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10화 머, 뭐지...? (10/85)



〈 10화 〉10화 머, 뭐지...?

방으로 돌아온 성민은 잠을 제대로 청하지  했다.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며 밤잠을 설쳤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성민은 설아가 아직도 자신에게 많이 화가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어떻게 설아를 마주해야 할  몰랐다. 평소대로 행동하는 게 맞을 것이라 생각하더라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더 기분이 나빠 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뒤척이며 잠이 들지 못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날이 밝아왔고 아침이 찾아왔다. 성민은 자신이 밤을 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얼마 후면 설아와 마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깨우러 오기나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방에 들어와서 밥 먹으라며 단잠에 빠져있는 성민을 깨웠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오늘도 과연 그런 평소와 같은 아침일상이 반복 될까 싶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경멸어린 시선.

그런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쳤던 설아다. 실망했다고 비수를 꽂았던 설아였다. 그리고 자신을 피해 늦게 들어온 것을 보고 화를 냈었던 여동생이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나 되었다고 깨우러 들어올까.

‘설아는 푹 잤을까?’


문득 성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처럼 잠을 설친 것은 아닌지. 밤을 샌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잤어도 푹 자지는 못 했겠지.’

그게 성민이 내린 결과였다. 자신과는 다르게 잠이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깊은 단잠을 자지는 못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분해서 그런 것이겠지. 아버지는 아침 6시에 출근을 하시니 이미 나가셨을  뻔했다. 승진을 하시고 회사의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요즘엔 더 늦게 들어오신다. 그리고 출장도 예년보다 잦아졌다. 거기에 대해서 미안  게 많다고 하시는 아버지시지만 성민은 괜찮다고 했다.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좋다고 그렇게 말씀드렸었다. 그리고 그건 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7시가 넘은 시간이니 이제 설아가 깨우러 올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말이다. 설아는 생각 이상으로 부지런한 아이다. 자신과 다르게. 그런 점에서 보면 아버지와 참 많이 닮은 설아였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점에서는 성실하지는 못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어느덧 7시 10분이 넘어서고있었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지.’


누워있다고 해결 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어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은 따로 갈까.’

지각할 요령으로 오늘 하루는 설아 보다 늦게나갈까 생각했다. 아마도 지금 나가서 어색한 상황이 이어지는  보다는 그게 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성민은 생각은 설아보다 늦게 나가는 쪽으로 생각을 잡았다. 아침정도는 굶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때 였다.


똑똑-


생각에 잠겨 있던 성민은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순간 흠칫했다. 이어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려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성민은 놀라면서도 애써 벽 쪽으로 몸을 돌려 자는 척을 했다.


‘깨, 깨우러 온 건가?’

생각지도 못 한 상황.

설마 설아가 자신을 깨우러 방에 들어 올 줄은 몰랐다. 순식간에 정신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설아에게 집중 되었다. 비록 상체를  쪽으로 돌려 누워있어 눈을 떠도 보지 못 하지만 성민은 자는 척을 하며 그렇게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가까이 다가온 설아가 성민을 깨우기 시작했다.

“오빠, 일어나.  먹고 학교가야지.”

“......”


당연히 성민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뒤척임도 없다. 그저 잠든 척 그렇게 누워 있을 뿐이다.


“오빠, 아침이라니까~ 안 일어 날 거야?”

다시금 들려오는 설아의 목소리. 그리고 살며시 몸을 흔들며 깨운다. 이건 평소의 설아가 자신을 깨울 때 하는 말과 행동이다. 여기서 더 일어나지 않으면 따끔한 일침과 타작이 이어진다. 등을 내보이고 누워 있을 때는 버뮤다 삼각지라 불리는 곳에 쌔게 타작을 하여 깨운다. 지금 딱 성민을 벽을 바라보고 있어 등을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빠~ 일어나라니까?”

하지만 설아는 일어나지 않는 성민에게 평소처럼 날카로운 목소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에 타작을 가하지도 않았다. 어깨를 잡고 천천히 흔들며 깨울 뿐이었다.


“이러다  지각하겠어. 진짜  일어 날 거야?”


