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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무례한 첫인상(1) (1/107)



〈 1화 〉무례한 첫인상(1)

의도치 않게 맡아버린 향기가 뭉글 차올라 진득하니 껴안은 것처럼 홀연히도 물씬.

"혹시, 긴장했어 오빠?"

안 그래도 사랑스러운 얼굴로 갑작스레 바짝-! 다가오면 켕기는  없다 한들 누구나 흠칫 놀라기 마련일 거다.

"아, 아니-! …응."

그에 비해 소심한 대답은 백번 천번 고치자 다짐했던 최우선사항이자 개선점. 속히 이르러 말하자면 열등감이었다.

"이히히히- 너무 무서워하지 마 오빠. 어차피 우리 둘뿐이잖아."

자주 자조적인 상상을 하여 분명 껄끄러운 표정이 드러났을 텐데, 싫은 내색하지 않고 살짝 엉큼한 표현을 대담히도 저질러주는 천진난만함 덕분에 거부감 대신 부푸는 부끄러움. 그야 또래보다 발육이 상당해서 나이답지 않은 과감함으로 간단히 넋을 뺏기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지만, 이건 여전히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쿡-! 귀여워, 에-힛!"
"흫?"

본인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양이라 풍만한 가슴 닿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아서 주저 없이 팔짱을 껴 놀라게 하곤 재밌다는 듯이 웃다가, 이내 그날 있었던 일을 두서없이 떠들며  반응을 즐겁게 감상. 간혹 도중에 다분히도 노골적인 스킨십과 태연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굴어 정말 나보다 어린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곤란하게 했다.

그야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절대 아니고….

"후-훙-. 너무 겁먹은  아니야 오빠?"

가까이 다가와 호기심 많은 눈망울로 유심히 살펴보더니, 아닌 척 매번 상태를 알아챈다. 내가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유독 콤플렉스인 별 차이 나지 않는 키로 인해서 눈동자에 비칠 리 없는 속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아닐까 싶은 유별난 걱정은 괜히 또 수줍어져 아직 적응   예쁜 얼굴 보고 무심코 창피하니 함박웃음을 터트릴까 봐.

"그-, 괜찮아…!"

그것 말고도 여자친구 집에 처음 놀러 가는데 긴장하지 않기란 어려울 거다. 망상에선 어느새 그렇고 그런 것까지 상상도 해봤지만, 실제로 우린 사귄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안 됐으니까. 고작 집에서 노는 거뿐이라며 마음 가볍게 먹으라고 했어도 만에 하나 부모님이 계실지 모르는 데 그리 쉽게 편해질 수 있을 리가…혹여 진짜 우리 둘만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곤혹스러웠다. 이런 고민을 아예 모르진 않아서 곤란한 모습을 기대하는 한편으로 부모님께선 집을 비우셨다고 했으니 안심하랬지만, 정말로 안도하자 음흉하다며 넉살 좋게 타박하는 건 약속된 소행.

그래서 사고가 이렇게나 과도히 쭈뼛쭈뼛한 거겠지.

"저-엉말?"

약한 모습을 보이자 기회라는 듯 재빨리 꼬투리를 잡으면서도 넘실넘실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  장난이란 사실을 강조하여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는 인상이 들었다.

"으, 응…."

이와 비교되게 놀림감이 되어도 반항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해서 숫기가 부족한 몸짓. 내심 연하의 여친에게 연상의 여유라던가 리드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도 현실은 서툰 대답이 최선이었다. 이런 탓에 자격지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변명했어도.

대체 뭐가 아쉬워서 이런 내게 먼저 고백해 좋아한다고 했을까?

과한 애정 공세에 의심은 사그라졌으나 본래의 성격상 겸연쩍은 태도는 쉬이 해결하기 어려웠다.

"괜찮아. 안 잡아먹으니까. 그게, 먹는 건 오빠잖아? 히히힛."

말라버린 침을 삼키려던 내게 두 손을 가슴 앞에 두곤 마치 먹이를 위협하는 고양일 흉내 내듯 겁주려 익살스레 손을 펼친 뒤 마디만 접는 가냘픈 손가락.

"읏-!?"

애교가 짙은 행색이라 기어이 꿀꺽하고 당황스러움을 삼키고 말았다.

"히히힛-…!"

시도가 만족스러운지 잔망스러운 눈짓과 시원스레 보이는 미소. 이대로 가다간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여기서  장 다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흐-."

이윽고 펼쳐질 양상은 늘 그랬듯이 당황한 날 보기 위해 풍만한 감촉을 앞세워 팔짱을 끼곤 키가 비슷한 지점에서 굳이  상체를 숙이곤 고개를 올려다봐 눈을 마주치면 미워할 수 없게끔 배시시 웃겠지. 처음엔 그저 당황한 나머지 곧장 벗어나려고 허둥대니까 자기가 싫냐는 둥 고집을 부리던 탓에 이도 저도 못 한 게 지금은 그나마 안절부절못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이후 여유가 될 때마다 들러붙어 원래 이런 성격이구나, 받아들이기로….

