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0화 계곡(6) (70/85)



〈 70화 〉70화 계곡(6)

“음...”


얼마나 잠을 잤을까.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잠에서 깨어난 성민이 텐트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물러가고 밝아져 있는 것을 보니 아침인 듯 보였다.


‘내가 얼마나 잔거지?’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팔을 뻗어 한 편에 놓여 있는 폰을 찾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 했다.


시간을 보니 7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언제 잠들었는지는 알  없었으나 설아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대로 골아떨어진 것은 확실해 보였다. 다시 폰을 놔두고 누워 있던 성민이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텐트 안이 넓지 않아 설아는 자신의 품에 안기듯 그렇게 잠들어 있었다. 가늘게 숨소리를 내뱉으며 잠들어 있는 모습을 잠시 동안 그렇게 바라보았다.


‘자는 모습 귀엽네.’

작게 숨을 고르며 웅크린 자세로 잠들어 잇는 설아의 모습이 뭔가 고양이 마냥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로 했으면 나도 마음을 확실히 다잡아야 하는 건데.’

그날 자신의 품에 안기어 진심으로 고백을 해오는 설아에게 성민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결국 받아드리기로 결단을 내렸었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설아의 마음을 거절   없었던 탓이었다. 만약 거기서 거절을 또 한다면 설아는 정말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  수 없었다. 다만 다시는 자신의 얼굴을 못 볼 것 같다는  말이 성민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심어주었었다.


그래서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설아의 마음을 받아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현재까지 이렇게 오게 되었다.

‘아직은 쉽지가 않네.’

잠들기 전에 설아가 날 아직도 여동생으로만 보이냐는 말에 성민은 확실하게 대답을  했다. 실제로 설아를 이성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동생이 아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답을 하는 성민의 목소리가 떨렸던 것이다.

‘미안하다.’


아마 자신이 말 더듬는 것을 보고 설아는 조금 서운했거나 실망을 했을지 몰랐다. 물론 성민 역시도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자신의 생각처럼 따라주지를 않았다. 오랜시간 동안 남매이자 여동생으로써 설아를 아껴왔는데 하루아침에 이성으로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여동생을 이성으로 본다는 것이 정말로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설아가 이쁘고 귀엽다고 해도 여동생이었다.

하지만 설아는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을 오빠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정말로 이젠 남자친구로 보고 있는 듯 했다. 물 밖에서 관계를 가질 때도 설아는 부끄러움은 있었을 지언정 그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체위를 따라주었고 마음껏 교성을 내뱉으며 즐겼다. 오빠로써가 아닌 남자친구로써 받아드리고 있기에 그렇게 즐기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노력해야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버스는 떠나간 후였다. 여기서  후회하고 미련을 가져보았자 바뀌는 것은 없었다.

성민이 웅크린 자세로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설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오빠...?”


손길을 느꼈던 것일까.

잠들어 있던 설아의 눈이 살짝 떨리더니 살며시 떠지며 고개를 들어 바라보며 성민을 찾았다.


“미안, 깼어?”


“응.”

작게 대답한 설아가 천천히 눈을 비비고는 다시 성민을 바라보았다.

“오빠는 언제 일어난거야?”

“아까 전에.”


“그럼 일어나서부터 계속해서 날 보고 있었던 거야?”

“그런 셈이지.”

“왜?”

“왜 냐니.”


“왜 날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눈을 깜박이며 물음을 던지는 설아의 말에 성민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곧 무슨 생각이 든 것인지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자는 모습이 귀여워서.”


“치...”

살짝 시선을 피하는 것이 아마도 자신의 말에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싫지는 않은  보였다.


“지금 몇 시야?”

“7시가 넘었어.”

시간을 묻고는 잠시 동안 성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설아가 고개를 들어 텐트 한 쪽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깼나보다.”

“그러게.”

작게 들려오는 소음은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도 나갈까?”


같이 아침을 먹기로 했으니 이왕 껜거 지금 나가도 괜찮을 듯 했다.

“그전에...”

설아가 성민에게 다가가 살며시 입술을 맞췄다. 이채를 띠며 바라보는 성민을 향해 설아가 수줍게 웃음 지었다.


“모닝키스.”


내심 부끄러움을 타면서도   다하는 설아 였다.

“일어났냐?”


텐트를 열고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오는 성민을 보며 불판을 달구어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고 있는 치호가 인사를 건냈다.

“형은 아침부터 고기 구워요?”


