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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49화 긴장감 (49/85)



〈 49화 〉49화 긴장감

그 상태로 자신을 껴안고 있는 성민의 품속에서 설아는 그렇게 안겨 있었다.

“......”

성민은  후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설아의 머리를 감싼 채 품에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두근두근.


품에 안겨 있는 설아의 심장박동수가 크게 뛰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얼굴역시 상당히 붉혀져 있는 모습이다. 성민의 품안에 안기어 있는 설아는 정말로 많이 놀란 듯 해 보였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껴안을 거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일까. 물론 그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설아가 이렇게 떨려 하는 것은 지금 그러한 행위를 벌인 사람이 바로 오빠라는 대에 있었다.

더 이상 설아는 자신을 안고 있는 오빠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오빠가 자신을 놔줄 때까지 설아는 그 상태로 얼굴을 붉힌 채 성민의 품안에 안기어 있을 뿐이었다.


성민은 품에 안기어 있는 설아를 마치 놔주지 않겠다는 듯 그렇게 끌어안고 있었다.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돌아온 늦은 시간인데도 연락이 안 되고 돌아오지 않자 정말로 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크게 엄습했다. 도저히 이대로 가만히 집에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갑을 가지고 나와 서둘러 집을 나선 것이다. 주화에게 연락 했다가 만약 설아가 제시간에 돌아갔다는 말을 들었다면 성민은 정말로 설아가  만한 곳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다 찾아볼 참이었다.


오빠라 부르는 그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성민은 눈앞에 서있는 설아를 보고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 아무 일도 없이 돌아왔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고 이어서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은 설아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다가온 설아에게 다짜고짜 따져 물었던 것이다. 미안하다며 사과를 해오는 설아의 모습에 성민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 끌어안았다.


설아가 무사한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일지 몰랐다. 물론 행동은 그럴  있었으나 안고 있는 성민의 마음은 상당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게 불안했던 마음에서 그런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품아 안기어 있는 설아를 놔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성민은 꽤나 긴 시간동안 설아를 안았다.

“뭐, 뭘 그렇게 바라봐?”


“아니야, 오빠...”


당황하며 묻는 성민의 말에 설아도 당황하며 대답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나란히 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향하고 있는 와중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였다. 성민의 말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던 설아였지만 다시금 오빠에게 시선이 향했다.


설아가 다시 자신을 처다 보는 것을 알았으나 이번엔 성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파트 정문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에도 설아는 계속해서 성민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도어 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는 성민을 향해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서둘러 나간거야?”

“아버지가 오셨는데도 설아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 돼서요.”


“그랬어?”


갑자기 집을 나서는 성민을 보고 의아했지만 같이 들어오는 설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에게 늦는다고 연락하지 않았어?”

“배터리가 다 되서 못 했어요.”

“그랬구나...”

들어보니 설아와 연락도 되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으니 걱정 되서 나간 것 같았다.

“그래도 성민이 네가 오빠라고 여동생이 걱정이 많이 되었나 보구나. 갑자기 서둘러 집을 나가기에 난  무슨 사고가 난  아닌가 싶었어.”


“죄송합니다.”

“죄송 할게  있어?  설아가 걱정 되서 그런 건데.”

그렇게 말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설아는 좋겠네? 오빠가 이렇게나 생각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네.”

“남매사이가 좋은 것 같아 아버지로써는 기분이 좋구나.”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두 남매가 사이좋게 지내는  보니 한  마음이 놓이는 아버지였다.

“시간 늦었으니 설아 너도 어서 옷 갈아입고 씻거라. 성민이 너도 잘 준비하고.”

“그럴게요.”


“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가 안방으로 들어가고 나자 성민이 설아를 바라보았다.


“그, 그럼 옷 갈아입고 씻어.”

“응.”

성민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설아가 움직이지 않고 그런 오빠를 얼굴을 붉힌 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설아의 시선을 느꼈지만 성민을 마치 보지 못 한 것처럼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왜 저렇게 빤히 바라보는 거야.’

설아의 그 시선을 도저히 정면으로 바라보기 힘든 성민이었다.

방으로 들어간 설아가 교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곤 속옷을 챙겨 욕실로 향하는데 문손잡이를 잡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잠시 동안 그대로 서있었다.

‘너무 포근했어...’

갑자기 끌어안아 많이 놀라고 당황스럽긴 했지만 설아는 그 순간 안겨있었던 시간을 도저히 잊을  없을  같았다. 마음은 떨리고 심장이 뛰었지만 그와는 다르게 자신을 감싸 안아주고 있는 오빠의 품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하루 종일 계속 안겨 있을 싶을 정도로.


