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77화 워터파크(4)
“자 가운데로 다리 모으고 양옆 손잡이를 잘 잡으면 됩니다.”
이번엔 따로 타지 않고 둥그렇게 둘러 앉아 가운데에 다리를 모으고 앉았다.
곧 움직이는 레일을 따라 튜브가 움직이며 서서히 물살이 흘러내리는 거대한 미끄럼틀로 나아갔다.
“두근두근 하지 않냐?!”
긴장한 유람이와 혜진이와 다르게 성민이가 분위기를 띄우며 소리쳤다.
“긴장하지 말고 즐겨! 이건 진짜 안 무서우니까!”
잠시 후 미끄럼틀 위로 올라간 둥그런 튜브가 중력에 따라 앞으로 미끄러지며 코너를 따라 돌기 시작했다.
“와하하하하!”
즐겁게 웃음을 터트리는 성민이 양옆으로 흔들리며 미끄러지는 튜브를 재밌게 즐겼다. 지수를 비롯한 현준이나 설아 역시 즐겁게 탔는데 혜림이와 유람이는 양손잡이를 꽉 잡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떠봐! 재밌다니까~!”
눈을 감고 있는 둘을 향해 성민이 말하자 지수도 걱정하지 말라며 거들었다.
“엄마...”
용기를 내어 눈을 뜬 유람이가 놀라며 움츠러들었지만 크게 비명을 내지르지는 않았다. 혜진이 역시 무서워하면서도 겨우 눈을 떴다.
“자 깔대기에 들어간다!”
드디어 메가스톰의 하이라이트인 거대한 원형 깔대기에 올라타며 크게 양 옆으로 흔들리며 구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또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야? 이거 꼭 변기통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지 않냐?”
“이상한 소리 하지마~”
“하하핫!”
천천히 양쪽으로 그네타듯 흔들리던 튜브가 구멍 안으로 빠지면서 출구로 빠져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안전요원이 튜브를 잡아당기며 멈춰세웠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지면에 내려섰다.
“진짜 재밌네~”
“이건 탈만했지?”
지수의 물음에 유람이와 혜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성민이에 이어 지수도 눈을 떠보라며 말을 하니 저항감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어 눈을 떴을 때 그 순간은 무서웠지만 수직으로 떨어지던 미끄럼틀에 비하면 확실히 덜 무서웠고 재미가 있었다.
“자, 그럼 다른 거 타러 가자~! 지체 할 시간이 없다고!”
바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성민이를 보면서 유람이가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성민이 쟤는 지치지도 않나봐.”
“지치겠니? 체육시간에도 제일 활발한 앤데.”
“그건 그래...”
쿡쿡 거리며 작게 웃는 유람이의 말대로 반에서 제일 에너지가 넘치는 애가 바로 성민이었다.
그렇게 다음으로 향한 곳은 튜브 라이드라는 기구로 두 명이서 앞뒤로 앉아 타고 내려가는 물놀이기구였다.
역시나 이 기구 역시 줄이 길어 꾀나 기다려야했지만 앞서 워터 슬라이드와 함께 메가스톰을 타면서 진을 뺀 유람이와 헤진이에게는 이렇게 휴식 타임을 가지는 것고 괜찮았다.
“그럼 어떻게 탈거야?”
이건 둘이서 짝이 되어 타고 내려가는 기구였다.
그러니 함께 타고 내려갈 사람을 정해야 했다.
설아는 성민을 힐끔 바라보았다.
내심 오빠가 자신과 함께 탔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성민이가 현준이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난 현준이랑 탄다.”
“뭐라고?”
순간 지수에게서 바로 반응이 왔다.
“그럴 줄 알았어~ 사귀는 사이 아니랄까봐. 바로 반응이 오네. 하지만 지수야. 이거 어떡 하냐? 난 너희들의 달달한 분위기를 눈 똑바로 뜨고 봐줄 수가 없는데 말이야.”
지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자 성민이 그런 눈길을 무시하며 유람이와 혜진이, 그리고 설아를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불만 없지?”
“난 찬성.”
유람이가 먼저 성민의 말에 동의했다.
“나도 그럼 찬성할게요.”
혜진이까지 동조하고 나서자 지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아 너도 찬성이지?”
성민이가 묻자 잠시 동안 바라보던 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현준아 너 나하고 타는 거 좋지?”
잠시 지수를 바라본 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 유람이 넌 혜진이하고 같이 타면 되고, 지수 넌 설아하고 타면 되겠네~!”
“왜 너 마음대로 정해?”
지수가 따지듯 묻자 성민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왜? 설아하고 타는 거 싫어?”
“아니, 그게 아니잖아.”
“그럼 됐네~ 불만 있으신 분 더 이상 없지요? 그럼 이렇게 가는 겁니다!”
