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1화 똑같은 하루
“오빠.”
조심스럽게 흔들어 본다. 하지만 도저히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빠...”
그래서 다시 한 번 어깨를 흔들며 깨워 본다.
“으음...”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개다가 깨우는 게 불편했던지 몸을 뒤척이다 등을 보이며 돌아서 눕는다.
“그만 일어나라고 이 바보야!”
짜아악!
“으악!”
결국 이번에도 한번에 내려꽂듯 강한 손바닥이 마치 강 스파이크를 내려 꽃 듯 사내의 등에 그대로 강타해 버렸다.
짝 하고 달라붙는 찰진 소리와 동시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상체를 벌떡 일으킨 사내가 손으로 어떻게 맞은 부위를 문지르려는 듯 뒤로 하면서 부르르 떨었다.
“야! 등 때리지 말라고 했잖아!”
미칠 듯한 따가움에 이미 잠은 달아난 뒤였고 손이 닿지 않는 가운데 양쪽 날개와 중간 아래 척추까지 연결되는 일명 버뮤다 삼각지대라 불리는 절묘한 위치에 맞아 더 고통스러운 듯 했다.
“그러게 좋게 깨울 때 일어났어야지.”
“장난하냐?! 이건 깨우는 게 아니라 폭력이라고!”
“여동생이 기껏 깨우러 와줬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어쨌든 빨리나와. 밥 다 차렸으니까.”
그러고는 나가버리는 여동생, 1살 차이의 연년생 여동생인 이설아를 보며 궁시렁 거리는 오빠 윤성민이였다.
“무슨 애가 손이 저렇게 매워가지고. 진짜 따갑네...”
설아가 나간 지 5분이 지난 후에 문을 열고나선 성민이 식탁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궁시렁 거렸다. 밥 한 공기를 떠서 궁시렁 거리며 숟가락을 드는 성민의 앞에 놔주었다.
“남자가 쪼잔 하게 그걸로 아직도 궁시렁거려?”
“야! 쪼잔 한 게 아니지! 네가 한 번 자다가 등짝 스매쉬를 맞아봐라! 얼마나 따갑고 아픈데!”
“그러게 깨울 때 바로 일어나야지.”
이어 자신 것도 퍼서 마주보는 자리에 놔두고는 자리에 착석했다.
“계속 궁시렁 대지 말고 오빠 때문에 식사가 늦어져 오늘도 서둘러 학교에 가야 할 것 같으니까 빨리 먹기나 해.”
“그러믄요! 어련하기겠습니까요? 성실한 아씨 말씀이시온데 저 같은 깨워도 못 일어나는 놈은 당연히 쥐 죽은 듯이 따라얍지요~눼눼......!”
“오빠는 참...”
한 숨을 내쉬는 설아를 보면서 여전히 입을 삐죽 내밀며 궁시렁 거린 성민은 그렇게 숟가락을 들어 국을 떠먹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늦어 밥맛을 의미한다보다는 먹는다에 목적을 둔 식사는 그렇게 끝이 나고 성민은 서둘러 씻으러 들어갔다. 설아는 이미 씻었는지 싱크대에 다 먹은 밥그릇과 국그릇을 담그고 반찬통을 정리한 후 방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빨리해 오빠.”
“알았어.”
그렇게 준비를 다 끝내고 기다리는 설아의 독촉에 방으로 들어간 성민이 대충 머리를 말린 후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럼 갈까?”
“응.”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렇게 성민과 함께 집을 나선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성민과 설아는 그렇게 새로운 한주를 또 맞이하며 등교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이것 봐! 오빠 때문에 저번주 처럼 오늘도 늦었잖아!”
8시 30분까지 가야하는데 지금시간은 8시 27분.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뛰어가도 3분 이상이 걸리는 거리라 당연히 서둘러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설아야.”
옆에서 나란히 달리던 성민이 작게 이름을 불렀다.
“바쁜데 왜 말 걸어.”
“설아야.”
“왜?”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는 여동생 설아를 보고 성민이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 오라버니 덕분에 아침에 이렇게 조깅운동 할 수 있어 나쁘지 만은 안은 거 같지 않냐? 넌 운동 별로 안 좋아하는데 따로 운동 할 필요도 없고 말이지.”
“이 화상아! 그게 할 소리야?!”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어이없는 오빠의 말에 설아가 결국 화를 냈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어차피 앞으로도 자주 늦을 건데 운동하는 샘 쳐!”
“이 웬수야!”
결국 참다못한 설아가 성민을 향해 발을 차는데 그걸 맞을 성민이 아니었다. 가볍게 옆으로 피해버린 성민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 그거 아냐.”
“뭐, 뭐?”
자신의 발차기를 가볍게 피해낸 성민을 보며 설아가 심술궂은 얼굴로 바라보다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물어오자 저도 모르게 당황하며 반문했다. 잠시 동안 그런 설아의 두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성민이 다시금 활짝 웃음을 지었다.
