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1화 계곡(7) (71/85)



〈 71화 〉71화 계곡(7)

“아쉽지만 오빠하고 별일 없었어요.”


“진짜? 거짓말 아니고?”

내심 기대하고 있던 다희가 별일 없었다는 설아의 말에 미심쩍다는 듯 되물었다. 저 작은 텐트에 단 둘이 서 잤는데 아무 일이 없었다니. 당연히 믿음이가지 않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에요. 오빠하고 얘기 좀 나누다가 그렇게 잤어요.”

“너 부끄러워서 거짓말 하는 거 진짜 아니지?”

“다희야 설아가 넌  알아?”


“아니 보통은 그렇게 둘이 자면 조용히 지나가지 않는 게 정상이잖아.”

“그건 다희 너와 치호니까 그런 거고요.  똑같진 않네요.”

“이해해 설아야. 다희가 상당히 대담해서 그래.”

“괜찮아요.”


웃으면서 대답한 설아 였지만 사실 이미 계속에서 대담한 행동을 벌인 뒤였다. 다만 그 일을 솔직하게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오빠하고 단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아침산책을 하고 돌아온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계곡에 놀러온 것인 만큼 본격적으로 휴양지를 즐기기 위함이었다.


설아 역시 비키니로 다시 갈아입고  위에 티를 입었는데  모습에 치오가 놀라며 감탄했고 다희가 그런 치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원래는 단 둘이 조용히  생각이었지만 뜻 하지 않은 대학생 커플들과 만나 어울리게  설아와 성민은 처음 가졌던 불편감은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재밌게 어울려 놀았다.

특히나 성민은 치호와 아주 죽이 잘 맞아서 다희와 설아를 놀리며 신나게 계곡물에서 놀았다.


둘이서 좋은 시간을 보내지  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울려 놀고 즐긴지 제대로 놀러온 느낌이 들어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한 번이긴 하지만 뜨거운 시간도 보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네.”

“그러게.”

이제 짐을 정리하고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희를 비롯한 일행들이 모두 아쉬워했다. 그렇게 짐을 정리하고  후에 함께 가림계곡을 내려왔다.

“너희들 대중교통 이용했지?”


치호의 물음에 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하고 같이 가자 서울까지 태워줄게.”


“진짜요?”


“그럼. 이것도 인연인데 방향도 같고 태워주지 못 할 이유가 뭐가 있어.  그래?”

“맞아.”

다희역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세좀 지겠습니다.”


“짐은 트렁크에 실어.”

치호의 말대로 배낭과 함께 짐들을 모두 트렁크에 실었다. 하지만 짐이 적지 않아 준태와 민수의 차량에도 짐을 나눠 실어야 했다.

그렇게 치호의 차량의 뒷좌석에 올라탄 설아와 성민은 올 때와 다르게 편안하게 서울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집까지 바래다 줄  있는데.”


“괜찮아요. 여기까지 바래다 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데요.”

“그래,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만나자.”


“네, 형.”

“설아도  지내.”

“그럴게요, 언니.”

다른 치호와 다희에 이어 준태와 수정 민수와 슬기와도 인사를 한  헤어졌다.

시아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설아가 입을 열었다.

“오빠, 재밌었지?”


“응.”


“계획 했던 대로 논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 언니 오빠들 좋은 사람들인 거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말 즐겁게 어울리며 놀았다.

둘이서 논 것은 잠깐이었지만 그래도 전혀 별로였다거나 그런  없었다. 제대로 피서를 즐기고 온 기분이었다.

“그럼 우리도 가자.”

“응.”


택시를 잡아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성민과 설아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어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기들은 내가 치울게, 오빠.”


성민이 텐트와 같은 물건들을 정리하는 동안 설아는 반찬통부터 시작해 사용했던 식기들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해 싱크대로 가져가 설거지를 했다. 둘이서 같이 짐을 정리하니 30분도  되지 않아서 모든 걸 끝낼  있었다.

“오빠 거실에 앉아있어. 차 끓여서 갈게.”


설마의 말 대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거실 소파에 앉은 성민이 리모컨으로 티비 예능을 틀어놓았다. 여름휴가시즌이라 그런지 다른 지역으로 놀러가는 그런 예능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오~ 아이스 커피네?”


“응, 덥잖아.”

설아가 준비한 것은 얼음이 띄워져 있는 아이스 냉커피였다.

“어디.”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니 과연 맛이 좋았다.

“카페에서 일한  이럴 때 써먹는구나?”

“자격증이 없을 뿐이지 바리스타 못지않다구.”


설아의 거드름에 성민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주말에 영화 보러 갈까?”


“영화?”

“응. 아르바이트도 이제 안 가는데 데이트도 하고 좋잖아. 어때?”

