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3화 이게 무슨일이야? (13/85)



〈 13화 〉13화 이게 무슨일이야?

설아의 그 말에 성민은 잠시 동안 그렇게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하니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론 특별한 것이라고 하기에 어떤 레시피가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었지 저런 것일 줄은 몰랐다. 물론 그게 말처럼 기대이하라거나 그런 것에서 저런 게 아니다. 정말로 생각외의 말이러서 그랬다.

언제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옛날에는 모르겠다. 어릴 때는 손도잡고 학교에 가면서 많이 따랐던 동생이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친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낯간지러운 저런 말은 하지 않았다.

“왜 그래 오빠?”


갑지기 멈칫 하는 성민의 모습에 설아가 의아한 듯 물음을 던져왔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야~! 그게 레시피 였단 말이지? 하하... 아주 멋진데? 요리는 정성이 들어간 손맛이라더니 그게 정말이구나? 햐~!”

멈칫 했던 성민이 다시금 리액션이 가미된 감탄사를 터트리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 오빠.”


“어, 그래. 많이 먹어야지.”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식사가 그렇게 이어졌다. 성민은 자그마치 두 밥그릇을 비웠다. 확실히 맛은 좋았으니까.

“아, 배불러. 오늘 제대로 포식했네?”

“오빠 차 한 잔 마실래? 끓여줄게.”

“끓여주면 고맙지~!”

“조그만 기다려.”


그러거니 금방 녹차 한 잔을 타가지고 오는 설아였다.


“고맙다. 역시 내동생이라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찻잔을 받아든 성민은  모금 마시면서 식탁을 치우는 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 설거지를 하는 설아. 원래 설거지나 거실 청소 같은 것은 성민의 몫이었다. 그런데 설아가 설거지는 자신이  테니까 주방 쪽은 신경을 쓰지 말라고 했었다. 그게 월요일에 설아가 했던 말이었다. 그날 하루만 그러겠거니 했는데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의 그 말.

‘설아가 그런 말을 하다니.’


닭살적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설아다. 그래서 조금만 자신이 그런 소리를 해도 핀잔을 주었던 설아였다. 그런데 오빠를 위한 정성이 들어간 레시피라는 소리를 내뱉다니. 성민으로써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아가 달라졌다.

월요일부터 매일 같이 생각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오늘 마트에 들렸다 오면서도 그렇고 밥을 먹을 때도. 설아의 태도는 진지했고 오빠를 위한 정성이 들어간 레시피란다. 아무래도 정말로 뭔 일이 있었던  분명했다. 하지만 성민은 그걸 설아에게 물어보기가 난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 분위기가  좋아 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순전히 성민의 생각이다. 하지만 오늘 설아의 그 눈빛을 보고나니 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때의 느낌과 충격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뭘 했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설아가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따라 들어가 사과를 했다. 아직도 화가나 있었으니까.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그것 말고 다른  더 있나 생각해보지만 없었다. 그래서 성민은 답답했다. 자신이 나가고  일이 있었던 건가 싶었다.

물론 설아의 이런 모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자신에게 다시 살갑게 대해주니까. 좋은 남매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니까. 하지만 설아의 말이 상당히 살가웠다. 그 전엔 하지도 않았던 낯간지러운 얘기를 오늘 조금 전 까지도 들었다.


그리고 손까지 잡고 깍지도 꼈다.

확실히 좋은 쪽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좀 당황스러운 일이다.

‘정말로 나에 대해서 뭔가 생각이 바뀐 걸까?’


아직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의심을 해볼 수 있는 건 현준이와 만나서 어떤 얘기를 나누었을까였다. 설아에게 사실대로 말을 했을까. 자신의 말대로 사과를 했을까. 지수를 받아 드린 것에 대해서.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

오늘 지수를 바라보던 표정을 보면 알 수가 있었다.

‘내일 물어봐야겠어.’

성민은 그렇게 생각을 굳혔다. 지금으로써는 그것 말고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설거지를 끝낸 설아 역시  한 잔을 타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성민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티비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기 오빠.”

“응?”


“오빠가 불편하다면 우리 동아리 나갈까.”


“동아리를 나가자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 그냥 흘러들어. 아까 말처럼 그냥 물어본 거니까.”


“설아야.”

“응?”

“너는 어때?”

“나?”

“그래.”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야.”

성민은 잠시 동안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동아리를 나간다니 그건 확실히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 그 후의 일도 있으니까.”

“역시 그렇지?”

“만약 설아 네가 정 불편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는데 솔직히 지금은 그래. 내가 피하는 것도 같고.”


“알았어. 오빠가 그렇다면 그렇게 해.”


그렇게 한 참을 시간을 보내다 성민은 물론이고 설아 역시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역시 아주 피곤하지 않으면 바로 잠들 수가 없는 일이고 그렇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여러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건 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더 잘할게 오빠.’

