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조잡한 덫(5) (14/107)



〈 14화 〉조잡한 덫(5)

"흥!"

역린을 건드렸는지 대뜸 화내고선 공격하는 말투에 하나하나 반박하기도 전에 가버리고 말았다.

"…야발련."

기껏  생각 해서 한 발언인데, 이렇게 되면 그 몸에 아직도 처녀인 여동생보다 먼저 남친의 동정을 받아 가고자 하겠단 가벼운 투정을 내심.

"동생 주제에…."

이게 겨우 약한 질투심에 불과해도 불씨가 기폭제에 발화하여 연료에 닿아 번지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예전부터 잠잠하면서도 착실히 쌓였던 크고 작은 감정이, 이윽고 친동생에게 고스란히 복수할 생각에 눈이 멀어버린 상황. 얄궂게 자매라고 취향까지 똑같아서 아무리 동생의 것이라지만, 건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야 과거 자신이 동생의 무지함에 당했던 일을 기억하여 그대로 돌려주고 싶단 욕심도 상당했으니까.

"…훗-."

뺏는 게 아니야. 단지 빌리는 거뿐. 자매잖아. 부모님 돌아가시고, 언니가 여태까지 보호자 노릇 하면서 내 삶을 양보했으니 남친 정도는 조금, 빌려줄 수 있잖아?

"…."

씻으려고 나왔다 복도에서 마주치니까 궁금해서 내뱉은 발언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사랑하는 남친의 동정을 자기보다 먼저 언니에게 선수를 빼앗길 상황을 직면했을 때의 패배감과 역시 언니에겐 어쩔  없단 사실을 내면 깊숙이 새겨주고 싶어 그런 상상을 하게 되면 몸이 오싹해지는 건 정말이지…불가항력이었다.

"힛-."

깔끔하게 올라간 입꼬리에 사악함이 물씬 묻어나는 느낌은 조금 꺼림칙하여 괜찮은 미모에도 선뜻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위기.

"-츕."

음흉한 계략을 이미 성공한 듯 입맛을 다시곤, 오직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하던 샤워라는 행위를 동생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어지자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하릴없이 노트북을 켜고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덕질을 시작하는데, 오늘의 주제는 중구난방했던 평소와 달리 일관되어 오직 오네쇼타물만 찾았다. 비록 소녀 본인이 이입하는 캐릭터처럼 쭉빵한 체형의 오네가 아니었지만, 그건 자신이 먹잇감 또한 실제로 쇼타가 아님은 마찬가지.

"…응-."

이렇듯 보이는 외관보다 상황을 즐겼기에, 당황하여 어수룩해도 누나의 몸에 쥬지가 이상해져 거근을 제대로 활용 못 하는 쇼타의 물건을 배려심 있게 이끌어주다가 차근차근 성욕 왕성히 거듭된 섹스로  페이지를 채우는 CG집을 봤다.

"흣-!"

망상이라면 누구나 신. 어떠한 세계도 정복했으며 모든 부와 명예를 누리고 탐구하는 분야의 정점인 자신은 누구 하나 넘볼 수 없을 만치 최고였다. 그런 공상의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추상적 형태.

"으-응…."

그것이 소녀에게선 그간 쌓였던 동생에게로부터의 질투라 허술하고 대책 없이 시작한 엉성하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흉계였음에도 성공을 자신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믿어 의심치 않은 건 소년의 첫인상에서 느꼈던 소심해 보임과는 살짝 달라 이건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안하무인 한 태도에 남을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이 옳다며 자만하는 무례한 자기중심적인 부류였다.

"-아……!"

덕분에 최근 흥미가 짙어져버린 취향에 자기만족을 지속한지 장장 한 시간이나 흐르고 나서야 살며시 가라앉은 기분. 인간관계에 있어 어쩌면 동생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해졌을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그런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로 오히려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마음이었다. 단지 그걸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 생각하면서 불태운 욕정에 동한 마음이 이내 행해버린 짓은 늦은 시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락을 취하는 거.

"쿠-훟, 쿡쿡."

머리로는 이미 여동생의 남친이 동생 몰래 함락되어 자신의 것이라도 된 양 판단해 버렸다. 거기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남친 곁에서 행복할 동생을 생각하니 갸륵하고 가여워져 배덕적 성향 짙은 부덕함에 자칫 새어 나올 뻔한 음습함.

─2019년 6월 8일 토요일─
1_오후 11:37_[방에 왜  와?]

아직 주문했던 물품이 도착하지 않아 다음 주에야 오겠지만,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왜 안 왔냐고 묻는 건 딱히 별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이라 그런 성격에 자주 일을 그르쳤음에도 고칠 맘이 없어 보였다.

