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43화 다가오는 여름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성민은 상체를 일으켜 잠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양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켜고는 고개를 양쪽으로 한 번씩 꺾어주며 목을 풀어주었다.
“기절 한 것처럼 정신없이 자버렸네.”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는 것이 머리도 몽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먼저 잔다고 말한 후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골아 떨어진 것 같았다. 설아가 아침에 깨워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자고 있을지 몰랐다.
“어젠 그렇게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었던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을 때처럼 그렇게 피곤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세상모르게 깊이 잠들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렇게 침대 바닥에 내려서려던 성민는 순간 자신의 아랫도리가 뭔가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조심스럽게 바지와 팬티를 잡고 벌려서 안을 확인한 성민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뭐야?”
팬티 속을 확인 한 성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내가자면서 몽정을 한 건가?”
팬티 속에 눈에 띄는 분비물은 분명 사정할 때 나오는 그것이 분명해 보였다. 고등학생이 되서는 한 번도 몽정을 해보지 않았던 성민이었던 지라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욕구불만이었나?’
물론 최근엔 설아 와의 일로 인해서 정기적으로 풀어주는 걸 잊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몽정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
“나도 참 심각하네. 얼마 동안 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몽정을 해버리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성민이었다. 이대로 학교를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성민이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들고 방을 나왔다.
“밥 다 차렸어 오빠.”
문을 열고나서는 성민을 설아가 기분 좋게 맞아 주었다. 그러다 손에 들고 있는 속옷을 보고는 의아한 듯 물음을 던졌다.
“오빠 샤워하려고?”
“으, 응... 간단하게 물만 뒤집어쓰려고.”
그렇게 말한 성민이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허둥대는 오빠를 보고 설아는 왜 저럴까 싶었지만 그것보단 어제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기분이 묘했다. 자그마치 오빠의 성기를 잡고 흔들어 자위를 시켜준 게 아닌가. 그건 도저히 남매 사이에 있을 수 없는 행위였다.
물론 친오빠와 키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것과 자위를 시켜준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는 법이었다. 결국 설아는 방으로 들어가서도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전에 우연히 의자에 앉아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던 것을 목격했다고 하지만 적나라하게 사정을 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시켜 주었다.
‘이러다 정말 큰 일 저지르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방금 전 오빠를 보고 성기를 떠올리고 있는 설아는 점점 더 대담해져만 가는 자신이 이젠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벌써 걱정해야 할 단계를 넘어 선 것일 수도 있는 일이다. 오빠에게 약을 먹이고 잠을 제운 후 몸을 더듬고 성기를 잡고 흔들어 댔으니까. 이런 저런 복잡한 마음과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성민은 샤워를 끝내고 남아 있는 흔적들을 깨끗하게 지운 후 욕실을 나왔다. 세탁기에 갈아입은 속옷을 넣어 둔 후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대충 말리고 나와 식탁에 이동해 몸을 앉혔다.
“별일이네? 오빠 아침에 샤워 안 하잖아.”
“갑자기 하고 싶어져서 말이야.”
“갑자기?”
“응, 날씨가 덥기도 하고. 아무래도 밤에 자면서 땀을 좀 흘려서 그런가봐.”
성민은 차마 몽정을 해서 그 흔적을 지우느라 샤워를 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설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성민은 바로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샤워를 하였으니 씻을 필요가 없었다. 설아 역시 식탁을 치우고 싱크대에 그릇과 식기들을 놔두고 나중에 설거지 할 때 편 할 수 있게 물을 채워놓았다.
설아 역시 교복으로 갈아입은 후 그렇게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이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설아가 깍지를 껴온다.
“이젠 정말로 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네?”
“이번 주도 반 정도 지나갔으니 다음 주만 가면 끝이니까.”
“오빠.”
“응?”
“우리 어디에 놀러 갈지 이제 생각해 둬야 하는 거 아니야?”
“설아 넌 가고 싶은데 있어?”
“난 바다도 좋고 계곡도 좋고 워터파크도 좋은데... 굳이가고 싶은 데라고 한 다면 바다나 워터파크보다는 계곡에 가고 싶어.”
“계곡에?”
“응.”
성민은 설아의 말에 조금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그런 성민의 시선에 설아가 다시 물음을 던졌다.
“계곡에 가고 싶다니까 왜 그렇게 처다 봐?”
“아니, 난 설아 네가 바다나 워터파크를 더 가고 싶다고 할 줄 알았거든.”
“바다는 작년에 갔었고, 워터파크는 가지 않았지만 역시 오빠하고 가고 싶은 곳은 계곡인거 같아.”
“왜?”
“바다나 워터파크는 사람들이 많잖아. 하지만 계곡은 사람들이 적당하거나 조용하고 오빠하고 둘이서 놀기 좋잖아.”
“그래서 계곡에 가고 싶다는 말이야?”
“응. 오빠는 싫어?”
“아니... 나야 뭐 상관없어.”
결국 설아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둘이서 놀고 싶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그런데 계곡에 가려면 텐트도 챙겨야 하고 짐이 좀 많겠는데...?”
“걱정 마, 짐이라면 나도 충분히 들어 줄 테니까. 그 무거운 걸 오빠에게 다 맡길 수는 없잖아. 그리고 많이 들고 갈 것도 없어.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만 챙겨 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
“......”
설아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아예 계곡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둘은 그렇게 차에 올랐다.
