, 본래 목적은 섹스하기 위한 준비기에. 굳이 알몸이 될 필요까진 없었어도 하나부터 차근차근 경험해보자는 생각에 시켰다.  옷이 거추장스럽거니와 우선 상대방의 몸을 알아가고자 해서 소소하게 눈요기도. 일말의 저항감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이라, 녀석의 이런저런 반응에 섹스는 기껏해야 절정을 위한 행위이자 마무리라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러다가 그냥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끙-…."

할 수밖에 없다면, 싫더라도 그 순간이 다가온다. 사람에게 있어 부정적인 표정 변화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것만 해도 가치가 있을 경험인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약소한 애피타이저는 이걸로 끝. 평소였으면 오 초 가량 걸릴 탈의가 분 단위로 이어져서, 뭐든 시간을 끌면   있구나 싶었다.

"훟…."

즐겨 입는 삼각팬티와 다르게, 사각팬티의 고무줄 부위가 탄력을 잃게 되는 부위까지 손을 내리자 중력에 따라 떨어져 먼저 자리 잡은 바지 속으로 다시. 팬티를 벗을 때 살짝 보였던 포경 자지를 가렸다.

"…칫."

계속 그러는 탓에 살짝 짜증이 났어도, 정작 녀석의 표정을 보니까 심하게 민망해서인지 옴짝달싹 못 하는 입꼬리 하며 꿈틀거리는 눈썹에 미간. 내 눈치를 살필 거면 당당히 쳐다볼 것이지, 봤다 말았다 해서 눈동자까지 안절부절못했다.

"후-훗."

입맛을 돋는 건 끝난 줄 알았는데, 이미 삼킨 음식물의 여운이나 잔향이 남아서 몸은 아직 메인디쉬를 받아들이기엔 충분한 감상을 요청하는 듯했다.

아아, 못 참아.



"읏…!?"

녀석이 갑작스레 상의를 벗어젖히자 눈에 비친 건,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였어도 여자애란 사실을 일깨워주는 야릇한 피부. 성감대고 가슴이고 유감없이 드러나 여태 맴돌았던 창피함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만큼 흥분했지만,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쿻-! 이제 와서 동정인 척 굴긴."

녀석의 야유 따윈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안 들렸고, 오로지 들렸던 건 단지 지퍼 내려가는 지이익 소리. 자신은 겨우 옷가지 세 개를 벗는데 체감상 삼사 분은 됐는데, 반대로 녀석은 훌러덩이란 표현이 들어맞게끔 체육복을 벗었다. 속옷따윈 입지 않았는지 없어서, 연약하디 하얀 탓에 싫어도 흥분을 일으키는 상체. 이어서 스륵-슥 소리가 구태여 귀를 두드리며 상상력을 자극해 바지 벗는 소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자- 겁쟁아, 여기 봐봐."

지난번에 발기한 채로 도망갔던 기억이 떠오르게끔 인정했던 비아냥을 하니까, 지금은 이상하게 반발심이 생기는 신기함. 스스로 옷을 벗기 전에는 요구에 따르되 만만치 않단 사실을 은연히 새겨주고자 했던 마음가짐 초라해지도록, 그야말로 녀석의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훟-, …."

훨씬 오래전에 늦었으나, 지기 싫다는 마음이 다시금 타올라서 녀석이 원하는 대로 쳐다봐주니까 거짓 없이 드러난 알몸. 가녀린 목 아래로 이어진 쇄골부터 빈약하긴 해도 충분히 성적 충동을 주는 가슴과 분홍색의 예쁜 유두였다. 살집이 워낙 없어서 그런지 울긋불긋 드러난 갈비뼈의 윤곽이 그나마 흠이라고 한다면, 뱃살 하나 나오지 않은 배는 운동을 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먹지 않아 생긴 일자 복근이라 미관상 좋다고 할 수밖에. 대망의 하반신은 털도  나서, 중간을 빼먹고 일자로 여물지 않은 보지가 굳게 다물고선 선 채로 보고 있자니 괴로워졌다.