함상명
[잔다길래 안 갔지]_오후 11:38

이런 시간이면 무시해도 좋으련만, 소년의 과하고 성실한 성격이 이런 실례마저 받아주었다.

오후 11:38_[ㅋ]

그런 소년의 대답이 우스웠는지 느낀 점을 그대로 보낸 비웃음.

오후 11:38_[동정이라 그런지 자는 여자 하나 덮치지 못하나 보네?]

소녀 스스로 위험한 발언이란 걸 모르지 않았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말툰 상대가 제대로 된 대꾸도 잘 못 하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란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고려하여 저지른 확신은 전혀 아니었다. 그저 소녀가 살아오면서 이런 행태를 취해도 제지하거나 교정해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

함상명
[용건이 뭔데?]_오후 11:38

"…노잼."

그나마 소년이 대처하는 방법이라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게끔 대화를 유도하는 거였다. 그게 먹혔는지 놀리는 맛이 없어져 막 위로를 끝냈음에도 심기가 좋지 않아진 소녀.

오후 11:38_[내일 와?]
함상명
[아니]_오후 11:38

"…칫-!"

나름 자신을 여자라고 자각해 유혹을 곁들인 초댈 망설임 없이 거부하는 칼답이었다.

오후 11:39_[공부?]

아까 동생에게 들었지만, 본인에게도 물어보는 건 확답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리 없이 대화를 진행하기 위함이 일목요연했다.

함상명
[맞아]_오후 11:39
오후 11:39_[성실하네]

반은 단어 그대로의 진심으로, 반은 그렇기에 답답하고 넘어오지 않아 질질 끄는 소년에게 짜증을 담아 대뜸 칭찬한 거였으나 지금까지의  좋은 행적이 있었기에 딱히 좋은 인상을 주긴 어려웠다. 별로 소녀는 그런 걸 바라고 말한 것 또한 아니겠지만.

함상명
[그래서?]_오후 11:39

"-…."

되려 의심을  반항적인 말투의 소년이 거슬려서 인내심 부족한 소녀에게 괴롭히고 싶은 욕구만 쥐여주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자신의 계획이 잘 흘러가지 않다는 사실 또한 상기시키곤, 아직 주도권이 자신에게 없음에 그것을 잡으려고 분주해지는 손가락.

"쿠-훅."

오후 11:39_[사진을 보냈습니다.]

어제 받은 사진을 보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기대감에 음침함을 흘리며 사진을 보냈다.

오후 11:39_[ⓘ삭제된 메시지입니다.]

그러고선 완전히 확인하기도 전에 지워버리는 이미지. 물론 찍힌 내용이라고 해봤자 남사친으로 추정되는 애들이랑 어깨동무하고 셀카를 찍은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도 딱 그 정도. 과하게 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섹파란 단어랑 연관 짓기엔 분명 무리가 있었다.

오후 11:40_[아, 실수 ㅋ]

그러나 이걸 어떻게 받아드리는 가는 본인 몫이었고. 사실관계를 서두르다 보면 곡해가 돼서 받아들일 수 있기에 그걸 노리고 보낸 계략이었다.

[봤어?]
[어때?]
[어제 희진이가 섹파들이랑 하기 전에 자랑삼아 나한테 보낸 건데]
오후 11:40_[물고 빨고 하려던 건데 제대로 보였으려나?]

없던 사실조차 과장해 착오를 불러일으키는 꿍꿍이.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던져버린 돌은 소년이란 수면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무척 기대감에 입술에서 번지는 웃음기가 마치 소녀의 추한 본질을 나타내는 거울 같았다.

"쿠후훟. 쿠훗."

이전처럼 건방지게도 금방 했던 대답이 없으니까 좋아서, 아마 타격이 심한 건지 번뇌에 빠져 고민하고 있을 소년의 모습을 상상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즐거움.

"훟……?"

그런 두근거림도 잠시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끈기가 부족한 소녀는 소년이 대체 뭘 하느라 답장이 늦어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오후 11:43_[말이 없네?]

1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아 화면은 보고 있다는 건데, 충격이 컸던 모양인지 답변 없는 화면.

오후 11:44_[엄청 신경 쓰이지?]
[아니]_오후 11:44

드디어 소년에게서 답이 왔으나, 이번에도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후 11:44_[ㅋㅋㅋㅋ진짜?]

속으로 비웃음 가득 머금은  괜히 강한 척하는 거로 생각하고 재차 물었으나 조용하여 먼저 움직이는 손가락.

오후 11:44_[제대로 확인하고 싶으면 내일 또 찾아와봐.]
오후 11:45_[마침 내일은 섹파들이랑 만나는 날이니까 나랑 같이 진상을 확인하면 되겠네?]