“서, 설아야... 애들이 처다 보잖아.”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팔짱을 껴오는 행동에 성민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처다 보라고 해. 난 괜찮으니까.”
“네가 괜찮다고 해도...”
차마 내가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을 했다간 설아가 크게 마음상해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깍지는 끼지 않았으니까 그걸로 된 거 아니야?”
그거나 이거나 같은 거라고 말은 하고 싶었지만 성민은 그저 웃기만 했다. 말을 한다고 팔짱을 풀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결국 학교에 들어서 헤어지기 전 까지 설아는 성민의 팔짱을 풀지 않았다.
설아와 헤어지고 교실 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선 성민이 걸음을 옮겨 자리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그때 앞에 앉아 있던 현준이 고개를 돌려 성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성민이 너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인다?”
“내 표정 말이냐?”
“응.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기분 안 좋은 일이라기 보단 좀 당황스러워서.”
“당황스럽다니 뭐가?”
“아니 별거 아니고 그냥 그런 게 있어.”
“혹시 설아가 팔짱을 낀 것 때문에 그래?”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아까 창문으로 다 봤어. 교문을 들어서는 너하고 설아 말이야.”
“그래?”
현준이가 다 봤다는 말에 성민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다른 애들이 그걸 두고 뭐라 안하디?”
“특별히 별말은 없었어. 전에 네가 경고 했던 게 먹혔었는지 주의하는 눈치였어.”
“그래?”
“응.”
전에 성민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 앞에서 그딴 개소리 하는 거 다시 한 번 눈에 띄거나 들리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그 후로 이젠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성민은 듣지 못 했다. 물론 자신이 안 듣는 곳에서 할 수는 있지만 주의를 한 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었다.
“확실히 너하고 설아 사이가 많이 친해보였어.”
“그랬냐?”
“응, 보기 좋더라.”
현준이는 설아가 왜 그렇게 성민에게 친근하게 구는지 주변 인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일지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설아가 저렇게 달라진 것이 바로 자신이 얘기해주었던 말 때문이라는 걸 현준이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오빠를 나쁘게 오해하는 것은 볼 수가 없었던 현준이는 결국 성민이와의 약속을 깨고 설아에게 그 속마음을 다 말해주었다. 그 얘기를 들은 설아의 표정은 확실히 많이 놀란 듯 보였다.
‘둘 사이가 나빠지는 것 보다는 좋으니까.’
성민이에게는 많이 미안한 일이었지만 현준이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성민의 진실 된 마음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날 이후 설아는 오빠를 좋지 않게 생각 했을 게 분명했다.
“성민아.”
“왜?”
“다른 얘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봐도 난 그러지 않으니까 당당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나나 지수, 그리고 유람이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어, 어...”
진지하게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현준이의 얘기에 성민이 조금 당황하며 대답했다.
현준이와 성민이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지수.
‘현준이는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진짜로 그런 걸까?’
어제 지하철에서 현준이가 한 얘기를 듣고 지수는 혼자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자신이 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닐까하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방에서 보였던 둘의 분위기는 남매 그 이상의 것이었다. 뭔가 썸을 타고 있는 남녀의 모습 같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수 역시 교문을 지나 들어서는 성민이와 설아를 창밖으로 보았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둘의 모습을. 그 후로 자리로 돌아와 이렇게 성민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지수가 또 하나 깨달은 게 있었다. 그건 다른 무엇도 아닌 성민이 당황하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 얼핏 보면 기분 나쁜 것처럼 보이지만 지수가 보기엔 성민은 당황해하고 있었다. 아까 성민 스스로도 당황스럽다고 했었으니까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그리고 그건 아무래도 팔짱을 끼고 등교 한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현준이가 하는 말을 듣고 놀라 했으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과 설아를 두고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성민이 저렇게 당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설아는 별로 당황하는 것이 없어보였다. 성민의 팔짱을 낀 채 말을 하고 있던 설아의 얼굴은 상당히 밝아 보였다. 지금 성민과는 대조적이게.
{더 이상 내가 현준이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리에요.}
어제 동아리 실에서 설아가 했었던 말이 지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말은 이제 현준이를 포기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노래방에선 설아는 주구장창 사랑고백이나 마음을 전하는 그런 노래들만 신청해 불렀었다. 그리고 학교애서 그러한 시선을 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팔짱을 끼고 등교한 두 사람.
성민이 여동생과 너무 붙어 지내는 것 아니냐는 말 때문에, 그리고 항상 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지내던 게 성민이어서 성민을 위주로 생각했지만 지금 지수의 머릿속엔 한 가지 사실이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지수의 가정을 뿐이었지만 그 가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수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현준이를 포기 한 것은 어쩌면 설아가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그랬기 때문에 노래방에서 그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래방에선 부른 그 노래는 분명 현준이를 향한 게 아닌 게 확실하다는 가정하에서 불러 줄 사람은 단 한사람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팔짱을 끼고 등교 하는 설아의 표정과 성민의 지금 모습을 보고 이 가정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설아가 친오빠인 성민을 좋아하게 되었고, 어쩌면 성민 역시 그걸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지수의 생각이고 하나의 가정이었다.
하지만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수로써는 너무나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성민은 설아에게 친오빠였다. 그리고 설아는 성민의 여동생이었다. 만약 자신이 생각한 게 사실이라면 확실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