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3화 두 번은 빼앗기지않아 (33/85)



〈 33화 〉33화 두 번은 빼앗기지않아

현준이와 만나고 돌아온 성민은 그렇게 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대라 설아는 어느새 주방에 가있는 상황. 티비를 보던 성민이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주방에 가있는 설아를 바라보았다. 저녁을 차리기 위해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시간을 확인한 성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설아에게 다가갔다.

“설아야.”


“응?”


“너 아르바이트 사장님께 전화 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시간을 보면 저녁 6시가 넘어선 시각이다. 원래대로라면 설아는 아르바이트를 갔어야 하고 집엔 학교를 다녀온 자신 혼자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설아는 아르바이트를 가지 않고 저녁을 차리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화 드렸어.”

“전화 했다고?”


“응, 오늘 몸이 아파서 못 갈 것 같다고. 그랬더니 걱정하지 말고 푹 쉬래.”

언제라고 물어보려다 아무래도 아까 잠깐 방에 들어갔을 때  사이에 전화를 한  했다.


“기다려 오빠. 금방 맛있는 저녁 차려 줄 테니까.”

아침도 안 먹었고 점시도 굶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성민은 별로 식욕이 돌지가 않았다.


“알았어. 기대할게.”

“응! 걱정마~! 내 요리솜씨 알잖아!”

하지만 그럼에도 성민은 설아가 원할 만한 대답을 해주고 다시 거실로 발길을 돌리려 다시 요리에 열중하고 있는 설아를  번 보고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침대에 걸터앉아 폰 화면을 켜고 확인을 해보았다.  가지 희정이 문자를 보내온 게 보였고 성민은 지금까지 확인을 안 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문자는 2시가 넘은 시각으로 답장은 물론이고 읽지도 않아 걱정이 깃든 물음의 문자였다.


[성민아, 무슨 일 있어?]


희정이 보낸 문자들을 확인한 성민이 답장을 보내진 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간 신호음이 가고 귀에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해줬구나.]

“어.”

들려오는 희정이의 음성에 성민은 짧게 대답만  뿐이다.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들었어. 혹시 몸이 안 좋았던 거야?]

“조금 몸살기운이 있어서...”

희정에게 사실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기에 성민은 거짓말을 했다.

[그랬구나... 현준이에게 네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거 듣고 놀랐어.]

“오늘도 학교에 찾아 왔었다며?”

[응...]


“......”

성민은 잠깐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얼마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성민이 다시 닫혀 있던 입을 열어 낮은 목소리로 희정을 불렀다.

“저기 희정아.”

[응?]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겠어.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어제 성민은 희정을 부탁으로 꽤나 늦은 시간동안 함께 있어주었다. 노래방에서 흘렀던 묘한 분위기에 그만 그녀의 부탁을 거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헤어지기  성민은 다시 한  희정에게 고백을 받았다. 물론 희정은 바로 답변을 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돌아오면서 많이 생각했었던 성민이었다.

“희정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내쉰 성민이 희정에게 잔인 할 수도 있는 그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나, 네 고백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


“정말로 미안해. 어제 너하고 헤어지고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야.”


[......]

폰 너머에서는 희정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아서 그런  수도 있었다.

“고백...받아주지  해서 미안해.”

성민은 그런 희정을 향해 다시 사과를 전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성민의 마음도 사실 편치가 않았다. 어제부로 성민 역시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자신 역시 아직도 희정이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혹시, 오늘 학교에 가지 않은 것도 나 때문이야?]


“말 했잖아, 몸살 때문이라고.”


[사실...현준이가 너 보러 간다고 했을 때 나도 가려 했었어. 하지만... 왠지 네가 학교에 오지 않은게 어제 내가 고백 한 것 때문에 그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성격 알잖아. 매일 찾아오는 네가 부담스러워 학교 빼먹을 정도로 소심한  아니라는 거.”


물론 희정이와 아예 관련이 없다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건 계기가 되었을 뿐이지 희정이의 책임은 아니었다.

[성민아.  나는  되는 거니?]

“......”

