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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59화 나에대한 확신 (59/85)



〈 59화 〉59화 나에대한 확신

“그럼 오빠 저녁 잘 챙겨먹어야 해?”


“알았어.”

학교는 빠졌어도 아르바이트마저 빠질 수 없었던 설아가 그렇게 시간에 맞춰 외출준비를 끝내고 나설 준비를 했다. 설아는 오빠가 밥을 잘 챙겨 먹을  있도록 반찬을 만들어 놓고 준비를 해놓았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들어오면 11시가 넘는 늦은 시간이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럼 다녀올게 오빠.”

“응.”


신발을  신고 몸을 돌린 설아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잠깐만 고개 좀 숙여볼래...?”


갑자기  고개를 숙여달라고 하는지 순간 의아스러웠던 성민이었지만 곧 설아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 채고는 내심 당황스러웠으나 시키는 대로 고개를 숙여 주었다. 그러자 설아가 조심스럽게 성민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그럼 나 정말로 다녀올게.”

그러고는 집을 나서는 설아였다.

연인 사이, 또는 부부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외출 전 입맞춤을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설아가 나가고 혼자 남게 된 성민이 조금 묘한 느낌을 받으며 걸음을 옮겨 소파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정말로 설아와 사귀게 되었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일.

그래서 성민은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설아가 바라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게 오늘 오전 중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이 되어서도, 설아가 조금 전에 입을 맞추고 나가서도 성민은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설아는 성민이 아끼는 여동생이었지 이성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물론 최근엔 정말로 그런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그래도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니,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설아의 마음은  컸던  같았다. 그런 일까지 벌일 정도로 설아는 자신을 좋아 했던 것이다. 사실 오빠인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것 자체가 마음이 적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설마하니 설아가 그런 대담한 행동까지 하게 될 줄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맞는거겠지...’


사회적으로 도저히 받아 드릴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성민은 결정을 내린 이 일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리라 마음먹었다. 설아역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으니까. 이미 설아에게 그런 얘기를 했으니까.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어.’

성민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맛있게 드세요.”

주문한 카페모카를 손님에게 건네주고 인사를 건네는 설아의 얼굴엔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그렇게 손님이 물러나고 주화가 설아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설아야.”

“응?”

“너 혹시 오늘 좋은 일 있어?”

“좋은 일?”

“응, 너 평소보다 표정이 너무 밝아 보이는 거 같아서.”


“그렇게 보여?”


“뭐야 뭐? 무슨 일인데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해?”


“음... 나도 주화 너에게 말해주고 싶기는 한데 미안해. 개인적인 일이라서.”


생긋 웃으며 대답하는 설아는 정말로 들떠 보일 정도로 기뻐보였다. 그에 주화는 더욱더 궁금한 마음이 일었으나 물어봐도 설아는 미안하다고만 할 뿐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정말로 무슨 일이기에 저러는거지?’


오늘 아르바이트에와서 계속 저렇게 웃음기를 머금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로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듯 해보였다.

그렇게 주화는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 까지 설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을  수가 있었다.

시간에 맞춰 돌아가기 전 설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싸들고 가게를 나섰다.

“이제 이번주 까지만 하면 아르바이트도 끝이네.”

“그러게.”


“막상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응.”

“설아 넌 여름방학  뭐해?”

“여름방학 때?”


고개를 끄덕이는 주화의 말에 설아가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계곡에 놀러가기로했어.”


“계곡에?”


“응.”


“누구랑 가기로 한 거야?”

순간 오빠라고 말을 하려다 그러면 조금 이상하게 보일 것 같기도 해 가족이라고 대답을 했다.


“그럼 아버지하고 오빠, 이렇게 셋이서?”


“친척들도 같이 가는 거야.”


“그렇구나...”


“주화 넌?”

“남자친구 하고 워터파크에 가기로 했어.”

“진짜?”

“응.”

“남자친구랑 단 둘이서 가면 재밌겠네.”

