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9화 사과 (9/85)



〈 9화 〉9화 사과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폰이 울린다.


성민은 전화기를 꺼내 확인을 해보니 전화를 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동생인 설아. 하지만 성민은 그런 설아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받을 수 없었다.


‘집일까.’

꽤나 시간이 지났으니 그럴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없는 것을 보고 전화를 걸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민은 그런 생각이 들었음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성민은 잠시  수신이 끊어지는 것을 보고는 다시 품에 폰을 넣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왜 받질 않아?”

오랫동안 음이 울렸지만 들려오는 것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소리샘의 안내음 뿐이었다. 마음이 좋지 않은 설아는 신발을 신고 그렇게 다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오빠가 갈만한 장소는  둘러보았다. pc방이나 공원, 그리고 집근처 놀이터까지 전부. 혹시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했을까 싶어 오빠 친구들에게 다 연락을 해보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연락 받은 적 없다는 말 뿐이었다.

그렇게 여러 곳을  찾고 둘러본 후에 돌아온 설아는 힘없이 소파에 몸을 앉혔다.

‘나 때문이야.’


오빠인 성민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버스에서 내려 달려가던 길에 마주쳤던 오빠에게 자신은 해선  될 소리를 했다. 그리고 경멸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때는 정말로 오빠에게 화가 났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소리쳤다.

생각이 짧았다.


오빠는 자신을 위해서 그랬던 것뿐인데 자신은 그러질 못 했다. 현준 오빠에게 찾아간 성민에게 그저 화가 났다. 정말로 우려 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었다. 그래서 노려봤다. 경멸어린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자신을 도와주려 했던 것뿐이었는데.

그리고 현준 오빠에게 찾아간 것도 자신이 우는 모습을 보고 그랬다는 것을 안다. 그때는 화가 나서 마음대로 찾아간 오빠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만큼 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에게 설아는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다. 성민에게 화를 내는 설아를 보고 현준은 성민이 하지 말라고 했던 얘기까지 다 해주었다. 현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밖에 없었다.  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 다면 현준은 정말로 큰 죄책감에 얼굴을 둘  없을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성민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그 이야기를 설아에게 해주었다. 성민에 대해서 오해를 하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조금 유별난 오빠라고 생각했었는데...’

한상 실없는 웃음을 짓고 다니며 언제나 장난을 쳐왔다. 동생을 놀리는 것이 그렇게 재밌는지 그렇게 장난과 농담을 걸어왔다. 그런 오빠가 얄밉기도 했지만 설아는 그게  싫지는 않았다. 그런 오빠의 모습들 때문에 설아 역시 웃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장난을 치고 해도 생일날에 제일 먼저 자신을 챙겨 주는 것도 성민이었다. 요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계란 후라이에 다른 반찬들을 만들어 한 상을 차려 놓는다.


그날 만큼은 자신 보다 오빠가 먼저 일어나는 것이다.


요리 실력이 좋지 않아 미역국이 짜거나 싱겁기 일 수여서 한 상 투덜거리며 받은 생일상이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어머니가 없는 집에서는 오빠가 그렇게 생일날에  그렇게 챙겨주는 것인 줄 알았다.

성민은 어렸을 때부터 한상 그렇게 챙겨주었으니까.


그런데 중학생 때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보니 오빠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생일을 챙겨주는 것에 대한 말도 나왔다. 친구들을 하나같이 놀라워했고 특히 자신처럼 오빠가 있는 애들은 믿기지 않는다며 말했다. 그때서야 설아도 알게 되었다. 여동생 생일이라고 다 그렇게 생일 때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상 차려주고 다 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그 후부터는 맛이 없더라도 설아는 투덜거리지 않았다.

오빠가 자신을 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오빠가 자신을 위하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역시 자신 때문에 오빠가 찾아 갔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화를 냈던  역시도  당연하다는 무의식 적인 이기심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분명했다. 그냥 막무가내로 찾아간 오빠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그랬다. 화가 나니까.


‘미안해 오빠.’


그런 오빠에게 자신은 경멸어린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심하게 쏘아붙이다 실망했다고까지 해버렸다. 자신을 위해 그렇게 찾아간 오빠에게 한 일은 상처 주는 말과 경멸어린 시선 뿐.

10시가 넘어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는데도 성민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12시가 넘어가고 있을 그때 도어 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설아가 현관문으로 달려가니 들어온 사람은 오빠인 성민이 아닌 아버지였다.

“다녀오셨어요.”

“그래...시간 늦었는데 안자고 뭐했어?”

“잘 거예요.”

“성민이는?”

“자러 들어갔어요.”

설아는 차마 오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시간 늦었는데 너도 자거라.”


