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15화 어색함 속에서 (15/85)



〈 15화 〉15화 어색함 속에서

너무나 갑작스러운 물음.

아니, 갑작스러운 걸 떠나서 설아가 이런 걸 자신에게 물어왔다는 것 자체가 생각지 못 한 것을 넘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설아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성민을 향해 생긋 웃음을 지었다.


“말하기 힘들면 하지 않아도 돼.”


그러고는 다시 앞장서 걸음을 옮기는 설아.

성민은 그런 설아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를 못 했다.


“어서와 오빠.”

처다보기만 하고 오질 않는 성민을 향해 설아가 오라며 불렀다. 그러자 그제야 발걸음을 옮겨 걸음을 옮기는 성민. 그 후로 유명한 철판 볶음밥가게에 들러 점심을 먹었는데 성민은 마음 편히 식사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계산  밖으로 나온 성민이 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집에 돌아갈까?”


“벌써?”


“아니면 좀 더 놀다 갈래?”


“응.”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껴오는 설아. 순간 성민은 움찔 했지만 팔을 빼지는 않았다.


“오빠 우리 저기 가보자. 나 저번에 나중에 사려고 찜해둔 옷 있거든? 그거 진짜 예뻐 보였어. 오빠에게도 보여줄게.”

설아가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채 그렇게 골목을 걸었다.


연인사이에 팔짱을 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이곳 번화가에서도 손을 잡고 가거나 남자친구의 팔짱을 끼고 가는 커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연인들이라는 것. 지금 걸음을 옮기는 설아와 성민은 연인이 아닌 남매였다. 물론 아침에 학교에 갈 때나 돌아올  손을 잡고 가기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성민을 감싸고 있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한 거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걷는 설아를 힐끔 바라보니 시선을 느꼈던지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에 성민은 다시 시선을 바로 해 당혹스러운 마음을 다잡았다.

설아가 했던 지금도 설레이냐는 물음은 그날 하루 종일 성민의 마음에서 긴장감을 떠나보내지 못 하게 만들었다. 해가  때 쯤 집으로 돌아온 성민은 옷을 갈아입고 몸을 씻었다. 씻을 거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설아가 먼저 씻으라고 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외출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씻은 후에 머리까지 다 말라고 나오니 설아는 외촐 북 차림 그대로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오빠.”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던지 찌개를 끓이던 설아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소파로 이동해 몸을 앉힌 성민은 티비를 틀어 채널을 돌리다 고개를 돌려 주방 싱크대에 서있는 설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저  현준이하고 데이트 할 때는 입지 않았었는데.’

첫데이트  입고갈 옷을 봐달라고 했었던 설아.

그래서 성민은 설아의 부탁대로 옷을 봐주었고 결론적으로 취향저격을 확실하게 했던 두 번째 스타일을 거론하며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했었다. 실수로 설레인다는 말까지 하면서.

설아는 데이트 당일 날 처음에 입었던 치마와 티, 그리고 가디건을 입고 나갔었다. 그날 성민도, 설아도 당황하게 만들었던 두 번째 옷을 입고 나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설아가  패션을 입고 나와서 당황하게 만들더니 이어 그때 자신이 실수로 말해버렸던 설레이는 감정을 지금도 느끼는지 물음을 던져왔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날 설아는 당황해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달려갔었다. 그랬던 애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매일매일 설아는 자신을 당황하게 만든다.


“오빠?”

“응?”

“무슨 생각을 하기에  불러도 대답이 없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밥만 그릇에 담으면 되니까 어서와.”

“알았어.”

리모컨 전원을 눌러 티비를 끄고 소파에서 일어난 성민이 식탁으로 향했다. 이것저것 나물반찬에 스팸, 그리고 뚝배기에 끓인 찌개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귀를 즐겁게 했다. 의자를 뒤로 빼서 자리에 몸을 앉혔다. 설아가 그릇에 밥을 담아 성민의 앞에  주었다. 이어 자신도 한 그릇을 담아 앞에 놓고는 몸을 앉혔다.

“많이 먹어 오빠.”


“응.”

이젠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말.

전에는 밥을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고마워해야 한다며 핀잔을 늘어놓았던 설아가 이젠 그런 말 대신 저렇게 웃으며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해온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던 성민이었지만 이젠 저 말도 익숙해진 생황이었다.

“안 먹어?”

밥 한 숟갈을 뜨고 찌개를 떠서 먹던 성민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설아에게 물음을 던졌다.

“오빠 먹는 거 보고.”

“......”


전에는 그러지 않았었다.

아니, 일주일 전만해도 설아는 저런 말을 자신에게 하지 않았다. 바부탱이 오빠라며 티격태격 했던 설아와 자신인데 지금은 저런 말을 스스럼없이 던진다.

오빠 먹는  보고라니.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성민은 자신을 바라보는 설아의 시선을 느끼며 식사를 이어갔다. 그렇게 반 정도 먹었을 때 쯤 돼서야 설아가 숟가락을 들었다.

 먹고 있을 때 누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면 부담스러운  사실이다. 그런데 설아가 그러고 있었으니 성민은 음식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물  컵을 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  안 먹어도 돼?”

