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83화 좋아해(3) (83/85)



〈 83화 〉83화 좋아해(3)

위이잉..

폰이 진동을 하며 울리자 성민이 획인을 하기 위해 잡았다. 아마도 현준이가 자신의 생각이 궁금해 전화를 건 것이라 생각 되었다.

‘못 한다고 해야 하려나..’

물론 못 하는  아니다. 설아가 물어본 건 자신이 왜 나간 것이고 누굴 만나고 온 거냐였지 아르바이트에 대한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르바이트를 할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게 전화를 건 상대를 확인한 성민은 순간 놀랐다.


현준이가 아닌 바로 지수였기 때문이었다.

‘애는  왜 전화를 걸었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통화를 하기 위해 터치를 하여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지금 통화 괜찮아?]

“어, 괜찮아.”

[혹시... 집이야?]


“집인데..?”


[나 지금 너희 집 앞이거든.]

“어?”


성민은 저도 모르게 벙찐 목소리로 되물었다.

[너하고  얘기가 있어 온 거야. 잠시만 나와 줄 수 있어?]


“......”

[나오기... 힘들어?]

성민이 대답이 없자 지수가 다시금 되물어왔다.

잠시 동안 말을 하지 못 하던 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려갈게.”


[응...]

통화를 끝낸 성민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닫혀 있는 문으로 향했다.


막상 나가겠다고 하긴 했는데 설아가 알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그것도 걱정이었다. 일단 침대에서 일어선 성민이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지갑과 폰을 챙기고 문으로 향했다.

살며시 귀를 가져다 대어 거실의 인기척을 살피니 설아가 없는 것인지 조용했다.

‘방에 있나?’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틈에 잠시 나가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 성민은 순간 흠칫했다.


문을 열고 나간 순간에 화장실 문이 열리며 설아가 같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

“......”


잠시간의 침묵.

성민은 말없이 설아를 바라보았고 설아도 그런 성민을 바라보았다.


성민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곤혹스러운 가운데 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어디가?”

“어?”


“어딜 가는데 그렇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 온거야?”


“잠시 이 앞에...”


“이 앞엔 왜?”

“뭐 좀 사러갈 게 있어서.”


“슈퍼에 가는 거야?”

“그렇지. 혹시 살 거 있어? 있으면 가는 김에 네 것도 사올게.”


“음료수.”

“음료수?”

“캔음료 아무거나 하나만 사다줘.”


“알았어. 그거 말고는?”


설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나갔다 올게.”


현관으로 향한 성민이 신발을 신고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천천히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성민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순발력이 좋았어.’


순간적으로 현준이가 또 찾아와서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려고 했던  아파트 슈퍼에 다녀오겠다는 걸로 바꿔서 말했다.

한 번씩 슈퍼에 다녀오는 일은 자주 있었던 일이니 전혀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 사가지고 가야겠네.’


설아가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슈퍼에 들려서 설아가 사다달라던 음료수하고 아이스크림하고 라면을 사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라면은 자주 애용하는 기호식품이라 충분히 라면 때문에 슈퍼에 다녀올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야 설아가 믿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올라탄 성민이 1층으로 내려갔다.


층수가 바뀌고 드디어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내려서 정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며 아파트 밖으로 나온 성민이 계단을 내려와 주변을 살펴보니 오른편 한켠에 서있는 지수를 볼 수가 있었다.

지수역시도 성민을 보았는지 이쪽으로 다가왔다.

“조용한 곳으로 갈까?”

지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놀이터 벤치로 이동한 성민과 지수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곤 잠시 동안 대화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설아 때문에 온 건가.’


저번 희정이 때처럼 설아 때문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성민아.”

“응?”

말은 지수가 먼저 걸어왔다.

“오늘 현준이 만났다며.”


“어, 그랬어. 현준이가 말해줬어?”


“현준이하고 만나고 오는 길에 들린 거야.”


“아... 그래?”


둘은 사귀고 있으니 충분히 따로 만날 수 있다.

“아르바이트 같이 해보자고 권유 했었다며?”


“그래서 생각해보고 답해준다고 했어. 들어보니까  3일에 오전만 일해도 되고 일당도 좋아서 고민 중이야.”

“......”

다시금 지수가 말이 없자 성민이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성민아.”


“응?”

“설아 말이야..”

“......”

“너하고 설아.. 괜찮은 거지?”

