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32화 복잡한 심정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교실로 들어선 담임선생님이 창가 맨 뒷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성민이는?”
“성민이 학교 안 왔는데요.”
“학교에 안 왔다고?”
“네.”
“현준아, 너 혹시 연락받은 거라도 있어?”
성민이와 제일 친하다고 할 수 있는 현준이에게 담임이 물음을 던졌다.
“아니요. 연락 못받았어요.”
“그래? 조회 끝나면 네가 한 번 연락해봐라. 이녀석이 지각은 해도 학교는 빼먹은 적이 없었으니까.”
“네.”
그렇게 여느날처럼 아침조회시간이 시작 되었다.
‘무슨 일일까?’
적어도 아침조회시간 전에는 등교를 했던 성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자 현준이도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조회 시간이 지나가고 담임선생님이 교실을 나갔을 때 현준이가 폰을 꺼내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하지만 기다려도 들려오는 것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소리샘 연결음 뿐이었다.
“성민이 전화 안 받아?”
그때 곁으로 다가온 지수가 물음을 던졌다.
“응.”
“애가 무슨 일이래? 밥 먹듯 지각해도 이렇게 늦게까지 안 온 적은 없었는데?”
“성민에게 무슨 일 생긴거 아닐까?”
유람이가 걱정스러운 듯 말하자 지수가 웃음을 지었다.
“괜찮을거야. 걔가 어떤 엔데, 보나마나 늦잠 잔거겠지.”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이상하잖아? 그리고 설아하고 함께 등교 할 텐데 지금까지 늦잠 잘 수가 있을까?”
“듣고 보니 그렇네...”
전화를 받는 건 그렇다고 쳐도 매일 여동생인 설아와 함께 등교를 해왔던 성민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늦잠을 잘 리가 없었다.
지수와 유람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현준이가 성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성민아, 무슨 일 있어? 이거 보면 연락 좀 줘.]
그렇게 짤막하게 적어서 성민에게 보냈다.
1교시가 지나가고 2교시, 3교시가 흘러도 현준이는 문자도 확인하지 않는 성민을 보고는 더욱더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4교시가 되고 담임 담당과목이었는데 역시나 비어있는 성민의 자리를 보고는 물음을 던졌다.
“현준아, 연락해봤어?”
“네. 그런데 전화도 그렇고 문자도 확인이 안 되고 있어요.”
“그래? 이 녀석에게 뭔 일이 있나?”
까불거리긴 해도 학교를 한 번도 빼먹지 않은 성민이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 역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연락이 되거든 한 번 알아 보거라.”
“네, 그럴게요.”
그렇게 수업이 시작 되었지만 현진은 문자도, 전화도 되지 않는 성민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은 뒤로 이제야 다시 관계가 회복 된 상황이었다. 아직 설아 하고는 서먹하긴 했지만 그건 자신의 잘 못 때문이었으니 많이 반성하고 있는 현준이었다. 4교시가 끝나고 다시 전화를 해봐도 받지를 않아 어쩔 수 없이 혜진이에게 연락을 보냈다. 차마 설아에게 물어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혜진에게서 답장이 왔다.
[설아, 오늘 학교에 안 왔어요.]
[학교에 안 왔다고?]
[네, 그래서 전화도 해봤는데 이상하게 받지를 않네요.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고요.]
혜진이 보낸 문자를 보고 현준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성민이 오빠도 문자도 안 받고 그런가요?]
[어, 그래서 연락 한 거야. 대신 설아에게 좀 물어봐 달라고 하려고.]
[네...]
[어쨌든 알았어. 답장 줘서 고맙다.]
그렇게 문자를 끝낸 성민이 지수와 유람이를 바라보며 문자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럼 설아도 연락이 안 된다는거야?”
“응.”
“뭐야? 정말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유람이 정말로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성민이 뿐만이 아니라 설아까지 학교에 오지 않은데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다.
“아무래도 가봐야겠어.”
“성민이에게?”
“응. 갑자기 연락도 안 되고, 이렇게 학교까지 빼먹으니까 걱정이 돼.”
“가서 집에 없으면?”
“글세...”
만약 집에 찾아 갔다고 해도 성민이 없다면 헛걸음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녀와 봐, 현준아. 아니면 우리도 같이 가줄까?”
“아니야, 나혼자 다녀올게.”
“알았어,”
지수역시 내심 걱정이 되던 차라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학교를 마친 현준이 동아리에 가지 않고 곧장 교문을 나섰다.
“현준아.”
그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희정아?”
거기엔 놀랍게도 희정이가 서있었다.
“네가 여기엔 어쩐 일이야?”
중학교 졸업 이후로는 거의 보지 못 했던 희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 했다.
“나, 성민이 기다리고 있었어.”
“성민이?”
“응.”
“갑자기 성민이는 왜...?”
“기다리는 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희정의 말에 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떡하지. 오늘 성민이 학교에 안 왔는데.”
“성민이가 학교에 안 나왔다고?”
“응.”
“왜? 혹시 어디 아픈 거야?”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사실 문자를 보내도 읽지도 않았길래 좀 신경이 쓰였는데.”
설마 성민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을 줄은 몰랐던 희정이었던지라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학교에 안 왔었구나...”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희정이 다시 현준이를 바라보았다.
“알려줘서 고마워 현준아.”
“아니야.”
“그런데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아니. 성민이 집에.”
“그래? 그럼 나도같이......”
잘 됐다는 듯 같이 가자고 하려던 희정이 말끝을 흐렸다.
“같이 가자고?”
