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74화 워터파크
“오빠.”
설아가 잠들어 있는 성민을 흔들어 깨웠다.
그렇게 두 어 번 반복하던 설아가 심술이 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계속 그렇게 잘 거야? 밥 다 차렸어. 안 일어나면 뽀뽀해버린다?”
계속해서 흔들어도 안 일어나자 가까이 다가간 설아가 과감하게 성민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했다.
“지금 일어났어.”
고개를 숙이며 다가가려는 순간 부스럭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성민의 행동에 결국 설아는 목표를 이루지 못 했다.
“방학이라고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구. 어서 잠 깨고 나와. 밥 다차렸으니까.”
“알았어..”
설아가 나가고 작게 하 품을 한 성민이 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27분.
벌써 정오가 다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머리를 긁으며 입맛을 다신 성민이 침대에서 내려서 거실로 나갔다. 이미 식탁엔 설아의 말 대로 아침상이 다 차려져 있었다.
“어서와 오빠.”
자신을 부르는 설아를 향해 다가간 성민이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상에 차려진 반찬들과 국을 확인했다.
“냉국이네?”
“응, 날씨가 많이 덥잖아. 그래서 시원하게 냉국을 끓인거야.”
“냉국좋지.”
숟가락을 들어 한 모금 떠먹은 성민은 시원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이번엔 밥 한 숟갈을 퍼서 먹고는 젓가락으로 오징어볶음을 집어먹었다.
“이거 오늘 볶은 거야?”
“응, 오빠 잘 동안 볶았어. 오빠 오징어볶음 좋아하잖아.”
“날씨도 더운데 고생했네.”
“괜찮아. 늘 하던 요리인 걸.”
성민의 칭찬이 기분이 좋은 듯 생긋 웃은 설아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너도 먹어. 보지만 말구.”
“오빠 먹는 거 보고.”
자신이 한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게 기분 좋은 것일까. 식사를 하는 성민을 바라보는 설아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런데 오빠.”
“왜?”
“아까 전에 일어난 게 내가 뽀뽀하려고 해서 일어난 거 아니지?”
“아니야. 원래 일어나려고 했는데 때 마침 설아 네가 뽀뽀를 하려고 했던 거야.”
“진짜? 거짓말 같은데.”
뺨을 부풀리며 뾰루퉁하게 바라보는 설아의 시선에 성민이 손을 저었다.
“진짜 라니까. 거짓말이면 시험해 볼까?”
“실험 할 게 뭐 있어. 이미 일어났는데. 밥이나 먹어.”
그 제서야 설아도 숟가락을 들었다.
맛있게 식사를 끝내고 다 먹은 식기를 싱크대에 내려놓은 성민이 정수기에 물을 한 잔 받아먹고는 욕실로 향했다.
“나 씻을게.”
“응, 오빠 씻을 동안 설거지하구 차 준비해 놓을게.”
“땡큐.”
욕실로 들어간 성민이 칫솔에 치약을 묻혀 이빨을 닦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설아를 위하는 게 뭘까...’
성민은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 하고 잠자리를 설쳤다. 희정이 다녀가고 난 후로 많은 생각과 상념이 성민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물론 자신 역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설아의 그런 행동을 막으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부하면 얼굴을 보지 못 할 거라는 설아의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끝내 선을 넘는 것을 막지 못 했다. 만일 그랬다가 정말 설아가 잘 못 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설아가 바라는 대로 모두 받아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인 걸까.
정말 이런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설아의 미래를 위해서 이로운 것일까.
지금은 지수하고 희정이에게 들켰다.
하지만 앞으로 또 누구에게 설아와 이런 사이라는 것을 들킬지 몰랐다.
지수가 엿들을지도 예상 못 했고, 희정이가 뒤에서 미행하며 지켜 볼 것이라고도 예상 못 했었다. 나중에 둘에게서 얘기를 듣고 들켰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넌 정말 해선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거야.
자신이 먼저 설아를 끌어들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론 적으로 설아를 막지 않은 것은 자신이다. 그러니 변명이 될 수가 없었다.
설아는 동생이고 자신은 오빠다.
여동생이 그런다고 오빠가 잘 못 된 길로 따라가선 안 되는 것이었다.
알았다면 그러지 못 하도록 이끌어 주는 게 오빠로써 해야 할 일이다.
사실 설아가 깨울 때도 성민은 이미 깨어나 있었다. 그러다 설아가 뽀뽀를 하려 하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뽀뽀를 하려는 설아의 그 행동이 성민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저렇게 당연하게 자신에게 뽀뽀를 하려는 것이 자신이 받아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해란 말인가.