그렇게 말하고는  한  마시더니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승진을 하시고 맡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내일 또 일찍 출근해야 해서 아마도 바로 주무실게 뻔했다. 그렇게 설아는 다시 거실로 걸어가 다시 소파에 몸을 앉혔다.

‘자고 있으려나?’


1시가 넘어 이제 2시가 다되어가고 있으니 아마 그럴지도 몰랐다. 베란다 쪽을 바라보니 설아의 방도, 그리고 거실의 불도 꺼져 있었다. 갈 곳이 마땅히 없었던 성민은 번화가로 나가 게임장도 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막차를 타고 돌아왔다. 현준을 만나고 온 설아가 또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 시선이 생생했다.


{그거 알아? 나 진짜 오빠에게 실망했어.}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쏘아 붙이던 설아의 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일이라 성민은 충격을 받았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설아를, 설아를 위해서 그런 것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된 행동이었을까.

“오늘은 그렇다 치고 아침에는 어떻게 보지.”


언제나 설아와 함께 등교를 했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니까 함께 등교를 해왔다. 아무 일이 없었다면 내일도 분명 그렇게 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걱정이 되었다.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성민이 걱정을 뒤로 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을 눌러 기다리니 잠시 후 안내소리가 들려오며 문이 열렸다. 그렇게 내려선 성민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거실은 어두웠고 조용했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서 조용히 방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순간 성민은 멈칫하고 말았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소파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오는 설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 설아야?”

당황한 성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분명히 자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아는 자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 주무셔.”

“어?”

“들어가서 얘기해.”


그러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설아였다. 그런 동생을 멍하니 바라보던 성민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는 그렇게 뒤따라 설아의  안으로 들어갔다.

“문 닫아 오빠.”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설아가 그렇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성민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간의 정적.


문을 닫고 서있는 성민도, 그리고 앉아 있는 설아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렇게 계속 될  같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성민 이었다.

“안 잤어?”

그런데 나온 말이 잠 안 자고 있었냐는 얘기였다. 마치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래서 성민은 말을 하고도 내심 당황스러웠다. 너무 속내를 보인 것 같아서.

“오빠는 내가 자고 있기를 바랬나봐.”


“어?”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는 설아에게 성민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내가 자고 있으면 안 마주쳐도 되니까. 그러니까 이 시간까지 밖에 있다가 들어온 거잖아.”


“......”

맞는 말이다.


혹시나 싶어 12시가 넘어서도 들어오지 않았고 막차 시간에 맞춰 차를 타고 돌아와 불이 꺼져 있는 것을 확인까지 하고 온 거다.


“내가  말 때문이야?”

“......”

“내가 오빠에게 그런 소리를 해서 그래?”


성민은 설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현준이 자신을 바라보기 어려워했었던 것처럼. 지금 성민 역시 설아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 했다.


“미안하다.”

“뭐?”


“괜히 나 때문에... 내가 그렇게 참견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

“아무래도 난 오빠로써 실격인 녀석이었나보다.”

현준을 좋아하는데 말을 하지 못 하고 속으로 앓고 있는 설아를 보는 게 안타까웠다. 고등학교에 와서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놀랐건 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직접 나서 현준에게 슬쩍 얘기를 꺼내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자신도 좋아했었다는 말. 그래서 둘 사이를 이어주기 위해 나섰다. 설아가 애태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성민이 바란 건 이런 결과가 아니었다.

“정말로 미안해 설아야.”


막상 설아를 다시 마주하게 되니 경멸어린 그 눈빛이 마음을 심하게 울렸다. 정말로 화가   소리치던 그 모습이 가슴을 찌르는 듯 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할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말만 남기고 성민은 똑바로 설아의 얼굴을 마주  수가 없을  같아 그렇게 방을 나왔다. 문을 닫은  눈을 감은 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나 진짜 바보같네.’

마음이 너무 쓰라렸다.


“아닌데...”

방을 나가버린 문을 바라보며 설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오빠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데...”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그런 오빠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 하고 시선을 돌리고만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이번에도 상처를 주고 말았어.”

힘이 없었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던 자신을 보고 아직도 화가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 분명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사과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잘 못 했다고.

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아니라고.


화가 나서 따지려고 기다린 게 아니라고.

그걸 말해주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문손잡이를 잡은 설아는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문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난 오빠로써 실격인 녀석이었나보다.}

방금 전에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말한 성민의 말과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가슴이 복받쳐 올랐기 때문이다.

문손잡이를 잡고 있는 설아는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사과를 해야겠다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자신의 행동이 결국 늦은 시간까지 밖에 서성이다 돌아온 오빠를 자신에게 다시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건...나야 오빠.’


설아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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