[어제 널 봤을 때 너도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거라 생각했어. 내가 잘 못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오늘 네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착각 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 정말로... 내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왜 그렇게 바로 거절을 하는 거야? 나도 바로 확답을 바라는 게 아니야.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생각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나도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어. 그런데 왜 그렇게 말을 하는 거니.]

“......”


[말해주기 어려워? 나에게 말 할 수 없는 거야?]


“미안해 희정아...”

[미안하다고만 하지 말고 이유를 말을 해줘. 전화로 말하기 힘들어? 그럼 기다려. 내가 찾아갈게. 우리 만나서 얘기해.]


“희정아? 희정아.”

만나서 얘기하자는 희정의 말에 성민이 놀라 되물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보니 통화는 끊어져 있었고 성민은 다시 전화를 걸어 봤지만 희정은 받지를 않았다.


‘정말로 찾아올 생각이야.’

전화를 받지 않는  일부러 안 받는 것이라는 걸 알고 성민이 문자를 적어 보냈지만 역시 읽지도 않았다.

이대로 집에서 희정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성민이 지갑을 챙겨들고 방문을 열고 나섰다.


“설아야.”

“응?”

요리를 하다 말고 자신을 부르는 성민의 목소리에 설아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나 잠시만 나갔다 올게.”


“나가다니?”

“급하게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볼일?”


“어.”

“무슨 볼일인데?”


순간 설아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망설였던 성민이 결국 현준이로 둘러댔다.

“아까 현준이가 하지  한 얘기가 있다고 해서 말이야.”

“현준 오빠가  찾아왔단 말이야?”

“어...”

잠시 동안 그런 성민을 바라보던 설아가 가스렌지 불을 껐다.

“현준 오빠에게 전화해봐.”

“어?”

“현준 오빠에게 전화해봐. 확인해보게.”


갑자기 전화를 해보라는 설아의 말에 성민이 당황하며 변명했다.

“너, 현준이하고 사이 서먹하잖아?”

“괜찮아. 서먹할 뿐이지 말은 안하는 게 아니니까.”

“......”

이대로 전화를 했다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들 통나기에 성민은 당연히 걸 수가 없었다.


“희정이 언니지?”

“어?”


“오빠 지금 희정이 언니 때문에 나가려는 거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닌데 그렇게 말을 더듬어?”


“......”


“오빠... 나하고 있어 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갑자기 또 왜 희정이 언니를 만나러 가려고 하는 거야. 그렇게 희정이 언니가 좋은 거야...? 내가 그렇게 애원하고 오빠를 위해서 저녁을 차리고 있는 상황에 만나러 가려  만큼?”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똑바로 처다 보는 설아의 물음에 성민이 사실대로 얘기를 털어 놓았다.


“희정이 한 테, 아까 전화했어.”


“전화를 했다고?”

“어, 그래서 얘기했어. 너랑 사귀지 못 할  같다고.”

전화를 했다는 얘기에 굳어졌던 설아가 이어진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정말로 그렇게 말했어?”

“응.”

“고마워 오빠!”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설아가 그대로 성민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그런 설아를 보면서 성민은 웃을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만나서 얘기하자네.”

기쁨 마음에 성민의 가슴에 안겼던 설아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가려고 했던 거야?”


“그래.”


“걱정하지 마, 오빠. 희정이 언니 오면 내가  말해줄게.”

“뭐?”


“오빠 언니에게 관심 없다고. 그러니까 찾아올 필요 없다고 내가 말해줄 테니까 구지 나가서 만나지 않아도 돼.”

“설아야?”

“오빤 거실에서 편하게 기다려. 내가 맛있게 식사준비해서 차려 줄 테니까.”

그러고는 다시 품에서 나온 설아가 꺼두었던 가스 렌지 불을 켰다.


“잠깐만, 설아 너 그 말 무슨 뜻인지 말해줄 수 있어?”

하지만 성민은 그런 설아를 두고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오빠, 사귀지 않겠다고 언니에게 말 했다며? 그런데도 언니가 찾아오는 것은 오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이럴 땐 오빠가 확실하게 해야 해. 오면 내가 나가서 언니게에 말 해 줄 테니까 오빠는 거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있어.”

