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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관능적 수면 탐구(3) (27/107)



〈 27화 〉관능적 수면 탐구(3)

"앗…아흐흣-!"

그라면서 입이 조용해지기는 싫은 건지, 소리가 끊기면 어김없이 가슴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통증도 함께. 무척 가려운 곳을 긁는 것 이상으로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흩…앙-."

그런 위의 손짓에 질세라 아래도 분망해서, 끝까지 집어넣은 세 손가락이 최대한 안쪽을 점령한 채 빙그르르 돌기만 하는 건 손가락을  집어넣을  없어서. 대신 손을 가만히 두지 않고 적게 회전시키면서 음핵을 자극하니까 살며시 피로해졌다.

"아-흣! 으븝, 헽…아-!"

하는 짓은 자위와 비슷해도 힘든 건 비교할 수 없어서,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던 절정이  다가오려니까 정신없이 가장 바쁜 건 역시 아래쪽. 보지 하나로만 전체를 만족시키려 했던 것이 자만심이었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의 위치를 되돌려서, 잡은 손목을 움직여 보지에 넣다 뺏다 하니까 오르락 말락 하는 절정의 신호가 탄력을 받고 부르르.

"으브븟-…흣………-!"

몸의 떨림이 시작하여 사정하는 감각에 모든 신경이 뺏겨 개처럼 혀를 내밀던 얼굴마저 눈을 질끈 감고 오르가슴을 느껴야 했다.

"읏-…. 으……."

공략했던 세 군데가 하나로 돌아가니 하복부 안에서부터 움찔거리기 시작해 쾌락에 잠식당한 어깨의 떨림까지. 요란했던 발정의 끝은 의외로 조용하고 길어서, 일부로 소리를 속에 묻었다.

"흫, 흐-흫. 흐읗………휴-."

힘겹게 절정을 맞이하자 돌아오는 보상은 일순간의 황홀함. 여운이 몸에 살며시 내려앉아 잠잠해질 동안, 지친 몸이 가버리는 것을 견디다 쓰러졌다. 반쯤 뜬 눈과 정상은 아닌 초점. 버틸 수도 없었겠지만, 참을 수 없이 나오는 헐떡임은, 유지되는 쾌락 덕분에 머릿속이 야한 기분으로 점철되어도 기분이 좋으니까 숨을 고르던 채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힣-."

아니라고 우기고 싶었으나, 얼마나 좋았는지 당기는 광대뼈. 알게 모르게 이런 행위에 재미를 느끼고  번이나 표정에 드러난 걸 상상하니 둘을 재우길 잘했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쓰러질 때까지 향락에 젖고는 만족해야 성이 풀리는 결과가 이 모양이라 결코 좋다고만은 하기 어려운 상태. 슬슬 여파가 가시니까, 손가락을 빼며 반대로 돌아누웠다.

"후-…………."

그렇게 격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도, 몸이 느끼는 격렬함에 급격히 피곤해지자  한숨을 내뱉자 잠깐 맑아지는 정신은 피로를 내뿜은 듯한 착각.

"헤헿. 에헤헿."

깨어 있는 상태로 상대방을 주시하느라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깨달으니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순수한 웃음이 터져 나와 가슴 가득 숨을 들이켜던 걸 대번에 풀어줬다.

"이히히히힣."

넘치진 않아도 충분히 차오르던 만족감에 스르르 눈을 감고 빛을 차단. 생각보다 섹스는 힘이 엄청나게 든다는 걸 체감했다. 자위하는 것보다야 좋았지만, 처음 느꼈던 오르가슴과 절정의 치솟음이 없어서 솔직히 살짝 실망. 수면제를 먹이니까 저항은 없었어도, 그만큼 유지력이 없어서 오래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존재했다. 각자의 장단점에 유감스러웠어도, 매번 이럴 수 없었으니까 별수 없이.

"…후-."

이러면 어떻게든 깨어 있는 상태로 설득해야 원활한 섹파 관계 지속할  있을 거다. 그리 생각하니 아파지는 머리.
웬만해선 협박도 통하지 않을 텐데…차라리 희진이를 운운해서 구슬릴까?
본인을 협박할 땐 안 먹히다가, 희진이 얘기 꺼내자마자 망설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칫."

탈력감에 바닥에서  쉬니까 조금씩 돌아오는 기운. 쾌락에 온통 적시더니, 회복하고 남은 건 실제로 젖어서 끈적이는 불쾌한 감각이라 이만 움직이자고 생각했다.

"후-아…."

그러기 전에 잠깐 고개를 돌리니까 여전히 잠든 기색이라 안심. 이렇게나 땀범벅이라 바로 침대에 눕기 거북해져서 씻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히히-."

일어서자마자 자신을 즐겁게 해준 녀석을 보니까 자연스레 나오는 미소. 비록 희진이의 남친이었지만, 이걸로 두 번이나 내 것처럼 다루었기에 지을 수 있는 도취였다.