“고기 먹는데 낮과 밤이 어디있냐? 먹고 싶으면 먹는거지.”


그에 대해선 성민도 동의 하는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아는 일어났니?”


밥을 짓고 있던 반바지 차림의 수정이 물음을 던져왔다.

“네, 곧 나올 거예요.”

“너희들도 씻고 아침 먹을 준비해.”

“도와 줄 거 없어요?”


“괜찮아. 아침은 간단하게 먹을 거니까.”

“고기하나면 다른 반찬이 필요가 없지.”


“그럼  고기만 먹어. 다른 반찬은 먹지말고.”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필요 없다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사람이 어떻게 고기만 먹고 살 수 있어? 짭짤한 거 좀 먹으면 달달한 것도 먹고 그래야지.”


“하여간...”

티격태격하는 다희와 치호의 모습에 성민은 저 둘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모습이 정감이 가는 게 뭔가 자신과 설아가 티격태격 하는 듯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그럴지도 몰랐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설아가 아침을 준비하는 언니들을 도왔다. 아무리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얻어먹을 수는 없다는 게 설아의 생각이었다. 당연히 성민 역시 형들을 도왔다. 설아가 저렇게 나서는데 자신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대충 아침이 만들어지고 모두 자리에 착석해 앉았다.

“아침부터 고기 많이 먹으면 안 좋아.”

“괜찮아괜찮아~”

“오빠도 너무 고기만 먹는  아니야?”


“맛있잖아.”


“역시 너는 나하고 통하는 게 있다니까.”

자신 만큼이나 아침부터 고기를 맛있게 섭취하는 성민을 치호는 참으로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런 둘을 보면서 준태나 민수는 둘이 죽이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햐~잘 먹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치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배를 쓰다듬었다.

“다 먹었으면 치우는 거 도와~”

“알았어. 이거 다먹고.”


어느새 캔 커피를 하나 따서 빠르게 들이키는 치호. 그래도 혼자서 앉아 있을 수는 없었는지 금세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를 도와주었다.

“산이라 그런지 공기가  맑고 좋네.”


코로 맡아지는 산속의 공기는 확실히 도시에서 맡았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러게.”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슬기역시 수정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감하는 듯 했다.


“그럼 조금 소화도 시킬 겸 근처 산책이나 할까?”


“찬성!”

다희가 좋은 생각이라는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우리도 가는 거냐?”

“우아하게 여자끼리만 갈꺼거든요?”

“치사하게.”

궁시렁 거리는 치호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다희가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우리랑 같이 걸을래?”

“저도요?”

“응.”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그렇게 의견이 정해지자 네명의 여인들은 소화도 시킬 겸 가볍게 걸음을 산책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게 뭐야. 아침부터 칙칙하게 꼬추들끼리만 있고.”


“그럼 너는 꼬추 아니냐?”


“그러니까  칙칙한거다. 하아...”


땅이 꺼져라 크게  숨을 내쉬는 치호의 행동에 준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민이라고했지?”

그리곤 한 쪽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성민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요.”

“너, 썰 좀 풀어봐.”

“썰 이라뇨.”


“남녀가 텐트에서 자는데 그냥 조용히 자진 않았을 거 아니야.”


“그렇지.”

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하자 준태가 기대를 보였다.

“밤새 아무  없었어?”


“왜요, 궁금해요?”

“궁금하고 할게 뭐있어!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땅이 꺼져라 한 숨을 내쉬었던 치호가 어느새 눈을 빛내며 다가와 있었다.

“이렇게 조용히 걸으니까 정말로 좋다.”

“응, 계곡물소리도 그렇고.”

천천히 걸어서 계곡을 따라 아래로 걸어내려가는 그녀들은 정말로 기분이 좋은 듯해 보였다.

“저기 설아야.”


그때 다희가 옆에서 나란히 걷는 설아에게 말을 걸었다.

“네?”


“밤에 아무 일 없었어?”

“네에?”

“여자끼린데 뭐.  거 없어. 뜨거운 청춘이잖아. 설마 둘이서 텐트 하나 가지고 오면서 아무 기대도  하고 온  아니지?”

“다희 너 너무 나간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도 치호하고 진도가 얼마나 빨랐는데.”


“하긴 그것도 그래.”

“그냥 잠만 잔거 아니지?”

다시 설아에게 물음을 던지는 다희의 눈빛엔 뭔가를 기대하는 빛이 다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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