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68화 계곡(4) (68/85)



〈 68화 〉68화 계곡(4)

“야,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계곡에선 못 놀겠다.”


“내일 놀면 돼지.”

“그럼 저녁준비 할 테니까, 너는 이것 좀 씻어와.”

고기에 싸먹을 쌍추와 채소들을 꺼내어 건네주는 것을 치호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남자에게 넘겼다.

“계곡에 씻으면 되겠지?”


“장난해? 생수로 씻어야지. 자.”

작은 생수병 하나를 넘겨주는 것을 받아든 치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생수로 씻다니 아깝잖아.”


그에  갈색머리의 슬기라고 소개한 여자가 한 숨을 내쉬었다.

“좀 보고 배워. 과일이나 채소는 계곡물 같은 데에 씻는 게 아니라고 했어. 그리고 생수  쓰지 말고 더러운 거 씻겨 내는 정도로만 해.”


그럼 가보라는 듯 손을 휘젖자 치호라 불린 남자가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사이 다른 일행들도 하나하나 고기를 굽고 밥을 지을 준비에 들어갔는데 커다란 아이스박스 까지 들고 온 것을 보면 확실히 제대로 준비를 해온 것 같았다.

 쪽에서 산만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바라보던 설아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빠 어떻게 생각해?”

“뭐가?”


“저 사람들 말이야.”

“커플로 짝맞춰서 놀러온 거 같은데?”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상황을 묻는 거잖아.”


“우리가 전세  것도 아니니 상관없지.”

“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의 시선에 성민이 피식거렸다.

“우리 둘 뿐이었는데 뭔가 방해받는 기분이라서 서운해?”


“당연하지. 오빠는  그래?”

“뭐, 나도 그렇긴 하지만 별 수 없잖아. 나쁜사람들 같지도 않고.”

“치...”


사람들을 의식해서 인지 수영복 상의 위에  하나를 입고 있는 설아의 모습을 바라보던 성민이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야, 너희들!”


그때 머리를 질끈 동여맨 다희라고 밝혔던 이름의 여자가 성민과 설아를 불렀다.


“저희요?”

“그래 너희들! 거기 너희 말고 더 있어?”

당연히 없었다.

“너희들 저녁 안 먹었지?”


“그런데요.”


“그럼 따로 먹지 말고 우리하고 같이 먹을래?”

“저희들도요?”

“그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애들아 괜찮지?”


“상관없어.”


“응.”


그에 다시 이쪽을 바라보는 다희의 시선에 성민이 설아를 처다보았다.

“어떻게 할래?”


“저렇게 말하는데 가, 오빠.”


“웬일이냐?”


“여기서 거절하면 서먹해 질거 아니야.”


“그것도 그렇긴 하겠네.”


고개를 끄덕인 성민이 다희보고 알겠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갈 수 없는지라 성민 역시 삼겹살 등, 사가지고 온 고기와 비엔나, 그리고 싸온 반찬들을 준비해서 고기구워 먹을 불판과 셋팅이 완료 되어 가는 대학생이라 소개한 저들의 일행에게로 향했다.

“오~ 삼겹살이네?”

어느새 채소를 다 씻고 고기 구을 준비에 들어가는 치호가 삼겹살을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나름 준비해서 오긴 왔나본데?”

민수라 소개한 사내 역시 가지고온 고기와 다른 반찬들을 보면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반찬 혹시 네가 만든 거니?”

처음 인사를 건네 왔던 수정이라는 언니의 말에 설아가 웃으며 고기를 끄덕였다.


“네. 여기서 만들기 힘들어서 따로 싸가지고 왔어요.”

새우볶음부터 시작 했어 여러 가지 반찬들이 플라스틱 작은 통에 각각 담겨 있었다.


“요리 잘하나 보구나?”


“아니요, 그냥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게 잘하진 않아요.”

그때 다가온 다희가 뚜껑을 열더니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이거 맛있어 보이는데? 한 번 먹어봐도 돼?”

“그러세요.”


나무젓가락 하나를 가져온 다희가 작은 새우볶음을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너 요리 잘하는구나~?”


먹자마자 바로 감탄사를 내뱉는 다희의 말에 수정은 물론이고 슬기역시 궁금한 듯 다가와 젓가락으로 맛을 보았다.


“어머?”


“이거 진짜 담백하고 맛있네?”


“어디, 나도 맛보자.”


언제 준비를 했는지 어느새 다가온 치호가 젓가락으로 새우볶을 한 젓가락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오물거리며 먹더니 다시 한 젓가락 더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너 고기 안 구워?”


“잠만.”

이어 다시 한 젓가락을 더 집어서 먹는 치호의 모습에 준태와 민수까지 와서 결국 맛보게 되었다.


“이거 정말 네가 만든 거야?”


준태가  젓가락 맛을 보고 물음을 던졌다.

“네. 보통 우리집 요리는 내가 책임지거든요.”