이야기하면 할수록 대책 없이 늘어만 가는 거짓말을 감당할 생각도 없이 내지르고 봤다.

오후 11:45_[어쩔래?]

설마 이럼에도 오지 않는다고? 란 생각에  오고 배길  있겠냐는 생각. 어찌 보면 대담하다고도 볼  있었지만, 실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자 자극적인 찌라시만 뿌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함상명
[몇 시에 가면 돼?]_오후 11:45

"쿠-헿!"

예상했던 것보다 질질 끌었던 작전에 희망이 보이자 승기를 잡은 듯이 터진 웃음.

오후 11:45_[그건 내가 내일 봐서 알려줄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직 동생이 내일 나간다는 것조차 확실하지 않았기에 알아보고 대답해주려는 속셈이었다.

함상명
[알았어]
[그럼 내일 연락줘]_오후 11:46

"쿠히히힣!!"

기어이 소년을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하여 발 동동 굴리며 기뻐하는 몸짓.

오후 11:46_[웅-♡]

여동생처럼 소년을 사랑하는 것까진 아니었으나,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외로움을 채워줄 상대가 필요했기에 소년의 방문은 남자의 정기를 뽑아먹을 생각에 기뻐하는 처녀의 그것과 비슷했다. 비록 현실은 자신의 망상을 채워줄 상대가 필요하여 벌인 무책임한 사단이었어도.

"쿠쿻, 귀엽긴…."

진짜 소년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헷갈리도록 침대로 몸을 던지고선 소년에게 느낀 감정이 새어 나와 다시금 하복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몸을 비비 꼬기 시작했다.

녀석과의 시간을 맞추려면 일단 비슷한 때에 일어나야 해서 알람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시각이 점심 이전이라 참으로 아이러니하여 자조하는 건 이런 게으름 때문. 곧 아무 일 없이 훌훌 털어 낼 양심이라 습관처럼 비몽사몽한 상태로 걸으면서 잠옷처럼 입었던 체육복이 조금 덥게 느껴져 세탁바구니로 대충 넣은  맨몸에 남은 속옷이라곤 오로지 팬티뿐이라 이것마저 벗어 던져 넣었다.

"…."

그렇게 이동한 욕실 바닥에 발바닥이 닿자마자 물기에 젖어서 흥건한 까닭은 필시 누군가 먼저 사용했기에. 그 누구란  당연히  명뿐이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되기에 미끄러지지 않게 샤워기 앞으로 이동했다.

"-."

앞서 데워졌기에 뜨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아까 조용했던 거실을 상기하니까 지 방에 있으려나 하는 예상. 하지만, 이래저래 욕실을 무질서하게 쓴 걸 보아 이미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기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대신에 눈길이 가는 건 빼곡히 쌓였음에도 사용하지 않던 샤워용품들이었다.

"음!"

암만 그래도 오늘은 처녀를 졸업할지도 모르는 날이니까….

"…?"

화장품도 잘 쓰지 않고, 트리트먼트니 컨디셔너니 정확히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대충 샴푸를 쓰고나서 추가로 바른 건 린스였다.

"흐-음."

하지도 않던 짓을 하려니까 욕심이 생겼는지 간략히 주무르다 흐르는 물줄기에 거품을 흘린 평소와 비교하면 꼼꼼하게 손가락 마디까지 긁으며 감는 머리. 이윽고 물에도 씻겨 내려가게끔 조물조물하다 바디워시로 몸 구석구석 꼼꼼히 닦아 샤워했다.

"쿳-."

이런 변화에 본인도 웃기는지 피식했지만, 아무렴. 거사를 치르기  마음을 비우고 몸을 깨끗이 한다고 했으니까. 혹시 몸에 남아있는 잔여물이 없는지 살펴보고는 수건으로 몸을 닦고서 선풍기도 강풍으로 맞추고 헤어드라이어를 집었다. 직접 귓가로 휘이이잉 바람소리를 들어본 게 얼마 만인지. 뜻밖에 느껴지는 감동은 그리 나쁘지 않아 가끔 이런 것도 괜찮아 보였다.

"후훗."

대략에 절반은 썩소였으나, 요즘 따라 묘하게 잘 웃는 자신. 앞으로 벌어질  때문일까? 만약 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항상 음침하던 딸의 표정이 밝아졌다며 좋아하실 거다. 하지만 이런 미소의 의미가 동생의 남친을 강제로 뺏어 이용하기 위해 꾸미는 짓을 망상하며 웃는 걸 모르고서 말이지.

"쿠-훗."

제법 오랜만에 만져보는 열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의 산뜻한 기분을 헤치고 싶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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