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화 〉 [용사] 그 뒤
“…늦기는 했어요.”
이 말은 무척 화났다는 뜻이다.
“음, 그게… 미안해요.”
“정말로요?”
“네….”
그녀는 내 대답을 듣더니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정말로 미안해요?”
“그… 럼요.”
대체 뭘 하려고 이렇게까지 확인을 받는 거지?
“후후… 그 말 기억해둘게요?”
“…네.”
지금 당장 무언가 할 생각은 아니었는지 세라는 슬쩍 웃으면서 넘어갔다.
이러면 나중에 또 이상한 걸 부탁하면서 언급할 텐데….
뭐, 진심으로 하기 싫은 것을 시키지는 않으니까 괜찮겠지.
꾸욱.
어느새 내 바로 옆까지 다가온 그녀는 내 손을 세게 쥐었다.
“뭐, 보나마나 에르티나가 못 자게 했겠죠.”
“아하하….”
그녀는 안 봐도 뻔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얌전한 척 하면서 제일 여우 같다니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휴우… 또 제가 집에 안 들어갔다고 간만에 신나서 이것저것 했겠죠. 자, 솔직하게 말해봐요. 뭐했어요?”
나는 그렇게 그녀에게 오늘 밤 있었던 일을 낱낱이 고해바쳤다.
“욕실… 그리고 침대? 참 다양하게도 즐기셨네요.”
“그, 그렇죠….”
갑자기 그녀가 씩 웃었다.
“그럼 저희도 할까요? 욕실이랑 침대에서?”
“네? 아, 음… 워, 원하신다면….”
여기는 꿈속.
현실이라면 이미 기진맥진해서 더 뽑아내지도 못하겠지만 꿈이라면 다르다.
“흐음… 아니지, 이러면 제가 에르티나를 따라하는 꼴이잖아요.”
“아뇨, 딱히 그렇지는….”
“생각중이니 가만히 계세요.”
“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좋은 게 있었네요.”
“네? 뭐죠?”
“후후….”
그녀는 박수를 짝 쳤다.
그러자 갑자기 공간이 뒤집히더니 어느새 우리는 아침의 사무실에 있었다.
“우왓…!”
“이제 슬슬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저 몽마라구요. 꿈의 여왕.”
“볼 때마다 신기하네요.”
아무리 꿈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공간이 휙휙 바뀌는 것은 여전히 신기하다.
“그런데 여기는….”
“익숙한 회의실이죠?”
당연히 그럴 수밖에.
당장 오늘 아침에 있었던 곳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그녀의 옷도 아침과 동일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 그럼….”
그녀는 나에게 슬쩍 다가왔다.
“아, 여기서 하는 건가요?”
“어때요, 짜릿하지 않아요?”
“누가 들어올 일은….”
“있겠어요?”
그녀는 혀를 슬쩍 내밀며 나를 테이블 위에 넘어뜨렸다.
“어… 푸, 푹신하네요.”
“꿈이니까요.”
생긴 건 딱딱한 테이블인데, 막상 감촉은 침대와 비슷하다.
정말 꿈이 아니고서야 겪지 못할 신기한 기분.
그런 침대 같은 테이블에 나를 눕힌 세라는 그녀의 꼬리로 내 몸을 더듬었다.
“흐음, 흐음… 오, 조금 근육이 늘었네요?”
“그, 그래요?”
내 배를 만지작거리는 꼬리에서 그녀의 기분 좋은 감정이 전해지는 듯 했다.
그녀는 그리고도 더 밑으로 꼬리를 내려 바지 안으로 파고들었다.
“으앗…!”
“가만히.”
그녀는 그 안에서 내 자지를 꼬리로 감쌌다.
“하읏….”
“흐읍….”
세라는 꼬리가 약하다.
꼬리가 일종의 성감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그 말은 곧 지금 내가 기분 좋은 자극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유사한, 혹은 그 이상의 자극을 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으읏… 후으….”
세라는 신음을 흘리면서 내 자지를 위아래로 훑었다.
“하앙…♥”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야릇한 신음을 내는 그녀를 보니 나도 금세 흥분되어 딱딱해졌다.
“하앗… 그럼 이제 시작할까요?”
“…네.”
그녀가 내 가슴에 불쑥 손을 집어넣고는 그대로 위로 휙 올렸다.
내 옷이 그녀의 손바닥이 아니라 팔목에 걸쳐 위로 슬슬 올라갔다.
세라의 손이 내 상의를 벗기고 있었다면, 그녀의 꼬리는 내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위아래로 동시에 탈의한 나는 순식간에 발가벗은 채 단단해진 자지만 벌떡거리며 어색하게 누워있었다.
“뭐해요? 저한테도 해줘야죠.”
“아… 그렇죠.”
그녀는 스스로 벗을 수 있음에도 내가 벗겨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슬쩍 몸을 일으켜 그녀의 옷에 손을 댔다.
“하읏♥”
“지, 지금은 그런 소리 내지 마요.”
“후후… 음란하게 저를 만지니까 그렇죠.”
아니, 나는 그냥 손만 댔을 뿐인데….
옷을 벗기는 내내 그녀는 마치 애무라도 당하는 것처럼 야릇한 신음 소리를 내 나를 곤란하게 했다.
