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51화 이번 한 번만
‘설아...’
지나가는 학생들 사이에 서있는 설아의 모습에서 성민은 시선을 떼지 못 했다. 막상 이렇게 설아를 마주하게 되자 심장이 뛰며 머리가 멍해지는 듯 했다. 성민은 그렇게 서서 한 동안 설아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오빠.”
“어?”
“아까 전에 왜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던 거야?”
교문을 지나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와중 설아가 조금 전의 성민의 행동에 대해서 물음을 던져왔다.
“벼, 별거 아니야. 잠시 생각할게 좀 있어서.”
“생각할거?”
“응.”
“......”
설아는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할 게 있어서 자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서있었는지 묻지를 않았다. 그저 힐끔 시선을 돌려 얼굴을 훔쳐볼 뿐이었다.
‘쳐다보네...’
앞만 보며 걷고 있는 성민이었지만 설아가 계속해서 힐끔거리며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거기다 교문 앞에서 마주했던 설아의 뺨은 은은하게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지금 역시 설아의 얼굴은 마치 미열이 조금 오른 것 마냥 달아올라 있었다. 전에 말한 것처럼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설아는 팔짱을 껴오지 않았다. 아침에 손을 잡아도 되냐고 생각지도 못 한 물음을 던져올 정도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몰랐다.
특별한 대화 없이 두 사람은 그렇게 버스정류장까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설아가 아르바이트를 가지 않는 날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헤어져 따로 갈 필요가 없었다.
두근두근.
묘하게 심장박동수가 귀에 울리는 것 마냥 크게 쿵쾅거리는 것 같았다.
‘이놈은 또 왜 이렇게 크게 뛰는 거야.’
마치 자신의 심장이 이렇게 쿵쾅거리는 걸 설아에게 들킬 것 같은 기분에 성민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아침에도 이렇게 가슴이 크게 뛰지 않았는데 지금은 마치 고장 난 것 마냥 심장이 빨리 뛰고 있었다.
살짝 옆에 서있는 설아를 바라보니 다행히 자신의 이런 반응에 대해서 모르는 듯 했다. 아니 그럴 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얼굴이 붉혀져 있는 설아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들킨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차에 올랐다. 다행이 자리가 꽤나 널널하게 비어 있어 둘 다 앉아서 갈 수가 있었다. 성민은 설아를 사람들과 닿지 않는 창가 쪽에 앉게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성민도 그렇고 설아 역시 별다른 말은 오가지 않았다. 그렇게 집근처 정류장에 거의 다 왔을 때 맞춰서 벨을 눌렀다. 곧이어 차가 정차를 하고 내려선 성민에게 설아가 입을 열었다.
“마트에 들렸다가 오빠.”
“마트에?”
“응, 오늘 오빠가 원하는 거 요리해 주기로 했었잖아.”
“참, 그랬지.”
잠시 동안 까먹고 있었던 듯 성민이 그렇게 답했다.
“오빠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
“생각하려 했는데 그게...”
차마 네 생각한다고 잊고 있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그런 성민을 바라보던 설아가 웃음을 지었다.
“잊어 먹을 수도 있지 뭐. 그럼 가서 같이 생각해보자.”
“으, 응...”
두 사람은 집으로 향하지 않고 얘기했던 대로 마트에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카트를 끌고 1층 식품코너로 바로 들어섰다.
“어떤 거 해먹을지 생각해 봤어?”
“해물꽃게탕 어때?”
“해물꽃게탕?”
“응.”
성민의 의견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그거 먹고 싶다면 그럼 그렇게 해.”
“설아 네가 별로면 다른 거 먹어도 되는데.”
“아니야. 나도 해물탕 좋아해. 그럼 먼저 해산물코터부터 가보자.”
