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23화 알아서 잘해라 (23/85)



〈 23화 〉23화 알아서 잘해라

설아와 헤어지고 교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성민은 곧장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왔어?”

“요즘엔 자주 제시간에 오네?”

“야, 내가 밥 먹듯이 지각 하는 놈인 줄 아냐?”

“너, 원래 자주 그랬잖아.”

“그럴 리가~?”

“맞거든?”

걸상에 가방을 걸어놓는 성민이 자리에 앉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렸다.

“성민이, 너 어디가?”

그에 옆에서 웃음을 짓고 있던 유람이가 물음을 던져왔다.

“화장실~! 현준아, 만약 늦으면 쌤한테 화장실  갔다고 해주라.”

그러고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성민을 향해 지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화장실 가는 거 맞아?”

“따라와서 가는지 안 가는지 확인해 봐~”

“내가 거길 왜 따라가?”

그러고는 곧장 교실을 나서는 성민이었다.

역시나 지수의 의심은 사실이었던 듯 성민은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 그렇게 성민이 향한 곳은 8반 교실이었다. 막 교실을 나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애를 잡았다.

“야, 석호 교실에 있냐?”

“석호 아직 안 왔는데.”

“안 왔다고?”

“응.”

“알았어.”

별 기대도 안 했는지 성민은 곧장 몸을 돌려 다른 장소로 향했다. 다음으로 성민이 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이 학교에서 짱 박히기 좋은 학교 건물 소각장 뒤편의 작은 길목이었다. 성민은 여기에 오질 않지만 듣기로 여기에 한 번씩 짱 박혀서 담배를 피운다는  알고는 있었다. 혹시나 싶어 와봤는데 망을 보는 녀석 한 명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맞는 듯 했다.

아마도 이쪽으로 선생님이 오면 바로 빼려고 그러는 듯 해 보였다. 하지만 다가오는 것이 선생이 아니라 성민이어서 그런지 망을 보던 애는 계속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가간 성민이  녀석을 바라보았다.

“석호있냐?”

“석호? 너 누군데 여기 와서 석호를 찾아?”

성민을 바라보며 경계심을 드러내는 그 녀석의 표정은 심히 언짢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3학년이 되면  학교 특성상 아무리 좀 노는 아이들이라도 수능준비에 제대로 몰두하는 분위기라 실질적으로 2학년이 실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이 학교가 성적이 나와야 들어 올 수 있는 학교라 꼴통들이거나 완전히 노는 애들은 오지 못 하는 학교였다. 성민 역시 공부를 아예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학교에 들어왔을 때 다들 기적이라고 했을 정도니 그것만 봐도 알만한 일이었다.

그런 2학년 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석호를 못 보던 놈이 친근한 척 찾으니 당연히 기분 나쁜 듯 해 보였다.

“석호 좀 불러와라.”

“뭐? 불러와라?”

다짜고짜 명령조에 어이가 없어서 일까.

순간 녀석은 어이가 없다는  웃더니 성민을 야려보였다.

“너 내가 누군지 아냐?”

“네가 누군지 알 필요 없고 석호 좀 불러오라니까.”

“아니,  씨발럼이 그래도...!”

“야, 뭔데 시끄러워?”

“누구 왔어?”

그때 두 명의 애들이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 새끼가 석호 좀 불러달라잖아.”

“뭐?”

“석호를 찾았다고?”

순간 두 녀석 역시 경계심을 드러내며 성민을 바라보았다.

표정은 당당해 보였고 쪼는 것 없어 보이는 모습에 의구심을 드러낸 채 바라보았다.

“너, 석호랑 잘 아냐?”

“잘 아는  아니고 예전에  번 만나고 했었지.”

 번 만나고 했다는 말에 더욱더 경계심을 드러내는 녀석들.

하지만 곧 같은 학년에 노는 애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경계심은 금세 누그려졌다. 이어 자연스럽게 사나운 분위기가 다시금 조성되었다.

“그럼  번 만나긴 했는데 친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는 소리아냐?”

“그렇지.”

“하, 씨발...”

“그럼 그렇다고 확실히 말해야  거 아니야 새끼야.”

“석호에게 볼일 있으니까 좀 불러와봐.”

“뭐어? 불러와봐?”

“아까 나보고도 이 새끼가 불러오라고 명령조로 말하더라니까?”

“이 미친놈이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명령질...”

퍼억!

기질을 드러내며 성민에게 다가갔던 녀석이 곧장 가슴에 발길질을 맞고는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구종아!”

그에 놀란 옆에 놈이 그 녀석의 이름인지 구종이라 부르며 당황해했다.

“죽었어 이 개새...!”

“뭔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석호야?”

계속해서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신경이 쓰였는지 모습을 드러낸 석호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구종이라 불린 얘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넌 왜 그렇게 누워있어?”

“아니 이 새끼가 갑자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쪽팔린다는 듯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석호가 고개를 돌려 앞에 서있는 성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 오랜만이다?”

자신을 보고 놀라는 석호를 보며 성민이 밝게 웃으며 친근하게 불렀다.

“석호야, 너 재 알아?”

딱 봐도 놀라는 눈치에 구종이라 불린 애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녀석이 심상치 않아보여 물음을 던졌다.

“너희들 여기서 기다려.”

녀석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지 않은 석호가 곧장 성민을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라 걸어가는 성민을 보고 녀석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아한  바라보았다.

“서로 관심 안 주기로 햇었던거 아니였어? 그런데 갑자기 왜 찾아왔어.”