그날 오빠와 마주쳐 한 소리 내뱉은 설아가 현준을 만나러가서 들은 얘기는 확실히 놀아운 얘기였다.  자신보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못 살게만 군다고 생각했던 오빠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랬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 하는 오빠가 생일날에는 어떻게 해서든 일찍 일어나 상을 차려주는 것도 그렇고. 몸이 아프거나 몸살이 나서 앓아누웠을 때도 곁에서 떠나지 않고 간호를 해주었었다. 그때는 장난도 치지 않고 정말로 진지하게 옆에서 간호를 해주었었다. 하루는 점점 커가면서 괜찮아지던 열병이 다시 올라 몸이 너무 뜨거워 땀을 많이 흘리고 호흡도 가빠져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 초였었  걸로 기억했다. 오빠는 곁에서 붙어서 진심으로 자신을 간호했었다. 밤을 지새우면서.

그런 면들 때문에 오빠가 자신을 못 살게 굴어도 싫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설아의 생각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상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생일을 챙겨주는 것을 두고 친구들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다른 오빠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말에 자신을 위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현준의 말은 그것 이상이었다.


그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현준 오빠에 대해서 왜 그런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해 주었었다. 그 말을 들은 오빠가 찾아와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었다고 했었다. 그 후로 친구 이상으로 더 살갑게 대하고 어울리다보니 지금의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했었다.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한 상 까불거리는  같은 오빠였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위주였고 오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표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질 않았다. 한상 심술궂게 장난만 치고 그러니까. 그래서 설아에겐 얄미운 구석이 더 많은 오빠였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걸 대놓고 표현하기엔 쑥스러워서 그랬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맞을 지도 몰랐다.

{성민이가 그랬어.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게  거라고. 설아는 자신이 꼭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말을 했었다고 했었어. 그때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성민이의 모습은 너무나 진지했어. 그래서  말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

오빠에 대해서 미워하지 말라며 현준이 설아에게 했던 말중에 일부였다. 그 말이 설아의 머릿속에 떠올랐었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정말로 몸이 허약했고 잔병치레도 많았다. 그리고 아버지 말로는 자주 열병에 시달려 7살 때는 죽을 고비도 넘겼었다고 했었다. 그 때문에 어머니는 설아에 대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했었다.


그리고 1살 차이의 오빠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는데 설아는 그러질 못 했다. 그래서 더 손이가고 신경이 많이 쓰였던 딸이었다.


‘오빠는 심술이 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1살 차이다. 그러면 어렸던 오빠도 어머니의 사랑이 자신에게만 쏠리니까 질투가 날 법도 했을 터였다. 그런데 설아의 기억 속에 어릴 적 오빠는 그러지 않았었다. 장난감을 쥐어주고, 같이 손잡고 놀았다. 밖에  외출 하지도  하는 자신을 위해서 집에서 함께 놀고 그랬었다. 분명 어머니의 관심이,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도 자신에게 더 몰렸을 텐데 오빠는 질투가 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의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 때 자신에게 그런 장난을 자주 쳤었다.

{이제 정말로 괜찮은 거지?}

{뭐가?}

{몸말이야.}


{치... 나 요즘에  흔한 감기도 잘  걸리고 그러는데?}


{그러냐...? 훗... 거봐 내가 뭐라 그랬냐? 설아 넌 원래는 아주 튼튼한 애라니까. 그동안 아팠던 것도 사실 다 꾀병 아니었어?}

[뭐야 오빠?}


{맞잖아~! 이렇게 튼실한 팔과 다리를 보면 말이야.}


{오빠 잡히면 죽어!}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그때는 자신을 그렇게 놀리는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었다.


오빠는 자주 그런 식으로 물었었다.  어디 아픈데 없냐고. 아무렇지도 않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잊을만 하면 거론 하면서 놀리니 그저 심술궂게 장난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정말로 신경이 쓰여서 하는 말이었다.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도 그런 질문을 장난스레 자주 할 정도로. 정말로 신경을 많이 쓰였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또다시 열병 때문에 병원에 실려갔을 때  그렇게 붙어서 오빠가 밤을 새며 간호를 했을지 지금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장난도 그때의 일에 크게 걱정스러워 건강해 보여도 그랬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맨날 잔소리하고 핀잔만 주었었는데.’


늦게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손이 날아가고 꼬집었다. 잠 좀 그만자라고. 장난을 치면 그게 재밌냐면서 눈살도 찌푸렸었다. 얄미우니까. 살갑고  해주는 그런 어른스럽고 나이차가나는 오빠를 어쩌다 한 번 보게 될 때면 참 부러울 때도 있었다. 자신의 오빠도 평소에도 실없는 장난 좀 그만 치고 저렇게 살갑게 해주었으면 싶었다.


그렇게만 생각했었던 설아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때 자신의 말과 눈빛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마음이 아려왔다. 집에 들어오지 않고 새벽에 늦게 들어온 것을 보면, 자신에게 그렇게 시선을 마주치지 못 하고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알만했다.

‘이젠 달라질게. 오빠가 정말로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았으니까.’

더 이상 오빠와 손을 잡고 가는 게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오빠가 부담스러워 할 꺼 같아서 그랬지만 설아는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에게 그렇게 멋진 오빠가 있다는 것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하는 오빠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당황할거 없어 오빠.’

자신의 이런 행동에 오빠인 성민이 당황한다는 것을 설아도 사실 잘 안다. 그 정도도  알아본 설아가 아니다. 하지만 설아는 그런 모습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그렇게 오빠에게 잔소리나 핀잔을 많이 주었었나 싶었다. 이런 행동에 당황스러워  정도로.


설아는 오빠가 지금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아니라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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