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54화 그만큼 바라니까 (54/85)



〈 54화 〉54화 그만큼 바라니까

“......”

침대에 누워 있는 성민에게선 별다른 말이 없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은 이른 시간이고 보통 때라면 한참 잠에 빠져들어 있을 시간이었다. 이렇게 말해도 대답이 없다면 자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설아는 전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고요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는 성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동안 그렇게 바라보던 설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침대위로 올라가더니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는 성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가까이 다가가더니 살며시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니, 맞출 뻔 했다.


“그, 그만해!”

순간 성민이 눈을 뜨며 키스 직전에 설아를 밀쳐냈다. 성민의 손에 떠밀려 뒤로 밀려난 설아였지만 얼굴표정엔 전혀 놀람이다 당황스러움은 없었다.


설아를 밀쳐낸 성민은 정말로 자고 있지 않았다는  얼굴 표정이 전혀 방금깨어난 사람 같지가 않았다.

“역시 안자고 있었구나.”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빠를 향해 설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성민은 기억 못 하겠지만 설아는 오빠가 중간에 깨어난 것을 알아차렸다.  전에도 몸이 움찔거리며 하긴 했지만 오늘 새벽엔 오빠의 신체반응이 그 전과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마치 긴장하고 있는 사람처럼 경직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딱 그런 느낌이었다. 오빠가 깨어난 것이라면 자신이 벌인 행위에 대해서 들켰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순간 큰 불안감이 느껴졌지만 그 보다는 이제 오빠가 자신을 앞으로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설아의 마음에 엄습했다.

이대로 방을 나가고 나면 다음날에 오빠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자신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설아는 거기서 찾아오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그래서 설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하던 행동을 이어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팬티를 잡고 아래로 끌어 내려 음부를 성기를 누르면서 비빌 때, 상체를 숙여 오빠의 품에 안겨 들었을 때 설아는 정확히 보았다.

감겨 있는 오빠의 눈꺼풀이 떨리고 있는 것을.

그때서야 설아는 확신을 느꼈다. 오빠에게 약효가 제대로 들지 않았고 깨어났다는 걸.

생각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알게 되었을  확실히 설아에게도 충격이긴 했지만 여기서 멈추고 나가버리면 그 후로는 정말로 오빠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설아는 계속해서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사랑한다고.


작긴 했지만 설아는 정확히 오빠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사랑한다는 자신의 말을 전했다. 그렇게 설아는 끝까지 일을 치루었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바를 다 이루고 나서야 방을 나갔다.

일을 치루고 방으로 돌아온 설아는 밤을 지샜다. 한 숨도 자지 않고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일단 끝내고 왔지만 설아 역시 많은 걱정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자신의 행각이 오빠에게 들켰다는 것이다. 그런 상화에서 당연히 잠이 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설아는 한 가지 희망을 걸었다.

어쩌면 오빠역시 자신의 이런 행위를 받아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 희망을 느꼈던 것이 오빠가 깨어나있음에도 자신의 행동을 전혀 말리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분명 설아는 오빠가 깨어난다면  사단이 벌어질 걸로 생각했다. 그래서 약의 힘을 빌려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게 몸을 탐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인지 몰라도 오늘 새벽엔 깊은 숙면에 빠져들지 않았고 결국 깨고야 말았다. 그때는 그저 오빠가 들켰다는 생각과 이대로 물러나면 내일부터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밀어 붙였지만, 돌아와서 생각을 해보니 깨어났음에도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오빠의 행동에 의문을 느꼈다.

그 의문에서 출발한 생각은 결국 설아에게 희망을 느끼게 해주었고 용기를 복 돋아 주었다. 이 상황이 그저 안 좋게만 흘러가지 않게  수 있을 거라는 걸.  들켰으면 모르지만 이제 들켜버린 상황이었다. 설아는 이대로 오빠를 포기 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오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 컸다.

이제 더 이상, 더 이상 설아에게 물러설 곳은 없었다.

“지,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어떤 짓인지 알고서 그러는 거야?”

혼란과 충격이 뒤섞인 표정으로 성민이 설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오빠에게 키스 하려고  것뿐이야.”

“서, 설아야...”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그렇게 대답하는 설아의 말이 성민은 너무나 충격이었다.

“이제 키스 정도는 괜찮잖아.”

“뭐라고...?”

“그것 보다 더한 것을 우린 이미 했으니까.”

“......”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설아를 보면서 성민은 입을 벌린 채 바라만 보았다.

“사실 나도 바라지는 않았어. 이런 나의 행동에 대해서 오빠가 알게 되는 걸.”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오늘을 끝으로 설아는  이상 오빠에게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날에 결국 오빠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까. 이젠 별 수 없게 되었네.”

