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6화 점점더 빠져들다 (36/85)



〈 36화 〉36화 점점더 빠져들다

“그럼 아르바이트  다녀와.”

“응, 오빠도 더위 안 먹게 조심해서 해야 해?”

“알았어.”

집을 나가는 설아는 확인하고는 성민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일단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긴 하는 건가?’

어젠 학교도, 그리고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었지만 주말인 오늘은 다시 일상적인 현실로 돌아온 듯 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일상 모습일 뿐이지 마음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걸음을 옮긴 성민이 시원하게 냉수 한 잔을 받아서 한 번에 들이켰다.

“오늘은 10시까지 오라고 했으니까... 나도 늦장을 부리면 안 되겠지.”

저번주엔 11시까지 갔었던 성민이었다. 허나 이번엔 한 시간  일찍 와달라고 했었다. 그 대신 시간만큼 더 처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었다. 성민이야  시간 더 일해서 나쁠 거 없다고 생각해서 흔쾌히 응했다. 물론 찜통더위는 그만큼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었고 체력소모가 심했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 시원한 에어컨이 켜져 있는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면 버틸 만은 했다. 그렇게 성민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설아야, 이제 몸은 괜찮아?”

“응.”


“너 몸살이라는 소리 듣고 많이 걱정했어. 그동안 무리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니야, 너도 같은 일하는데 뭘... 한 숨 푹 자고 나니 괜찮아졌어.”

“혹시 몸  좋으면 바로 말해. 삼촌도 그랬잖아.”


“응...”

그렇게 먼저 옷을  갈이 입은 설아가 탈의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며 주화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주말의 하루를 맞아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직원실로 이동해 간편하게  끼를 해결하고 잠시 쉬는 중간에 설아가 주화에게 물음을 던졌다.

“저기 주화야,  하나 물어봐도 돼?”


“어떤 거?”

“너 남자친구 있다고 했잖아.”

“응.”

“진도 어디까지 나가봤어?”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의아한 듯 바라보던 주화가 순간 웃음을 지었다.

“너 혹시 짝사랑하던  오빠하고 뭔가 잘 되는 거라도 있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뭔가 수상한데? 그게 아니면 이런 걸 물어볼 리가 없잖아~”

“진짜 아니야. 그냥,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거니까.”

“진짜야?”


“응.”


여전히 수상쩍다는  바라보는 주화의 시선에 설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

“알았어, 정 궁금하다는데 말해줄게.”

“고마워.”

“고마울 것까지야, 뭐 있니?”

“그럼 어디까지 진도나갔어?”

“네가 맞춰봐.”


“키스?”

“키스야 당연히 했지.”

“그럼 다른 것도 했다는 말이야?”


“그럼 설아 넌 남자친구하고 1년동안 사귀면서 키스까지만 했을  같아?”

“너 그럼...그것도 해봤다는 얘기야?”


“그건 내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럽네...”


“......”

설아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신한 줄 알았던 주화가 설마 그것까지 했을 줄이야 전혀 생각도 하지  했다. 입을 맞추는 것을 넘어 혀를 이용한 키스까지만 생각했었던 것이다.

놀라는 설아를 보고 주화가 조금 부끄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그,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마. 나뿐만이 아니라 걔도 처음이었으니까... 그저 호기심으로만 한 것도 아니야.”


“이상한 눈으로  봐 그저 조금 놀라서 그래.”

“그렇게 놀랐어?”

“응, 설마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으니까.”


주화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주화야.”

“응?”

“그거  때... 많이 아팠어?”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난 좀 아팠던 것 같아. 며칠 동안 거기가 아릿했으니까.”

“진짜?”


“응. 그런데 기분은 그와는 다르게 좋았어. 좋아했던 애에게  처음을 주었으니까.”


“그랬구나...”

“만약 설아 너도 다음에 남자친구 사귀어서 하게 된다면 가볍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사귀고 7개월 만에 하게  거야. 처음은 언제나 소중한 법이잖아. 특히 여자에겐.”


“알았어.”

“그런데 너 진짜 그 짝사랑 하는 오빠하고 썸싱 있는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알았어, 그렇다고 해 줄게.”

“진짜 아니라니까~”

“알았어...”

끝까지 부정하는 설아와 모습에 주화가  뿐만이 아니라 알겠다는 듯 제스처를 보였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럼 저렇게 문자를 보내고 폰을 보는 게 이번에도 성민 오빠라는 소리네?’

갑자기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설아를 보고 짝사랑 한다  그 선배와 좋은 일이 생겼나 싶었다. 오전에 하던 문자도 성민 오빠가 아니라 그 서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설아가 부정하며 아니라고 하니 믿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뭘 저렇게 문자를 자주 보내?’


전에도 설아가 문자를 보내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오늘은 유독 더 많이 보내는  같았다.

“그거 성민 오빠?”

그래서 주화가 지나가면서 슬쩍 설아에게 물어보았다.

“문자 말이야?”

“응.”

“맞아.”


“오늘 따라 문자 많이 주고받네?”


“어제 내가 몸이 아파서 오빠가 많이 걱정하나봐.”


“진짜? 오빠도 대단하네... 설아 너 진짜 아끼나 보다.”


“응. 오빠가 나 정말로 많이 생각하고 그래.”


“하긴... 옛날부터 설아 널 많이 챙기는 거 같았으니까.”


“주화 너도 그렇게 느꼈어?”

“응, 맞다, 그러고 보니 너 예전엔 오빠가 계속 장난친다고 해서 귀찮다고 했었지. 지금은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전에 설아가 했던 말이 있어서 이젠 예전과 오빠를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을 주화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설아의 말을 들어봐도 알고 있는 듯 했으니까.


