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5화 되묻다
“성민!”
“좋은 아침입니다! 쌤~!”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성민을 보고 아침조례를 하던 담임선생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불렀다. 그러자 능글맞게 웃으며 인사를 하면서 자리를 향하는 성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 어디 갔다 왔어?”
“배 아파서 화장실 다녀왔는데요~”
“화장실 다녀 온 거 맞아?”
“당연하죠! 지각을 안 하려고 급하게 참고 와서 오자마자 바로 달려간 겁니다! 바지에 실례하면 큰일이잖습니까? 혹시 못 들었습니까? 전달해 달라고 했는데.”
“물론 그렇게 말을 듣긴 했지만... 네놈의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의심스러운 눈동자로 성민을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리에 앉아.”
“옛써!”
“장난 좀 치지 말고. 인석아.”
그렇게 무사히 화장실 사건(?)은 넘어가고 그렇게 계속 아침조례시간이 이어졌다. 그 후로 쉬는 시간을 가지고 평소와 다름없이 수업이 시작 되었다. 물론 성민은 지루해 하며 수업을 들은 것은 당연지사. 그렇게 하품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던 성민이 고개를 바로 해 앞에 앉아 있는 현준을 바라보았다. 이어 고개를 돌려 지수를 쳐다보았다.
‘일단 지켜봐야겠지.’
쉽게 생각하고 단정 지으면 안 되는 일이다. 자신이 괜히 이상한 생각으로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성민은 그렇게 1교시 말고 2교시, 그리고 3교시 채육시간 때도 평소처럼 행동 하면서 학교생활을 보냈지만 두 사람 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패스패스!”
순간 치고 나가는 성민이 크게 소리치자 하프라인을 넘어 달려오던 친구 녀석이 성민에게 길게 공을 롱패스를 해주었다. 다행이 운이 좋았던 지 성민의 앞에 떨어지게 되었고 키퍼와 1대1 찬스를 맞게 된 성민이 강하게 슛을 날렸다.
슈아악-!
출렁~!
“그렇치!”
오른쪽으로 기운 것을 보고 왼쪽으로 찼는데 정확히 들어가 골 망을 갈랐다.
“나이스 패스!”
몰려오는 아이들 가운데 자신에게 패스를 했던 녀석에게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그렇게 1골을 넣은 성민이 뒤로 다시 물러서면서 슬쩍 여자애들 쪽으로 바라봤는데 지수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누굴 쳐다보나 했더니 현준이었다.
‘확실히 뭔가 수상해.’
다시 휘슬이 울리고 축구는 계속 되었지만 성민은 현준과 지수를 살피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채육 시간이 끝나고 4교시, 그리고 점심시간과 오후 수업까지 전부 다 들은 후 시간 때에 맞춰서 동아리실로 향했다.
“먼저 와 있었냐?”
거기엔 이미 먼저와있는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빨리 오기나 하셔.”
설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핀잔을 주자 옆에 앉아 있던 혜진이 작게 웃었다. 잠시후 유람이 지수와 둘이서 함께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현준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배.”
혜진이 들어선 현준에게 인사를 건네자 현준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혜진이는 정말 인사성이 밝고 행동거지도 바른아이었다. 설아도 현준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 했고 현준 역시 조금은 어색해했다. 둘이 사귀게 되었으니 당연한 반응 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성민은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면서 현준을 살폈는데 순간적으로 지수의 눈치를 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게 성민이의 신경을 더 쓰게만들었다.
“난 피곤해서 그런데 조금만 자고 공부할게.”
“성민이 넌 진짜 여기에 자러오니?”
지수가 그런 성민을 향해 잔소리를 했다.
“3교시에 체육이라 피곤해서 그래.”
“너만 체육한건 아니거든?”
“이거 뭘 모르나 본데 체육시간 때 이 몸이 축구하는 거 못 봤냐? 반 에이스라서 제일 부담과 책임감이 컸다고. 그 결과 우리 반이 이겼잖아. 당연히 큰 성과를 이룬 다고 기력을 소진 했으니 피곤 한 게 당연하지.”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우리 반이 이겨서 음료수도 먹었잖아~! 설마 달콤했던 한 모금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래 좋아. 그럼 그거 하나는 인정해 줄게.”
“인정해 줄게 가 아니지~! 안 그러냐 현준아?”
“응?”
“지수 얘 말이야. 내가 얼마나 큰 역할과 리더 쉽을 발휘했는지 친우인 네가 잘 읊어 줘서 무지를 일깨워줘.”
“성민이가 골을 넣어서 이겼어.”
“그렇취~!”
잘 한다는 듯 추임새를 넣은 성민은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자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그걸로 끝?”
“뭐, 뭐가?”
“그걸로 얘기가 끝이냔 말이오.”
“오빤 뭘 그렇게 뻐기려고 해~! 이겼으면 된 거지.”
