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조잡한 덫(2)
목구멍이 간지럽다. 갈증이 난다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라, 가렵다 표현하기도 그런 것이, 치약…같은 걸 내용물 통째로 삼킨 기분. 그래선지 깔끔하지 않고 거칠게 긁고만 가서 더 감질나는 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리 당황스럽진 않아 몇 번 겪었음에 간혹 이러긴 했는데, 그건 정말이지 간혹.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때밀이로 목 주변을 밀때, 마치 속까지 밀어내는 감촉이라 해결하지도 못해서 답답하기만 했었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도 마찬가지. 새벽에 이런 체험은 달갑지 않아서 심리적인 문제인가 의심하는데, 역시나였다. 다름 아닌 녀석의 토-크 때문.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것을 원인으로 삼는다면 녀석이 범인일 수밖에 없었다.
─2019년 6월 7일 금요일─
by특별공수
[다음 주에 와봐.]
[사진 보여줄게]_오전 12:47
이런 거 때문이겠지. 희진이와 진지한 대화 잊기로 했는데, 다시 꺼내 들고나오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1_오전 12:47_[보내주진 않고?]
사진도 봐서 오해인지 진짜인지 확인하고, 혼자서 끙끙 앓기 힘들면 차라리 보여주면서 이러이러한 사정을 말한다면 괜찮아질까?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by특별공수
[그럼 확실하겠지만, 나는 네가 사진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보고 싶은걸?]_오전 12:48
[미친 새끼] ◎ ▶
악취미다. 순수하고도 지독한…악취미.
[ ] ◎ #
"후-우…."
새벽에 중간에 깨는 것도 얘 탓인데. 밀려오는 짜증에 고민까지 겹쳐 차단하고 싶어도 선뜻 그러질 못하고 있다는 게 내 주 스트레스였다. 사실 이거 말고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지만.
1_오전 12:48_[그래..갈게]
체념하다시피 하는 답장에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갈 생각이긴 했지만, 이게 여간 화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뭐…기말이니까. 희진이랑은 서로 시험 끝나고 만나기로 했으니까 공부에 집중하자.
덕분이라고 말하기 뭣하지만, 기왕 일어난 김에 불을 켜고 덮어뒀던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거진 소설용으로만 사용하던 노트북을 오늘은 쇼핑하러 웹 페이지에 접속했다. 나이는 성인이 맞았으나 만으로는 아직이라 별수 없이 사촌 오빠의 주민을 빌려 접속한 사이트. 목적은 욕구 해소를 위한 탐방이 아니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작업을 위해 용품을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쿻-."
다짜고짜 시작한 계획 아래 안일했던 구상에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 진행되니까 어이없이 나오는 실소. 어설펐던 과정이었던 게 실전을 앞두니까 서서히 형체의 윤곽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
수캐를 다루려면 역시 볼개그가 필요하겠지?
밧줄을 묶을 줄 모르니까 대충 수갑이랑 목줄만 있으면 그럴싸할 거다.
"…아-!"
볼개그보다 더한…본격적으로 입을 벌리고 콧구멍마저 위로 들릴 도구를 보자마자 강렬해서 바로 시선이 꽂혀버렸다. 이미 마우스 커서가 장바구니에 넣어버리곤 상상해버리는 착용한 모습. 얼른 내 밑에 꿇게 하여 본의 아니게 개처럼 헐떡이느라 치욕스러운 표정이 보고 싶어졌다.
"쿠-후훗!"
[아무리 언니라지만 동생한테 질투하는 건 많이 그렇네]
[말도 너무 함부로 하고 말이야]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안 좋게 보니까]_오후 3:02
순박해 보이던 겉모습과 달리 메시지는 제법 반항적이라 오히려 가산점이 붙어 더욱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에 물들었다.
"후…."
건방지긴, 순진한 얼굴을 한 주제에…막상 마주하면 말대답도 제대로 못 할 거면서. 아니, 대면하지 않으니까 이럴 수 있는 거겠지?
[됐으니까 차단할게]_오후 3:04
웃기는 소리, 장난감 주제에.
[이런 늦은 시간에 연락하는 건 누구에게나 실례니까 비상시가 아닌 이상 가급적 하지 말아줘씀 좋겠어]_오전 12:16
쿻-, 귀여워.
[됐고, 용건이나 말해]_오전 12:16
애써 강한척해도 말이지…쿱!
[그딴 게 용건이면 다시 차단할게]_오전 12:17
건방져, 건방져 건방져…그런 얼굴로 이런 반항이라니…발칙하긴.
"아-읏, 하…."
순종적인 것이 다루기 쉬워 좋다고 생각했는데…거부하는 녀석을 내 것으로 만들려니까 재미가 생긴다는 점에 생기는 흥미.
[말해봐]_오전 12:18
[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놀리려고 그러는 거지?]_오전 12:18
"으-응…읏-!"