"헷…-."

도중에 먼저 자지가 죽은 건 실망스러웠지만,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알아서…나쁘지 않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건 주어진 것에 비해 욕심이 너무나 커다랗기에. 역시 깨어 있는 상태로 해야지, 혼자서 하려니까 배로 힘들다는 교훈을 얻었다.

"…쿳-."

곧장 씻으러 가려다 아이처럼 잠든 얼굴을 보자 괜히 짓궂은 생각에 쭈그려 앉아 엄지와 검지로 잡고 막아보는 코.

"쿠-훗."

처음엔 아무렇지 않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눈가가 꿈틀거리며 오는 반응에 눈길이 갔다.

"………으으-."

질끈 감기는 눈과 숨 막혀서 방황하려는 손이 살짝 떠올라 허공을 허우적거리길래 놓으니까 언제 그랬듯이 편안해지는 얼굴이라 재밌어지는 장난. 덤으로 아이의 코를 잡듯 다시 흔들다가 입술이랑 볼도 손끝으로 톡톡 만져봤다.

"…하-."

그러나 몇 번 건드리지 않고 물러나는 건 내가 많이 피로해서. 귀찮았지만, 콘돔을 빼자 근거 없이 위로 향하다 초라하게 쓰러져 자지가 정액투성이의 미묘한 향을 내뿜었다.

"-…."

흘리기 전에 얼른 물티슈로 닦고는 바질 입히려니까 낑낑. 갈증과 땀이 식은 탓에 으슬으슬해 샤워가 절실해져서, 마저 치운다거나 하등 뒤처리는 내버려 두고 욕실로 걸었다.

'뚜루루루 뚜, 뚜 뚜루- 뚜.'

익숙한 멜로디가 머리에서 울리자, 흩어졌던 의식이 모여들었다. 이제 막 깨어나서 그런지 사고가 붕 떠서, 뇌가 구겨지고 눈살이 찡그려진 채로 소리를 향해 더듬더듬 가는 손.

"으-응…?"

그러나 아무것도 잡히지 않길래 직접 확인하려고 오른쪽 눈만 껌벅 뜨자, 방황하는 손짓 너머로 스마트폰이 소신껏 자신을 알리고 있었다.

"끙-…."

바닥을 짚으며 겨우 올린 상반신으로 살펴본 전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어머니. 무슨 일이시지? 하고 생각하려는 찰나, 늦어도 한참 늦은 시간이라 깜짝 놀라서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여호세요, 큼-큼!"

다만, 갈증에 잠긴 목소리는 쉽게 가시지 않아서 목을 가다듬으려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 이어 조심스럽게 공손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어디니?"

대뜸 묻는 쌀쌀한 말투 속에 걱정스러움이 담긴  알아서, 초조함보단 미처 연락드리지 못했다는 죄송스러움이 불쑥. 더군다나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장소까지 더해져 입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저…죄송해요. 더 늦을 거 같아요."

당장 서둘러 가더라도 족히 삼십 분은 걸릴 거란 계산에 우선 사과부터.

"무슨 일인데 그래?"
"그게…."

당연한 질문에 자신 또한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는데, 그럴수록 서서히 피어오르는 불길함에 말문이 막혔다.

"어…."

간결하게나마 떠오르는 기억을 의지하며 현재를 정리하니, 생일 축하와 저녁만 먹고 돌아가려다 어느새 기절해서 밤늦게까지 여친의 집에 묵은 꼴이 되었다.

"…, 끙-."

이걸 부모님께 그대로 말씀드리기 민망하고 껄끄러워서 이도 저도 못 한 채로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입술만 옴짝달싹. 잘 먹다가 잠든 탓에 딱히 이렇다 할 나쁜 짓은 하지 않았으나, 여친이 생겼다고 말씀드렸을  항상 마음가짐을 조심하라며 주의 주시던 것이 생각나 아까부터 알아서 반성하던 참이었다.

"희, 희진이가 오늘 생일이라서…."

그렇다고 마냥 대답을 질질  수 없어서 시작하는 변명.

"그게 막 저도 희진이가 생일인 걸 어젯밤에 알게 돼서, 선물 사고 막 준비하느라 하는데, 희진이가 저 공부한다고 알려주지 않았었거든요."

생각난 대로, 솔직하게 변명하느라 말에 두서가 없고 서론이 길어진다.

"그래서 오늘 깜짝파티 한다고…그게, 희진이가 이미 친구들이랑 먼저 다른 곳에서 노느라…그걸 또 기다린다고 하다가…."

녀석 때문에 생긴 오해를 그럴듯하게 맞추느라 이래 됐다는 뒷사정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은  가까스로.

"원래는 늦는다고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그럴 타이밍에 희진이가 도착해서 축하해주느라 그…정신없이 재밌게 놀아서, 아…하하하…."

말끝에 멍청한 웃음소리를 멋쩍게 낼 수밖에 없었다.

