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4화 돌아가는길 (24/85)



〈 24화 〉24화 돌아가는길

준비운동이 끝나고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면 남학생들은 아마도 축구를 하려는 듯 보였다.

설아는 한 번씩 교실에서 체육활동을 하는 오빠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창가자리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니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전에도 이렇게 바라 본적이 있는 설아였지만 오늘은 그때 보다  더 시선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열심히 공을 몰고 가며 축구를 하고 있는 성민에게서 설아의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정말로 축구 잘하는구나...’

자신 때문에 음료수를 먹었다느니 하면서 뻑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저렇게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잘했다.

‘오빤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어릴 대부터 그랬다.

달리기나 줄넘기 등 몸으로 하는 운동은 평균이상으로 잘했었다. 설아는 그렇게 축구를 하고 있는 성민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던 설아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표정을 보면 조금 당황한 듯도 보였다.

시간이 흘러 2교시가 끝나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인사를 한 후에 선생님이 물러나자 설아가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손으로 땀을 닦으며 떠들면서 운동장을 떠나는 오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해했나?’

현준이와 지수, 그리고 유람이와 떠들면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사이가 다시 어느 정도 좋아진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설아는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 사교성이 좋은 오빠고 소심하지도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같은 반이었으니 화해할 계기는 얼마든지 있는 법이었다.

시야에서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설아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잠시  다시 3교시 종이 쳤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럼 내일봐 설아야.”

“응.”

오후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의 종례시간이 끝난 뒤 그렇게 학교일과가 끝이 났다. 설아는 당번이어서 남아서 교실 청소와 뒷정리를 끝내고 그렇게 학교를 나섰다.

여느 때와 같이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것이다.

그때 문자 한통이 왔는데 확인해보니 오빠였다.

[아르바이트 조심해서 해. 그리고 어제처럼 늦게 들어와 오라버니 걱정시키지 말고ㅋㅋㅋ]

걱정과 농담이 섞인 문자였다.

[오빠나 잘해~]

그에 설아도 짧게 답장을 보내주었다.

[나야 뭐 완벽 하잖냐? 후후후]

[뭐래ㅡㅡ]

[뭐냐 그 눈은...? 네가 그렇게 부정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 법이지. 어쨌든 수고해라 동생아~]

그렇게 짧게 답장을 주고받은 설아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기분이 좀 풀렸나?”

이번에도 문자가 안 올 거라 생각했던 성민이었는데 이렇게 답장들이 오는 모습을 보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다행이네. 지금도 저기압이면 어쩌나 했는데...”

아침의 설아의 태도는 정말로 좋지가 않았다. 뭐라 말을 걸어도 목소리가 작았고 농담을 걸어도 시큰둥했었다. 거기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가 이젠 이렇게 답장까지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나도 주말에 아르바이트나 해야겠는데...”

설아가 이렇게 마음먹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자신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생각 해둔 알바와 알아  것도 몇  되긴 했는데 그중에 일당이 괜찮은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인형 탈 알바였다. 여름이 다가오고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일당이 7~10만원으로 상당히 괜찮았다. 하지만 그만큼 찜통더위는 각오해야 할 터였다.

“까짓거... 해보지 뭐.”

내일이 주말이고 하니 바로 구인이  곳에 가볼 생각이었다.

카페에 도착해 유니폼으로 갈아입던 설아는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주화를 보았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

“응, 급하게 들릴 곳이 있어서 거기 다녀오느라고.”

매고 있던 가방을 풀어 한 쪽에 놔두고 옷장을 열어 주화도 교복을 벗고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유니폼을 다 갈아입은 설아는  번씩 자신의 얼굴을 살피는 주화의 시선에 의아한 듯 물음을 던졌다.

“그럼 나 먼저 나갈게.”

“응.”

탈의실을 나서는 설아를 바라보던 주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젠 괜찮나?’

어제의 설아의 모습은 정말로 심각해 보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나아보였다.

설아가 무엇 때문에 수심에 빠져 있었는지 알게 된 후로 많이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선 주화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번씩 설아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손님들의 주문이나 대하는 태도는 나쁘지 않았고 밝았다. 어제도 손님들 앞에서는 밝게 웃었으니 그거야 넘어 가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손님과 마주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 중요했다. 다행이 어제처럼 그늘진 표정이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한 번씩 폰을 꺼내어 뭔가를 보고 있는 모습은 눈에 들어왔다.

‘성민 오빠일까?’

왠지 그럴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빠하고 친하게 지내는  뭐가 그렇게 나쁘냐며 말을 했었던 설아. 어떤 말을 들었는지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주화는 예상이 갔다.

아마도  사이를 이상하게 보았을 게 틀림이 없다. 주화 역시도 남자친구하고 저렇게 문자를 하고 그러는 걸까 생각했었고 실제로 성민 오빠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리고 묘한 느낌을 받았었다.

주화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그런 시선에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같았다. 자신의 예상일뿐이지만 그게 맞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날 하루 동안 손님이 별로 없는 조용한 시간대에 폰을 꺼내어 확인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11시에 맞춰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함께 나란히 걸어갔다.