그런데도 순진한 발상과 행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끊임없이 기대감을 증폭시켜주었다.
[필요없어]_오전 12:22
[됐으니까 이것만 말해]
[지금 만나는 남자는 나뿐이지?]_오전 12:23
불안해하면서도 믿고 싶어 하는 여린 마음.
"응-…."
[장난치지 말고 알려줘]_오전 12:24
"흣-!"
숨길 수 없는 조바심에 귀엽단 생각도 물씬 들어 간지럽히며 만지던 속옷 아래 참지 못하고 손가락이 침범했다.
[알았어]
[집에 놀러 가는 날 갈게]_오전 12:25
결국,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방 안으로 끌어들이기까지 성공하기 직전.
[보내주진 않고?]_오전 12:47
[그래..갈게]_오전 12:48
"하-아."
체념한 말투에 고스란히 어두울 표정이 기대돼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 다리를 뻗고 오밀조밀하게 움키어버린 발가락이었다.
"어서 와 오빠."
마치 비가 올 것처럼 구름이 많았음에도 신기하게 시야가 확 트인 바깥, 뜨거운 햇살은 가려졌으나 무시하기 어려운 불쾌지수라 이마에 맺힌 땀방울 들키지 않게 훔치고서 벨을 누르니까 저번 주처럼 반겨주는 희진이를 보고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 내 사랑이 식었단 증거겠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란 상념의 근거로, 이번엔 떡볶이 대신 손가방만 한 인형을 준비했다. 어차피 점심을 먹기엔 오후라 늦지만서도.
"헤- 귀엽다. 모야 오빠?"
활짝 문을 열어 들어오라는 눈짓하기 이전에 마주치던 시선이 힐끗 아래로 내려가는 걸 보았다. 그 이유야 주려고 가져온 선물 때문이겠지만, 눈길이 아예 인형을 향해 머물렀기에 뭐냐는 질문은 척 봐도 하늘색 펭귄 형상을 보고 정말 순수하게 묻는 건 아닐 거라 마땅히 다른 대답을 생각…. 정확히 무엇이냐는 것보다 이걸 왜 가지고 왔느냐에 대한 확답을 바랄 거다. 여기에 수줍지만, 뻔뻔스럽게 대답하길 바라는 듯한 느낌도 조금…기분 탓일는지.
분명-, 오다 주웠다…라고 했지?
"…웅-?"
예습했을 때 혼자 들어 보니 오그라들 법한 대사를 막상 하려는 상대 앞에서 직접 말하려니까 입술이 몹시 떨어지지 않는데 여기다가 빤히 쳐다보는 순진한 눈망울까지 있어 더욱 우물쭈물….
"오다가…네 생각이 나서, 그냥…응."
하지만, 사랑스러운 희진이의 얼굴을 보자 구상하던 미사여구 전부가 흐지부지되어 사고가 원활하게 흐르기도 전에 갈무리하지 못한 속마음이 불쑥 튀어나와 버렸다.
나름 외우고 암기했었는데….
그러나 그 문장을 그대로 써먹기에는 얼굴이 금방 빨개짐에 꾹 다무는 입. 말해놓고도 엄청 쑥스러워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다.
"훕-! 뭐야 그게 오빠. 히힣, 고마워! 정-말 좋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인형을 내미니까 덜컥하고 무게가 빠져나가 쏘옥. 다행스럽게 좋아하는 반응에 얼굴을 보니까 달아오르던 뺨도 서서히 온도를 낮추고 흐뭇해짐에 입꼬리가 살살 올라가는 걸 부끄럽다고 마다하지 않았다.
"히히히히…귀엽다."
겨우 이런 작은 선물에 이렇게나 기뻐하니까 그동안 갈팡질팡하며 고민했던 자신이 우스워져 앞으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혹 이런 걸 챙겨오자 다짐하는 소소함.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네가 더 귀엽다고 말하려다가 머릿속으로만 고양된 기분을 자축하면서 그냥…, 지켜봤다.
"아, 내 정신 좀 봐. 밖에 엄-청 더웠지 오빠? 히히, 어서 들어와."
순간 가까워진 시선에 번뜩 이마에서 맺힌 땀을 손가락으로 건드려보곤 들었던 것이 사라져 머쓱해진 손을 잡아당겨서 끌려가는 몸.
"응-…."
머리로는 어어? 하는데, 몸은 바닥을 더럽혀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반응하여 서둘러 신발을 벗자 바로 복도로 들어섰다. 그러다가 다른 누군가…녀석, 언니의 존재에 대해 감추기 어려운 경계심에 둘러보는 주변.
"근데, 언니…분은?"
물어보면서 잠깐 고개를 뒤로 젖히니까 예쁜 디자인의 신발이 두 켤레 나란히 있는 걸 보아 적어도 바깥에 있을 거 같진 않았다.