“......”

“난 성민이 너도 그렇지만, 설아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설아가 그런  못된 마음을 먹게 된 건  책임도 있는 거니까...”


지수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친오빠인 성민을 설아가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 시작점은 아마도 현준이가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고 설아에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 였을 것이다. 여동생을 많이 아끼는 성민인 만큼  소식을 듣고 참지 못 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런 트러블이 생겨 싸웠던 것이다. 거기서 설아는 그런 오빠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신을 위하고 챙겼던 오빠였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런 마음이 커져서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다.

분명 설아가 성민을 오빠가 아닌 남자로 보게 된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현준이에게 고백을 하지 않았다면 설아는 지금 현준이와 잘 사귀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오빠인 성민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게 틀림이 없었다.


“설아가 널 많이 좋아한다고 해도 성민이 네가 잘 하면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 거야. 설아 역시도 그런 너의 행동을 보다보면 분명 지금은 아니라도 나중엔 느끼는 게 있을...”


“느끼는 거 뭐요?”

순간 성민과 지수가 놀란 얼굴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놀랍게도 설아가 서있었다.

“설아야?”


성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름을 불렀다.

지수 역시도 설아가  자리에 나타날 줄은 몰라서 상당히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그러는 사이 설아가 발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왔다.


“오빠가 계속해서 절 밀어내면 언젠간 제가 마음을 접고 포기 할 거라고요?”


“설아 너 설마 뒤따라 나온 거야?”


“왜? 그러면  돼?”


“뭐라고?”

“슈퍼에 간다던 오빠의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만 하려 했을 뿐이야. 그게 잘 못  거야?”

당황하는 성민을 뒤로하고 설아가 다시 지수를 바라보았다.

“언니, 언니가 현준이 오빠에게 고백해서 내가 차여서 상처를 받은 나를 위로해준 오빠를 보면서 좋아하게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언니를 탓하거나 현준이 오빠를 탓하진 않아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행이라니.. 설아 넌 그걸 다행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야?”

“당연하죠. 그런 일을 겪었기에 진정으로 나를 아껴주고 위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깨달았으니까요. 전 몰랐어요. 아니, 당연하게 여겼어요. 오빠가 나를 위해주는 그 행동들이. 오빠니까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당연하게 아니에요. 다른 친구들을 보면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생일이 되면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주고 아프면 어디 가지도 않고 옆에서 간호해주는  남매사이이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건  알았다. 하지만 오빠가 있는 다른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얘기를 듣고 믿을 수 없다거나 신기해했었다.

“저 정말 슬펐어요. 첫 데이트에서 현준 오빠에게 그런 말을 들었으니까요. 그때 오빠가 절 보고 집을 나섰을 때 전 오빠가 미웠어요. 괜히  때문에 오빠가 나서서 현준이 오빠에게 상처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찾아갔어요. 오빠가 실수 하지 않도록. 하지만 늦었고 전 오빠에게 해선  되는 말을 했어요.”


돌아오는 오빠와 마주한 자리에서 쓴 소리를 했고 마지막엔 실망했다는 비수를 꽂아버리고 지나쳐 가버렸다. 그리고 만난 현준 오빠에게 얘기를 다 들었다.

중학생  오빠가  경찰서에 가게 되었었는지.

자신을 얼마나 위하는지를 말이다.


설아의 시선이 오빠인 성민에게로 향했다.

바라보는 눈동자엔 진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설아의 눈빛에 성민은 뭐라 말을 못 하고 바라만 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설아가 다시 지수를 쳐다보았다.

“전 언니하고 현준이 오빠에게 지금은 별다른 감정은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 더분에 진짜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설아야.. 네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성민이는..”


“그게 왜요?”

“뭐?”

“오빠가 내가 남매인 게 뭐가 어때서요? 서로 좋아하면 되는  아닌가요? 내가 오빠를 사랑하고, 오빠도 나를 사랑하면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 왜 사회적으로 그러한 관계를 허용하지 않는지 설아 너도...”


“기형아가 문제라면 아기를 가지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꼭 기형아가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어요.”


설아의 대답에 지수는 충격을 받았다.

설마하니 저렇게 까지 대답을 한다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만약..그렇다고 해도 오빠의 아기니까...”


그리고 들려오는 설아의 작은 중얼거림.

순간 지수는 소름이 돋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