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22화 오빠 (22/85)



〈 22화 〉22화 오빠

“그렇게 가만히 서있지 말고 뭐라고  좀 해봐...”

“......”

“왜 그렇게 나에게 사과를 하고 미안해하는지 말해 보라고.”

눈물이 맺힌 상태로 노려보는 설아의 말에 성민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설아에게 해야 한단 말인가. 사과해서 미안하다고 또 그렇게 사과를 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 그랬다고 해야 한단 말인가. 어떤 말을 하든 좋게 들릴 리가 없었고 변명을 하는 것 같아 그런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 대답 안 해?  안하는 거야?”

하지만 성민은 모를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대답을 하지 않고 처다 보는게 더욱 설아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는 걸.

화나면서 아프게 한다는 걸 말이다.

“뭐가 그렇게 미안한지 말해보란 말이야!”


결국 설아의 입에서 다시 한 번 고성이 터져 나왔다.  순간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결국 방울지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으흐흑...!”

결국 감정이 복받쳐 오른 설아는 얼굴을 감싼 채 참지 못 하고 눈물을 쏟아내며 울고 말았다. 그 모습에 성민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여기서 또 다시 미안하다는 그런 말을 하면 설아가 더 화를  것을 알기에 말없이 행동으로 설아의 어깨를 안아주며 달래 주었다.


“오..빠...?”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고 있던 설아는 갑자기 어깨를 끌어안는 느낌에 놀라 바라보았다.


“......”

하지만 여전히 성민은 별다른 말없이 그렇게 설아를 안아주었다. 손을 들어 설아의 긴 머리를 천천히 어루만져주었다.


그 때문일까.

순간 자신을 안아주는 성민의 행동에 놀랐던 설아는 결국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저 미안한 마음에. 괜히 성민에게 화를 내고 짜증부린 자신에게 화가 나고 서러운 기분에 그렇게 눈물을 쏟아냈다.

성민은 설아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그렇게 안아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고 있는 설아를 안아주었다.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설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괜찮아 오빠.”


진정이 되니 자신을 안고 있는 오빠의 행동이 조금은 부끄러웠던지 설아가 품에서 벗어났다. 그 사이 책상으로 걸아 간 성민이 티슈 한 장을 빼내어 다시 다가오더니 설아의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자국을 말없이 닦아주었다.

이런 행동은 처음이어서 설아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천천히 설아의 눈가에 남아 있는 눈물을 다 닦아주고 나서야 손을 떼어냈다.

“난 말이야.”


그 제서야 성민의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구설수에 오르고, 뒤에서 뭐라고 말을 하는 그런 걸 보면 신경이 많이 쓰여. 설아 넌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난 달라. 네 스스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난 그렇지가 않아.”

“오빠는 나하고 그런 오해를 받는 게 그렇게 기분 나빠? 이상한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야.”

“설아 네가 싫다거나 그런 것 때문에 기분 나쁘다는 게 아니야. 다만... 오늘 일도 그렇고 설아 네가 피해가 갈까봐서 그래. 나야 상관없지만 설아 넌 여자애잖아.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여자들 사회나 생활은 그렇지가 않잖아. 그런 안 좋은 소문이 돌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으니까.”


성민 자신이야 그런 개소리를 하면 찍소리 못하게 찍어눌러주면 되는 일이었다. 남자애들 사이에선 맹수들 세계처럼 기를 눌러버리면 알아서 눈치  행동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성민은 그런 쪽에서 그런 이상한 애기를 들어도 사실 크게 마음을 두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설아는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은 남자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여자애들 사이에서 그런 소문이 돌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다. 겉으로는 쉬쉬해도 뒤에서 오만 얘기나 소리들이 돌고 도는 것이다.

성민는 그게 걱정이 되었다. 설아가 그렇게 안 좋은 상황으로 몰리게 될 까봐.

“설아 넌 괜찮다고 하지만 오늘 일을 봐. 네 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계속해서 안 나올 것 같아? 결국 분위기로 몰고 갈게 뻔 하잖아. 그래서 그랬던 거야.”


“왜 그렇게 신경을 써? 난 괜찮...”

“네가 괜찮다고  일이 아니잖아!”

순간 성민의 입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그에 놀란 것인지 설아가 떨리는 눈으로 성민을 바라보았다.