“너 지금, 그 말을 내가 받아 드릴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성민은 설아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저 말은 자신을 대신해서 희정을 만나 한 마디 해서 돌려보내겠다는 얘기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럼 오빠 희정이 언니를 만나겠다는 소리야? 오빠가 말한다고 여기까지 찾아온 희정이 언니가 그냥 돌아갈 리가 없잖아. 그걸 알고서 오빠 지금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거야?”

“하지만 그건 잘 못 된 행동이잖아.”

“잘  되지 않았어. 이렇게 해야 그 언니가 포기  거야.”

“설아야.”


“더 이상  얘기는 그만해 오빠. 나 저녁 차려야 해.”


그러고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침묵을 지키며 설아는 저녁 차리는 것에 집중했다.

결국 집을 나서지 못 하고 소파에 앉아 기다리게  성민.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희정은 받지를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거실 인터폰의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성민이 인터폰에가서 확인을 해보니 희정이 아파트 정문 앞에 서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빤 여기서 기다려.”

어느새 거실로 나온 설아가 화면을 확인하고는 현관으로 향했다.

“나도 같이 가겠어.”

설아 혼자서는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성민이 뒤따라 나섰다.


“오빠 제발...”

신발을 신으려는 성민을 향해 설아가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위한다면 제발 나 혼자 희정이 언니를 만날  있게 해줘.”


“......”

자신에게 매달렸던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설아의 시선에 성민은 아무 말도 하지  하고 바라보았다.

“고마워 오빠.”


그런 성민의 손을 꼭 잡아준 설아가 그렇게 혼자서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날 피하는 걸까.’


헤어지자는 말에 충격을 받은 희정이 무작정 이렇게 찾아왔다. 직접 만나서 대화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보지 않았다.

반응이 없자 다시  번 더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아파트 정문이 열리며 걸어 나오는 설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아야.”

오랜만에 만나는 설아를 보고 희정이 놀란 얼굴로 이름을 불렀다.

“언니 나하고 잠깐 대화 좀 해요.”


그러고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설아.

차갑게 말하는 그런 설아를 보고 희정은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일단 따라가 보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설아가 향한 곳은 아파트 근처 놀이터에 있는 벤치였다.

“설아야, 할 말이라는 게 뭐야?”


희정은 자신에게 할 말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렇게 직접 내려온 것을 보면 가벼운 얘기는 아닐 것 같았다.


“언니, 우리오빠 좋아하죠?”


“응?”

“저 알고 있으니까 빼지 말아요. 그리고 이렇게 찾아온 것도 오빠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요.”


“성민이가... 말해줬어?”

“내가 어떻게 알았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중요한  이게 아니라니.”

“지금 중요한  언니가 오빠를 보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다는 거예요.”

“내가  찾아왔는지 설마 설아 너 알고 있는 거야?”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묻는 희정의 말에 설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알고 있어요.”


“뭐?”

“내가 이렇게 나온  우리 오빠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에요.”


“설아야, 난...”


“지금 언니 고백 때문에 우리 오빠 얼마나 힘들어 하는  알아요?”

“성민이가... 내 고백 때문에 힘들어 한다니?”


“그거 알아요? 오늘 학교를 빼먹은 것도 다 언니의 고백 때문이에요. 언니가 우리 오빠의 마음을 흔들어 놨기 때문에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성민이는......”


“오빠가 언니에게 다른 소리를 했나보죠?”


“......”


“그건 혹시나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을까봐 돌려서  한 거예요.”

“......”


“고백을 거절 한 것도 분명 상처가 되겠지만 언니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오빠 입장도 생각해 줬으면 해요. 이렇게 찾아와서  이상 우리 오빠 힘들고 괴롭게 하지 말고.”

“성민이가... 성민이가 정말로 그랬니?”

“네, 그러니까 이렇게 찾아와서 우리 오빠 힘들게 하지 말아요.”


충격을 받은 듯 보이는 희정의 모습에 설아가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누굴 좋아하는  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상대방을 힘들게 해서도  된다고 생각해요.”


“......”


말없이 서있는 희정을 바라보던 설아가 몸을 돌렸다.

‘오빠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어.’

좋아했던 사람을 빼앗기는  한 번이면 족했다.


설아는 두 번 다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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