“서, 설아야...”

설아와 마찬가지로 성민 역시 잠 한 숨 자지  한 상황이었다. 그런 엄청난 일을 겪고도  수 있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닐 것이다. 성민 역시 그러했다. 여동생이 자신의 성기를 물고 빨고 있는데, 음부를 가져다 대고 문지르며 자위를 했는데, 그런 일을 겪고도 편히 잘 수 있다는  말이 안 되었다.


“오빠.”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저렇게 눈동자가 크게 떨리는 걸까. 그걸 마주하니 설아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나 오빠 정말로 좋아해, 아니, 사랑해. 분명 내가 벌인 일은 오빠에게 충격일 거야.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오빠. 오빠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잖아. 내 마음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날 받아주면  돼?”


설아는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성민에게 그렇게 다시 사랑고백을 전했다.


“우, 우린 이러면  돼. 서, 설아야... 우린 이러면 안 된다고.”

“남매라서?”

“마, 맞아. 그러니까 설아야. 새벽의 일은 없었던 일로 할 테니까, 응? 없었던 일로 할  있으니까 우리 다시  전처럼 돌아가자. 아, 아직 늦지 않았어. 설아야...”

얼마나 당황했으면 황설수설하며 말하는 오빠의 모습이 설아는 너무나 가여웠다. 저렇게 말을 더듬으며 말하는 오빠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성민의 힘에 뒤로 밀렸던 설아가 다시 상체를 앞으로 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살며시 손을 뻗어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성민의 뺨을 살며시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렇게 당황할 거 없어 오빠. 나하고 오빠하고 비밀로 한다면, 다른 누구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절대  수 없으니까.”

“......”


“오빠도 실은 나에 대해서 마음이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새벽에 날 저지하지 않은 거잖아. 그러니까 날 그렇게 껴안은 거잖아.”

“그, 그건...오해야. 난 설아 네가 걱정이 돼서.”


“그럼 새벽엔 왜 날 저지하지 않은 거야?”


“......”

대답이 없는 오빠를 보며 설아는 또 다시 뺨을 어루만졌다. 물론 기분이 좋아서 저지하지 않은 건 분명히 아니라는 걸 설아 역시 잘 알고 있다. 자신의 행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저지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 설아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빠가 자신을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금 오빠가 날 거부하고 밀쳐낸다면   이상 오빠 얼굴 볼  없을지 몰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에게 그런 행위를 벌였던  들켰어. 그것만으로도 평소처럼 마주하고 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지금 오빠에게 거부를 당한다면, 나 더 이상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면서 슬픈 표정을 짓는데 순간 성민은 설아가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고 눈을 크게 떴다.

“너,  설마...”

“나... 정말로 오빠를 사랑하니까.”


설아의 눈에서, 그런 설아의 눈에서 눈물이 맺히더니 방울이져 뺨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지금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설아가 하는 말에 성민는 언성을 높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설아는 해선  될, 하면 안 되는 그런 나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이대로 오빠에게 거절당하면 나 진짜 미칠 것 같은데. 더 이상 오빠 얼굴 보는 것조차 두려워 질 것 같은데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서, 설아야...”

설아가 벌인 행동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그러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만큼이나 지금 설아가 하는 말이 성민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만약 자신이 거절을 한 다면, 지금 설아의 모습을 무작정 밀어내기만 한 다면 정말로 큰 사단이 벌어  것 같았다.


‘죽겠다니...’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절망적이다. 자신의 그런 행동 때문에 설아가 정말로 목숨을 끊어 버린다면, 그건 정말로 성민이 감당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오빠... 제발...... 제발  거부하지 말아줘.”

눈물을 흘리던 설아가 조심스럽게 성민의 품에 안기었다. 가녀린 소녀와 같이 그렇게 성민의 품에 살며시 안기었다. 성민은 그런 설아를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만약 설아를 또 다시 밀쳐낸다면, 거부를 한다면 정말로 설아에게 큰 일이 벌어  수 있었다. 저번처럼 울면서 방을 뛰쳐나가는 걸로 끝나지 않을지 몰랐다.


설아가 죽는다는 것은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다. 그건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미안해 오빠.’

품에 안기어 있는 설아는 오빠가 지금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  자신의 말에 오빠의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설아는 성민에게 말 한 것처럼 그런 행동을 저지를 생각이 없었다. 오빠를 놔두고 어떻게 그럴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할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말 역시 해선 안 되는 말이었다.

목숨을 끊겠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는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말이었다. 오빠가 자신을 얼마나 위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오빠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설아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해선 안 되는 말을 했다. 아니, 오빠가 자신을 얼마나 위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지금 설아에겐 오빠의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이런 연기쯤은 얼마든지 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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