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48화 걱정 (48/85)



〈 48화 〉48화 걱정

성민은 그렇게 2교시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갔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는 성민을 향해 현준이가 괜찮냐는 듯 물어왔다. 당연히 괜찮다고 말해준 성민이 자리에 몸을 앉혔다. 그러고는 잠시 지수 쪽을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자신을 처다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성민이었다. 지수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지 신경이 쓰였다. 물론 자신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좋게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성민 역시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자신을 처다 보는 지수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때 성민의 폰이 진동이 울리며 문자가 왔다. 폰을 꺼내 확인을 해보니 보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설아.


[오빠 지금 교실이야?]

문자를 확인해보니 그렇게 와있었다.


[응, 조금 전에 막 왔어.]

그렇게 답장을 보내주니 바로 문자가 또 하나 날라 왔다.

[몸 진짜로 괜찮은 거지?]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역시나 이번에도 답장을 보내자마자 바로 설아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바로 연락해야해?]

[그럴게.]


문자를 주고받은 성민이 폰을 다시 품에 갈무리했다.


잠시 후 수업종이 울렸고 3교시가 시작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수업내용이 전혀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날 성민은 학교가 마칠 때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에 잠긴 채 시간을 보냈다. 물론  생각의 중심엔 자신과 설아였고, 양호실에서 말했던 지수의 얘기였다.


“갈게.”

종례가 끝이 나고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 성민이 애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그대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성민이 무슨 고민이 있나?”

“양호실에 다녀온 뒤로 계속 뭔가 멍해 보이는 거 같은데.”


유람이와 현준이 교실을 나서는 성민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로 몸이 안 좋은 거 아니야?”


“그런 걸까. 지수 너는 어떨 거 같아?”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어.”


유람이의 물음에 그렇게 답한 지수가 성민이 나간 뒷문을 잠시 동안 그렇게 바라보았다.


학교건물을 나온 성민이 교문으로 걸어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교문 한 쪽에 서서 가만히 자신을 기다리는 설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폰을 꺼내 확인 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고 곧 자신을 발견하고는 웃음을 짓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서야 다시 발걸음을 옮겨 교문으로 향했다.

“오빠 빨리 나왔네?”

“당번이 아니니까.”


나란히 교문을 벗어나 길을 걸었다.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이제 4일만 가면 여름방학이야. 아르바이트도 이번 주가 끝이고.”


“......”


“있지. 나 생각해봤는데 역시 우리 놀러가는 거 계곡이 좋은 거 같아. 바다나 워터파크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 짐은 많이 챙겨갈 필요는 없고 필요한 거만 가지고 가자.”

“......”

“그런데 오빠 몸은 정말로 괜찮아?”

“응.”

“오빠?”


“어?”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성민을 바라보던 설아가 살며시 팔짱을 꼈다. 그에 순간 성민이 움찔 하며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오늘 오빠 몸 안 좋으면 아르바이트 쉬려고 생각 중이었어. 오빠는 괜찮다고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양호선생님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정말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응...”

대답은 하지만 성민은 그런다고 설아가 걱정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가 않았다. 자신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곧장 양호실로 달려왔던 설아였다. 그런 애가 이런 말로 안심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렇게 중간쯤 갔을 때 성민은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이제 헤어져야겠네.”


헤어지기 아쉬운 듯 말하는 설아를 향해 성민이 밝게 웃어주었다.


“조심해서 가.”


“오빠도 집에 가서 쉬워.”


“그래.”

인사를 한 후 멀어져가는 설아를 성민은 잠시 동안 지켜보았다. 저만치 걸아가다 다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설아를 향해 성민이 다시 웃어주었다. 그러자 설아가 따라 웃는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본 성민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고민이 있는 걸까.’

오빠와 헤어지고 걸음을 옮기는 설아는 성민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양호실에서 보았던 오빠의 분위기는 괜찮았다고 보는데 조금 전에 오빠의 모습은 분명 그렇지가 않았다.

‘뭘까.’


몸이 아파서 그런 것과는 달라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잠깐 잠깐 뭔가 생각을 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고민이 있을까 생각을 해본 설아는 역시 자신에 대한 게 아닐까 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아까 전에 팔짱을  때도 움찔 거린 것도 마음에 걸렸다.