“찬성!”


“그럴  알았어.”


“그럼 영화 뭐 볼지는 내가 정할까?”

“차차 준비하면 되지. 그리고 영화만 볼 것도 아니 잖아?”


“그건 그래.”


모처럼 둘만의 데이트다.

계곡에서 둘이서 제대로 못 보냈으니 이번 주말에 제대로 연인분위기도 내면서 데이트를  생각이었다.


“정말 좋다.”


“좋다고?”

“응, 이렇게 오빠하고  함께 할 수 있잖아.”

살며시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오는 설아의 행동에 성민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오빠.”

“응?”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줄 거지?”


뛰는 심장을 느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설아를 바라보던 성민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당연하지.”


그리곤 살며시 손을 뻗어 설아의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



“영화시작하겠다~!”

손을 닦으며 나오는 성민에게 설아가 뾰루퉁한 얼굴로 핀잔을 주었다.

“아침에 잘  먹었는지 신호가 세네.”

“오빠만 다른 거 먹은 게 아니라구. 그리고 내 요리가 이상하다는 거야?”

뾰루퉁하게 올려다보는 설아의 눈빛은 상당한 불만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니, 그냥 그렇다고.”

그런 설아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얼버무리는 성민이었다.


“빨리 가자 오빠. 영화 시작하겠어.”


이번 한 번만 넘어가준다는 듯 바라본 후 재촉하는 설아의 말에 성민이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넘어가 줄  구렁이 담넘어가듯 지니가면 되는 것이다.

영화관에 들어가니 과연 영화가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휴대폰 불빛을 이용해 자리를 찾아 들어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나가 앉았다.

“봐, 조금만 더 늦었으면 시작 할 뻔 했지?”

“안 늦었으니 됐네.”


성민의 말에 설사가 얄밉다는 듯 바라보았다.


곧 영화가 시작되었고 성민도, 설아도 영화에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내부가 밝아지며 크레딧이 올라갔다. 하나 둘 관람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빠져나갔지만 성민과 설아는 계속해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지막 장면 대단했지?”

“그렇게 튀어 나올 줄은 몰랐어.”

“공포영화는 그런 맛으로 보는 거지.”

죽은  알았던 괴물이 마지막에 다시 튀어나오며 주인공을 덮치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설아 역시 크게 놀랐는데 성민은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면서 귀여웠다.

“오빠는 그런 맛에 보는 거겠지만  이렇게 깜짝 깜짝 놀래켜서 공포영화 보는  힘들어.”

사실 설아는 공포영화를  보지 못 한다.


다만 오빠하고 같이 관람하는 것이기에 본 것이었다. 무서워도 오빠하고 같이보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앞으로 무서우면 말하렴. 내가 성심껏 손으로 눈을 가려줄 테니까.”


“오빠는  놀리는 게 재밌어?”

뾰루퉁하게 바라보는 설아의 눈빛에 성민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고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을 나섰다.


다 먹은 음료수통과 팝콘종이컵은 쓰레기통에 담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 설아가 성민에게 팔짱을 끼며 달라붙었다.

“오빠, 우리이제 뭐 할 거야?”

“글쎄.”

“치, 뭐야. 아무것도 생각 안 한 거야?”


“농담이고, 데이트 코스는 짜두었으니까 가자.”

실망했던 설아가 이어진 성민의 말에 새침하게 노려보았다.

“오빤  놀리는 게 재밌어?”

아니라고 할  알았던 성민은 오히려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재밌지.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질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너무해!”


울상을 짓는 설아의 모습에 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설아 네가 귀여워서 그런 거니까.”


“내가 귀여워서 그런 거라고?”

“뭐... 그렇지.”


콧등을 긁으며 머쓱해 하는 성민의 모습에 잠시 동안 올려다보던 살아의 입가에 작은 웃음기가 머금어졌다.


“기분 좋네.”


“기분 좋다고?”


“응... 오빠가 나 귀엽다고 하니까.”

“......”


무안해 하는 성민의 모습에 설아가 결국 쿡쿡 거리며 웃었다.

‘오히려 한번 씩 보이는 이런 모습의 오빠가  귀엽다는 걸 자기는 모를 거야.’


여동생이 오빠에게 귀엽다고 하는 게 올바른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설아의 눈에 이런 부끄러워하는 오빠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사랑스러웠다.


“가, 오빠.”

강하게 팔짱을 껴오며 달라붙는 설아의 행동에 성민이 저도 모르게 살짝 움찔했다.


“어...”


그렇게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걸음을 옮기는 설아와 성민이 영화관에서 멀어지는 가운데 한 쪽에서  모습을 의미심장한 얼굴로 지켜보는 인영이 있었다.


물론 걸어가는 성민과 설아는 전혀 그런 것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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