이미 선을 넘어버린 마당에 어떻게 설아를 만류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자신 역시 설아를 여동생이 아니라 ‘여자’로 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설아와의 키스와 달콤한 나눔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마치 정말 여친을 대하는 것처럼. 그리고 계곡에 가서 여자친구로 소개 할 때도 기분이 좋았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빨을 다 닦은 성민이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톡...톡톡.
물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성민은 가만히 거울속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한 동안 거울을 바라보던 성민이 다시 세면대의 물을 틀어 세수를 했다. 그리곤 수건을 꺼내 닦으며 거실로 나왔다.
“다 씼었어?”
이미 설아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응.”
“수건 놔두고 여기 와서 오빠도 차 마셔.”
세탁기에 수건을 던져 넣은 성민이 소파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그리곤 앞에 놓여 있는 얼음이 띄워진 아이스 녹차를 마셨다.
“좋다...”
“뭐가?”
“이렇게 오빠하고 함께 하고 있는 게.”
성민이 다시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오빠, 내일 모레 워터파크에 가는 거지?”
“응, 수요일에 가기로 약속 했으니까.”
“그날 나 비키니 들고 갈게.”
“비키니?”
“응, 오빠 내가 비키니 입은 모습 좋아하잖아.”
“아...”
“혜진이가 은근히 몸매가 좋거든? 가슴도 크고. 그리고 걔도 대담할 때가 있어서 아마 나처럼 비니키 들고 올 거야.”
“혜진이가?”
“그렇대두? 내일 모레 만나서 봐봐. 혜진이가 수영복 뭘 들고 오는지.”
“음...”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목소리를 내는 성민의 모습에 설아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성민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야! 뭐냐? 갑자기 왜 꼬집어?”
“오빠 방금 혜진이 비키니 입은 모습 상상했지?”
“안 했거든?!”
“거짓말!”
“진짜야!”
“정말?”
“그렇다니까? 아오..! 엄청 따갑네...”
“앞으로 조심해 오빠. 나 그날 오빠가 어떻게 쳐다보는지 다 감시 할 테니까.”
“재밌게 놀러가서 감시는 왜 하냐?”
“해야 돼. 오빠가 허튼 생각하는지, 눈길을 주는지 네가 다 지켜볼 거야.”
그러니 헌튼 생각 절대 하지 말라는 듯 새침하게 쳐다보는 설아의 시선에 성민이 입맛을 다셨다.
“오빠 내가 이런다구 화나는 거 아니지?”
“왜? 화난 것처럼 보이냐?”
“오빠 이런 걸로 잘 삐지잖아.”
“아니거든?!”
“알았어~ 내가 꼬집은 거 미안해. 그 대신 보상으로 뽀뽀해줄게.”
그러더니 얼굴을 가까이한 설아가 성민의 뺨에 입을 맞추려했다. 순간 당황한 성민이 물러서다 그대로 녹차를 흘리고 말았다. 아니, 쏟고 말았다.
“앗!”
컵이 흔들리며 쏟은 녹차에 당혹스러워 하는 성민을 보며 설아가 티슈를 한 번에 여러장 뽑아서 젖은 옷을 닦아주었다. 갑자기 오빠가 녹차를 쏟으니 설아 역시 적잖이 놀란 듯 했다.
“이거 속옷 갈아입어야겠네.”
흔들리며 흘린 것이 적은 양이 아니어서 그런지 바지는 물론 팬티까지 축축하게 젖었다.
“설아야, 나 옷 갈아입고 올게.”
“응...”
컵을 탁자에 내려놓은 성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설아가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바지와 팬티를 갈아입은 성민이 다시 나와 세탁기에 담고는 소파로 와서 몸을 앉혔다.
“오빠.”
“응?”
“갑자기 왜 그래?”
“뭐가?”
“아까 전에 깨울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왜 그렇게 내 뽀뽀를 거부 하는 거야?”
“야, 갑자기 꼬집다가 그러니까 놀라서 그런 거지. 누구라도 그 상황에 그렇게 해봐 다 당황하지.”
“진짜?”
“그렇다니까? 설아 너 날 그렇게나 못 믿어?”
똑바로 쳐다보는 성민의 시선을 잠시 동안 바라보던 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었어.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믿어줄게.”
내심 긴장했던 성민은 설아가 다행이 넘어가주자 속으로 안 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아침.
이미 약속장소인 지하철역 앞에서 기다리던 현준이와 지수, 유람, 그리고 혜진이가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씩 손목 시계를 확인하며 기다리며 처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
그때 저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성민이 터덜터덜 걸어오며 반가운 얼굴로 손을 들고 있었다.
“야~ 빨리와!”
소리치는 지수의 말에도 터덜터덜 걸어간 성민이 여유로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