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3화 뜻밖에 상황 (3/85)



〈 3화 〉3화 뜻밖에 상황

“왔구나?”

아파트 현관문을 나와 놀이터 쪽으로 가니 정말로 지수가 그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오는 현준을 보고 지수가 그네에 앉아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맞이하는 지수를 보며 현준은 여전히 조금 놀란 듯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너한테 할말이 있어서.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어.”


“나한테?”

“응.”


“전화상으로 해도 될 텐데 이렇게 찾아 왔다는 것은 중요한 얘기라는거지?”


“맞아.”

“그렇구나...”


어떤 중요한 얘기기에 여기까지 찾아온 것일까. 내심 궁금한 현준이었지만 어차피 말해 줄 것이기에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 잠시만 걸을래?”

지수의 말대로 두 사람은 별다른 말 없이 잠시동안 그렇게 걸었다.

‘조금 어색한데.’


하지만 이렇게 말 없이 걸으려니까 기분이 어색한 현준이었다.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하려기에 여기까지 찾아온것일까.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말 없이 걷는 것도 어쩌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 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일이라도 생겼나?’

지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현준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현준아.”

지수가 걸음을 멈춰 현준에게 말을 걸었다. 바라보니 자신을 처다보고 있었다. 현준역시 발걸음을 멈춰 지수를 바라보았다.

“나 말이야.”

“으, 응...”


뭔가 분위기가 상당히 진지했다. 그래서 그런지 현준이 역시 조금 어색한 기분을 느꼈는지 말을 살짝 더듬었다.


“나... 너 좋아해.”


“뭐?”

순간 현준의 두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갑작스러운 고백. 그렇기 때문인지 당연히 반문이 나올  밖에 없었다.

“그동안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 많이 했었어. 하지만... 이젠 결정을 내렸어. 그래서 오늘 이렇게 너에게 찾아온거야. 내 마음을 밝히기 위해.”


“......”

생각지도 못  고백이었다. 물론 현준은 지수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호감을 넘어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밖의 일이었다.

그래서 놀랍다.

“많이 놀랐나 보구나?”

입을 살짝 벌리고 대답이 없는 현준을 보니 놀란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긴 당연한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고백을 할 줄 알았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현준이  나 어떻게 생각해?”


“어, 어떻게 생각 하냐니?”

“나 지금 너에게 사귀자고 고백하는 거야.”


“......”

“혹시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했다. 그래서 오늘 고백 받았을  현준은 좋은 마음으로  고백을 받아 들였다.

“있는거...야?”

조금 긴장 된 목소리로 물어오는 지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대답을 하지 못 하는 것을 보니 있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은 지수의 얼굴이 어두워 지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 아니. 뭐... 그, 그런 건 아닌데......”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현준의 말에 어두워졌던 지수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정말?”


“으, 응...”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현준은 성민의 여동생인 설아에게 고백을 받았다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지수가 슬픈 표정을 짓자 미안한 미음이 들어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럼 나... 어떻게 생각해?”

“어, 어떡해 생각하냐니?”

“네 여자친구로.”

“......”


현준의 얼굴이 빨개졌다. 지수역시 뺨을 붉히고 있었다.


‘여자친구라니... 지수 얘기 진짜로 날 좋아한단......’

너무 충격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부끄러워 가슴이 두근거렸다. 학교에서 설아의 고백을 받았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다. 하지만 현준 역시 마음이 있었기에 기꺼히 떨리지만 고백을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오늘 지수가 찾아와서 고백을 하다니. 현준은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당황스러웠다.


‘마, 말해야 돼. 오늘 설아 한테 고백 받았다고. 사귀기로 했다고.’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말한다면 크게 마음 먹고 여기까지 찾아온 지수가 상처받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 때문에 상처를 받는 다니. 그건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지수는 자신에게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하게 말을 해야한다. 하지만... 저런 표정을 보고 사실대로 어떻게 말을 한단 말인가. 분명 상처 받을 텐데.

“말하기 힘든가 보구나?”

아무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현준의 시선에 지수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갑자기 고백해서.”

괜히 자신 때문에 현준이만 힘들게 한  같아 지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백을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었는데, 조금 설레었던 게 바보같이 느껴지는 지수였다.