흔들흔들~

설아가 좀 더 강하게 성민을 흔들었다. 그에 성민은 더 이상 자는 척을 하는 것이 미안하여 깨어난 척 행동했다.

“으음...아, 아침이야?”


“응. 밥 다 차렸으니까. 빨리 정신 차리고 나와.”

그러고는 나가는 설아.


설아가 나가고 문 쪽을 바라보고 있던 성민이 천천히 침대에 손을 짚으며 일어났다.

“무슨...일이지?”


설아가 깨우러 온 것도 놀랍지만 등에 타작을 하지 않은 것도 놀라웠다. 조금 어리둥절한 심정이었지만 성민은 마음을 차분히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바로섰다. 일단 설아는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날카로운 모습도 아니었다.

‘용서한 건 아닐 텐데.’

혼란스러운 성민이었지만 일단 계속 방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빨리 와 오빠.”

먼저 식탁에 앉아 있는 설아가 문을 열고 나오는 성민을 불렀다. 그에 어정쩡한 자세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식탁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이, 이게다 뭐야?”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 해봤어. 집에 있는 반찬들로 만든 거지만 말이야.”


계란오므라이스에 비엔나소시지볶음, 그리고 새로 끓인  보이는 된장찌개에 각종 나물무침들이 차려져 있었다. 아침상 치고는 거한 한상이었고 진수성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보였다.


“아침에는 간단하게 먹어도 되는데...”

“간편하게 먹는 것도 좋지만 하루쯤은 이렇게 든든하게 먹는 것도 좋잖아.”


이거 차린다고 몇 시에 일어났을지 짐작도 안 된다.

“어서 먹어 오빠.”

설아가 웃으면서 그렇게 식사를 권했다.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든 성민이 국을 떠먹어보았다. 구수하고 맛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요리는 설아가 책임을 졌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만들어주곤 하셨는데 맛이 별로 없었다. 성민 역시 요리는 젬병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커가면서 설아가 직접 스스로 나섰던 것이다. 거기다 확실히 설아는 요리에 소질이 있었다.

“맛있어 오빠?”

“으, 응...”


당연히 맛있었다. 솜씨가 어딜 가는 게 아니니까.


만약 맛이 없었다고 해도 지금은 맛있다고 해야 했다.

“많이 먹어 오빠.”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설아를 보면 성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행동을 하니까. 마치 자신 혼자서만 심각하게 고민한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뭐지?’


음식은 확실히 맛있었지만 성민은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신경  틈이 없었다. 지금 눈앞에서 식사를 함께 하고 있는 설아 에게 온통 집중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밥을 먹던 성민이 결국 참다  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설아야.”

“응?”

“어제 말이야. 어제 일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돼.”

“어?”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려던 성민은 말하지 말라며 말을 끊는 설아의 대답에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나 화나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사과하거나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나 때문에......”


“아이 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빨리 밥 먹어. 월요일부터 또 지각하겠어.”

“으, 응...”

새침하게 나무라는 설아의 말에 성민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그렇게 남은 밥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성민이 씻으러 들어간 사이 설아가 식탁을 치웠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 사이 성민 역시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말리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가방을 챙기고 나왔다.

“갈까?”


성민이 설아에게 작게 물었다.


“응.”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그렇게 두 사람은 평소와 같이 함께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성민은 옆에 서있는 설아를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아무리 평소처럼 행동하려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아직도 어제의 설아의 화내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은.


[5층입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올리고 문이 열렸다. 이어 나란히 올라타고 1층을 누르고 기다리자 곧이어 문이 닫혔다.

그리고 이어진 정적.


조용한 정막감이 성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또 다시 도착 알림 음이 울렸고 문이 양쪽으로 열리자  사람은 내려서 나란히 걸어 나갔다. 정문을 지나 밖으로 나와 걸어 나가는 그때 성민은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순간 움찔 하고 말았다.

놀라 시선을 내리니 설아가 자신의 손을 잡고 이어 깍지를 끼는 것이 아닌가.


그에 당황하며 쳐다보는 성민.


그런 성민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설아.

“어릴 때는 자주 손잡고 학교 갔는데... 정말로 오랜만인거 같아. 그렇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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