‘아직 오빠는  받아드릴 수 없을 테니까 맞을지도 몰라.’

오빠는 자신을 여동생으로써 좋아하는 것이지 이성으로써 좋아하지 않았다. 설아 역시 그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설아는 포기를  생각이 없다. 그래서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카페로 향하면서 설아 역시 오빠에 대한 생각을 하며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저녁 설아는 성민의 방으로 찾아가지 않았다. 오빠가 저렇게  것도 자신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웬 삼계탕이야?”

다음날 성민은 식탁에 차려진 삼계탕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인삼하고 대추 등 보양식 형식으로 만들어봤어.”

“어제 양호실에 간 것 때문에 그래?”

“응.”

아침 일찍 일어나 삼계탕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자신을 생각해서 이렇게 만들어 차려놓은 것을 보니 성민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거 먹고 오빠 힘내.”

“그럴게.”

아침부터 삼계탕을 먹게 될 줄은 몰랐던 성민이었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 육수와 인삼 등 약재에서 울어난 진한 국물 맛도 당연코 일품이었다.

“잘 먹었어.”

 마리를 거뜬히 먹은 성민이 요리를 한 설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맛있게 먹어줬으면 그걸로 됐어.”


자리에서 일어난 설아가 다 먹은 그릇과 뼈를 정리했다. 그러는 사이 성민은 방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었고 설아는 정리를 하느라 조금 늦게 갈아입었다.


“그럼 나갈까?”

“잠시만.”


설아가 냉장고로 향하더니 뭔가를 꺼내어 가지고 왔다.

“오빠 이거 하나 먹고 가.”

설아가 건네주는 것을 보니 비타민C 드링크였다.


“이거 웬 거야?”


“어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산거야. 바티민C가 면역력을 좋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해서 하나 샀어. 아침에 학교가기 전에 오빠 하나 먹고 가면 좋을 거 같아서.”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쨌든  먹을게.”


건네주는 것을 받아든 성민이 그렇게 뚜껑을 따서 한 번에 병을 비웠다.

“설아 네꺼도 같이 사지.”

“난 괜찮아.”

“그래도 혼자 먹으니까 뭔가 좀 미안한데.”

“미안할  뭐있어. 난 오빠가 아프지만 않으면 그걸로 되는 걸. 오빠가 건강 한  나에게는 비타민음료 하나 보다  큰 기력 회복제나 마찬가지야.”

“......”

“왜 그래 오빠?”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오빠의 시선에 설아가 물음을 던졌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갈까?”

“응.”

다 마신 비타민 드링크 병을 처리한  둘은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마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설아를 바라보자 자신을 처다 보며 웃음을 지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당연히 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학교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섰을 때도 설아는 팔짱을 껴오지 않았다. 갑자기  팔짱을 껴오지 않는 걸까 하며 바라보니 설아가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 팔짱끼는  자제할게. 오빠가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같으니까.”

“그래?”


“응. 그리고 오빠 오늘 먹고 싶은 거 없어?”

“먹고 싶은 거라니.”


“내일은 오후에 아르바이트 안 가니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요리해주려고.”

“삼계탕이면 충분해. 그러지 말고 이번엔 설아 너 먹고 싶은 걸로 내일 메뉴 정하는 게 어때?”

“나는  좋아하니까 괜찮아.”


“그런 게 어디 있어?”

“진짜야. 오늘 아침에도 오빠처럼 삼계탕 맛있게 먹었잖아. 저번에 다른 요리들도 그렇고. 그러니까 나는 먹는 대로 함께 먹으면 돼.”

설아도 분명 좋아하지 않는 요리가 있을 터인데 저렇게 말하는  보면 자신을 배려해주려는 게 다분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설아의 마음을 알기에 더 이상 성민은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나중에 먹고 싶은 게 생각나면 문자로 보내줄게”


“응.”

학교에 도착하고 여느 날처럼 하루가 시작 되는데 그때 두 어 번 설아에게서 문자가 왔었다. 정말로 먹고 싶은 게 생각 안나면 부담가지지 않아도 되니까 문자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 설아의 문자를 확인한 성민이 품에 손을 집어넣더니 알약 하나가 들어가는 각진 플라스틱 함에 비닐로 덮여 있는 비타민제를 바라보았다.

