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50화 그녀 (50/85)



〈 50화 〉50화 그녀

설아와 헤어지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성민이 걸음을 옮겨 자리에 몸을 앉혔다.


“이제 몸은 좀 괜찮아?”


“어?”


“몸 괜찮아?”

“아... 별로 이상 없어.”

“다행이네.”


현준이의 말에 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월요일 이후 오늘까지도 몽정을 하지 않았고 몸은 특별히 이상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이제 몸이 다시  컨디션을 찾아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담임선생님이 들어오고 아침조회가 시작되었다.

“이제 여름방학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고 분위기가 많이 풀어져 있는데 마지막까지 긴장  놓지 말고 1학기 잘 마무리하자 알았지?”

“네~!”


길게 이어지는 반 아이들의 대답을 끝으로 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에 따라 아침조회가 끝이 났다. 담임이 나가고 다시 시끌벅적해진  분위기에서 지수와 유람이 걸음을 옮겨 다가왔다.


“성민아.”


“어?”

“아까부터 뭘 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어?”


“그냥... 별거 아니야.”

“몸은 이제 괜찮아?”


“어.”

“음... 안색은 확실히 나아졌네.”

고개를 끄덕이는 유람이의 말에 성민이 웃음을 지어주었다.

“이 번 여름방학에 뭐해?”

그런 성민을 향해 현준이가 물음을 던져왔다.

“왜?”


“여름방학인데 조용히 보낼 수 없잖아. 다들 시간 내서 놀러 라도 가면 어떨  싶어서.”

“그거 좋은 생각이다.”

유람이 찬성하는  말하자 성민이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놀러 간다는  다음 주면 아무래도 못 갈 거 같은데.”


“왜? 무슨 약속이라도 있는 거야?”


“그게 집안일 때문에 말이야.”


“집안일? 큰일이라도 있어?”


혹시 큰일이라도 있는 걸까 싶어 바로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아까부터 뭔가 생각을 하는  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친척집에 가게 돼서 말이야.”

“아쉽다... 그럼 다음 주에는 못 가는 거네.”


유람이가 정말로 아쉬운  그렇게 말하자 괜시리 성민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말 하게 돼서 미안해.”


“미안 할 게 뭐 있니? 집안일이라는데.”

“그럼 다음 주 말고 그 다음 주는 어때?”

“그때는 괜찮을 거야.”


“그럼 날짜는 그렇게 정하고 가는 걸로 하자.”


“그럼 어디갈래?”

지수가 의견을 묻자 바로 유람이가 입을 열었다.

“나 워터파크 가고 싶은데.”


“워터파크?”

“응! 바다나 계곡은 여러 번 가봤는데 워터파크는 한 번도  가봤거든. 너희들 생각은 어때?”

“나는 크게 나쁘다 생각지 않아.”

“현준이 너는?”


“의견이 맞는다면 상관없어.”

그러자 유람이가 자연스럽게 성민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성민이 너는?”

“나도... 괜찮아.”

“그럼 설아하고 혜진이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설아는 성민이 네가 물어볼래?”


“내가?”


“응.”

“알았어.”

“벌써부터 기대가되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짓는 유람이었다. 잠시 후 1교시 종이 울리며 각자 자리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잠시 후 담당과목선생님이 들어오고 1교시가 시작되었다. 책은 펼쳐 놨으나 이미 여름방학이 코앞이라 수업내용이 제대로 들어  리가 없었다. 그건 성민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조금 다른 의미로 수업 내용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제 그 일이 있은 후로 성민의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건 다른 무엇도 아닌 여동생인 설아.

밤이 늦도록 연락도 안 되고 돌아오지 않는 설아가 걱정되어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아버지가 퇴근하셔도 집에 오지 않자 찾아나서게 되었고 설아를 보고 복받쳐 오른 마음 때문에 그대로 끌어안고 말았다. 그때 찾아온 느낌과 마음이 성민의 가슴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크게 흔들리는 감정이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고 있었다.

거기다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의 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눈빛이 성민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심장을 빠르게 뛰는 것을 멈추지 못 하게 했다.


