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12화 레시피 (12/85)



〈 12화 〉12화 레시피

“어서 말해요.  그렇게 소리쳤는지.”


당황스러워 하는 지수를 향해 설아가 다시 되물었다. 하지만 지수를 그런 설아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여전히 대답을 하지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설아의 눈빛을 보면 정말로 화가 많이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설아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지수도 처음 보았던지라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웠다. 말을 더듬을 정도로.

하지만 이대로 계속 당황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설아가 저렇게 화를 내고 있는데 계속 말하지 못 하고 있으면 성민에게 자신이 그랬던 행동에 대해서 오해를 크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성민의...행동이 심해서 그래.”


“무슨 행동이 심하다는 얘기에요?”

“넌...잘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성민이의 말투가 상당히 날카로워.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현준이에게도 그래, 아니. 현준이에게는 더 심해. 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미안해하는 현준이를 보면 성민이의 행동이 도가 지나쳐 보여.”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 때문이라고만 할 뿐이었다. 성민이 보고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얘기를 들으면 지수는 더 성민의 행동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둘 사이가 아주 친한 만큼 현준 또한 성민이를 많이 위한다. 거기다 현준이 어떤 아이인지 성민 또한 알고 있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쉽게 지나치지 못 할 정도로 착했다. 누구는 그걸 오지랖이라고 하지만 지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포장하기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현준이의 본성이며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수는 그런 현준이가 좋았다. 자신보다 친구를 더 생각하는 그런 현준이가.


싸우기라도 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현준이 잘 못 한 행동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민의 방식은 아주 잘 못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자신도 그렇겠지만 반대로 현준은 얼마나 미안한 마음을 가질까. 그걸 생각해서 행동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 방법이 지수는 너무나 잘 못 됐다고 생각했다.


“결국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 오빠에게 그렇게 소리쳤다는 말이네요.”


설아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너무 화가 났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지 못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면서 그 행동을 보고 심하게 다그치고 팔까지 잡으면서  가게 막았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맞아. 잘 알지는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민의 그런 행동은 옳다고도 생각지 않아.”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모든 게 다 오빠의 책임으로 보이고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네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그럼 어떤 뜻인데요?”


“난 그저 냉랭한 현준이하고 성민이가 다시 화해했으면 해서...”

“진짜 그거뿐이에요?”


순간 말을 자르며 물어오는 설아의 물음. 그에 지수가 긴장 된 목소리로 반문을 했다.

“그거뿐이라니...?”

“단지 현준 오빠하고 우리 오빠가 화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랬냐고 물었어요.”

“그럼 설아 네말은 내가 그렇지 않다는 소리야?”

“왜 저한테 묻는 거예요? 그건 나보다 언니가 더   텐데.”


“지금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


“착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알아들었으면 하는 거겠죠.”


“설아 너 진짜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결국 지수 역시 참지 못 하고 설아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지수의 말에 설아는 오히려 코웃음을 지었다.

“뭔가 찔리는  있나보죠? 그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서, 설아  진짜......”


그런 설아의 말에 감정이 크게 올라서 그런 것일까. 지수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주먹을 말아 쥐고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지수를 보면서 웃음을 짓던 설아가 다시 차갑게 얼굴을 굳혔다.

“다시는 우리 오빠에게 그런 행동 하지 말아요. 만약  그러면 저도 진짜 참지 않을 테니까요.”

“너,  지금 나한테 협박하는 거니?”

“네, 맞아요. 정확히 말하면 협박이 아니라 경고겠지만 말이에요.”

그렇게 말한 설아가 몸을 돌려 교실을 나가버렸다. 그렇게 설아 마저 나가고 혼자 남은 지수는 여전히 충격을 받은 듯  얼굴로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동아리실로 돌아온 설아는 곧장 자신을 바라보는 혜진이와 유람이, 그리고 눈치를 보는 현준에게 오늘은 아무래도 함께 공부를 할 수 없을  같다고 말했다.


“가 오빠.”


그러고는 앉아 있는 성민에게 그렇게 한 마디 남기고는 동아리실을 빠져나갔다.  일인가 싶어 바라보는 유람이와 혜진을 잠시 처다 본 성민이 다시 현준을 바라보더니 크게 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고해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설아를 뒤 따라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혜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유람이도 역시 당혹스러워 하며 입을 열었다.

“그, 글쎄? 나도  모르겠어. 정확히는 지수가 돌아와 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아.”


동아리실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설아의 뒤를 따라 나온 성민은 앞서 걸어 나가는 설아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한 기분을 느꼈다. 안에서 둘이 어떤 얘기를 할까 솔직히 궁금했었다. 하지만 돌아가겠다고 해놓고 엿듣는 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해 그렇게 동아리실로 돌아왔다.

이어 벌어진 상황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었다.


‘지수하고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분위기로 봐서 좋은 대화는 오고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설아의 눈빛 역시 그걸 예고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둘이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내심 궁금한 성민이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혼자하면서 학교를 나선 성민은 설아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집근처 역에 도착해 내려섰을 때 설아가 성민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빠.”

“어?”

“오늘은 우리 마트 들렸다가 집에가.”


“마트에?”


“응.”

“알았어.”

갑자기 마트에 가자고 해서 의문을 표했지만 아무래도 반찬재료를 사려고 그러는 건가 싶은 성민이었다. 그렇게 설아의 말대로 마트에 간 성민은 마치  것을 정해 놓았다는  설아가 채소코너에서 당근하고 양파, 그리고 대파와 고추를 고르더니 이어 닭이나 소고기, 그리고 돼지고기 등을 파는 정육코너로 향해 싱싱한 닭고기를 골라 담았다. 이어 마실 음료수 하고 다른 필요한 반찬거리 재료들을  고른  마트를 나섰다.