“응, 충분해.”

밥그릇을 싱크대에 담궈 두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많이 당황스러운 걸까?’


설아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 오빠의 방문을 가만히 바라보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특별히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고 나왔다. 역시나 입고 나온 옷을 보고 당황하는 오빠를 본 설아는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같이 번화가에 나와 영화 시간대까지 주변을 돌아다니다 상영시간에 맞춰 보고 나올 때까지 설아는 오빠가 자신의 대하는 게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게 아마도 입고 있는 패션 스타일 때문일 것이라는 걸 설아도 알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오빠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도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면 그때처럼 설레이는 감정이 드는지.


마음만 그렇게 생각 한 것이 아니었다.


설아는 직접 성민에게 물음을 던졌다. 지금도 자신을 보며 설레이는지. 그리고 성민은 그런 물음에 답을 하지  했다.

그 후로 오빠는  자신을 대하는  아까보다  어색해 한다는 것을 느꼈다.

방으로 들어간 것도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생각해보면 전혀 이상한 게 아니야.’

그때 자신보고 설레인다는 오빠의 말을 듣고 얼마나 당황했었던가. 부끄러워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이좋은 남매 사이엔 그럴 수도 있는 건데.’


하지만 지금 설아의 생각은 다르다.

오빠하고 사이가 좋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꼭 이성간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돼, 오빠.’


성민이 들어간 방문을 바라보는 설아는 여전히 자신의 이런 모습에 적응을 못 하는 오빠가 안타까웠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따뜻하고 풋풋한 봄이 지나가고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이 곁으로 다가온 계절이자 기말고사가 막 끝난 6월 말. 설아는 그날도 오빠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교실을 나섰다.

기말고사 삼주일 정도 앞둔 시점에 설아는 결국 성민과 함께 동아리를 나오게 되었다.  이상 그런 분위기에서 공부를 이어하는 게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설아가 먼저 얘기를 꺼냈고 성민 역시 고심 끝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이젠 학교가 끝나면 이렇게 먼저 나온 사람이 기다려 함께 돌아갔다.


“저기 설아야.”


막 교실을 나서려는 설아를 향해 혜진이 말을 걸어왔다.


“응?”

“나하고 잠깐 얘기  할 수 있어?”

“얘기?”

“응.”

“잠시만.”

폰을 꺼내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설아. 잠시 후 몇 번 그렇게 주고받더니 다시 폰을 넣었다.

“조금은 될 것 같아.”


설아는 혜진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가 근처 나무그늘 벤치로 향했다. 몸을 앉히는 혜진이 서있는 설아를 바라보았다.

“설아 너도 앉아.”


“아니, 괜찮아. 그런데 할 말이라는 게 뭐야.”


그리곤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설아.

“너, 요즘 애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 돌고 있는 거 알아?”

“이상한 소문이라니?”


“교실에 들어와서도 쉬는 시간마다 폰만 만지고, 그리고 학교수업이 끝나면 곧장 나가잖아.”


“당번이 아닌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리고 다른 애들도  만지는데 그게 어때서?”


“그걸 얘기 하는  아니야. 설아 너에 대해서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어서...”

“좋지 않은 소문?”

“응.”


“무슨 소문인데 그래?”

물어오는 설아의 질문에 혜진은 잠시 망설이는  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브라더 콤플렉스라고.”

“뭐?”


“네가 브라더 콤플렉스라고 애들 사이에 말이 돌고 있어.”


혜진은 설아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참 힘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원채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을 분더러 절친한 친구에게 브라콘이라는  좋은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걸 얘기 해준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 소문을 넘어 설아를 보면 이상하게 바라볼 정도가 되어 더 이상 두고 보기 힘들었다.

“폰 만질 때도 오빠하고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고. 그리고 오늘 같이 당번이 아닌 날에는 바로 나가 오빠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일 같이 하교하잖아.”


“그게 이상해?”


“성민 오빠하고 설아 네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은 보기 좋아. 그런데 애들이 보기엔 그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나봐.”

혜진은 설아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편했다. 하지만 더 안 좋은 얘기가 돌기 전에 설아에게 말해주는 게 좋을  같아 오늘 이렇게 얘기를 꺼낸 것이다.


“혜진아.”

“응?”


“너도 그렇게 생각해?”

“너하고 성민 오빠 말이야?”


“응.”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럼 됐어. 걔네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너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난 그걸로 족해. 그러니까 그걸로 신경써주지 않아도 돼.”

이어 다시 시계를 확인한 설아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럼 할 말 다 끝난 거지? 나 오빠 기다리고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하거든? 내일  혜진아.”


그러고는 혜진의 말을 듣기도 전에 달려가는 설아였다.


그런 설아의 모습을 바라보는 혜진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미안해 설아야.’


저 만치 앞서 달려가는 설아를 보면서 혜진은 속으로 그렇게 사과를 했다. 사실 혜진이 역시 최근 들어 설아가 너무 오빠와 가깝게 붙어 지내는 모습이 이젠 자신조차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예전에 오빠를 대하던 설아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