이건 자신이 어제 양호실에서 먹었던 비타민제와 똑같았는데 알고 보니 점심시간에 가서 하나를 얻어왔다는 것이다. 헤어지기 전에 설아가 그렇게 나중에 점심시간에 먹으라고 손에 쥐어주었었다.

‘나도 참 걱정을 많이 끼치는 오빠네.’


설아가 정말로 자신을 많이 신경을 써주고 있구나라는 걸 성민은 많이 느꼈다. 그날 오후 하교시간이 되자 역시나 설아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도 설아는 팔짱을 끼지 않았는데 아바도 그것 역시 자신을 배려하기 위함이라는 걸 알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중간쯤 같이 가고 헤어지기 전에 설아가 물음을 던져왔다.

“아침에 준 비타민제는 잘 먹었어?”

“점심시간에 먹었어.”

“다행이다.”


생긋 웃음을 짓는 설아의 모습에 성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갈게 오빠.”


“응.”

저만치 달려가는 설아를 성민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중간쯤에 자신을 바라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에 성민도 답례를 해주었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설아 생각밖에 안 했네.’

양호실에  번 찾아간 것 가지고 이렇게나 신경을 써주는 설아를 보고 있으면 성민은 미안한 마음을 많이 느낀다. 한 편으로는 그런 설아가 고마웠고 귀여웠다. 다른 의미로 그런 설아를 보고 있으면 어제 양호실에서 느꼈던 것 같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물론 그러면 안 된다는  잘 알고 있다. 지수가 했던 말로 인해 더욱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흔들리기 시작한 마음은 좀처럼, 아니 생각처럼 진정되질 않는다.

묘하게 오늘은 설아가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성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시가 넘어 30분이 다되어 가는대도 설아가 오지 않자 성민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생각 보다 늦네.’


평소라면 이미 들어왔을 시간인데 설아가 오지 않자 그런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 12시가 되어도 설아가 들어오지 않고 있어 성민은 폰을 꺼내 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 전화기가 꺼져있어...]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 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멘트였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받질 않아도 걱정이 되겠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말에 성민은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그렇게 집안에서 기다리다 도어 록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아직 안자고 있었어?”

들어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


“저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성민아?”


아버지가 오셨는데도 오질 않자 결국 지갑을 가지고 나온 성민이 집을 나섰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성민은 여러 생각이 들었다. 티비에서 보면 여자를 납치해 몹쓸 짓을 하는 그런 사건들을 보았던 게 떠오른다. 그렇게 되자 성민은 더욱더 마음이 불안해졌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역시나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음성만 들려올 뿐이었다.


1층에 도착해 아파트를 나선 성민이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벌써 12시 40분이 넘어가는데 이렇게 늦게까지 오지 않을 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페 전화번호 좀 알아둘 껄.’

후회는 해보았자 이미 늦은 뒤였다. 그러다 주화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린 성민이 다시 폰을 꺼내들었다.

‘아직 전화번호 안 바꿨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주화에게 전화를 걸려던 성민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에 바라보니 거기엔 설아가 보였다.

“나 마중 나온 거야?”


걸음을 옮겨 다가온 설아가 성민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성밍은 설아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배터리가  돼서 중간에 충전 시키는 걸 깜빡했어.”

“이 시간까지 연락도 안 되고 오지 않으니까 걱정했잖아.”

“오늘 사장님 도와주는 직원 한 명이 안 와서 주화하고 도와주다보니 좀 늦었어. 일도 바빴고. 저기 앞에 까지 그래도 데려다 줬어,”


“폰이 꺼져 있으면 주화 걸로 문자 한통이라도 보내주면 좋잖아.”

“미안해.”

정말로 화가나 보이는 오빠의 모습에 설아가 사과를 전했다.


“오, 오빠?”

그러다 순간 놀라고 말았다. 가까이 다가온 오빠가 머리를 감싸더니 가슴 쪽으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오빠의 품에 안긴 설아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혹시나 나쁜  당했을 까봐 정말로 걱정했잖아.”


“......”

귀에 들려오는 진지한 오빠의 목소리에 설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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