"역시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흫."

놀림당하면서도 싫지 않은 기분이란 참으로 오묘했다. 과거 왕따를 당했을  죽도록 싫었는데, 이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웃어넘길  있느냐 마느냐의 차이일까?

"들어와 오빠."

분명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사각에서 잠금장치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눈길을 내게 떼지 않은  문을 열어준다. 다행히도 계속 문밖에서 서성거릴  같은 예상이 빗나가자 들리지 않게끔 안도.

"…응!"

살며시 대답하며 당연히 초대해준 사람 먼저 들어가는 걸 기다렸다. 그러자 사소하게 멀어져가는 향기에 아쉬워하다 본능적으로 따라가는 눈이 뒤태를 빠르게 감상. 고작 이삼  되는 시간이었음에도 순간 확인한 뒷덜미가 가냘픈 게 야시시한 감정을 품게 하여 눈을 아래로 피하니까 거기야말로 진정 내면의 욕구에 불씨를 지피기 충분했다. 여름이라 그런지 가벼운 복장에 소소히 묻은 땀이 젖어 희미하고도 옅게 비친 것은 아마 브래지어 끈으로 추정되는 윤곽과 주위로 투과되어 드러나는 살결. 이따금 듣는 섹드립도 견디기 어색한데, 실질적으로 연상 되는 부분을 본의 아니게 봐버리니까 부끄러워서 머리론 더욱 고갤 숙여 피해도, 끝까지 눈동자는 신발을 벗은 양말의 발바닥 부분이 땅에 닿아 앙증맞고 색이 예쁜 복숭아뼈와 매끈하게 이어진 아킬레스건의 이어진 야시시함을 확인하고 말았다. 그러다 이런 흑심을 품게 한 상대방이 가볍게 뒤를 돌자 급히 결백하단 표정을 짓지만, 설마 들켰나 낌새를 보니 모르는 표정이라 안심.

"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러나 내심 야릇한 생각을 해버려서 찔리는 구석이 생기니까 서둘러 들어가 문을 닫았다.

"힣-! 웅."

찰나의 엉큼한 상념은 못 알아챘는지 순수하게 반겨주니까 괜스레 생기는 죄책감. 얼른 번뇌를 떨치고자 바닥으로 신경을 전환하니까 현관에 막 벗은 예쁜 운동화와 옆에 똑같고 색만 다른 운동화가 보여서 두 켤레나 살 정도로 이런 디자인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기회가  때 이런 색상의 디자인을 선물할까 고민도 잠시, 슬리퍼도 두 켤레에 구두도 둘. 심지어 샌들도 같은 디자인에 일관성 있게 분홍색과 초록색이라 들었던 의아함…은 금방 풀렸다.

"아, 깨 있었어?"

다른 사람의 출연을 알리는 목소리와 인기척에 고개를 드니까  다른 한 명. 얼굴이 희진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위기가 다르고 특히 체형이 달라서 섣불리 추측했을  아마 여동생인  같았다. 겉보기론 아마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사이. 희진이도 중학생이지만 학년이 달라 서너 살 정도 차이 나 보였다. 특히 대비 되는 점은 머리카락 길이인데, 단발인 희진이와 달리 동생은 긴 생머리. 그나저나 이제 오후 세 시인데 잘 잤냐는 인사를 하는 걸 보면 동생이 꽤 잠꾸러기인 모양이다.

"……."

반쯤 감긴 눈매엔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정색하고 있어서 섣불리 말을 붙이기엔 어려운 유형. 겉으로도 집에서만 활동하는지 편한 체육복에 정리하지 않은 머릿결은  일어난 듯 푸시시…성장기는 아직인지 손의 절반을 가린 소매와 바닥을 질질 끄는 바지 밑단, 그러면서도 용케 넘어지지 않은 걸 보니 이게 익숙해 보였다. 한여름에 저런 긴소매를 입으면 덥지 않을까 싶지마는…설마 희진이 걸 입은 거려나.

"후-."

집안 온도를 체감하니까 에어컨을 아낌없이 틀어 적당히 서늘했기에 오히려 이렇게 입은 듯했다.

"…-."

 잤냐는 인사에 대답은커녕 알아차리기 어렵게 느릿느릿 굴러가는 동공과 머리만 까딱하는  보아 먼저 말 걸기는 글렀다 판단.

"그래? 알았어."

성의 없이 끄덕이는 거로 대체 뭘 알았다는 걸까?

희진이가 대답하지 않았다면 동생이 무언가 행동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다. 가족이니까  수 있는 대화를 내가 모르는 건 당연해도. 학교가 다르다 보니 평소 대화를 나눌 땐 토-크를 이용하여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주고받았다. 데이트할 땐 영화나 산책 등 체험한 뒤 거기서의 화제가 전부. 나도 마찬가지지만, 가족에 대해선 굳이 꺼내지 않아서 자매가 있단 걸 몰랐다.

