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2화 동아리
“햐~ 졸지에 점심시간에 공부하고 또 공부하게 생겼네. 거참...”
학교가 끝나자마자 동아리실로 들어선 성민이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오빠는 점심시간에 잠만잤잖아.”
“귀로는 다 듣고 있었어.”
“뭘 들어. 중간에 현준 오빠가 문제 가르쳐 줄때 말해 준거 말고는 조용했는데.”
“그래 그거 들었다고.”
“난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끔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나도 그래.”
지수역시 적극적으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성민이의 매력이잖아.”
그에 현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성민을 변호해주 듯 말을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 일으켰다. 그러자 이번엔 머리를 질끈 묶어 갸름한 턱선이 그대로 다 드러나는 또렷한 이목구비라 오히려 더 예뻐 보이는 유람이 입을 열었다.
“현준아, 그건 매력이라 부른 게 아니라 이상한거야.”
“유람이 넌 이상해?”
“당연하지. 앤 4차원이라고.”
“씁! 당사자 앞에서 4차원이라니 말이 심하네~”
“틀린 말이 아니라 맞잖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지수를 보고 성민이 고개를 돌려 혜진을 바라보았다.
“혜진아. 너도 그렇게 생각 하냐?”
“네?”
“내가 4차원으로 보여?”
“아.. 하하... 글쎄요.....저는 잘.....”
어색하게 웃음을 짓는 혜진을 보고 결국 보다 못한 설아가 다시 나섰다.
“오빠 혜진이 당황스러워 하잖아. 괴롭히지마.”
“야, 이게 괴롭히는 거냐? 충격인데?!”
“괴롭히는 거 아니야 설아야.”
“그렇지?”
“네...”
똑바로 처다 보며 말하는 성민이 부담스러운지 혜진이 시선을 피했다.
“난 성민이 4차원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오히려 매력 있잖아.”
“그렇지? 쿡쿡쿡! 역시 내 베프라니까~!”
“우쭐 대지마 윤성민, 현준이가 마음씨가 착해서 이렇게 좋은 말 해주는 거지 객관적으로 볼 땐 넌 특이한 게 맞아.”
“야~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내 가슴이 쪼까 아프다?”
그러면서 양손으로 심장을 감싸 쥐는데 지수는 그런 성민을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현준이 작게 웃음을 짓는데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설아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에 설아가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 한 숨 잔다. 깨우지 마라~!”
엎드린 채 손을 휘휘 저은 성민은 옆에서 잔소리 하는 지수를 뒤로하고 그렇게 혼자만의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저녁 7시가 넘어서서야 학교를 나와 집으로 하교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애들과 헤어지고 설아와 함께 같은 버스에 올라타 맨 뒤좌석에 가서 몸을 앉혔다. 그 후로 다시 잠깐 졸은 성민
“으음...”
“오빠 다왔어.”
“뭐야? 잠깐 존거 같은데 벌써 다왔다고?”
“입가에 묻은 침이나 닦아.”
“씁...!”
설아의 말에 손으로 빠르게 꿀잠을 잔 흔적을 처리해버린 후 차가 정차 했을 때 나란히 내려섰다.
“오빠.”
“왜?”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와중에 말이 없는 성민을 향해 설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빠는 왜 동아리에 든 거야?”
“그야 공부하려고 든거지.”
“그런데 오빤 잠만 자잖아.”
“공부는 머리가 맑아져야 잘 되는 법이야. 그러니까 자는 것도 일이라는 말이지.”
“무슨 논리가 그래?”
“몰라 나도.”
“난 이런 오빠를 보면 어떻게 현준 오빠하고 친구가 되었는지 신기하단 말이야.”
“그게 왜 신기해.”
“현준 오빠는 공부도 잘하고 착실하고 착하잖아. 오빠와는 다르게. 그리고 멋있고.”
“사람차별 하냐?”
“차별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야.”
“사실은 개뿔....”
그 후로 또 다시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성민과 설아. 몇 분 동안 말없이 걸음을 옮기다 성민이 불쑥 말을 걸었다.
“설아야.”
“왜?”
“너, 현준이 좋아하냐.”
“뭐, 뭐?!”
순간 당황한 설아가 말을 더듬으며 성민을 바라보았다.
“반응 보니 대답하지 않아도 알겠네.”
“아, 아니야. 내가 무슨. 나 현준 오빠 안 좋아해!”
“야, 그러니까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처럼 보인다는 거 아냐.”
“......”
가슴이 찔렸는지 입을 다물어 버리는 설아 였다.
“맞아. 현준이 멋있지. 공부도 잘하고 착하기도 하고. 거기다 착실하기까지 하고.”
설아는 그런 성민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하지 못 했다. 그저 힐끔 고기를 돌려 안색을 살필 뿐이었다.
“현준이 말이야.”
“......”
“개도 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고백해봐.”
“고백...?”
“너 이런 쪽으로 약하다는 거 다 알아. 걱정하지 말고 말해봐. 분명히 받아 줄 테니까.”
“......”
설아는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 오빠의 행동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얘기였다. 고백을 해보라니. 뭐라 말도 못하고 걷고 있는 설아를 힐끔 바라 본 성민이 웃음을 지었다.
“야, 바보처럼 뭘 그런 걸로 가슴앓이하고 있어? 너 그러고 있는 거 보면 얼마나 답답해 보이는 줄 아냐? 현준이 한태 전화 올 때마다 날 처다 보는 것도 그렇고.”
“내, 내가 언제!”
성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부정하는 설아. 하지만 성민은 그게 더 맞다는 것을 표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야 오빠 좋다는 게 뭐겠냐? 내 여동생이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당연히 이 몸이 나서줘야지. 그리고 상대가 준인데 말이야.”