“봤지 다희야.”


“뭐가.”


“요리라는 것은 이런 걸 두고 하는 거야. 네가 만든 그 알 수 없는 요상한...켁!”

순간 정강이를 붙잡고 고통스러워 하는 치호의 모습에 다희가 의아한 표저을 지었다.


“어머? 말하다 말고 갑자기  그래?”


“너, 너 진짜......!”


“확실히  진짜 요리 잘하네?  입맛이 까다롭거든? 그런데 이건 두고두고 먹을 수도 있겠어.”

고통스러워하는 치호를 깔끔하게 무시한 다희가 다시 한 젓가락 집어 먹었다.

“형 괜찮아요?”

“네가 보기엔 괜찮아 보여?”


“엄청 괴로워 보이는데요.”


“무슨 애가 발이 저렇게 매워서...”


“저기 형.”

“응?”


“저 음료수 하나 꺼내 마셔도 돼요?”


“......”

“목말라서 그런데.”


이 상황에 음료수하나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는 성민의 말에 치호는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고 민수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하나 마셔.”


“허락한겁니다?”


잽싸게 아이스박스로 향해 캔 음료 하나를 꺼내더니 그대로 마개를 땄다.

꿀꺽꿀걱...

“캬아~ 죽인다!”


누구는 아파서 괴로워 하는데 옆에서 음료수 하나 따서 맛있게 들이키는 성민의 모습에 치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성민의 모습을 준태는 물론이고 민수도 전혀 낯설게 바라보지 않았다.

“쟤 하는 행동이  누구랑 닮지 않았어?”


“아주 친숙한데.”

“너희들 그거 나두고 하는 얘기냐?”


“뭐가?”

“우리 네 얘기  거 아니다.”


“찔리나보지.”


“......”

결국 치호는 조용히 고기를 구으러 다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이 흘러 어느덧 주변이 어두워지자 준비해온 랜턴으로 불을 밝히고, 두런두런 맛있게 고기를 구워먹었다.

그렇게 설아가 준비해온 반찬은 인원이 많아 순식간에 동이 났고 그만큼 인기가 좋았다.

“그러니까 너희들 사귄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다는 얘기네?”

“네, 맞아요.”

“와... 그럼 진짜 데이트 할 맛나겠다.”

“그렇지~ 연애 초기가 제일 설레일 때잖아.”


“풋풋한 게 너희들 귀엽네?”

설아의 말에  여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치호는 고기를 구우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나하고 사귀는 건 지겹다는 거야 뭐야. 처음엔 다들 풋풋한게 정상이라고.”


“거기 형씨. 질투 나요?”


“질투가 아니라 사실이잖아.”

“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마. 나 여전히 너 좋아하니까.”

“그 얘기가 아니거던?!”

둘이서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재미가 있었는지 설아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아무말 안 하셔?”


“뭐가요?”

“이렇게 둘이서 캠핑 온거 말이야.”


“말해도 되려나.”


설아가 고개를 돌려 성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성민이 상관 없다는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었다.


“야, 그거 아직 다 안익었어!”

“에이... 다 익은 거 같은데요?”

그러고는 한 점더 집어먹는 모습에 치호가 먹지마라며 버럭 소리쳤지만 성민은 웃으며 한 점 더 집어 먹을 뿐이었다.

“쟤 치호랑  비슷한 것 같아.  그래?”


수정이 고기를 집어먹는 성민을 바라보며 준태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아까 하는 행동만 봐도  별나보이잖아.”

“하긴...”

그 상황에서 음료수 하나 마셔도 되냐고 할 줄은 수정이도 예상하지 못 했다.

“그래서 허락은 받은 거야?”


재차 물어오는 슬기의 말에 설아가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친구들이랑 같이 간다고 하고 거짓말 했어요.”


“뭐?”


“그럼 둘이서 온 거 모르는거야?”


“네, 하지만 오빠하고 온 거는 알고 있어요.”


“둘이서 몰래 온거 알면 난리나겠네.”


“너희들 진도 참 빠르다.“

놀랍다며 바라보는 그녀들의 시선에 설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


“누가 먼저 고백한 거야?”


잠시 성민이 있는 쪽을 바라본 설아가 수줍게 입을 열었다.

“제가요.”

“정말?!”

“와... 대단하네?”

“그만큼  오빠를 좋아했거든요.”


“사랑이다 이거지?”

두근두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슬기의 눈빛에 설아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하긴 그것도 맞아. 다른 엄한 애가 채가기 전에  껄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설아의 행동에 공감하는 다희였다.


“그럼 아직 사귄지 100일은 지났어?”

“아니요.”

“그럼 정말로 연애 초기라는 소리네?”

“네.”


“진짜 설레겠다.”

“나도 한  그런 적 있었는데.”

순간 다시 이쪽을 바라보는 치호의 시선에 다희가 계속 구으라는 듯 손짓했다. 그에 설아가 웃겼는지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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