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62화 방학식(3) (62/85)



〈 62화 〉62화 방학식(3)

“아직도 소름 돋아.”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유람이 팔을 두 어번 문지르며 몸을 가볍게 떨었다.

“설마 마지막 장면에 그렇게 덮칠 줄 누가 알았겠어?”

아직도  장면을 생각하면 솜털이 곤두서는  같았다.


“오랜만에 정말로 무서운 영화 한 편 본  같아요.”


“그렇지?”

“네.”

“지수 너는 어때?”

“나도 그래. 확실히 무섭게 잘 찍었더라.”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현준이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혜진이와 지수, 그리고 현준이가 괜찮았다는 평을 내리자 자연히 성민이와 설아에게도 물음을 던졌다.


“너희들도 잘 봤어?


“어, 어. 그렇지.”


어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성민이의 모습에 유람이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반응이 왜 그래?”


“내 방응이 왜?”


“아니, 대답에서 확실하게 재밌었다거나, 아니면 무서웠다거나 하는 그런게 안 느껴지잖아.”

“아니 진짜 무섭게 봤어.”


“진짜?”


“오빠가 그런 쪽으로 무덤덤해서 그러니 유람이 언니가 이해해요.”

그때 설아가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참여했다.

“오빠가 원래 공포물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요.”

“하긴... 귀신이나 그런 거 별로 무서워 하는  같지는 않더라.”

“성민이가 그렇긴 하지?”


설아의 말에 전의 성민이를 생각해보던 유람이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준이 역시 그런 쪽으로는 별로 무신경한 성민임을 잘 알기에 동조하는 말을 이었다.


“확실히 이번 영화 정말로 무서웠어요. 마지막에 그렇게 여주인공이 당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역시 그렇지?”


“네, 맞아요.”

“아직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

마지막 장면을 다시 떠올렸는지 가볍게 몸을 떠는 유람이를 보면서 설아는 물론이고 모두가 웃음을 지었다. 다만 성민이는 웃고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웃음이 나와서 웃는게 아니었다.


‘애는 그래도 다 본 모양이구나.’

영화가 끝나는 내내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설아여서 성민이의 신경은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혹여나 다른 애들이 볼까 마음이 조마조마 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설아는 대담하게도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처럼 영화가 끝이 나서야 잡고 있던 손을 놔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이 마주친 순간 눈웃음을 짓는 설아의 그 모습을 성민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설아는 그런 상황에서도 영화는 다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이지만 난처한 상황에서 애기에 끼어들어 대처를 하는 설아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영화 보니까 배고프지 않니?”


“그러고 보니 벌써 점심때네요.”

“우리 파스타 먹으러 갈래?”


“파스타?”

“현준이  별로야?”


“뭐, 그렇지는 않는데...”

“너희들은 어때?”


“근처에 아는 파스타  있어?”


“응, 사거리로 나가면 내가 아는데 있어. 거기 맛은 내가 보장할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지수를 뒤로하고 혜진이와 설아, 그리고 성민이를 바라보았다.


“너희 세 명은 어때?”

“저는 당연히 찬성이죠! 저 파스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나랑 통하는 구석이 많네?”

작게 웃음을 터트린 유람이 나머지 둘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저도 좋아요.”


“다들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하자.”

“성민이 너 파스타 별로라고 했잖아.”

“다들 예라고 할 때 나혼자 아니요라고 해봤자 이미  길은 정해져 있잖냐.”


“잘 알고 있네?”

생긋 웃음을 짓는 유람이의 말을 끝으로 결국 점심은 파스타로 정해졌다.


유람이가 안내한 곳은 프리샤라는 정통 이태리 파스타가게였다.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잔잔한 음악소리와 함께 이테리풍으로 내부 인테리어가 꾸며져 있었으며 풍겨오는 음식냄새 또한 좋았다.

보기 좋은 창가자리에 앉자, 곧이어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와 테이블에 놓아주었다. 옆으로 펼치자 그림과 함께 여러 가지 파스타요리들과 가격이 적혀 있었다.


“난 이걸로 할게.”

지수가 먼저 골랐는지 하나를 짚었다. 일명 치킨로제 파스타로 불리는 요리로 크림소스와 토마토가 잘 어울려  가게에서 인기 있는 메뉴중에 하나였다. 그 증거로 추천메뉴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나도 그럼 언니하고 같은 걸로 할게요.”