“소리쳐서 미안해. 그리고  괜찮다고 말하지만 바라보는 내 입장은 그렇지가 않아. 다른 무엇도 아니고 날 위해서 신경써주다 그런 시선을 받는데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겠어?”


“......”

“넌 모르겠지만... 약속도..했었단 말이야.”


“......”

“그러니까. 오늘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설아  그런데 절대 따라 가지마. 남으라고 했다고, 그런 곳에 오란다고 따라가면 나 진짜 화낼 테니까.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내일 내가 알아서 처리 할게. 설아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학교 다녀.”

그러고는 몸을 돌려 나가는 성민을 보고 설아가 불러 새웠다.

“오빠.”


문을 열고 나가려던 성민이 멈칫했다.


“왜 그렇게  신경 써주는 거야?”


물어오는 설아의 질문에 성민이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냐. 넌 내 동생이야. 오빠가 여동생 주변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걱정하는  당연하잖아.”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설아를 향해 잘 자라는 한 마디 남겨두고는 그렇게 성민이 밖으로 나갔다.


“오빠...”

설아는 오빠가 왜 자신을 그렇게 위해주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약속이 무엇인지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설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물어봤었다.


바보 같은 질문.

설아의 그 물음에 성민은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말을 했다. 말한 생각과 그런 행동들이 의외가 아니라 성민에겐 당연했던 것이다.


그날 설아는 많은 생각으로 잠자리에 늦게 들었다.

“그럼 학교 갈까?”


“응.”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을 맞이했고 그렇게 준비를  끝낸 후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밖을 나서는데 성민은 자연스럽게 설아가 손을 잡아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설아는 전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기분이 안 풀렸나?’

다행이 아침에 보았을 때 괜찮아 보여 안심했는데 손을 잡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성민은 여전히 설아가 마음이 좋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땐 오빠인 내가 나서야겠지.’


자신의 섣부른 말로인한 잘 못으로 일어난 일이니 성민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처음으로 먼저 팔을 뻗어 설아의 손을 잡았다.

순간 놀란 설아가 성민을 바라보았다.

“어제 일은 기분 풀어. 그리고 아침에 이렇게 손잡고 가는 거 생각해보니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까짓 거 네 말대로 스쳐지나가는 사람인데 그렇게 보면 어떠냐? 우리만 당당하면 됐지 뭐...”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웃음을 짓는 성민.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설아였지만 역시나 뭔가 씩씩함이 없어보였다.


‘이거 정말로  좋은데?’

그런 설아의 모습에 더욱 걱정이 되는 성민이었다.

이어 성민은 설아가 그랬던 것처럼 깍지를 껴주었다. 그리곤 힘주어 잡아주었다.

올려다보는 설아를 보며 웃어주자 다시 고개를 돌러 버린다. 그러자 성민이 입맛을 다시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야, 저거 봐.  사람 우리 연인사이로 착각했나보다. 눈빛 봐. 웃기지 않냐? 쿡쿡쿡...!”

성민은 그렇게 중간 중간에 설아의 기분을 띄워주기 위해 농담 섞인 말을 하며 말을 걸었다. 이젠 정말로 저런 행인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이.

설아는 여전히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성민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그렇게 농담을 했다.


학교에 가는 내내 성민은 설아에게 계속해서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띄웠다.


“알았지? 너에게 뭐라 하는 애들 있으면 바로 연락해. 어제 오빠 봤지? 그런 놈들  방이면 끝이야.”

“응.”


“그럼 간다 동생아~!”


계단을 올라가던 중간에 다시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에 설아도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렇게 복도를 지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애들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유정이 역시 처다보는 데 고개를 금방 돌려버린다.


자리로 이동해 몸을 앉힌 설아가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왜 이러는 걸까.’


어제 오빠의 그 모습을 보고 오늘은 손을 잡지 않았던 설아. 하지만 갑자기 성민이 팔을 뻗어 손을 잡았을  설아는 저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그 때문인지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분명히 그런 행동에 놀라서 그런  텐데, 한 번도 먼저 팔을 뻗어 잡지 않았던 오빠의 행동에 놀라서 그런 게 분명할 텐데.


이렇게 학교에 도착해 헤어지고 자리에 앉은 설아의 심장은 지금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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