"언니? 새벽에 깨어있던 걸 보면 지금은 아마 자고 있을걸."
희진이의 초대에 놀러 온 건데, 그 와중에 자기 방으로 찾아오라고 한 터라 혹시나 마주치면 저번처럼 불길하게 굴까 봐 싫어도 신경 쓰일 수밖에.
"근데 그건 왜 오빠?"
너무 녀석을 의식한 나머지 대뜸 희진이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떠올리지 못했다.
"아니, 집에 둘만 있으면…음-희진이 네가 불편하지 않을까 해서…."
부모님 이야기를 먼저 꺼내려고 했다가 불편해하는 기색이 떠올라 이번엔 언니에 관해서 물었는데, 어쩌면 이거야말로 달갑지 않은 질문이었을지도.
"여자애 집에 남자가 들어오면 그게 그,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인간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차면 그, 서 성적으로…나, 남자는 특히! 더 그런 게 왕성하니까…."
갑작스레 변명을 생각하다 보니 기억에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떠드는 자신이 존재했다.
"둘만? 성적? 그런 게? 히히-혹시 엉큼한 생각하는 거야 오빠?"
이런저런 두서없는 해명에 이미 도망가지 못하게끔 가까이 다가와 부담스러울 만치 사랑스럽게 빛내는 눈동자.
"앟, 아니 그게 아니라…그, 읏…."
내가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콕콕 건드리면서 오구오구 새침한 표정이 이젠 익숙하다 해도 반복된 경험으로 머리가 알았던 거지, 몸은 여태 적응하지 못해서 곧잘 장난치기 위해 순식간에 입꼬리 올라가는 걸 침을 삼키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야 이게 싫은 건 아니라서 대화의 화제를 슬쩍 넘길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난 오빠가 말하는 그 남자가 오빠였으면 좋겠는데."
"…엩?"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다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구실을 만들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혹여 내가 생각한 게 뭐냐고 물으면 어영부영 대답하다 말문이 막혀 히히 웃어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전보다 수위가 적나라하지 않아도 묘한 심상. 확실하게 반응하기도 어려워서 약간 껄끄러운 미소를 씰룩거렸다.
"만약 오빠가 그럴 용기가 있다면 말이지."
말 대신 몸짓으로 은근히 강조하여 딱히 맨가슴을 보여주지 않아도 안고 있던 인형을 잡은 채 두 팔을 열어 풍만한 가슴을 내밀어 취하는 몸놀림.
…꿀-꺽.
저도 모르게 삼키는 침의 소리가 너무나도 커서 들린 건 아닐까 하는 찰나에 동공이 의식할 만큼 크게 흔들렸다.
"우히힛-! 어때 오빠? 이제 좀 남자가 될 거 같아?"
유혹도 이런 유혹은 처음이라 당황한 표정 역력히 뒷걸음치다 보니 오히려 가슴을 내밀며 다가오는 육감적인 몸매. 분명, 분명히 옷을 입고 있음에도 야하다는 느낌이 강해 자칫 떡하니 보는 앞에서 발기해버릴 것 같아 다리 사이를 손으로 방어하며 움츠려도 눈은 본능적인 파괴력 앞에서 뗄 수 없었다.
"자- 오빠. 오빠가 말한 대로 여긴 우리 둘뿐이고, 나는 오빠의 여자친구야. 그 여자친구가 자신의 집으로 남자를 초대했지. 오직 둘만 있는…그리고 오빤, 내 앞에서 남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
집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인지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지한 분위기에 진심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조곤조곤하고도 강렬한 말투. 거의 소파에 눕혀진 채로 접촉은 없었으나 벗어나지 못하도록 두 팔로 나를 가두어 일어날 수조차 없게 되었다.
"엏, 으…."
무척이나 저돌적이고 급격한 희진이의 발진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닌 무언가. 소파의 쿠션이 뒤통수와 등에 딱 붙어 천장의 등을 가린 표정에 그늘이 졌음에도 무엇보다 밝아서 곧 잡아먹을 듯이 입맛을 다시는 혀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인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있지, 오빠. 나 혼자 떠드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상황과 내용만 보면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은데, 아직 털끝 하나 닿지 않은 신체. 대신 거리감은 코앞이라 마음만 먹는다면 이대로 전면 대부분을 서로 만질 수 있었다.
만져도 될까? 만져야 하나?
옷을 풀어 헤치거나, 그렇게 노출이 심한 옷이 아님에도 풍만한 굴곡에 맵시가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보이는 색기. 내가 그토록 참아왔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지 않을 거라 굳게 믿던 건지 항상 여유롭게 가지고 놀다가 오늘은 기어이 끝장을 보기 위해 온몸을 날카로움으로 무장하여 줄타기하는데, 그 곡예가 반동을 이용하여 튀어 오르기 위한 몸부림을 정말 서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