“그럼 설아 너도 남자친구 만들어.”


“남자친구?”

“응, 혼자 일 때랑은 확실히 느낌이 달라.”

“남친이랑 많이 달달한 가 봐?”

“뭐... 아니라곤 말  하지.”

“기지배... 말하는 것  봐.”


핀잔을 주는 설아의 말에 주화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설아 너도 좋은 인연 한  찾아봐. 좋아하는 선배도 있잖아.”


설아는 이미 그런 사람이 있다고 말을 하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는 없어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분명 주화는 궁금해서 물어볼 것이고 설아는 그 사람이 오빠라고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밀로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


“응, 내일 봐.”

그렇게 주화와 헤어지고 돌아가던 길에 설아는 베이커리 빵집을 들렀다. 저녁은 먹었을 테니 간단히 커피하고 같이 먹을 수 있으면서 오빠가 좋아 할만한 크림빵이나 에그타르트 등 디저트 거리를 샀다. 그렇게 계산을 끝내고 봉지를 들고 정류장으로 향해 버스를 기다렸다.


[나 이제 버스 기다리고 있어.]


오빠가 걱정을  까봐 설아가 그렇게 문자를 보내주었다. 잠시 후 문자가 오는 소리를 들은 설아가 확인을 했다.

[버스 도착하려면 얼마나 남았어?]

[3분후에 도착한데.]


[그래, 올 때 조심해서 와.]

[그럴게...]


이렇게 짧은 문자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설아는 가슴이 설레었다. 그렇게 전광판에 알려주는 시간대로 3분이 지나고 잠시 후 도착이라는 글자를 보고 바라보니 버스가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 앞문이 열리고 올라타 카드를 찍고 뒤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시간엔 손님들이 별로 없어 앉아 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빨리 오빠보고 싶다.’

매일 같이 보고 함께 살아온 친오빠였지만 이젠 사귀는 사이라 생각하니 더욱더 보고 싶은 설아였다. 이제 잠시 후면 오빠를 볼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흘러  근처 정류장에 당도 했을 때 설아가 배를 눌렀다. 후문 근처에 앉아 있어 미리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천천히 차가 속도를 줄이며 정차를 했고 뒷문이 열리자 자리에서 일어난 설아가 정류장에 내려섰다. 손목 시계를 확인해보니 어느덧 30분이 넘어 40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보통 30분 안에 집에 도착 했던 것을 감안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서둘러 돌아가자는 생각에 그렇게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하려던 설아는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오빠!”

거기엔 다른 누구도 아닌 성민이 서있었다.


“설아 너 조금 늦었어.”


자신을 보며 놀라는 설아에게 성민이 장난스레 그렇게 말했다.

“나 마중 나온 거야?”

“응.”


“아...”

설마하니 마중을 나올 줄은 몰랐던 설아가 감동  듯 탄성을 내뱉었다.

“마중 나온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잖아.”


성민은 그런 설아의 반응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설아는 그렇지 않은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충분히 놀랄 일이야. 오빠 마중 나오는 거 정말로 드물잖아.”

“......”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성민은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고마워 오빠. 이렇게 마중도 나오고.”

하지만 설아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정말로 기뻐하며 대답했다.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조금 무안했던 지 성민이 슬쩍 말을 돌리며 질문을 던졌다.

“오빠하고 같이 먹을 빵이랑 커피 사가지고 왔어.”

“그래?”

봉지를 넘겨받은 성민이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웃었다.


“설아  센스있다? 내가 좋아 할만  걸로만 사왔는데?”


“내가 괜히 오빠 여동생이겠어? 오빠가 어떤 빵을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구.”

“그렇구나... 잘 먹을게.”


그런 설아가 귀여웠던지 성민이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에 설아가 뺨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모습을 보니 설아가 정말로 사랑스럽고 기특해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설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만큼.


‘이래서 내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거겠지.’


그런 자신의 마음에 성민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정말로 설아를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마중을 나온 것도 다 설아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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