단정 지어 버리는 성민의 행동에 포기했다는 듯 지수가 한 숨을 내쉬었고 유람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우리먼저 출발한다~!”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왔다.
앞자리엔 성민이 앉았고 뒷자리엔 현준이가 앉았다.
안전요원의 지시사항대로 따라 자리에 앉아 대기 하고 있다가 초록불이 들어왔을 때 그대로 출발했다.
“워후~!”
순식간에 미끌어 지며 타고 내려가자 성민이 크게 소리치며 즐겼다.
“정말 쟤를 누가 말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다음으로 유람이와 혜진이가 타고 내려갔고 마지막으로 지수와 설아차례가 왔다.
“우리도 타고 내려갈까?”
“네.”
자리에 앉아 대기한 후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며 신호가 오자 그대로 출발했다.
“꺄아앗~!”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듯 소리치며 스피드와 물세례를 즐겼다. 커브를 돌며 빠르게 내려가는 속도감이 정말 재밌었다.
순식간에 다 내려와 도착지에 안착하며 물이 크게 튀겼다.
대기하고 있던 안전요원의 손길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여~ 왔냐?”
웃으면서 반겨주는 성민을 설아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즐거운 시간은 참 빨리 간다고 누가그랬던가.
한 참 즐기고 재밌게 놀다보니 어느새 저녁 7시가 넘어서는 시각이 되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해가지는 것이 이제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오늘 즐거웠지?”
“응, 재밌었어.”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나도 그래.”
“다들 아쉬워 할 거 없어~ 다음에 또 한 번 날 잡아서 오면 되지~! 안 그러냐 현준아?”
“응, 맞아.”
“그럼 우린 이쪽으로 갈 테니까 다들 출입구 앞에서 만나자구.”
그리곤 현준에게 어깨동무를 한 채 남자 탈의실 쪽으로 향했다.
“오늘 놀면서 느낀 건데. 성민이가 있어서 분위기가 확실히 살았던 것 같아.”
“맞아요. 성민 선배가 제일 활기찼잖아요.”
“뭐... 반에서도 제일 시끄러우니까.”
성민이가 엉뚱한 면이 있고 좀 촐싹거리긴 해도 성민이 덕분에 오늘 분위기가 정말 활기찼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설아 너도 재밌었지?”
지수가 고개를 돌려 설아를 향해 물었다.
“네, 재밌었어요.”
웃으며 대답한 설아를 바라보던 지수가 작게 미소지었다.
“우리도 가자.”
각자 샤워를 하고 젖은 수영복을 정리한 후 옷을 갈아입은 후에 락커룸을 정리하고 나왔다. 먼저 나온 성민이와 현준이 여자애들을 기다리며 서있었다.
“성민아.”
“응?”
“고맙다.”
“엥? 갑자기 뭔 소리야?”
“오늘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뭐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 일부러 더 그렇게 행동한거잖아.”
“난 또 뭔 소리를 한다고.”
피식 웃은 성민이 현준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리곤 마치 학생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듯 진중하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현준아, 인생은 말이야. 즐겁게 살아야 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난 오늘 재밌게 놀기 위해서 온 거라고. 그러니 그런 깊은 뜻을 가지고 고맙다느니 할 필요가 없단 말이야. 알겠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너 내말 똑바로 알아들은 거 맞냐?”
“무슨 얘기를 그렇게 나눠?”
그때 저쪽에서 들려오는 유람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여자애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것저것 인생에 대해서 진중한 대담을 나누고 있었지.”
“진중한 대담은 무슨...”
“어? 지수 너 나 무시 하냐? 이거 가슴 아픈데? 날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
“네네~ 어련하겠어요? 자, 다들 모였으니 어서 가자.”
“야, 기다려봐. 이건 똑바로 네가 나에 대해서 인식해야 할 문제라고! 그렇게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니야!”
“네네~”
투닥거리며 걸어가는 둘의 모습에 뒤에서 바라보던 현준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로 지수와 성민이의 관계가 틀어져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었던가. 다시는 이런 관계가 회복 되지 않을 줄 알았다.
‘응?’
시선을 바라보던 현준의 눈길이 설아에게서 잠시 머물렀다.
그도 그럴 것이 설아가 지수에게 따지고 있는 성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뭔가 따갑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뭐지?’
분명 재밌게 놀았고 별일이 없었는데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곧 시선을 돌리는 설아의 모습에 의문을 느끼며 바라보던 현준은 별 거 아닐 거라며 넘겼다.
오늘만 해도 성민이와 설아는 여러 번 티격태격 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평상시에도 늘 보아왔던 모습들이라 가볍게 넘겼었다.
‘내가 과민반응 한 거겠지.’
이 역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