애초에 부모님이 사정 때문에 집을 비웠다는 것만 알려줬으니….

"아-, 음…."

그래도 일단 얼굴을 봤으니까 인사해야 하는데…쉽게 말을 붙일 기색이 아니었다. 정확히 내성적인 내 탓이겠지. 변명이지만, 솔직히 이럴 땐 희진이가 중개해 줘야 말문이 트일 수 있고 또 알려주는 처지에서 말하기가 편할 거다. 부끄럽게도 그래 주길 멀뚱히 기다리며 입술만 옴짝거리니까 더욱 어색해진 분위기. 더군다나 희진이도 애교 많은 평상시답지 않게 분위기도 그렇고 말투가 짧아져 사이가 별로 안 좋은 건가? 싶기도 했다.

"…인사해 언니. 내 남친."

사이 안 좋은 자매간의 신경전인지 그냥 쳐다보는 건지 손님 앞에서 칠칠치 못한 동생을 주시하다 드디어 무미건조하게 말문이 트이는데….

언니?

"-…."

짐짓 단정 지었던 것과 반대되는 관계에 살짝 당황한 나를 무표정하게 보더니, 천장에 불이 켜졌음에도 부스스한 머리카락의 밑은 그늘이 진  어두운 분위기라 아까보다 덜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건지 그냥 알았다고 끄덕인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태도에 몹시 어정쩡해졌다.

"아…안녕."

그래도 인사…한 거로 받아들이고 마저 대답.

"…어."

거의 들릴락 말락 해서 자그맣게 움직이는  모양만으로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는 걸 겨우 짐작할 수 있었다.

"하-…언니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래. 오빠가 이해해줘."

그런 우리 중간에 껴서 기껏 소개했는데 상태만 썰렁해지자 곤란한 얼굴. 억지로 웃음기를 머금으려 해도 경직된 어조까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

자기 동생이 얕잡아 보는 말을 해도 그다지 상관없는 모양이라 아무렇지 않게 구경하던 시선을 미련 없다는  치우자 애써 미소를 유지하던 희진이의 표정이 체념에 가깝게.

"언닌 진짜 친구 없는 아싸니까…혹시 실수를 저질러도 오빠가 이해해줘."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구태여 귓속말로 속닥이는 행위가 더 실례인 거 같지만, 설명이 몹시 단도직입적이라 쉽게 수긍하며 끄덕이고는 어서 들어오란 손짓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갔다.

"앉아 오빠. 마실 거 가져올 테니까 보고 싶은 거 보고 있어."

복도를 지나 거실로 데려오더니 소파에 앉혀서 티브이를 켜고 리모컨을 받자 대접을 위해 준비하러 가는 희진이. 어젯밤 집에서 같이 뭐 할까 하는 내용으로 실컷 토-크하느라 밤을 지새웠던  회상하니까, 리모컨을 쥐고도 버튼을 누르지도 않으면서 산만한 손가락과 뭐라 뭐라 떠드는 화면의 음성은 나와 동떨어진 채라 공연히 침만 한 번 삼켰다.

"후-우."

더불어 한숨도.  속으로 하는 신세 한탄이지만, 특출난 것도 없는 내게 분에 넘치는 여자친구가 생겨 그대로 집까지 초대받는  사귀고 있음에도 미처 발상이 안 됐다. 나아가서 결혼이라던가 그런 건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이러나저러나 현실감각 없는 자신에게 꿈인가 생시인가 구분할 수 있게끔 볼살 빨개지도록 꼬집.

"…읓-!"

역시 아프네….

"헤헿-."

눈물이 찔끔 나오지만, 대신 거짓이 아니라서 기분은 좋았다. 그러나 이건 매일 만남에도 좀처럼 잠식되지 않는 불안함에 따른 습관이라 만나자고 약속 잡히는 순간과 헤어지고 잠들기  당일을 회상할 때 확인하는 버릇 같은 거. 그만큼 어쭙잖은 내게 딱 봐도 인기 많을 법한 여자친구가 생겨서 만들어버린 실은 생시길 바란 확인과정이었다.

"뭐 재밌는 거  나와 오빠?"

결국, 꼼지락거리던 리모컨을 놓자마자 뒤에서 들리는 음성.

"아니, 그게 사실 내가 티비를 잘 안 봐서…."

컵과 과자가 담긴 그릇을 쟁반에서 옮겨 테이블로 내려놓는다.

"진짜? 아무것도?"

그야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다 하니까 굳이 티비를 볼 필요는 없지만, 안 본다는 게 그리 신기한 걸까?

"뉴스나 다큐멘터리라면 보는데…."

시사에 큰 관심이 있는  아니지만, 적어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 정돈 듣자 해서 아버지와 식사  때면 자연스레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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