“저기 설아야.”

“응?”

“탈의실에서 하려다가 말았던 말인데.”

“탈의실에서?”

“응, 어제 네 모습보고 걱정했었거든. 그리고 네 말 듣고 많이 생각 해봤어. 혹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네가 들은 말이 이상한 말이었다면 네가 그렇게 말했던 대로 크게 마음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건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지 설아 넌 그렇지가 않잖아. 오빠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일 뿐이니까. 어디서 누구에게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설아 너만 떳떳하고 당당하면  거라고 생각해.”

“내 말 듣고 그렇게 생각했었던 거야?”

“응, 어제  정말로 표정  좋았었잖아.”

“고마워 주화야...”

“아니야. 그런데 혹시 그런 말을 한   아이들이야?”

“반 아이들?”

“만약 그렇다면  난처할 수는 있겠다 싶어서.”

“아니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설아는 이렇게 말해주는 주화에게 사실대로 말하기 그랬던지 그렇게 아니라며 넘겼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일찍 와야겠네?”

“응.”

“그럼 조심해서가.”

“주화 너도  가.”

정류장 근처에서 그렇게 헤어진 설아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30분 안에는 갈 수 있겠네.’

버스가 3분후에 온다고 알림판에 떠 있으니 제시간에 도착 할 수 있을 걸로 보았다. 그렇게 차를 기다리던 설아가 다시 폰을 꺼내어 사진첩에 가서 오빠와 함께 찍은 사진 몇 장을 다시 보았다.

‘아침에는 왜 그렇게 가슴이 뛰었던 걸까.’

갑자기 손을 잡는 바람에 놀라서 뛰었던 심장은 헤어지고 교실에 가서도 진정이 되질 않았다. 그게 너무 당황스러워 아침조회시간에  문자를 보고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다행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이 되었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수 있었다. 하지만 운동장에 있는 오빠를 그렇게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던 것도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다시 괜찮아 졌으니 안정을 찾은 설아였다.

버스가 도착하고 올라타자 잠시  정류장을 떠나 출발했다. 그렇게 십여분을 달려 집근처 정류장에 다와가자 벨을 눌렀고 잠시 후 차가 정차해 뒷문이 열리자 내려섰다.

오늘은 어제처럼 그러지 않고 바로 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톡톡 쳤다.

그에 놀라 바라본 설아.

“뭘 그렇게 놀라냐?”

“오, 오빠?”

거기엔 다른 누구도 아닌 성민이 웃으면서 서있었다.

“오빠 설마 나 마중 나온 거야?”

“꼭 그런 건 아니고... 잠시 바람 쇠러 나온 김에... 온 거야.”

콧등을 긁으며 말하는 성민의 모습에 설아는 웃음을 지었다. 쑥스러워 저러는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그럼 갈까?”

“응...”

자신을 보며 웃는 설아를 보고 조금 어색했던지 살짝 말을 더듬으며 그렇게 말한 성민이 설아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마중 나와 줘서 고마워 오빠.”

“요새 밤길이 위험하잖아... 그래서 그런 거지 뭐.”

“오빠.”

“응?”

“쑥스러워서 거짓말 한 거지?”

“거, 거짓말이라니?”

“괜찮아. 그런 걸로 쑥스러워 하지 않아도 돼.”

“야, 진짜 바람 쇠러 나온 김에 마중 온 거라니까?”

“알았어. 그렇다고 해둘게.”

“야, 그렇다고 해둘게가 아니라 진짜야!”

흥분하며 변명하는 성민의 모습에 설아가 다시 웃음을 지었다.

‘역시 놀라서 그런 게 분명해.’

이렇게 오빠하고 다시 마주했는데도 심장이 뛰지 않는 걸 보니 역시 아침엔 갑자기 손을 잡아서 놀라 그런 게 분명하다고 확신하는 설아였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설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왼손을 잡는 촉감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시선을 피하며 딴 곳을 바라보고 있는 오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는 사이 성민은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자연스럽게 깍지를 꼈다.

“원래 저녁에도 집에 갈  이렇게 잡고 갔었잖아.”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엔 분명히 그랬었다.

“이런 게 이상 한 게 아니니까.”

아침에도 성민은 그랬었다.

생각해보니 남매가 손잡고 가는 게 전혀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니라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상하게 보면 그러라고 하라고. 자신들만 당당하면 되니까.

“응...”

다른 곳으로 시선을 피했던 성민이 다시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에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설아가 다시 딴 곳을 처다 보고 있었다.

‘이런 걸로 쑥스러워 해선  되는데...’

아까 설아의 말에 당황한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지는 성민이었다. 원래라면 당당하게 행동하려 했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서니 생각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런 성민과 다르게 정작 많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설아였다.

아침과는 다르게 그렇게 놀라지도 않았건만, 조금 전에 오빠와 마주 했을 때도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이렇게 손을 잡고 있는 지금 설아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심장소리가 귀에 들릴 것처럼 크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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