혜진이 지수가 고른 걸로 똑같이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럼 난 베이컨치즈로할게.”


유람이는 부드러운 크림에 곁들어진 치즈와 먹기 좋은 크기로 뿌려져 있는 베이컨의 조화를 이루는 베이커치즈 파스타로 정했다.

“그거 느끼하지 않을까?”


“나 원래 느끼한  잘 먹어.”

현준이의 말에 유람이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그럼 난 이걸로 할게.”


현준이는 조개 국물을 기본으로 하는 담백한 맛의 봉골레 파스타로 했고 준서는 스파이스 토마토 파스타로 했다. 느끼한 거 보다는 매운걸 선호하기에 그걸로 택한 것이었다. 설아는 기본적인 해물크림파스타로 주문을 했다. 거기에 추가로 양송이, 파인애플이 들어간 슬로피조 피자를 주문했고 마실 것으로는 기본적인 상큼한 맛의 레모네이드와 블루네이드를 시켰다.


“성민이 넌 정말로 느끼한 거 잘  먹나보다?”

“좀 그래. 어릴 때부터 매운 걸 즐겨먹어서.”


“난 매운 거 잘 먹는 사람 보면 부럽던데.”


“혜진이   못 먹어?”

“네,  조금만 맵다는 음식을 먹어도 입에서 불이  정도예요.”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음식들이 나올 때 까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자 잠시 후 주문 나온 음식들이 하나 둘 나왔다. 그렇게 각자 주문한 음식들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이집 괜찮네.”

“그렇지?”


지수의 말에 거 봐라는 듯 유람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말 했잖아. 맛은 보장한다고.”

“셰프가 요리 실력이 수준급인가봐?”


“대회에 나가서 상까지 받았다고 들었어.”


“대단하네.”


그렇게 요리에 대한 품평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나고 일행 등은 다시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거닐며 이것저것 구경도 하면서 괜찮은 액세서리 가게나 옷가게에 들러 쇼핑도 했다. 그러다 중간에 게임장에 들려 가볍게 농구공 던지기 라던지, 표적 맞추기 등의 게임을 즐기며 재밌게 놀았다. 그렇게  참을 놀다보니 어느덧 오후 5시가 넘었다.

“놀다보면 시간이 참 빨리 자나가는 것 같아.”


“그러게.”

“설아 아르바이트만 아니면 더 놀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잖아. 노는 걸로 아르바이트를 빠질 수 없는 거니까.”

현준이의 말에 핀잔을 준 지수를 보며 설아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오늘 정말로 즐거웠어요.”


“나도 그래.”


“그리고  다다음주에 시간 빼놓을 게요.”


“그럼 같이 가는 거다?”


“네.”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나눈 후 성민이 끝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조심해서 돌아가라. 우리 이만 가볼게.”


“방학이라고 늦잠 자지마!”


“그건 특권이라고.”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한 마디 받아친 성민이 그렇게 설아와 함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럼 우리도 갈까?”

유람이가 그렇게 말하자 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래 지수야?”

저 만치 사라져가는 설아와 성민을 바라보는 지수를 향해 현준이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지수의 눈길이 마지막으로 이젠 잘 보이지도 않는 설아와 성민의 손이 있는 곳으로 시선이 잠깐 머물렀다.

“오늘 재밌었지 오빠?”


“어.”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설아가 성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해?”

“아니, 그냥...”


“혹시 내가 영화관에서 손을 잡았던 것 때문에 그래?”


“......”


“난 오빠가 좋아 할  알고 잡았는데...”

대답이 없는 성민을 보며 설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야. 싫지는 않았어.”


“정말?”


“응...”

“실은 나도 오빠하고 손을 잡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가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어.”


수줍게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설아의 모습에 성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이렇게 논거 재밌었지만 예전처럼 오빠에게 잔소리하고 대하려고 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어.”

“연기가 아주 자연스럽던데?”

“그런 말 하지 마.  그러면 진심으로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으로 들리잖아.”

“알았어.”

그때 설아가 살며시 팔을 뻗어 성민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오빠의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한  같은 느낌이 들어. 어떤 일이든 헤쳐 나갈  있을 것 같아.”

성민은 그런 설아를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우릴 연인으로 볼 거야. 그렇지?”


“그렇겠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설아의 모습은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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