"으-…."

이 감상이 자그마치 찰나에 이루어진 걸 녀석은 모르겠지. 자신에겐 흥분하지 않을 것처럼 굴던 주제에 이런 꼴이어서 반드시 몰라야 했다.

"발기했어?"

부정할  없는 사실이 생기면 긍정할 수 없어도 딱 잘라 말해 거짓말할 수 없는 자신.

"……."

그럴 때마다 하는 행동은 금방 들통나는 침묵이었다.

"쿠-훟."

자신으로 인해서 발기한 것을 의기양양하게 여기며 여유로운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드러내는 기쁨. 옛날에 빼앗긴 주도권을 흔들림 없이 과시하니까, 자꾸 소심한 채로 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거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감한 녀석과 그런 행태를 마주하지 못하고 당하니까 한심하기만 하다는 자각. 우선 고개부터 들고, 어깨를 펴면 망설임도 떨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 제대로 허리를 펴자 달라진 태도에 나를 향해서 다가오던 포식자의 표정이 멈칫. 변화의 요인을 찾고자 식사에 들어가기 앞서서, 관람하는 것으로 양식이 바뀌었다.

"-…."

드디어 서로가 같은 위치에서 쳐다보는 나체. 거기서 나는 흥분을 유지하기 힘든 사실을 찾았다.

"…멍?"

팔다리에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여기저기 새겨진 멍 자국의 흔적들. 이걸 보니 괴롭힘당하던 때가 떠올라 녀석도 혹시 그런가 싶었지만, 녀석을 학대할만한 사람이 대체 누가 있는지부터가 오리무중이라 명확히 범인 추려내기가 어려웠다.

"그, 어쩌다 생긴 거야?"

원래라면 언급하기 꺼릴만한 상처기에 묻지 않는 것이 예의지만, 성급함에 대뜸.

"…몰라서 물어?"

말투로 보아 나도 알만한 상황에서 벌어진 듯했다.

"응…?"

그러지만, 내 기억엔 전혀 없는걸….

"네가 그런 거잖아."

가해자를 괴롭히는 가해자에 대해 궁금해질 무렵, 녀석이 말한 범인은 뜻밖이었다.

"…내가?!"

전혀 그런 기억이 없어서 맹세코 나는 아니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 과거에 피해자였고, 지금도 피해자인데 내가 경멸하는 가해자처럼 행동했다는 누명을 씌운다면…그건 몸서리치게 싫은 짓이었다.

"네가 반항한 덕분에, 아직도 아파."

분노해 마지않을 급격함이 식어버리도록 차분한 설명을 이해해서 과연. 녀석에게 멍을 새긴 간 큰 놈이 누구인지 생각하다가, 이내 밝혀지는 장본인이 나란 사실에 놀라기보단 얼떨떨할 뿐이었다. 강간당할 때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긴 했어도, 때린 기억은 없었으니까.

"아, 그래…?"

저번엔 방어하느라 어쩔  없다 해도, 결론은 내가 때리지 않았다는  확인하는 순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잘됐네."

덕분에 미안이라고 하려다가. 아깝다는 어조로 건드려 보는 심기. 처음은 무조건 희진이에게…서로가 원할 때 이루어지길 바랐는데, 현실은 협박을 당한 채로 무방비하게 먹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어서 백번 천번 악몽이길, 악몽이어야 하길 바라는 심정은 유감스럽게도 냉혹한 현실.

"아프면, 여기서 관두면 되잖아?"

은근슬쩍 이제 그만 하잔 진심을 담았다. 서투른 반항도 마치 어린애가 떼쓰는 것처럼 알량해서, 말해놓고도 들키지 않길 바라는 건 상대 또한 자신처럼 어리기에.

"쿡-."

그런 기대가 공허하게 무너진 건, 뻔한 속셈이 들통나 흘린 비웃음 때문이었다.

"…귀엽긴."