목표를 정했다는 듯 그렇게 해산물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아는 거기서 적당히 싱싱해 보이는 대짜리 꽃게 3마리를 골랐고 이어서 짙은 무늬에 탱탱해 보이는 새우 다섯 마리. 그리고 아직 살아서 꿈틀 거리는 산 낙지 한 마리에 싱싱한 바지락조개200g 골랐다. 이어 채소코너로 향해 팽이버섯과 적당한 크기의 무 하나와 고추 등 함께 들어갈 채소들도 골랐다. 그렇게 싱싱하고 좋은 것을 보고 고르고 하다 보니 어느덧 30여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마실 음료수 하나와 양념장 재료들을 사고는 카운터로 향해 계산을 했다.
제법 많은 양을 사서 그런지 양손에 짊어진 봉지의 무게가 제법 나갔다.
“오빠 무겁지 않아?”
“이정도로 뭘. 거뜬해.”
“하나는 내가 들고 갈게.”
“아니야. 매번 설아 내가 식사 차리는데 이런 거라도 내가 들고 가야지.”
“미안해 오빠.”
“미안할 게 뭐 있냐? 하나도안 무거우니까 걱정마.”
“응.”
생긋 미소를 짓는 설아의 웃음에 성민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웃는 게 왜 저렇게 예쁜 거야.’
또 다시 상황 파악을 못 하고 빠르게 쿵쾅거리는 심장을 성민은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성민은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려 정말로 노력을 많이 했다. 자신의 이런 감정들에 대해서 설아가 알게 되면 정말로 난감해 질 것 같으니까.
그렇게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성민이 사가지고 온 요리재료들을 주방에 놔두었다.
“오빤 교복 갈아입고 먼저 씻어.”
“설아 넌?”
“나도 교복은 갈아입을 거야. 오빠 씻는 동안 요리할게.”
“혹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
“응.”
방으로 들어온 성민이 가방을 한 족에 놔두고는 교복을 갈아입었다.
‘이놈 때문에 정말로 혼났네.’
옷을 다 갈이 입은 후 침대에 몸을 앉힌 성민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아까 교문 앞에서도 그렇고, 버스 정류장에 이어 아까 전에도 자신의 행동에 상당히 당혹스러운 성민이었다. 아침까지는 그래도 이렇게 심장이 쿵쾅거리지 않았는데 이젠 저도 모르게 고장이 난 것처럼 크게 뛰어 미칠 노릇이었다.
자신의 심장부근을 내려다보던 성민은 조금 전 자신을 바라보며 웃음 짓던 설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나 늘 봐오던 그런 웃음이었는데 그게 너무 귀여우면서도 예뻤다. 지금도 설아의 그 미소가 눈앞에 아른 거리는 듯 했다.
심장 부근을 바라보고 있던 성민의 표정은 어느새 굳어져 있었다.
“......”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일단 손부터 씻어야지.”
문을 열고 나온 설아가 세면대에서 깨끗하게 손을 씻고 나온 후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탕을 끓일 적당한 크기의 냄비를 준비하고 물을 받았다. 이어 도마를 준비 한 후에 사가지고 온 무를 꺼내어 사용할 만큼만 썰어서 깨끗하게 손질 한 후에 작게작게 썰어서 준비한 후에 함께 넣은 채소들도 씻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어 육수를 내기 위한 다시마와 고추장3큰술, 고춧가루2큰술에 생강가루1/2에 간마늘 등을 넣고 적당히 맛을 보면서 양념장을 만들었다.
준비해둔 냄비에 불을 올리고 만들어둔 무와 채소부터 푸짐하게 넣은 뒤 이어 다시마와 양념장을 풀어서 끓였다. 불이 오를 동안 꽃게와 다른 해산물들을 꺼내어 먹기 좋게 손질을 한 설아는 냄비가 끓기 시작하자 차례대로 가지런히 넣었다.
그렇게 보글보글 소리가 나면서 끓기 시작 할 때쯤 뚜껑을 열어 얼큰한 맛을 내기위해 잘게 썰어둔 청양고추를 조금 넣고 푹 고아주듯 뚜껑을 닿고 불을 더 세게 올렸다. 그때쯤 돼서야 문을 열고 나오는 오빠를 설아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오빠 늦게 나왔네?”
“어, 어...”