성민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석호의 표정은 별로 좋지가  했다. 아니, 조금 긴장 한 듯 도 보였다.

“걱정하지 마. 나도 딱히 너희들 노는데 신경  쓰니까. 앞으로도 그럴거고. 다만 뭐하나 좀 물어보려고.”

“뭘?”

“1학년에 진우라는 놈 아냐?”

“진우?”

“그래, 그 녀석.”

“아는데 왜?”

“어제 그 녀석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었거든. 그래서 네가 좀 설치지 못 하게 주의  주라고.”

“무슨 일인지 말해 줄  있어?”

“그 녀석 여친이랑 내 여동생이랑 일이  있었던  같은데. 학교 마치고 체육창고 뒤편으로 불러서 손  봐주려고 했었던 모양이야.”

“......”

“석호야. 주창이도 없고 이 학교에 와서는 완전히 네 세상이잖아?  원래 이런 쪽에 그렇게 관심도 없었던 놈이고. 네가  녀석 잘 안다고 하니까 알아서 좀 해주라.”

“......”

“중학교 졸업 이후로 간만에 아는  좀 했는데 이 정도는 들어줄 거라 생각하고 갈게.”

그렇게 말한 성민이 석호의 어깨를 두 어 번 두드려 주고는 몸을 돌렸다.

“간다.”

별일 없다는 듯 걸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석호가 몸을 돌려 다시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석호야... 아까  새끼 도대체 누구......”

“진우 데려와.”

“어?”

“너 가서 진우 데려오라고.”

석호의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다고 생각했을까.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곧장 달려갔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석호야?”

다른 녀석들도 석호의 분위기가 좋아 보이지 않자 절로 긴장을 했다.

‘하필이면 그 녀석 여동생을 건드리다니...’

석호는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넘어 주먹까지 말아 쥐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 주창이와 더불어 석호가 제일 무서워했던 애가 바로 성민이었다. 이 학교에 와서는 제대로 기를  석호였지만 설마하니 성민이가  학교에 들어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완전히 이런 쪽에서 거리를 두었던 성민이라 지금까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리고 석호는 소년원까지 갈 뻔했던 그 사건 뒤로 성민이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벌인 것이 여동생을 건드리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를 데리고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절 찾았다고 들었는데요, 선배.”

따라 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이는 석호를 보고 진우가 긴장 한  소각장 뒤편으로 향했다.

퍼억!

그리고 이어지는 석호의 구타.

“서, 선배...!”

배를 걷어 차여 넘어진 진우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새끼 반 조저.”


그렇게 아침 조회시간이 지나 설아는 문자 한통이 와 있는 것을 보았다. 보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오빠가 보낸 것을 알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들어가 확인을 하는 설아.

[어제 일은 해결 됐으니 걱정하지 마. 오빠 잘 둔거 고맙게 생각해라ㅋㅋ]

그걸 보니 어제 성민이 했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까 편하게 학교 다니라던 오빠였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일을 해결 했다는 건지 설아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  문자에서 시선이 떼어지지 않았다.

설아는 그렇게 한 동안 성민이 보낸 그 문자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답장이 없네?’

설아가 문자를 확인  것을 확인한 성민은 전이였다면 바로 답장을 보냈을 설아에게서 아무런 답장이 없자 신경이 쓰였다.

‘생각보다 많이 기분이 상했었나?’

등교 할 때를 떠올린 성민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설아의 곁으로 혜진이가 다가왔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설아는 다가온 혜진의 물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어제는 아무 일 없었어?”

“응.”

잠시 그런 설아를 바라보던 혜진이 사과를 해왔다.

“어제 내가 성민 오빠에게 말했어... 내 마음대로 전화해서 미안해. 하지만 상황을 보니까 오빠에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괜찮아. 그런 걸로 사과하지 않아도 돼.”

“정말로 화  났어?”

“응, 그런 걸로 화 안내.”

“고마워, 설아야.”

“고마울 게 뭐 있어? 혜진이 너 역시 내가 걱정 되서 그런 걸 텐데.”

교실을 나가 정말로 체육창고로 향하는 설아를 보고 혜진은 바로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다행이 전화를 받았고 상황을 설명하니 말해줘서 고맙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는 했지만 막상 혜진은 걱정이 되었다. 설아가 이 때문에 기분이 많이 나빠하지 않을까하고. 하지만 다행이도 그렇지는 않았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해... 내가 도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말이라도 고마워 혜진아.”

“정말이야. 우린... 친구잖아.”

“응...”

웃음을 짓는 설아를 보며 혜진이 역시 같이 웃었다.

그렇게 보지 않으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이상한 마음이 드는 혜진이었지만 역시나 애써 그런 것을 밀어냈다.  아이들이 그렇게 바라보고 유정와 그런 다툼도 있었는데 자신까지 설아를 그렇게 보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한 말은 자신의 다짐이자 친구로써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 시간 종이 울렸다.

잠시 후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기말고사까지 끝나서 그런지 분위기는 많이 풀어져 있었다. 설아 역시 수업을 들으며  번씩 창밖을 바라보았다.

‘체육인가?’

그런 설아의 시선에 운동장에 나와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준과 지수, 그리고 유람이까지. 옛날부터 알던 오빠와 언니들이고 친하게 지냈었다. 하지만 그때 그 일로 사이가 서먹해졌다. 그렇게 바라보던 설아의 시선이 다시금 돌아갔다.
그리고 멈춘 곳은 몸을 풀고 있는 성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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