“이 몸이 깨어 있을 때와 잘 때는 다르다는 것을. 쿡쿡쿡...!”
고소하다는 듯 재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뱉고는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성민을 보며 설아는 당했다는 생각에 서둘러 뒤따라갔다.
“오빠 잡히면 죽어!”
“여~!”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선 성민은 자신의 친구들이자 중학교 동창인 강현준, 그리고 역시나 같은 중학교 동창이자 반장인 지수, 그리고 이 학교에 입학하먼서 친해지게 된 유람까지 이렇게 셋이서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며 반갑게 손을 들어 올렸다.
“여는 무슨 여야. 너 지각 하고 그런 태평한 소리가 나와?”
검은색 긴 생머리에 머리띠를 하고 있는 지수는 붙임성이 좋은데다 책임감이 있는 아이로 단하하고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백도 여러 번 받았지만 왠일인지 지수는 거절을 해왔다.
“선생님 안 왔지?”
“보면 모르니?”
“앗싸! 오늘도 무사히 세이프!”
밝은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현진이 현준의 뒷자리이자 자신의 자리인 창가 맨 뒷자리로 서둘러 걸어가 가방을 벗어 걸상에 걸어 놓았다.
“너 선생님한테 다 말할 거야.”
“야, 치사하게 그런 게 어딨어?”
“뭐가 치사해. 너 맨날 지각하잖아.”
“어허! 이보시오 소저. 내가 지각 하는 것은 다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오.”
“사정은 네가 무슨 사정?”
“이 몸이 도저히 뒤로 미룰 수 없는 그런 중요한 일로 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보니 결국 새벽녘이 되었고 결국 피곤해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 말이요.”
“네가 새벽까지 할 게 뭐 있다고 그래?”
“맞아. 성민이 너 혹시 이상한 거 보느라 늦게 잔거 아니야?”
“이, 이상한 거라니! 날 뭘로 보고! 내가 그런 놈으로 보여?!”
“응. 그런 놈으로 보여.”
“야, 현준아. 네가 이 엉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설명을 해줘봐라.”
순간 피식 거린 현준이 입을 열었다.
“그런 걸로 뺄거 없어. 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니까. 나도 가끔식 보는데 뭘.”
“지, 진짜?”
“현준이 너도 본다고?”
그에 유람이는 물론이고 지수까지 놀란 눈으로 현준을 바라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눈빛에 현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농담이야.”
“뭐야. 농담이었구나?”
“난 또 놀랐잖아.”
“설마 너희 둘 내가 진짜 그거 즐긴다고 생각 한거야? 이런... 실망인데.”
“......”
“......”
안도의 숨을 내쉬던 지수와 유람은 그런 현준의 말에 순간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성민이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뭐냐 이 분위기는? 그리고 너희 둘은 왜 얼굴을 붉히...웁!”
말을 늘어놓다 말고 갑자기 지수가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성민이 급하게 손을 땠다.
“야, 갑자기 사람 숨을 못 쉬게 틀어막으면 어떡해?!”
“네, 네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코를 틀어막냐?”
“코는 안 막았어.”
“막았거던?! 그리고 그렇게 갑자기 숨을 못 쉬게 해서 숨막 혀 죽으면 어떡할래?”
“그걸로 안 죽어.”
“그거 몰라? 갑자기 숨이 막히게 되면 심장마비가 와서 골로 갈 수도 있다는 거.”
“이상한 소리 하지마. 그렇게 죽는 게 어디있어?”
“얼래? 이거 과학 잡지 저널에도 실린 적이 있는데 모르냐?”
“그런 게 왜 실려. 거짓말 하지마.”
“거짓말이라니. 이 몸을 뭘로 보고.”
“하하하!”
순간 웃음소리에 지수는 물론이고 성민 또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거기엔 현준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너희들 티격태격 하는 거보면 참으로 재밌단 말이야.”
“소협, 남은 심각한데 옆에서 실실 쪼개지 마시오. 살짝 기분 나쁠 뻔 했으니까.”
“하지만 너희들 그러는 모습 재밌는데?”
“난 하나도 재미없거든? 음?”
투덜거리던 성민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지수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넌 또 왜 갑자기 얼굴을 붉히...웁!”
그때 또 다시 지수가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하하하!”
그에 다시금 현준이 빵 터진 듯 웃었고 지수의 얼굴은 더욱더 붉혀졌다.
잠시 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섰고 아침조례가 시작되었다. 성민은 당연하게도 지각으로 벌을 서지 않았다. 지수가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이 반의 암묵적인 룰로 통했다. 선생님이 오기 전에 들어오면 지각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그걸 만들어 낸 것이 성민이고 잦은 지각을 하는 그였지만 성생님이 늦게 들어오시면 당연히 모르니 말하지 않으면 넘어가는 것이다. 그걸 게기로 반 아이들도 지각을 하게 되고 선생님이 오지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다.