그렇게 짧게 대화를 나눈  주화는 다시 일에 전념했다.


해가지고 마칠 시간이 되었을  뒷정리를 끝내고 사장님께 인사를 한 후 함께 나섰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헤어진 후 차에 오른 설아는 주화랑 나누었던 말을 떠올렸다.


‘요즘엔 사귀면 한다더니 주화도 그랬구나...’

설아도 남자친구 사귀면 거기까지 다 가는 애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주화가 그랬다는 소리에 놀랐다.

‘난 오빠 입술에 뽀뽀 한 것만으로도 많이 떨렸는데...’


어제 설아는 잠을 설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슨 용기가 났는지 오빠 입술에 입을 맞췄던 것이다. 얼굴만 보고 나오자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키스를 했다. 물론 살짝 입술을 맞추는 뽀뽀 정도 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설아는 너무 설레고 떨려서 깊이 잠들 수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입을 맞추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처음은 소중한 법이니까...’

설아 역시 주화말에 동감했다.

자신 역시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처음을 주리라 생각했었다. 어쩌면 그 남자가 현준 오빠 일 수도 있었지만 좋지 않게 끝이 났다. 사귀다가 정말로 원한다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었다.

그리고 지금 설아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상 현준이 아니었다.


거기다 현준에게 품었던 마음보다 지금 자신의 감정이 더 깊다고 생각했다. 현준 오빠를 좋아 했을 때도 물론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떨렸었지만, 지금 성민을 보는 설아의 마음을 그 이상이었다.


함께 있어도 더 함께 있고 싶고,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은 그런 존재였다. 이젠 다른 여자가 오빠에게 말을 거는  자체도 기분이 좋지 않을  같았다.

‘오빠는 날 전혀 이상하게 바라본 적이 한 번도 없을까...?’


문뜩 설아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한 번도 자신을 이성은 아니라도 여자로써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인지. 야한 쪽으로 말이다.

생각을 해보지만 설아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빠의 태도를 보면 그럴 것 같았다.

저번에 설아는 오빠의 성기를  적이 있었다. 옷 좀 봐달라고 물어보려다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기에 문을 열었고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성기를 주무르고 있는 오빠의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그때 설아는 정말로 당황했었다.


설아의 머릿속에 그 순간 보았던 오빠의 성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이상한 상상까지 해버렸다.


순간 이런 상상을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설아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집에 갈 때까지 설아는 그런 기분이 떨쳐지지가 않았다.

“오빠 저녁 먹었어?”

“응. 설아 넌?”


“나도 가게에서 먹었어.”


“옷 갈아입고 씻어.”

“응.”

오빠와 말을 주고받은 후 방으로 들어온 설아는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얼굴을 마주하니 오면서 했던 야한 생각들 때문에 얼굴이 다 화끈거렸기 때문이다. 옷을 갈아입고 씻은 후 거실로 나온 설아가 오빠 옆에 몸을 앉혔다.

“오빠 문자로 나에게 했던 말 다 사실이야?”

“문자로 보냈던 거?”


“응, 날씨가 그렇게나 더웠는데 정말로 괜찮았던  맞아?”

“못 견디면 알바 할 수 없잖아. 버틸 만하니까 한 거지.”


“오빤 진짜 대단한 거 같아.”


“대단하긴 다 하는 건데.”

“돌아 앉아봐.”


“왜?”


“내가 어깨 주물러줄게.”

“어깨?”

“응, 오빠 열심히 일하고 왔는데 내가 그 정도 서비스는 해 줘야지.”

“아니야 됐어. 나만 일 한  아니라 너도 고생했는데 뭘.”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돌아 앉아봐.”

계속해서 재촉하는 설아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성민이 등을 보인 채 돌아앉았다. 설아가 조심스럽게  손으로 어깨를 잡아 주물러 주었다.

“시원해?”


“응.”


“앞으로 어깨 결릴 때 말만 해 내가 언제든지 주물러  테니까.”


성민의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설아는 오빠 등이 넓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엔 그런 생각도 안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바라보니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어쩌면 그것도 그동안 오빠에게 무관심 했던 자신의 행동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었다.

“여동생 손이 약손이지?”

“그러네...”


지금 이렇게 둘이서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한 설아였다.

그리고 그날 새벽.


10시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찜통더위 속에서 인형 탈을 쓰고 알바를 하다 보니 녹초가 다 된 성민이 깊이 잠들었을  시간 닫혀 있던 문이 다시금 스르륵 열렸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온 인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설아.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고 다가온 설아가 잠들어 있는 오빠의 곁으로 다가갔다.


‘결국 오늘도 와버렸네...’


깊이 잠들어 있는 성민을 보며 설아가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 입술을 맞췄던 그 순간과 오늘 주화에게 들었던 얘기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빠와 첫 키스를 했다는 그 황홀한 기분이 도저히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 하고 이렇게 다시 한 밤중에 스며들게 되었다.

천천히 침대 옆에 걸터앉은 설아가 성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 했다.

‘오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렇게 보고 있어도, 함께 하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자신이 이렇게 들어와도 깨지 않는 오빠를 보면서 오늘 얼마나 녹초가 되도록 찜통더위 속에서 일을 했을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설아는 그런 오빠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설아는 그렇게 다시 고개를 숙여 성민의 입술에 지신의 입을 맞췄다.


물컹한 감촉이 입술에서 전해져왔다. 어제 그 느낌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하다.

하지만 설아는 이번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입속에서 조심스럽게 혀를 꺼냈다.

‘이정도는... 이정도라면 괜찮을 거야. 그렇지 오빠...?’


대담한 행동을 하는 스스로를 위안하며 설아는 꺼낸 혀를 성민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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