"미리 연락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무쪼록 잘못을 인지했으니 그에 대한 사과는 드려야겠지.

"…그 애 부모님은 아시고?"

평소엔 이름으로 부르셨는데, 갑자기 그 애라고 말씀하시니까 묘하게 거리감을 두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뇨."

아신다…기보단 아실 수 없다는 것이 맞겠지. 사실 이전에 녀석과의 코-톡에서 부모님이  계신다는 사실을 들었었다. 별로 녀석의 말을  믿을 수 없지만, 부모님 이야기를 꺼낼 때 묘한 표정을 지었던 희진이였기에…. 혹여 희진이에게 몸소 안부를 묻더라도 좋은 대답은 나오기 힘들  같았다.

"후-우…."

얼핏, 기가 막힌단 한숨. 아마 이성끼리 노는데 보호자 입장에선 적어도 한쪽의 부모님은 아시지 않을까 싶은 질문이셨을 거다. 자신은 몰랐어도 상대방의 보호자가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은 안심이 될 테니까.

"재밌게 노는 건 좋은데, 희진이 부모님도 걱정하시지 않게 하려무나."

특별히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으니까 바깥에서 노시는 거로 단정 지으신 모양이셨다. 그나마 다시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거에 대해선 희망을 품어도 좋겠지?

"넌 남자애니까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 희진이라고 했었니?"
"네."

몇  이름을 말씀드렸어도 되물으시는 건 혹시나 조금이라도 잘못 말할까 봐 싶은 조심스러움에 그러신  같았다. 예전에 괴롭힘당했을 때 오직 혼자서 도와주던 묵침이에게도 그러셨었으니까.

"희진이는 여자애잖니. 늦게까지 집에 연락이 없으면 희진이 부모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예견했던 꾸중이지만,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었기에 경청했다.

"아, 그렇지 않아도 희진이 집이거든요."

그러다가 더는 걱정 끼쳐드리기 죄송스러워서 그나마 털어놓으면 괜찮아질 사실을 정정.

"…그러니?"

변명보단 확실히 나아서 안심하는 것도 잠깐, 계속 말씀하시려다가 뚝- 끊기는 모양새가 미묘한 불안함을 불러일으켰다.

"그럼 희진이네 부모님이 계시면 바꿔줄래?"

느닷없이 갑자기?

희진이를 바꿔 달라고 해도 곤란했지만, 양가 부모님의 통화를 주선하는 처지가 되니까 속으로 버럭 놀라려는 걸 겨우 참고 삼켰다.

"아 지금은- 그, 잠깐 나가셔서,  계시는데…요."

가급적 집에 없는 것이 아니라 사정이 있어 자리에 없다는 어감으로.

"…그래?"

의아한 목소리에 괜히 심장이 야단이었다.

"하기야, 계셨다면 네가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는 걸 까먹지 않고 연락하도록 조처를 하셨겠지."

늘어만 가는 거짓말. 의도야 안심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그랬어도, 수긍이 가시도록 무마하려니까 오히려 꼬리에 꼬리만 물어서 훗날 밝혀질 때의 뒷감당이 어렵게끔 자초한다.

"말 나온 김에 너도 언제 희진이를 집에 초대하렴."
"정말요?"

무언가 누그러진 태도가 느껴져서 속으로 살짝 안도. 처음보다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에 잡고 있던 긴장감이 다른 형태로 변해 갔다.

"그러-엄. 엄마한테 전화하는 것도 잊을 만큼 얼마나 예쁜 여자애랑 사귀고 있는지 어디 이 두 눈으로 보자꾸나."

쭉 혼날 줄만 알았다가 긍정적으로 변하길래 괜찮을  알았는데, 여전히 가시가 툭툭 박힌 어조여서 급 긴장.

"네…, 그럴게요…."

뒷감당이 무서워도 슬슬 끊으시려는 기색이라 두 손으로 잡았던 손에 힘도 풀리고, 언제부터 들어갔는지 모를 어깨 또한 힘이 빠져 살며시 늘어졌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엄마가 너무 보수적으로 굴지 않으려고 노력하마. 대신 상명이 너도 이제 책임이란 단어를 신중하게 받아들일 나이일 테니 처신 잘하고."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변명임에도 결론은 우선 믿어주시겠단 말투.

"건전하게 교제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아껴줘도 마냥 좋은  아니니까. 사랑하는 거랑 아껴주는 거랑은 다른 거란다."

그러다 끝난 줄 알았더니 이어지는 야단에 차분히 듣던 자세도 조금씩 거북해져 곤란해졌다.

"피임은 했지?"

슬슬 그렇게 지겨워질 즈음.

"커-헉!? 아, 아니에요! 아직 키스도, 못했는데…."

전화 너머로 묵직한 한 방이 날아왔다.

"후후-. 우리 아들이 뭐, 그럴  알았다. 엄마가 아는데, 여자는 남자가 아무리 좋아도 속으로는 리드해주길 바라는 생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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