성민으로 인해 만들어진 이 반의 법칙이자 룰이며 완전범죄(?)인 것이다.
그렇게 아침조례 시간이 끝났고 잠시간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드디어 1교시가 시작 되었다. 어떻게 노력해서 이 학교에 오긴 했지만 공부랑은 담을 쌓고 지내는 성민인지라 당연히 지루해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4교시까지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찾아왔고 식사를 끝낸 후 성민은 곧장 동아리실로 향했다.
“그럼 잠깐 동안 낮잠 한 숨 자보실까?”
6인이 앉아 사용 할 수 있는 커다란 타워형 책상위로 올라간 현진이 팔베개를 배고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동아리실의 문이 열리더니 성민의 잠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들어왔다.
“자려고 자리 잡았네?”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현준이었다.
“너도 자려면 오고 아니라면 방해 하지마.”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그렇게 중얼 거린 성민이 막 잠 한숨 제대로 자보려는데 다시 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아리실이 네 수면실이야?”
“그래, 이 바보야.”
“뭐야? 너희들까지 왔냐?”
귀찮게 됐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 성민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내려섰다.
“우리가 이 동아리를 왜 만들었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니?”
“공부는 차차하면 되는 거지 뭘.”
“하여간...”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지수를 보며 성민이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너 왜 현준이랑 같이 오냐. 유람이 너도.”
“가, 같이 오면 어때서?”
갑자기 당황하는 지수의 모습에 현준이 더욱더 음흉한 웃음이 진해졌다.
“아니다~ 뭐 별 뜻이 있을라고.”
“이, 이상한 생각하지마!”
“그래!”
“이상한 생각이라니 나 아무 생각 안했는데? 현준아 넌 뭔 줄 알겠냐?”
“글세...”
쓴웃음을 짓는 준혁이의 모습에 지수와 유람의 얼굴이 다시금 붉혀졌다. 그에 성민은 작게 킥킥 거리며 웃었다.
“어? 여기에 다 모여 있었네요?”
그때 다시 문이 열리더니 1학년을 가리키는 초록색의 명찰을 달고 있는 두 명의 여학생이 안으로 들어섰다.
“여~ 귀여운 후배들 오셨는가?”
“오빠, 그런 이상한 소리 좀 하지마.”
역시나 성민을 따라 같은 동아리에 들게 된 설아와 설아의 친구인 혜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들 와.”
그런 둘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현준이 웃음을 지으며 맞아주자 눈이 마주친 설아의 얼굴이 그대로 붉혀졌다.
“야, 넌 또 왜 얼굴 붉히고 그래?”
“몰라 이 바보탱아!”
괜스레 오빠인 성민에게 화를 내는 설아였다.
그렇게 어쩌다가 다 모이게 된 동아리 멤버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이 동아리가 결성 된 목적대로 공부할 책과 노트를 꺼내었다.
“성민이 너 안 챙겨왔어?”
“한 숨 자려고 했는데 방해 한 거잖아.”
“오빠는 여기 자러 온 거야?”
“야, 사람은 원래 푹 자야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거다. 그게 진리인 거 몰라? 나 한 숨 잘 테니까 깨우지마라.”
그러고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버리는 성민이었다. 그런 성민을 한 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설아였고 지수는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이 피곤한 거 같은데 자게 냅두자.”
“현준이 넌 그게 문제라니까.”
“뭐가?”
한 숨을 내쉰 유람이 말에 현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성민이가 네 베스트프렌드라고 해도 그렇게 감싸주기만 하니까 얘가 풀어지잖아. 제일 친한 친구인 네가 더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지.”
“성민이도 다 성민이 대로 나름 생각이 있을 거야.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게 못 된다고 생각해.”
“현준이 너 정말...”
“그렇게 뭐라 하지마. 성민이 얘가 알고 보면 얼마나 책임감이 강한 앤데.”
뭔가 예전 일을 생각 하는 듯 보이는 현준의 모습. 그에 유람은 물론이고, 지수, 그리고 설아와 혜진까지 시선을 때지 못 하고 바라보았다.
“그냥 그렇다고. 아무튼 성민이를 너무 나무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고는 웃음을 짓는 현준이를 보며 유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현준이 고개를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설아 너도 성민이의 이런 짓궂은 행동에 기분 나빠하지 마. 얘가 그래도 널 얼마나 생각하고 위하는데.”
“이 바부탱이 오빠가요?”
“야, 오라버니 다 듣고 있다.”
“흥! 들으라고 한 거야 바부탱아!”
성민을 향해 혀를 내밀며 그렇게 말한 설아는 순간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현준을 보고는 다시금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