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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21화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이야 (21/85)



〈 21화 〉21화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이야

“안 좋은 소리라니...? 누가 이상한 말을 했어?”


설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음이 확실해 보였는데 아무래도 말하는 걸 들어보면 어떤 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것도 자신과 오빠에 대해서.

“......”


순간 설아는 입을 닫아 버렸다.


차마 자신이 들었던 얘기를 말하기 그래서 그런 걸까.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빠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게 이상한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신경 쓸거...”

“난 신경 쓰지 않아.”

“응?”


“난 그런 걸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 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해도.....”


설아는 순간 학교에서 굳은 얼굴로 자신에게 말했던 오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앞으로 행동에 대해서 조심하자고, 주변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니까 자제하자고.

“쓸데없는 얘기해서 미안해.”

“설아야...”

 후로 둘은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그렇게 설아가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 근처에서 헤어질 때까지  이상 그런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내일 봐.”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정류장으로 향하는 설아를 바라보는 주화의 표정은 걱정이 묻어 나왔다. 설아는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왠지 주화는 말을 해주지 않았어도 뭔지 알  같았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내내 설아는 많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아침에 그 일이 있은 후에 학교수업이 끝날 때까지 설아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그렇게 좋은  아니었다. 유정이의 뺨을 왜 때렸는지 내용을 들어서 그런 게 틀림이 없었다. 유정이의 뺨을 때린 것보다는 아마도 설아가 들었다는 말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오빠를 이성으로 보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


설아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 했고 실제로도 그러했었다. 혜진이가 말해주어서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눈치를 보고 그럴 것도 없었다. 자신은 당당했으니까. 오빠를 오빠로써 좋아하는 것이지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처럼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설아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 앞에서 대놓고 그렇게 험담을 하는 것은 넘어 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뺨을 때렸다. 거기서 조용히 지나가면 더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일은 설아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생각에 많이 잠기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성민의 말과 표정 때문이었다.


자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오빠인 성민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저번에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꺼낼 때 이미 그걸 느꼈다.

버스가 도착하고 내러 선 설아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파트 정문에 도착해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리자 안으로 들어가려다 한걸음을 남겨두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어 무슨 생각인지 몸을 돌려 근처 벤치로 향했다.


‘오빠하고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인데.’


그동안 자신이 오빠에 대해서 정말로 많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오해 했었던 일도 많았다. 중학교 때 그 사건도 오빠가 너무 심했었다고 생각했다. 너무 흥분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이 연관이 되어서 그랬었다고 현준 알려주었다. 그 외에도 많은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오빠에게  좋은 소리도 많이 하고 잔소리도 많이 했었다.

설아는 그걸 바꾸고 싶었다. 어렸을 때처럼 다시 오빠와 손도 잡고 다니고 사이좋게, 가까운 남매사이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뿐이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과 오빠사이를 의심하고 이상한 눈으로 처다 보고 있었다. 며칠 동안 그것 때문에 오빠인 성민이 많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는 것을 설아 역시 알고는 있었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도 그런 모습을 보였었다.


설아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라 생각했었지만 성민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던 설아가 손목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12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보통은 30분도  돼서 집에 도착한다. 오빠가 걱정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폰에 문자가 왔다.


[어디쯤이야?]

보낸 사람은 성민이었고 어디까지 왔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설아는 읽고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 떠 있는 숫자1이 지워졌으니 자신이 읽은 것은 알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래?]


역시나 답장이 없으니 다시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내가 했던 말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 할게.]


읽기 무섭게 또 하나의 문자가 올라왔다. 그 내용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말. 그걸 보는 순간 설아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은 오빠를 기다리다 방에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화면을 끈 설아가 아파트 정문을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잠시  문이 열리고 들어가 5층을 눌렀다. 2층, 3층에 올라가 곧이어 5층에 도착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내려선 설아가 현관문으로 앞에 멈춰서 도어 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설아야.”


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는지 성민이 현관문 앞에 서있었다.

“나 피곤해 오빠. 씻을게.”

자신을 바라보는 오빠를 지나쳐 그렇게 설아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성민의 표정역시 좋지는 않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서 있으니 다시 문이 열리며 설아가 나왔다. 이어 씻으러 들어가는 모습을 말없이 그렇게 바라보았다.


‘화가 많이 났나...’


조금 차가워 보이는 설아의 모습에 성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가겠다며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많이 걱정이 되었었는데 역시 기분이  좋아보였다.

‘제대로 사과를 해야겠지?’


아무래도 섣부르게 얘기를 꺼낸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생기다보니. 그래서 후회도 됐었는데 역시 설아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성민은 설아가 씻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온 설아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오는 것을 보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던 성민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모습에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설아가 나올지 몰라 조금 더 소파에 앉아 기다리는데  이상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려는 모양.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문이 다시 열렸다. 이어 나온 설아가 주방으로 향했다.


“오빠 밥 안 먹었어?”


“배가 고프지 않아서 말이야...”


싱크대를 보고 물어오는 설아의 말에 성민이 그렇게 대답했다.

이어 이쪽으로 다가오는 설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성민의 무릎을 확인한다.

“오빠  안 발랐어? 아침에 내가 말 했잖아. 저녁에는 내가 발라주지  하니까 오빠가 잘 바르라고.”

“어?”

“오빠는 내 말이 우스워?”

“우습다니...?”


“오빠 저녁  챙겨 먹으라고 일찍 일어나서 더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먹지 않고 약도 왜  발라? 내가 차려주는 밥은 당연 한 거고  발라라는 게 잔소리로 들려?!”


화난 표정으로 소리치는 설아의 말에 성민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설아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그렇게 설아가 들어간 방문을 성민은 조금 충격을 받은 듯 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바보, 멍청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설아가 스스로를 탓했다.


이럴 생각이 전혀 아니었는데, 결국 문자 내용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자신에게 잘 못   얼마나 크다고 그렇게 계속 사과를 하는지 답답했다.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하는 건 자신인데.

그때 노크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리곤 살며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잠그지 않은 상태라 그렇게 열린 것이다.

“설아야.”

이어 자신을 부르는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밥  먹은 거 아니야... 사실 그렇게 달려가 버린 네가 신경 쓰여서 입맛이 없어 안 먹었어. 그리고 무릎에 약 안 바른 것도 그래.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네가 이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어. 미안하다.”


 다시 사과를 해오는 성민.

“오빤 왜 그래?”

엎드려 있던 설아가 그렇게 몸을 일으켜 성민을 바라보다 말했다.


“도대체 나한테 뭘 그렇게 잘 못 했다고 계속 미안하고 사과한다고 하는 거야?”


“서, 설아야.”

“오히려 사과를 할 사람은 난데 왜 오빠가 그렇게 미안하다고 계속 하는 거냐고.”

설아는 당황하는 오빠를 그렇게 노려보았다. 자신의 말에 당혹스러워 하는 오빠를 그렇게 처다 보았다.


“난 그저 오빠하고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이야. 그거뿐이라고. 오빠를 힘들게  생각은 전혀 없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런 오빠에게 사과를 하면 내가 했어야 해. 그런데, 그런데 왜 그렇게 계속 사과 하는 거야? 뭐가 미안해서 그렇게 사과를 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

잠시간의 정적.

성민은 그렇게 자신을 보며 소리치는 설아에게 아무런 대답을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소리치며 처다 보는 설아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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