“지, 지수야...”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본 현준은 당황하며 이름을 불렀다.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나보다.”

눈주변에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낸 지수가 웃음을 지었다.

“나... 그만 가볼게.”

그리고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긴다.  모습을 바라보는 현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상처 받았다.  모습은 자신이 우려했던 대로 상처받은 모습이 분명했다.

“잠깐만...!”

씁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걸음을 옮기던 지수의 발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현준이 쑥쓰러워 하며 땅을 바라보고 있었나.


잠시간 뜸을 들이던 현준이가 입을열었다.


“나, 나 말이야.”

말까지 조금 더듬고 있었다. 지수는 그런 현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도 괜찮을 거...같아.”


“뭐...”

지수의 눈이 살짝 커진다.

“나도... 괜찮을 거 같다고. 고, 고백받는 거.”

“현준아?”


“고, 고백해줘서... 고마워.”


두근두근.


지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눈가에는 다시금 습기가 차올랐다. 마음이 너무 벅찼던 것일까. 지수는 그만  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에 당황한 현준이 서둘러 다가갔다.

“지수야.”


“고마워... 고마워 현준아.”

눈물을 닦으면서 웃음을 짓는 지수를 보자 현준은 가슴이 뭉클했다.


이렇게 눈물을 보이다니.

“으, 응...”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는 다는  너무나 싫은 현준이었다.


“하아...”


이번주 일요일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기 위해 옷장을 열어 옷들을 꺼내서 펼쳐놓은 설아는 어떤 걸 입어야 할지 몰라 한숨이  나왔다. 남자친구는  번도 사귀어 본 적도 없고 데이트도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정말로  입어야 할지 모르겠어.”

이것저것 대보고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상황.

“오빠에게 물어볼까?”

이럴  현준과 아주 친하고 같은 남자인 오빠에게 물어보는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현준이 좋아하는 스타일부터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씨... 진짜 죽이네.......!”


성민이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뭔가를 집중하고 있었다. 옆에 휴지곽이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중요한 일을 치루고 있었던 모양.

[아...하아앙~으읏...!하아앙~!]

과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성민이 보고 있는 컴퓨터 헤드폰에서 상당히 야릇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땀에 젖어 출렁이는 젖가슴을 잡고 연신 그녀의 샘에 성기를 찔러대는 모습은 적날하다 못해 너무나 야했다. 미친듯이 허리를 놀리며 성기를 찔러 대는 남자의 허리 움직임은 짐승 그 자체.

혈기왕성한 사내의 입장에서는 흥분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지 의심을 해보아야 할것이다.


성민은 자신의 커다란 성기를 손으로 쪼물닥 거리며 쓰고 있는 헤드폰에서 울려오는 여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정상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손을 움직일 때 이 또한 스킬(?)이 중요하. 대행스럽게도 성민이는  분야에 전문가(?)라 할 수가 있었다.

‘나, 나온다!’


드디어 사정에 임박한 현준이 손목 스냅을 빨리 하며 시원하게 한 발 발싸해줬다. 성기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에 맞춰 모니터 속의 동영상속의 여자도 정상에 올라서려는지 신음소리가 커져갔다.

“휘유~!”


사정을 끝낸 성민이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며 막 옆에 놔둔 휴지로 처리를 하려는데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문쪽으로 돌려보았다.

“!!!!!!”

그리고 보았다. 거기에 여동생인 설아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떨리는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놀라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그때 하필이면 쓰고 있던 헤드셋 줄이 짧았는지 본체에 꼽혀 있던 연결선 코드가 뽑혀져 버렸다.

[하읏...아아아아아앙!]

그녀 역시 절정에 달한 것인가. 뽑힌 코드 너머 스피커에선 여과되지 않은 신음소리가 방안을 청아하게 울리고 있었다.


잠시간의 정적.


침묵.

“미, 미안해 오빠.”

얼굴이 빨개진 채로 바라보고 있던 설아는  말만을 남기고 서둘러 문을 닫아 버렸다.

[하아아아앙~!]


닫혀버린 방안엔 멍하게 모니터속의 여자의  신음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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