조심스럽게 손을 잡은 채 얼굴을 붉히며 걸어가던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마음을 일게 했다.


성민이 고개를 돌려 지수 쪽을 바라보았다. 착실한 지수여서 수업내용을 잘 듣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성민은 지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지금 묘한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설아를 위한다면, 네가 정말로 오빠라면 잘 못 된 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그리고 성민 역시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매사이에 선을 넘어 버리게 된다면 결국엔 불행해지는 것은 자신과 설아였다. 설아는 괜찮다고 했지만 성민으로써는 그 후의 미래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수에게 들킨 것만으로도 그렇게 충격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들켰다가는 암담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도 지수는 그 이후 그런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고 거론하지도 않았다. 그게 친구로써 자신을 생각해 그러는 것이라는  성민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을 믿기에 그러는 것이라는 걸 성민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저렇게 친근하게 잘 대해 줄 수 없을 터였다. 성민 역시 지수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다. 정말로 설아를 위한다면, 오빠라면 금기 된 사랑의 길로 들어서면  되는 일이었다.


‘어쩌면 좋지...’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어제 그일 이후 성민은 도저히 떨리는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의 눈빛이, 조심스럽게 잡았던 설아의 손의 느낌과 얼굴 표정이 도저히 잊혀지지 않았다.


품아 안긴 설아가 잊혀지지 않았다. 성민은 놔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설아에게 혹시나 잘   일이 생겼을 까봐 걱정이 크게 되었었다. 서둘러 가는데 다시 눈앞에 무사히 나타나자 성민은 긴장이 풀렸고 순간 걱정을 끼친 설아에게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복받쳐 올랐었다.


그게 진정 오빠로써의 마음뿐이었을까.


놔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그저 설아를 걱정해서 그랬던 것뿐이었을까.


‘설아야...’

성민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했다.


창밖을 바라보던 설아가 고개를 돌려 문득 공책에 낙서를 하듯 그려놓은 그림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조금 그림이 엉성하긴 했어도 한 사람의 얼굴이 작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오빠인 성민이었다.


‘또 안아주었으면 좋겠어...’

자신이 그려놓은 오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설아는 품속에 안기었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머리를 감싼 채 안아 준 오빠의 품속은 그 무엇보다도 따스했고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했다. 오빠에게 안기었던 그때의 설레는 마음이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하고 있었다.


그게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 것이라는 걸 설아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러함에도 충분히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오빠에게 사랑 받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놀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설아는 이대로 계속 오빠의 품에 안기어 있었으면 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춰도 좋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자신을 안아주는 오빠의 품속은 너무나 따스하고 설레었다.

그 후로 머릿속에서, 오빠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오빠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설아는 거의 밤을 샜을 정도로 밤잠을 설쳤다.

‘보고 싶어.’

공책에 그려놓은 그림이 아닌 오빠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헤어 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설아를 벌써부터 오빠인 성민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은 얼굴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다시 한 번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와 버린 오빠를 설아는 도저히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 남자를 내보 낼 수가 없었다.


지금 수업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설아는 신경이 가지 않고 있었다. 그저 오빠가 무얼 하고 있을까 생각만 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가서 보고 싶은 그 사람이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쉬지 못 하게 만든다.

“다들 수고해.”


애들에게 인사를 하고 교실 문을 나선 성민은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 계단으로 향했다. 아이들을 지나쳐 1층으로 내려가는 성민의 가슴은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정문을 지나 밖으로 나온 성민이 그렇게 걸음을 옮겨 교문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을까.’

성민은 설아가 교문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 먼저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럴지 몰랐다.

그런 묘한 기대감 때문일까.

교문으로 향하는 성민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서두르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다 한 순간 성민의 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지나가는 학생들 사이로, 그 사이로 한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눈앞에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녀.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그녀가 지금 눈앞에 서있었다. 눈앞에 서있는 그녀로 인해 성민의 심장은 아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로 인해 감정이 벅차오른다.

잠시 폰을 바라보던 설아가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하는 것인지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성민의 눈에 보였다. 그러다 순간 자신을 발견하고 눈이 마주친 설아가 그 상태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성민은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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