“천천히 씻어. 오빠 씻는 거에 맞춰서 조절하면 되니까.”
“응...”
욕실로 들어가는 오빠를 확인한 설아가 보글보글 맛있는 냄새를 내며 끓는 해물 탕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렇게 샤워를 끝내고 나온 성민이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말고 나오자 설아가 뜨거운 냄비를 받침대가 얹어 있는 식탁에 내려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어느새 밥을 올렸는지 짐이 빠지는 소리가 전기밥솓에서 들려왔다.
“거의 다 차렸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어 셋팅을 끝낸 후에 덜어먹은 그릇과 국자와 집게, 그리고 꺼질과 뼈를 담은 통을 따로 준비해서 한 쪽에 놔두었다. 잠시후 밥이 완성되었다는 안내음과 함께 설아가 밥통을 열어 주걱으로 잘 지어진 쌀밥을 조금 떠서 떼먹어 보았다.
꼬들꼬들 한 게 생각 이상으로 밥이 잘 지어졌다는 걸 확인하고는 밥그릇에 밥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음료수까지 준비하고 나자 드디어 저녁 한 상이 근사하게 차려졌다.
“어서와 오빠.”
설아가 부르는 소리에 성민이 식탁으로 향했다.
“해물꽃게탕은 많이 만들어보지 않아서 오빠 입에 맞을지 모르겠어.”
“설아 네가 만든 거면 뭐든 다 맛있지.”
“......”
자신의 말에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바라보는 설아를 보며 성민도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조금전의 그 말이 아무래도 설아에게 조금 이상하게 들렸던 듯 했다. 성민이 생각하기에 조금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다.
“서, 설아 너 요리 잘하잖아!”
순간 이상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서둘러 변명하듯 말하지만 얼굴이 빨개진 설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말 한 마디에 또다시 묘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에 착석했다. 설아가 조심스럽게 닫혀 있던 뚜껑을 열자 짐이 올라오면서 맛있게 끓고 있는 탕이 눈에 들어왔다. 풍겨오는 냄새 역시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오빠 얼큰한 거 좋아해서 청양고추도 조금 넣었어,”
“그, 그래?”
“응.”
설아가 국자를 들어 성민에게 꽃게 한 토막과 새우, 그리고 각종 채소와 해산물들을 담은 후 마지막으로 국물을 떠서 부어 놓아 주었다.
“고마워.”
고마움을 표하는 성민에게 수줍게 웃음을 지어준 설아가 자신이 먹을 양을 적당히 덜어서 앞에 놔두었다.
“맛있게 잘 먹을게.”
숟가락을 들어 성민은 먼저 국물을 떠서 먹어보았다. 뜨거워서 입김을 불어 식힌 후에 먹어야 했는데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해산물 특유의 맛과 감칠맛이 더해지며 끝에 알싸한 매운맛이 살짝 감돌며 입맛을 돋우었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야.”
“괜찮아?”
“국물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하겠는데? 정말로 맛있어!”
지금 이 묘한 분위기를 타파하려는 듯 성민은 사뭇 과장 된 목소리로 말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많이 먹어, 오빠.”
“설아 너도 어서 먹어봐 진짜 맛있으니까~!”
“그럴게.”
꽃게와 새우를 발라먹으며 맛있게 먹는 오빠의 모습을 보자 설아는 먹지 않아도 배부른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 준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오빠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빠를 위해서 계속해서 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순식간에 밥 두 공기에 꽃게와 해물들을 먹어친 후 배부르게 식사를 끝낸 성민은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꼈다.
“이거 거의다 내가 먹은 것 같은 기분이네.”
“아니야. 나도 먹었어.”
“꽃게 한 마리도 안 먹었잖아.”
처음 덜은 반토막 밖에 먹지 않은 설아였다. 왜 더 안 먹냐고 물어봐도 천천히 먹을게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반 토막이 남았을 때 설아는 말 없이 그걸 떠서 성민의 그릇에 놔주었다.
이거 먹으라고 말을 해도 설아는 괜찮다며 웃을 뿐이었다.