그저 걱정이 돼서 그렇게 끌어안은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과 상념이 설아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설아의 마음은 마치 봄이 왔음을 알려주듯 봄 내음을 따라 날아와 뺨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같이 마음을 어루만지듯 순식간에 훑고 지나가, 심장은 뛰게 하며 마음을 살며시 흔들어 놓고 가버렸다.

또  번 이렇게 오빠가 자신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설레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진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잠시 동안 그대로 서있던 설아가 곧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성민 역시 문을 열고 나왔는데 동시에 나온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이 마주쳤다. 성민은 금세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으나 설아는 그러지 않았다.

얼굴이 붉혀져 있는 상태로 아까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직 욕실에  들어갔어?”


“응...”

작게 대답하는 설아는 자신을 쳐다보지 못 하고 있는 오빠의 얼굴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 나는 물 한잔 마시려고.”

그렇게 말한 성민이 서둘러 주방 쪽으로 향했다.


컵을 들고 정수기로 이동해 물 한잔을 받아 마시는 성민은 물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신경이 설아에게로 가있었다.


‘아직도 바라보고 있잖아.’


가득 채운  한잔을 거의다 비워가고 있는 와중에서 설아는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처다 보고 있는 시선이 다 느껴졌다. 그런 설아의 시선을 성민은 도저히 똑바로 마주하기 힘들었다.

안까 껴안았던 뒤로 찾아온 부끄러움 때문도 있겠으나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의 시선이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건 애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열이 오른 듯 보일 수 있으나 성민은 설아의 뺨이 붉혀져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껴안은 것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 후로 저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컵을 행구고 다시 자리에 놔둔 성민이 돌아올 때까지도 설아는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샤, 샤워하러 안가?”


“지금 가려고.”

하지만 설아는 그렇게 말하고도 성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 그럼 잘게.”

결국 먼저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성민이었다.


‘너무 빤히 바라보잖아.’


방으로 들어온 성민은 설아와 마찬가지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저런 시선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면 성민으로써도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편으론 그런 설아의 시선이 자신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듯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지금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결국 그날 저녁 성민은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을 깨우는 설아의 목소리와 손짓에 성민은 힘겹게 눈을 떴다. 밤잠을 설친 탓에 새벽 늦게서야 잠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래서 상당히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밥  차렸으니까 어서 정신 차리고 나와 오빠.”


“응.”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리며 상체를 일으킨 성민은 바닥에 발을 디디며 일어섰다. 걸음을 옮겨  쪽으로 향하던 성민은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는 멈칫 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식탁엔 이미 음식들과 밥이  차려져 있었고 설아는 자신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욕실로 가서 가볍게 세안을 하고 나온 성민이 식탁에 몸을 앉혔다.


“잘 먹을게.”


“응.”

수저를 들어 국을 떠먹은 성민이 본격적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득 차 있던 밥그릇의 양이 반이나 먹었는데도 아직 첫 숟갈을 뜨지 않은 설아를 향해 말했다.


“입맛이 없어?”

“아니. 이제 먹으려고.”


그러고는 숟가락을 들고 밥을 떠서 한 입 먹는데  때 다시금 시선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의 눈길에 성민은 눈을 맞추지 못 했다.

묘한 분위기 속에 지나간 아침식사 뒤로 욕실로 들어가 양치를 하고 제대로 씻고 나온 성민이 교복을 갈아입을 동안 설아도 정리를 하고 양치를 끝낸 후 방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먼저 갈아입은 성민이 나와서 잠시 기다리자 방문을 열고나서는 설아가 눈에 들어왔다.

“이, 이제 갈까?”

“응...”


여느 때처럼 문을 열고나선 성민은 설아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

15층에서 내려오는 동안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그때까지도 성민도, 그리고 설아도 아무런 말없이 서있었다. 그건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 갈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거야.’


지금도 자신에게 시선을 주며 힐끔 거리는 설아의 눈길에 성민은 이상하게 긴장 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긴장이라는 것이 나쁜 의미의 긴장감이 아니었다. 지금 성민의 가슴이 여전히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을 잡을 거라 생각했던 설아가 손을 잡지 않자 성민은 망설이다 물음을 던졌다.

“이, 이제 손 안 잡으려고?”


“잡아도 돼?”

“어?”

생각지 못  설아의 물음에 성민이 반문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물어보고 잡았던 거 아니었잖아.”


“......”


“그, 그러니까 괜찮다는 말이야.”

그때서야 살며시 자신의 손을 잡는 설아의 손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힐끔 쳐다보니 앞을 바라보면서도 얼굴을 붉힌 채 걸어가는 설아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 이미 이성의 마음을 품고 있는 설아 역시도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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