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41화 차 한잔 (41/85)



〈 41화 〉41화 차 한잔

“오빤 왜 노래방에만 오면 똑같은 노래만 불러?”

“그야 내가 좋아하는 노래니까.”


“때론 다른 노래들 좀 불러보란 말이야. 나처럼.”


“그래 성민아, 넌 노래방에 오면 매번 불렀던 노래만 부르더라.”

“맞아요, 선배.”


유람이와 혜진이 까지 이렇게 말하자 성민이 입술을 삐죽였다.

“너희들도 저번에 불렀던 노래 부르더만?”

“성민이 너 처람 계속해서 부른 건 아니야.”


“현준아, 내가 그렇게 부르던 노래만 불렀냐?”

“좀 그런  같기는 해.”

현준이 너까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는  바라보는 성민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함께 좀  놀다가 시간이 늦어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럼 오빠하고 전 여기서 버스타고 가볼게요.”

“응.”

“다들 조심해서 가.”


“성민이 너도.”

“내일 학교에서 봐, 설아야.”

“응, 혜진이 너도 잘가.”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나눈 후 성민과 설아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멀어저 가는 두 남매를 보면서 혜진이가 입을 열었다.


“설아가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유람이 역시 이제야 안도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만나기 전까지는 과연  처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결국 기후에 불과 했다는 게 드러났다. 전에 싸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오늘 정말로 재밌게 수다도 떨고 함께 놀았다.


“현준아, 설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지?”

“응... 진짜 걱정 많이 됐었어.”

“어쩌면 2학기때 다시 동아리에 들어 올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진짜 그럴 수 있을까?”

“오늘 보니까 느낌이 나쁘지는 않아.  그래 혜진아?”

“네, 맞아요.”


“정말로 그렇게 되면 좋겠네...”

오늘 지내보고 확실히 알았다. 함께 하는 게 역시 좋다는 걸.

“지수야.”

“......”

“지수야?”


“응?”

“뭘 그렇게 바라보고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웃음을 지으며 말한 지수가 몸을 돌렸다.


“그럼 우리도 가자.”

걸음을 옮기는 지수를 따라 나머지 일행들도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


버스를 기다리던 설아가 옆에 서있는 성민을 불렀다.


“응?”

“오늘 재밌었어?”

“으, 응...”

설아와 다시 단 둘이 남게 되자 성민은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나도 오늘 재밌었어. 오랜만에 혜진이하고 언니들, 그리고 현준이 오빠하고 같이 노니까 나쁘지 않았어.”

“그래?”

“그리고 나 말이야. 이번에 하나 알게 된  있다는 거 알아?”


“알게  거라니.”

“현준이 오빠를 보면서 이젠 정말로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


그렇게 말한 설아가 성민을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지었다.

“내 생각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아 졌나봐.”

“......”

성민은 설아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신을 보고 있는 설아를 향해 성민이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설아야.  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어떤거?”

“아까 노래방에 갔을 때, 네가 부른 노래들 말이야. 혹시...”

차마 내 생각하면서 부른 거냐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성민은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결국 설아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그거 내 생각하면서 부른거냐?”


“어떨 거 같아?”

성민의 물음에 반대로 설아가 다시 반문을 해왔다.


“......”

대답을 하지 못 하는 오빠를 보고 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말이야.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 오빠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어떤 생각으로 내가 노래를 불렀는지 대답해주지 않을 생각이야.”

“......”


“차 왔어 오빠. 어서 타자.”


그러고는 서있는 성민의 손을 잡고 버스로 이끌어가는 설아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성민은 조금 전에 설아가  말이 신경이 쓰였다. 비록 자신의 물음에 답을 말해주지 않았으나 우리 오빠는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말을 들어보면 답을 해준거나 마찬가지였다. 성민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설아가 자신을 생각하면서 불렀다는 것에 있었다. 그래서 아까 전에 설아가 한 말이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노래방에서는 정말로 긴장했었다.

애들 앞에서는 그렇게 예전처럼 자신을 바보탱이라며 핀잔을 주면서 투닥 거리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노래방에서 그런 노래들을 신청해서 부를 줄을 몰랐다. 그리고 애들과 헤어지자마자 이렇게 다시 달라진 설아를 보면서 성민은 조금 닭살이 돋기 까지 했다.


두 명에서 앉는 자리에 앉아서 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버스엔 그렇게 많은 손님들이 타고 있지는 않았다. 집 근처 정류장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터였다. 차 안에서는 별다른 말없이 그렇게 가고 있는데 성민은 어깨 부근에 묵직한 느낌을 받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거기엔 설아가 살며시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피곤 한 걸까?’

자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설아의 모습은 피곤해서 잠시 졸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민은 그것 말고도 일부러 설아가 이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에 무엇이 됐건 지금 설아와 자신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다는 데에 있었다.


헤진이와 유람이와도 헤어지고 이젠 둘이 남게  현준이가 옆에 앉아 있는 지수를 향해 말을 걸었다.

“설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지?”


“설아?”