그러고는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성민.
“뭐야 오빠. 내가 강아지야?”
“그런 네 모습이 귀여워서 그래.”
“귀엽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리는 설아를 보면서 쿡쿡거리며 웃음소리를 내는 성민.
“웃지마!”
그에 부끄러웠는지 소리치는 설아 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두 사람은 아버지의 회사일로 늦게 돌아와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둘이서 차려 먹는다. 계란 후라이나 오징어 채 볶음 등 어릴 때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중학생 때부터 설아가 식단을 책임져 와서 그런지 요리 하나는 잘했다.
“역시 내 동생이라니까.”
엄지를 치켜들며 최고라고 평가하는 모습에 설아도 기분이 좋은지 작게 웃었다.
“밥이나 먹어~”
그렇게 식사가 끝이 나면 설거지는 성민이 했다. 이렇게 예전부터 역할분담을 해오면서 지내왔던 두 사람이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설아는 먼저 씻었고 이어 성민이 씻었다. 헤어드라이기로 앉아서 머리를 말리고 옷을 다 갈아입은 후에 세탁기에 넣고 돌아오는데 설아는 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확인했다.
“오빠네?”
보니까 오빠가 문자를 보낸 것이다. 화장실 쪽을 보니 샤워는 끝낸 듯 해 보였다. 그리곤 보낸 문자를 확인을 해보니 거기엔 엄지를 치켜 든 이모티곤과 함께 파이팅이라고 적혀있었다.
“치... 이게뭐야.”
바로 앞에 있으면서 말로하면 되지 이런 문자나 보내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오는 설아였다.
‘그래도...’
내심 이렇게 자신을 위해주는 오빠가 고마운 설아다.
그리고 그런 성민의 말은 사실이었는지 정확 3일 후 성민의 응원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 고백하는 설아를 정말로 현준이 받아주었다. 고백을 하는 대도 너무 떨렸는데 정말로 받아주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날 저녁 설아는 그 소식을 오빠인 현준에게 말해주었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받아 줄 거라고 했지?”
“응.”
“너 이제 남친생겼네? 쿡쿡쿡...!”
“......”
보통 때라면 웃지마라고 소리칠 설아가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그에 성민도 조금은 머쓱했는지 뒷머리를 긁었다.
“설아야. 축하한다. 현준이하고 잘 해봐.”
“으, 응...”
“그런데 데이트는 언제 하기로 했냐?”
“이번주 일요일.”
“아, 그래? 그럼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이틀 후네?”
“응...”
“생애 첫 데이트인데 옷 잘 입고 나가. 늘 보던 애라 거기서 거기겠지만.”
“오빠 그거 칭찬이야 욕이야?”
“당연히 칭찬이지!”
자신을 게슴츠레 바라보는 설아 에게 성민은 더욱더 진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 후 방으로 들어온 성밈은 곧장 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 바로 받네?”
[이 시간에 잘 전화 안하더니 웬일이야.]
“웬일이긴 얌마. 오늘 내 동생 고백 받아줬다며?”
[들었나보구나?]
“그래.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엉아께서 직접 전화를 건 거야. 너 동생한테 잘해줘라.”
[알았어, 걱정 마.]
“사실 뭐 네가 나하고 비교하면 아주 좋은 놈이라는 잘 아니까 잘 해줄거라는 거 안다. 축하해주려고 전화 한 거야 얌마.”
[그래?]
“그래. 일요일에 데이트라며? 잘해봐라.”
[알겠어.]
“그럼 엉아는 바빠서 끊는다.”
[전화 끊고 이상하거 보려고?]
“장난 하냐? 나를 뭘로 보고!”
[알았어 미안해. 농담이야.]
“그럼 진짜 끊는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성민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 이거 신기 있나? 예리하네...”
사실 전화 끊고 어제 다운 받은 핫한 영상 하나를 보려던 참이었었다. 성민은 폰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말 듣고 영상보면서 작업하려니 느낌이 영 찝찝한 거 같았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허나 그건 한 순간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 시각 성민과 전화 통화를 끝낸 현준은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왠지 전화가 올 것 같았는데 정말로 왔기 때문이었다.
“얘도 양반은 못 된다니까.”
성민을 생각하며 웃음이 다 나오는 현준이었다.
위이잉-
그때 진동으로 해놓은 그의 폰이 다시금 울렸다. 누군가 싶어 확인을 해보니 지수였다.
“애가 이 시간에 왜 전화를 했지?”
의아한 생각으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폰을 귀에 가져다 됐다.
[전화 바로 받았네?]
“지금 막 통화를 끝냈거든.”
[그랬구나.]
잠시 동안의 정적. 전화 너머에서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현준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물어봐도 대답이 없는 지수, 그에 다시 입응 열려던 현준의 귀에 드디어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현준아.]
“응.”
[나 지금 너희 아파트 놀이터거든?]
“뭐?”
[잠시만... 나와 줄 수 있어?]
“......”
지수가 이곳에 와 있다는 소리에 현준은 뭐라 말을 하지 못 했다.
[놀랐나 보구나. 놀라게 해서 미안해.]
“아, 아니야. 미안하긴.”
[잠시만... 나와 줄 수 있어?]
또 다시 물음을 던져오는 지수. 그에 현진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곧 마음을 먹었는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지금 나갈게.”
통화를 끝낸 현준은 그렇게 옷을 갖춰 입고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겠지.’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지만 이대로 지수를 보낸다면 그것도 미안한 현준이었다. 그렇게 현준은 지수를 만나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