실질적으로 성민이 꽃게 두 마리 반을 먹어 치운 게 된 것이다. 그게 미안한 성민이었지만 설아는 그저 괜찮다며 웃기만 했다.
해산물 요리를 먹고 나니 확실히 꽃게 껍질이나 조개 껍질 등 나오는 부산물들이 많았다. 이걸 설아 혼자서 치우게 하는 게 미안해서 성민이 뒷정리를 도와주었다.
“나 혼자 해도 괜찮아 오빠.”
“어떻게 너 혼자 치우게 놔둘 수 있어? 그건 완전히 부려먹는 거잖아.”
만류를 하는 설아 였지만 자신이 거의 다 먹어놓고 치우는 거도 설아 혼자하게 놔두면 그건 정말로 아니라는 생각에 끝까지 도와주었다.
마지막으로 식탁을 깨끗하게 닦은 후에야 정리를 끝낸 성민이 소파에 몸을 앉혔다. 그동안 설아는 차 한 잔을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오빠가 앉아 있는 소파를 바라본 설아가 고개를 돌려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이젠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었어.’
오빠가 양호실에 다녀 오는 것을 보고 설아는 그 뒤로 더 이상 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서 설아는 약을 들고 나왔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도저히 이 마음을 주체하는 게 힘들었다.
어제 오빠가 자신을 안아 준 뒤로 말이다.
갈등을 하던 설아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며 그렇게 성민의 잔에 가루약을 탔다. 뜨거운 물에 잘 녹을 수 있게 저어 준 후 녹차 두 잔을 준비해서 거실로 향했다.
“잘 마실게.”
“응.”
“그런데 넌 안 마셔?”
“씻은 후에 먹으려고. 그럼 맛있게 먹어 오빠.”
“그러고는 설아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방으로 들어온 설아는 약이 쌓여 있던 종이를 보면서 한 숨을 내쉬었다. 하지 않기로 했는데 약을 타버린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이 느껴진 까닥이었다. 그래서 도저히 오빠가 먹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서둘러 속옷을 챙겨들고 설아는 방을 나와 욕실로 들어갔다.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려던 성민은 욕실로 들어가는 설아를 보고는 잠시 동안 닫힌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 진짜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자신을 위해서 요리를 해주고 이렇게 차 까지 끓여주며 모든 걸 다 해주려는 설아가 성민은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를 생각해주는 설아가 너무나 예뻐 보였다. 이런 마음이 그저 오빠가 여동생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일까. 정말로 단지 오빠로써 바라보는 게 전부일까. 아까 전에 방안에서도 그랬지만 성민은 그렇게 자신에게 되묻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그 후에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아니, 내릴 수가 없었다.
‘설아야...’
욕실에 들어간 설아를 생각하던 성민은 순간 나체로 서있을 설아의 알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옷 속에 가려져 있을 설아의 몸이 상상되었다. 이어 그런 설아의 봉긋한 젖가슴을 잡는 상상을 떠올렸고 순간 그런 상상을 해버린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며 정신을 차렸다.
“앗 뜨거!”
찻잔을 잡고 있던 손이 흔들렸는지 뜨거운 차가 넘치며 손에 닿자 성민은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찻잔을 놓치고 말았다.
촤아-!
바닥에 떨어진 컵은 다행히 깨지진 않았지만 안에 있던 차의 내용물을 전부다 쏟아버리고 말았다.
“이런...!”
자신을 위해 애써 타준 차를 쏟아버리게 된 성민은 당황하고 있었다. 서둘러 걸레를 가져와 닦아내 보지만 쏟아낸 차가 그저 아깝기만 했다.
그리고 설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컵을 다시 식탁에 놔둔 성민은 닦아낸 걸레를 씻어서 널어놓은 후 자리에 와서 몸을 앉혔다.
“하아... 설에에겐 잘 마셨다고 해야겠지?”
만약 차를 쏟은 것을 알아도 괜찮다고 할 태지만 그래도 차마 성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설아가 자신을 위해 타준 차를 이상한 상상을 하다 쏟았다는 게 그저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