“아니, 아니야. 현준이 너 혼자 가는 게 낫겠어.”
“갑자기 왜 그래?”
“그냥... 성민이 보면 나한테 전화 한 통만 해달라고 말해 줄 수 있어?”
“말 전하는 거야 어려울 건 없는데...”
“고마워, 그럼 나가볼 게. 오랜만에 봐서 반가 웠어 현준아. 다음에 봐.”
“희정...”
순식간에 달려가 버리는 희정을 보고 현준이 입맛을 다셨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희정이가 찾아오고 전화 한 통만 해달라니. 현준으로써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걸음을 옮겨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성민의 집을 향하는 차에 올라탔다.
‘오랜만에가네.’
설아 와의 그 일이 있은 후로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성민의 집이었다. 만약 설아와 마주치면 어떻게 말해야할지 조금은 난처한 현준이었지만 그래도 찾아가기로 했으니 발길을 돌릴 생각은 없었다.
성민이가 사는 집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선 현준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성민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한 현준이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엘이베이터 앞에 섰다.
[1층입니다.]
도착 알림 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올라타 5층을 눌렀다. 잠시간 기다리자 다시 5층을 가리키는 엘리베이터 알림번호와 동시에 음성이 들려오면서 문이 열렸다.
현관문 앞에 멈춰선 현준은 잠시 동안 그렇게 서있다가 벨을 눌렀다.
‘집에 있으려나...’
막상 없으면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그러고 있었는데 안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에 현준이 한 번 더 눌렀다. 만약 이번에도 반응이 없으면 조금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릴 참이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이번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민이 너 집에 있었구나?”
문이 열리자 드러난 사람은 다름 아닌 성민이었다.
“연락도 안 되니까 걱정 돼서 이렇게...”
“나가서 얘기하자.”
말을 자르고 나온 성민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에 현준이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하며 같이 올라탔다.
‘얼굴 표정이 별로 안 좋은데?’
가만히 서있는 성민을 힐끔 바라 본 현준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모습에 더욱더 걱정이 되었다. 1층에 도착하고 아파트를 나서 근처 놀이터 벤치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은 성민은 한 동안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현준이 역시 쉽게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
물음에도 성민은 대답이 없었다.
“아니면 희정이하고 관련된 일이야?”
“희정이?”
이번에는 성민이 대답을 했다.
“응, 교문을 나서면서 만났어. 너 기다리고 있던데?”
“......”
“둘이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런 거 아니야.”
“그래...”
고개를 끄덕인 현준이었지만 성민의 분위기 때문에 뭔가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아.”
“응?”
“뭐 하나만 물어보자.”
“어떤 거?”
“만약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그런 행위를 내가 벌였다고 해도 넌 날 계속 친구로 생각할 수 있겠냐.”
“뭐?”
“만약 사람들이 지탄하는 그런 일을 내가 벌였다고 하더라도 넌 날 친구로 생각 할 수 있겠냐고.”
“성민아...”
갑자기 자신에게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표정을 보니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민아, 그건 말한 필요가 없는 거야.”
“......”
“네가 그런 일을 벌일 거라 생각도 안 하지만 설사 했다고 해도 난 네 친구야.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일 거야.”
순간 성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말이라도 고맙다.”
“빈말이 아니야.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생각해 왔으니까. 넌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 못을 잘 알고 있는 현준이었다. 그래서 성민이 실망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준에게 성민이는 둘 도 없는 친구였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고 죄책감이 느껴지는 현준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별거 아니야.”
“......”
그렇게 잠시 동안 앉아 있던 성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좀 피곤해서 말이야. 그만 들어가 봐야겠어.”
“그렇게 해, 난 괜찮으니까.”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금방 돌려보내서 미안하다.”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돼.”
가만히 현준을 바라보던 성민이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참 성민아. 희정이가 너에게 전화 한통 달라더라.”
“희정이가?”
“응.”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집에 가서 푹 쉬어.”
“너도 조심해서 들어가.”
그렇게 멀어져가는 성민의 뒷모습을 현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현준이와 헤어지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성민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던 설아의 애원하는 모습에 성민은 차마 어제처럼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설아를 달래주고 지금은 잠에 빠져든 상태. 하지만 성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설아의 그런 모습을 보아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5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들려왔고 닫혔던 문이 열렸다.
걸음을 옮겨 현관으로 향한 성민이 도어 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설아야?”
막 집안으로 들어섰던 성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설아가 거실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어디 다녀오는 거야?”
“잠시 나갔다 왔어.”
“왜? 무엇 때문에?”
“오늘 학교 빼먹었잖아. 그것 때문에 현준이가 찾아와서 말이야.”
“현준 오빠가?”
“응.”
“그런데 왜 나에게 말하지 않은 거야.”
“어?”
“왜 어디간다고 말하지 않고 그렇게 혼자 간 거냐고.”
‘......“
갑자기 따지듯 묻는 설아의 물음에 성민은 뭐라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나갈 일 있으면 날 깨웠어야지! 일어나니까 오빠가 없어서 놀랐단 말이야!”
그러더니 갑자기 달려와 그대로 품에 안겨드는 설아.
“서, 설아야.”
“오빠가 날 두고 희정이 언니에게 간 줄 알고 놀랐었단 말이야......”
“......”
“다음부터는 아무 말 없이 나가지 마, 오빠. 나... 정말 놀랐으니까.”
자신을 가슴에 더욱더 강하게 안겨드는 설아를 성민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말한 거처럼 나 깨워도 괜찮으니까. 다음엔 어딜 가든지 나갈 일 있으면 얘기하고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