“야, 내가 에이스 역할을 해서 이겼다니까? 그런데 지수가 이 몸의 성과를 가볍게 보잖아~ 우리 반 역사에 남을 이번 시합에서의 활약에 대해 제대로 인식시켜줄 의무가 있다고. 유람이 너는 어때? 너도 네 업적을 폄하할 생각이냐?”
“폄하 안 해. 골 넣는 거, 네가 잘해서 이긴거 나도 봤으니까.”
“오~ 역시! 소저께서는 뭘 좀 아시는 구려!”
짝짝짝!
그러고는 감탄했다는 듯 박수를 치는 성민의 행동에 혜진이 다시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들었지?”
“알았어. 알았어.”
“그럼 이 몸은 눈 좀 붙일 테니까 다들 열공들 하시게.”
그러고는 엎드리는 성민이었다.
그 모습에 설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느 때처럼 그렇게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설아가 깨우는 행동에 그제야 성민이 잠에서 일어났다. 얼굴만 봐도 꿀잠을 잔것같았다.
“오빠 침 닦아.”
“씁!”
한 심하다는 듯 말하는 설아의 말에 성민이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 냈다.
“결국 오늘도 성민이 넌 잠만 자고 가네?”
“아무래도 무리를 해서인지 많이 피곤했나봐.”
어깨가 결리다는 듯 탁탁 두드리는 행동에 못 말린다는 듯 바라보는 듯 바라보는 유람이었다. 그렇게 다 정리를 끝내고 동아리 실을 나서 집으로 향하는데 애들과 헤어진 후 설아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 타고 갈 버스가 멈춰 서자 걸음을 옮기다 말고 성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 먼저 집에가.”
막 버스에 차려서 설아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오빠는 안타?”
“잠시 들릴 곳이 있어서 말이야.”
“들릴 곳?”
“그런 게 있어. 먼저 가.”
그러고는 설아를 먼저 태워 보낸 성민이 걸음을 옮기며 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걸었다.
“현준이냐? 나 지금 너희 집에 가고 있거든? 잠깐 나하고 얘기 좀 하자.”
[얘기?]
“그래. 아무튼 설아 먼저 버스 태워 보냈거든. 너희 아파트 놀이터 벤치로 갈 테니까 거기서 보자.”
그러고는 전화 통화를 끝낸 성민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왜 그래 현준아?”
“성민이가 우리 집 아파트 놀이터에서 보자는데. 지금 오고 있다고.”
“너한테 급히 볼일이 있나보다.”
“으, 응...”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괜찮겠어?”
“응.”
현준은 어제의 일 때문에 지수와 얘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다. 부끄럽기도 했고.
“그리고 저기... 현준아.”
“응?”
“어제...갑자기 키스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백 받아 줘서 고마워.”
“아, 아니야...”
“정말로 고마워. 나 거절당하면 어쩌나 했거든. 실은 중학교 때부터 너 좋아 했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감정이 복받쳐 그런 거야. 고백... 받아줘서 정말로 고마워.”
“지수야......”
“아,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순간 어제 그 순간이 떠올랐는지 눈시울이 붉어진 지수가 서둘러 손으로 닦아냈다.
“나 그럼 가볼게.”
그러고는 웃음을 지어주고는 서둘러 덜려가는 지수였다. 그 모습은 현준은 찹찹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지수야...’
자신 같은 놈을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었다니 마음이 아픈 현준이었다.
“여~! 왔냐?”
벤치에 앉아 있던 성민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현준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집에 돌아가다 말고 갑자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못 다한 얘기 좀 나눌까 해서 그런 거지.”
“못 다한 얘기?”
“그래. 너 이제 이 몸에 여동생의 남친 이잖아?”
“그,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얘기 좀 풀어봐.”
“얘기?”
“어제 상황에 대해서.”
“그걸 너에게 말하라고?”
“째째 하 게 숨기지 말고. 넌 내 베프고 설아는 내 여동생이잖아. 그러니 당연히 궁금한 거 아니겠냐?”
큰일인가 싶어 서둘러 왔던 현준은 그래도 우려 했던 그런 내용은 아니어서 내심 안도를 하며 입을 열었다.
“원래 그런 거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는 건데. 설아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걸?”
“이미 고백한 거 다 아는데 뭘. 괜찮아괜찮아. 어서 썰을 풀어보도록 하시오.”
그러고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현준은 어제 고백을 받은 일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그렇게 얘기를 전부 들은 성민이 웃음을 지었다.
“뭔가 달달한데? 역시 고백이라는 건 므흣 한 거구만.”
“이제 됐지?”
“그래. 말해줘서 고맙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현준에게 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어?”
막 벤치에서 일어난 현준이 고개를 돌려 여전히 앉아 있는 성민을 바라보았다.
“너 내 여동생 진짜 좋아하는 거 맞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