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8화 후회 같은 거 안 해
똑똑.
가볍게 노크를 두 번 한 설아가 살며시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며 문을 열었다.
“오빠, 식사 다 차렸어.”
침대에 앉아 있는 성민을 향해 설아가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오빠?”
“......”
하지만 별다른 대답 없이 앉아만 있는 모습에 설아가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갔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 되서 그러는 거야?”
“......”
대답은 없었으나 그게 맞을 것이다. 침대위로 올라간 설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성민의 머리를 감싸 자신의 품으로 끌어 안아주었다.
“그렇게 죄책감 느끼거나 마음에 담아주지 마, 오빠. 나 정말로 원해서 그런 거니까. 오빠 잘 못은 하나도 없어. 만약 잘 못이 있다면 오빠가 아닌 나에게 있는 거야.”
“설아야...”
“남매 사이에 해선 안 되는 일을 벌인 게 맞아. 나도 그건 잘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서로가 사랑한다면, 그걸 넘어설 정도로 좋아한다면 합리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싫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 내가 억지로 당한 게 아니잖아. 내가 원해서 그런 거니까. 내가 정말로 오빠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내 처음을 준 것이니까. 오빠는 미안한 마음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으면 해.”
“......”
자신을 이름을 부른 것 외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는 성민의 머리를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품에 안아주던 살아가 다시 몸을 바로 하고는 살며시 팔을 뻗어 손을 잡았다.
“국식겠어. 어서 식사하러가, 오빠.”
성민은 그렇게 자신의 손을 잡고 이끄는 설아의 손짓에 따라 방을 나서게 되었다.
“맛있어?”
“응...”
“많이 먹어.”
성민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설아가 이어 자신 역시 수저를 들어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면 이미 지각을 넘어 1교시가 시작해도 벌써 시자 했을 상황. 아무래도 오늘은 학교에 가지 못 할 것 같았다.
“오빠. 식사 다하고 문자 한 통 보내.”
“문자?”
“오늘 학교에 가지 못해서 걱정하고 있을 거 아니야.”
설아의 말에 성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까 전에 전화가 온 것도 그렇고, 전에 일도 있고 해서 전화나 문자 한 통을 해주어야 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이 나고 성민은 방으로 들어가 현준이에게 문자를 하나 해주었다. 물론 그 내용은 몸이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 할 것 같다는 애용이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자 1교시가 끝이 났는지 현준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나야 현준이. 1교시 끝나고 문자보고 막 전화 한 거야.]
“어.”
[몸이 많이 안 좋아?]
“좀 그래.”
[학교에 오지도 않고, 문자나 전화도 받지 않아서 정말로 걱정이 많이 됐었어. 지수나 유람이도 그렇고 선생님도 다시 전화 걸어보라고 하더라.]
“미안해. 늦게 문자 보내서.”
[미안 할 거 없어. 몸이 많이 아프다는데. 내일은 학교에 올 수 있겠어?]
“가야지.”
[그래... 아무튼 애들하고 선생님한테는 내가 말해 놓을 테니까 몸 관리 잘해.]
“고맙다.”
[고마울 게 뭐있어. 친구 사이에.]
“그러냐.”
[그럼 몸 관리 잘해.]
“어, 너도 수고해라.”
그렇게 짧은 통화를 끝낸 성민이 들고 있던 폰을 다시 책상에 내려놓았다.
똑똑.
그때 작게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성민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오빠, 차 다 끓였어.”
“응.”
설아를 따라 거실로 나온 성민이 거실로 이동해 소파에 몸을 앉혔다. 탁자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차 두 잔이 놓아져 있었다.
설아는 찻잔을 들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 내가 차에 또 뭔가를 탓을 까봐 걱정 돼?”
“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 이제 정말로 그런 짓 안 할 거니까.”
“......”
조심스럽게 찻 잔을 든 설아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차에 바람을 불어 식힌 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혀 대이지 않게 조심해 오빠.”
천천히 고개를 두 어번 끄덕인 성민이 찻잔을 들어 입김을 몇 번 불더니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지금까지 늘 마셔오던 차 맛과 향이 입안을 감돌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별 다른 말없이 두 성민과 설아는 조용히 차를 마셨다.
“오빠, 전화나 문자 해줬어?”
그러다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것은 설아였다.
“현준이하고 아까 통화했어.”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인 설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도 혜림이한테 문자 보내줬어.”
“그래?”
“응.”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침묵.