“응. 아까 전에도 말 했지만 난 정말로 걱정 많이 했었거든. 아직까지 나에게 화가 나 있는 거 아닌가 하고.”


“......”


“오늘 보니까 그래도 정말 괜찮아 보여서 어느정도는 안심했어. 그렇다고 내  못이 사라지는  아니지만.”


“현준이 네 잘 못이라고만 생각하지 마.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내 고백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현준이 조금 찹찹한 표정만 지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준아.”

“응?”

“네가 보기에 성민이가 설아 정말로 많이 아끼는거 같아보여?”

“성민이?”

“응.”

“누구보다 설아를 위하고 아끼는 사람이 바로 성민이야. 그건 내가 장담 할 수 있어. 설아는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었어.”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고?”


“응. 지금은 저렇게 건강해 보여도 그렇지 않았어. 그래서 성민이는 그런 설아를 정말로 잘 돌봐주었어. 성민이 보면 알겠지만 활달하고 뛰어 노는거 좋아하잖아. 그런데 어릴 때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데.”

“설아가 몸이 약해서?”


“응. 설아 혼자 집이랑 병원에서만 지닐 때가 많으니까 성민이 때론 오빠로써, 때론 친구로써 설아 옆에서 함께 지냈다고 했어. 그런 성민이를 두고 아이들은 여동생과 너무 붙어 다니는 거 아니냐면서 헛소리를 하지만 그건  몰라서 그러는 거야. 지수 너도 성민이와 설아와 친해서 그 소리가 헛소리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난 정말로 기분이 나빠. 과장 되게 들리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성민이는 자신보다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게 바로 설아 일거야.”


“성민이에게 설아가 그 정도란 말이야...?”


“응, 그래서 난 그런 성민이를 흉보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로 기분이 좋지가 않아. 앞으로도  앞에서 그런 헛소리 하는 애들 있으면 그땐 나도 참지 않을 거야.”


현준이는 그때 성민이가 자신에게 주먹을 날린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위하는 여동생을 자신을 믿고 밀어줬는데 그 믿음을 저버렸으니 말이다.

'성민이가 설아를 그렇게나 생각하고 있었구나...‘

지수 역시 성민이가 여동생을 많이 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학교 때 설아가 아픈 적이 있었던 날에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간호 했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로 의외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투닥거는 두 남매였는데 실은 성민이도 설아를 많이 귀여워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지금 현준이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생각 했던  보다 더 설아를 위하고 있었던  같았다. 그래서 지수는 내심 많이 놀랐다.

그러나  편으론 현준이의 말에 내심 놀라고 있으면서도 아까 노래방에서의 둘의 모습은 여전히 잊혀지지가 않았다. 설아가 불렀던 노래들은 전부 자신의 사랑을,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는 노래였고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설아는  번씩 오빠인 성민과 눈을 맞췄다.

그리고 성민 역시 그런 설아를 긴장 된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성민이도 그렇고, 그런 설아를 보았을 때 느꼈던 묘한 기분을 지수는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로 잘 못 생각한 걸까.’


겨우 그것 하나만으로 학교에서 들었던 불쾌한 내용들을 엮는 것은 좋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때  사람을 바라보던 지수는 정말로 뭔가 평범한 남매를 보는 거 같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현준이의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오히려 더 심정이 복잡해지는 것 같은 지수였다.


“오빠 먼저 씻어. 난 설거지하고 씻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설아가 교복도 갈아 입지 않고 주방으로 향해 고무장갑을 끼고 물에 담궈넣은 그릇과 식기들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성민은 교복을 갈아입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오빠가 샤워를 하는 동안 설거지를 끝낸 설아가 오빠가 나오기 전에 물을 얹어 두고  두 잔을 준비했다. 녹차가루를 알맞게 두 잔에 덜어 넣은 후 설아는 방으로 들어가 뭔가를 가지고 나왔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을 오빠 쪽을 바라본 설아가 그렇게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개의 찾잔 중에 한 곳에 조심스럽게 흰 종이에 쌓여 있는 가루를 풀어 넣었다.

월요일 늦은 밤 오빠를 생각하며 몸을 만졌던 설아는 결국 다음날 충동적으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고야 말았다. 다른 약들은 제외하고 그 중에 필요한 알약 하나만 약봉지들에서 따로 골라 내어 그것을 가루로 만들어 놓았었던 것이다.


샤워를 하고 끝내고 나오는 순간에 맞춰 설아가 뜨거운 물을 부어서 차 두 잔을 만들었다.

머리를 다 말리고 방을 나온 성민은 어느새 소파에 앉아 있는 설아가 보였다.


“오빠 차 만들어 놨으니까 마셔.”


“어, 고마워.”


걸음을 옮겨 다가와 몸을 앉힌 성민이 앞 탁자에 놓여 있는 찻잔을 들었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 오빠.”


“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차를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어 한 모금 마시는 모습을 설아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왜 그래?”

한 모금 차를 마신 성민이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냥... 오빠 차 마시는  멋있어 보여서.”

“차 먹는데 멋있는  어디 있어?”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는 성민의 물음에 설아가 수줍게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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