대답할 가치도 없었는지,  하고 내뱉는 감상. 정지했던 발걸음도 허세란  알아차리자, 다시 다가와 저번처럼 금방 안길  있게 된 거리감…차이점이 있다면 둘 다 옷을 걸치지 않았다는 거였다.

"끟-…!"

차라리 손발이 묶였다면, 수면제라도 먹어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발버둥 치다 기절한다면 그나마 나았을까? 물리적으로 어떠한 방해도 없이, 맨정신으로 저항 하나 못하는 모순을 증명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여자애 하날 거부하지 못하고….

"…발칙하긴."

막연히, 몸을 허락했다.

살며시 다가가 만져보는 남자의 감촉. 그림에서 보았던 몸은 극단적이라 최소 두드러진 근육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는데, 그에 비하면 초라해서 밋밋한 여자 가슴이라고 해도 믿을법했다. 물론 매력 따윈 찾아보기 힘든 봉긋함조차 없는 여자 가슴. 다행스러운 점은 아무리 자신의 가슴이 초라해도 봉우리는 지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눈앞의 녀석이 발기할 수 있었던 거겠지.

"힣-…."

이젠 참을 필요가 없었다.

…대체 무엇을?

"쿠후훟!"

욕망이 그득해서, 풀어져 버린 음흉한 미소로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빠뜨려 눈물을 글썽이도록 슬피 깨물어주고픈 표정 짓게끔…!

"…흥-."

그러나 그런 생각과 다르게, 시기상조라고 느껴지도록 지지 않겠단 눈초리에 웃음기를 지우고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막상 다가가니까 역시나 존재하는  차이. 저번에도 녀석을 안아 들고 귀에다가 속삭이려니까, 어쩔 수 없이 가볍게 까치발을 들어야 했단 사실을 떠올렸다.

"…."

상대가 왜소해도 자신보다 크다는 것에 웃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건 오히려 차이가 극명하지 않아서. 작으면 작을 것이지, 본인도 작다 보니 최근 감상했던 오네쇼타물에 쇼타도 아닌데 작은 상대와 그런 상대랑 비슷한 자신이다 보니까 상상한 만큼 이입되지 않았다.

"으-흠."

그저 나이만 성인에 가까울 뿐, 외견은 여전히 어리단 것을 부정…. 그런 투정이야 상념으로 넘기고, 중요한   발자국 더 걸으면 안을 수 있어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도망치지 않으려고 자신을 제어하려는 상대의 조용한 발버둥이었다.

"으…."

어차피 방 안이라 떨어져 있어도 시끄럽지 않은 이상 소리는 다 들리는데, 이렇게나 가까이서 관찰하니까 들리는 입술 바싹 타들어 가게 우물쭈물하는 투정. 겨우 고개를 미세하게  정도로 얼굴 전체를 빤히 쳐다보자, 파르르 떨리다 감긴 눈꺼풀을 생전 처음으로 보게 됐다.

"힣-."

몸은 희롱해도 마음은 아직 내 것이 아니라서, 경솔하게 본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에 참기 어려운 히죽거림. 급변하는 표정을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아래로 내리는 시선으로 꼴에 남자라고 강조된 목의 핏줄은 확실히 자신과 다른 남자다웠다.

"…큿."

거기에 끌려서 무심결에 손끝으로 쇄골 사이를 건드니까, 기대했던 대답에 고대하던 접촉을 시작. 흘낏 위를 쳐다보니, 녀석도 나를 보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해서 피하지 않고 눈이 맞았다.

"여기, 부드럽네?"
"…."

혼잣말에 가까운 질문과 듣고도 대답 없이 침묵. 이미 예견한 바라 신경 쓰지 않고서 하나였던 손끝에 손가락을 붙여가며 마디가, 손바닥이 딱 밀기 전의 형태로 닿았다. 천천히 목을 타고 올라가 팔로 휘감지 않고 조르듯 만지기만.

"…무서워?"

싫은 티를 팍팍 내는 녀석이 괘씸해서 뜻하지 않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싶어졌다. 내가 무엇을 하든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아 반응치 않으려 결심한  얄팍함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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