남은 차를 마시며 조용히 앉아 있던 성민이 그로부터 다시 입을 연 것은 차를 다 마시고 내려놓은 뒤였다.
“설아야.”
“응?”
“솔직하게 말하면 나 많이 혼란스럽고 죄책감이 드는 건 사실이야.”
내려놓은 다 마신 찻 잔을 바라보며 말하는 성민을 옆모습을 바라보며 설아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지금 많이 심란해.”
얼굴 표정만 봐도 전혀 웃음기가 없는 게 얼마나 현제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만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내가 정말로 널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가도 되새겨 보게 돼.”
물론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성민은 설아를 그저 여동생으로써 위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설아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럴수록 더욱더 자신이 똑바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생각해보면 정말로 자신이 설아를 그저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설아를 바라보면서 느꼈던 묘한 떨림.
그리고 늦게까지 연락도 되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 설아에 대한 걱정을 넘어 격하게 껴안았던 행동. 그리고 양호실에서 찾아온 설아의 우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마음까지.
결정적으로 지수가 하는 얘기를 듣고 느꼈던 쓰라린 마음까지 생각해보면, 그저 설아를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지 의심이 되었다. 거기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설아를 보면서 심장이 떨렸던 것을 생각하면 그건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아가 자신을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걸 의식해서 그런 걸까. 아니라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설아를 보면서 느끼고 있는 마음이 그저 여동생을 위하는 것이 전부일지에 대해서는 이제 도저히 확신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오빠?”
자신을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성민의 말에 설아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금 오빠가 하는 얘기가 설아에겐 중요한 말이었다.
“새벽에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래. 난 일어났고 말릴 수 있음에도 전혀 저지를 하지 않았어. 그저 설아 네가 하는 행동들을 가만히 지켜보았을 뿐이야. 그건 어떠한 말을 붙여도 변함없는 사실이야.”
비록 설아가 좋아서 한 거라고 해도 결국에 자신은 그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물론 설아가 다시는 보지 못 할 것 같다는 말을 해서 그게 신경 쓰여 그랬다는 것도 있지만, 결국 삽입이 되려는 그 순간이 돼서야 말리려고 입을 열었던 자신을 보면 정말로 그럴 생각이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거기다 이제 와서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설아야.”
“......”
“너 정말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빈 찻 잔을 바라보던 성민이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우리에게 닥칠지 알 수 없어. 정말로 큰 불행이 우리 앞을 닥칠 수도 있는 일이야. 만약 그렇다고 해도, 설아 너 정말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진지하게 물어오는 성민을 보면서 설아는 울컥한 마음이 일었다.
“후회 같은 거...안 해.”
지금 왜 오빠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 것 같았기에 설아는 마음이 벅차올랐다.
“나에겐 오빠만 있으면 되니까. 그러니까 나 후회하지 않아.”
그런 살아를 바라보던 성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 만져주었다.
‘생각한다고 지금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이미 선은 넘어버렸고 상황은 벌어진 뒤다.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하고 결정을 내리든 결국엔 성민도 그렇고 설아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서 지금 성민이 내린 결정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렇게나 자신을 바라는데, 이렇게나 자신을 원하는 설아가 원하는 쪽으로. 물론 성민은 그걸 받아드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다. 지금도 너무나 혼란스럽다. 이렇게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받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면, 정말로 별 수 없는 일이라면 설아가 기뻐 할 수 있는 쪽으로 해주고 싶은 게 성민의 마음이었다.
‘정말로 아픈 게 맞는 걸까.’
현준이에게 얘기를 듣고 2교시 수업이 한 창인 지금 지수는 성민의 생각으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준이의 얘기를 듣고 혹시나 싶어 혜림이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설아 역시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로 아파서 오지 않을 것일 수도 있지만, 저번에 결석 했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성민은 물론이고 설아 역시 나란히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았다.
설아가 성민을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성민 역시 그 때문에 생각이 많다는 걸 지수는 잘 알고 있었다. 물어 보았을 때 성민은 그렇지 않다고 했고 지수 역시 그 말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설아도 그렇고 성민이도 나란히 맞춰서 학교에 오지를 않으니 지수로써는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걸 거야.’
계속해서 이상한 쪽으로 생각을 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지수는 마음을 다잡았다. 성민은 그러지 않는다고 말을 했었고 자신도 그걸 믿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를 의심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나도 좋은 친구가 못 되는구나.’
괜히 성민에게 미안해지는 지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