“이리 줘봐.”

양손에 큰 봉지를 들고 가는 설아에게서 성민이 그렇게 말을 던지더니 뺏어들었다.

“이런 건 오빠에게 부탁해도 돼. 혼자 들고 가려 하지 말고.”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하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설아가 서둘러 따라 붙었다.


“고마워 오빠.”

성민의 옆에 나란히 걸으며 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로 고마울 게 뭐 있어? 오빠인데 당연히 내가 들어야지.”


그 말에 설아는 기분이 좋았을까.

작게 소리 내며 웃음 짓는데 그에 성민이 어색해하며 물었다.


“갑자기 왜 웃냐?”

“나쁜 뜻으로 웃은 거 아니야. 그러니 오해하지마 오빠. 그냥 오빠가 듬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듬직하다니. 내가?”

“응.”

“나 듬직한 거 이제 알았냐?”

조금은 어색한 느낌을 지워보려고 그런 것일까. 성민인 평소에  그러던 것처럼 농담으로 되받아쳤다. 하지만 설아는 그런 성민의 농담을 전혀 농담으로 받아드리지 않았다.


“이제 안  아니지만 늦게 알았어.”


“이거 심하네~ 늦게 알다니. 좀 더 이 오라버니의 진실
된 모습을 일깨워 줘야겠는데?”

그런 설아의 말을 성민은 다시 농담으로 받아치며 애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하지만 설아의 말은 그런 성민의 바람과 다르게 여전히 진지했다.


“일깨워 주지는 않아도 돼. 이젠 알고 있으니까. 우리 오빠가 이렇게 듬직하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그래?”

“응... 나 그걸 너무 늦게 알았어. 오빠는 한상 날 위해 줬는데.”


아까전보다 더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같은 느낌에 성민은 이 다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다시 난감해했다.

“오빠 닭볶음탕 좋아하잖아.”

“응.”

“오늘은 내가 오빠를 위해서 특별한 닭볶음탕을 만들어줄게.”

“특별 닭볶음탕?”

“응.”


“특별이라니~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아니야. 한 가지 확실히 말해두는데 동생아. 이 오라버니는 말이야. 입맛이 까다로워서 확실하게 특별하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  법이라 기대에 충족시키는 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거든? 그러니 그걸 알고 시도를 해도 하라는 말씀이야.  그래도 노력은 좋게 봐줄 수 있으니 보너스 점수는 주도록 할게. 후후후...”


어색한 분위기에 난감함을 느꼈던 성민은 이 얘기가 기회라 생각했는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분위기 전환을 위해 농담이 섞어 말을 했다.

“그럼 오빠 기대에 충족 못 시킬 수도 있겠네...”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순간 당황한 성민은 서둘러 변명하듯 말했다.

“아, 아니 꼭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시작도 하기 전에 그렇게 포기 하면 안 된다는  모르냐? 자고로 노력은 마른 땅위에 꽃도 피우게 한다고 열심히 해봐. 혹시 또 모르잖아 내 기대에 부응할지?”

“노력해볼게.”

대답을 하는데 여전히 시무룩해 보이는 설아의 모습에 성민은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내가 잘 못 한 거 같은데...’

그런 생각으로 이런 저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후회를 할 때쯤 어느새 집에 도착해 가방을 풀었다. 물어보니 이번에도 먼저 씻으라는 설아의 말에 성민은 그렇게 했고 다 씻은 후에 머리까지 말리고 난  성민은 설아가 만들려는 특별 닭볶음탕이 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특별 한 게 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맛있다고 해줘야겠어.’

아무래도 그게 정답인  같았다.

그렇게 기다리는데 드디어 설아가 식사하라는 말에 거실에 나가 식탁에 가보니 닭볶음탕이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져 한상 차려져 있었다. 설아가 국자로 접시에 덜어서 성민 앞에 먼저 놓아 주었다. 이어 설아 자신도 한 접시 떠서 놓았는데 이후 먹지 않고 보기만 했다.


아무래도 먹고 평가해달라는 뜻인 듯 했다.


‘무조건 맛있다고 하자.’


 번더 그렇게 말한 성민은 닭볶음탕 국물을  먹고 이어 닭고기 다리 살을 발라 먹는데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순간 잊고 있었던 성민, 설아의 요리솜씨는 확실히 타고났었다는 것을.


“이야~! 이거 대박인데?! 어떻게 만들었기에 이렇게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어?! 이거 파는거 보다  맛있잖아! 어떻게 만든 거냐?! 무슨 특별 레시피로 만들었기에 이런 맛이 나?!”


그래서 생각보다 더 맛있어서 일까.


성민은 맛있다고 말을 하자고 했던 것을 넘어 과도한 리액션이 가미 된 모습으로 그렇게 감탄을 하며 허겁지겁 먹어댔다. 그런 성민의 노력이 통해서 일까. 바라보던 설아가 웃음을 지었다.


“많이 먹어 오빠~”

“응. 그런데...쩝쩝..이거...도대체...어떤...특별한...게..들어간거냐?”

내심 궁금해 했던 특별한 게 뭔지 고기를 오물거리며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설아가 여전히 웃음을 지은  말을 이었다.

“재료 같은 건 아니야 단지.”

“단지?”

“맛있게 먹어 줄 오빠를 생각하면서 정성을 담아 열심히 만든 거야.”


“어?”


“말하자면 오빠를 위하는 여동생의 정성과 마음이라고 할까?”

“.....”


“그게 내 특별한 레시피야.”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설아의 이 얘기에 성민은 뭐라 말을 하지 못 하고 그렇게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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