마침내 그녀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알몸이 되자… 아니, 정확히 알몸은 아니다.
“이거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이 매력을 모르다니 슬프네요.”
그녀는 양말만 신은 채 한쪽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당연히 나는 그 아래 깔린 형태가 되었고.
“누워 봐요. 제가 기분 좋게 해드릴 테니.”
내가 테이블 위에 눕자 그녀는 그 위에 슬그머니 올라왔다.
즈북.
“하으….”
대체 언제 들어간 건지 순식간에 내 자지가 그녀의 안으로 쑥 들어갔다.
꾸욱, 꾸욱.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질이 나를 세게 조이면서 반겼다.
“후읏….”
“하앗…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 위에 완전히 엎드렸다.
“어… 뭐하는 거죠?”
“이런 거죠.”
그녀는 내 위에 올라타 엎드리더니 그대로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읏…!”
자연스레 내 자지도 그녀의 질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동시에 내 배에도 그녀의 가슴이 부드럽게 스치며 지나간다.
“하아… 하아….”
그녀는 마치 나를 갈구하듯 내 목에 코를 묻고 허리를 들썩였다.
“읏, 후읏….”
나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벌써 사정할 것 같다.
“조금 더 버틸 수 있죠?”
그녀의 꼬리가 내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마치 그 모습이 잡아달라는 것 같이 느껴져 나는 그녀의 꼬리를 손에 콱 쥐었다.
“하읏…♥ 음흉하시긴….”
“먼저 잡아달라고 살랑거린 게 누군데요.”
그렇게 그녀가 내 몸을 애태우는 동안, 나도 그녀의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몸을 달구었다.
“하읏, 하아….”
“후우, 후….”
그렇게 우리는 단 둘밖에 없는 회의실에서 서로의 몸을 열심히 만지고 갈구했다.
“세라, 저….”
“네에, 얼마든지…♥”
그녀는 내 사정이 임박했다는 것을 깨닫고 속도를 더욱 높였다.
스윽, 스윽.
그녀의 가슴이 더욱 내 배에 밀착했다.
말랑거리는 그녀의 가슴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으읏…!”
사정 직전에, 무심코 나는 그녀의 꼬리를 힘껏 쥐었다.
“히약♥”
부르르릇! 부르릇!
“읏, 하읏…♥”
화들짝 놀란 그녀의 몸이 내 위에서 부르르 떨렸다.
곧 정액은 그녀의 질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그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하앗, 하아… 비, 비겁하게….”
“아… 뭔가 손에 잡히길래 그만….”
그녀가 째릿하고 나를 노려봤다.
꾹꾹.
“흐읏… 아, 읏… 꼬, 꼬리가 약점이라는 거… 알려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녀의 꼬리는 계속 내 손에 잡혀있는 채였다.
빼려면 얼마든지 뺄 수 있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쩍 미소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꼬리를 계속 눌러주면서 세라에게 똑같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후회해요?”
“후후… 그래 보이나요?”
아니, 그녀는 무척이나 기뻐 보인다.
“하아… 어느새 이렇게나 성장해서는….”
그녀는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
“하여간, 에르티나도 참 약삭빠르다니까요. 생긴 건 제일 착하게 생겼으면서. 안 그래요?”
“아, 하하….”
그녀를 질투하는 듯한 세라의 모습에 나는 슬쩍 웃었다.
“어차피 곧 현실에서도 볼 수 있잖아요. 너무 그러지 마요.”
“…어머나.”
내 말에 그녀는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눈치하고는, 아주 그냥.”
그녀의 꼬리가 내 손에서 빠져나와 볼을 쿡쿡 찔렀다.
“…그래서, 더 할 거죠?”
***
“하읏♥ 읏, 흐읏….”
테이블을 짚고 있는 그녀의 양손이 움찔움찔하며 떨렸다.
나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옷을 입은 채로 나에게 달라붙어 있다.
치마만 슬쩍 내린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옷을 입은 채 바지만 밑으로 내린 상태다.
그녀 말로는 입고 있는 편이 진짜 같아서 흥분된다는데… 솔직히 그 심정, 이제는 알 것 같다.
“후우, 후… 발걸음 소리도 들리는데요?”
“그 편이 더 진짜 같잖아요?”
아무래도 바깥에 사람이 다니는 것처럼 소리까지 흉내 내고 있는 모양.
이러고 있으니 더욱 현실 같아져 왠지 모를 몰입감이 들었다.
“에아가 오기 전에… 끝낼 수 있죠?”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기에, 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어주었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죠.”
“어머나…♥”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더욱 허리를 세차게 움직면서 그녀의 안에 잔뜩 내 정액을 쏟아 부었다.
부르르릇!
“하으으… 꼬, 꼬리….”
“후우, 후우… 좋아요.”
나는 사정하면서 그녀의 꼬리도 꾹꾹 잡아당겨주었다.
“하으읏…♥”
***
“꿈도 좋기는 한데, 역시 아무리 잘해도 현실만은 못하단 말이죠.”
“몽마가 그런 소리를 해도 되는 거예요?”
내가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하자 세라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에릭 당신은 꿈속의 제가 더 좋다는 건가요?”
“아니,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럼 꿈속의 저는 별로라는 말이군요.”
윽….
그녀의 엉망진창인 논리에 순간 말이 막혀버렸다.
“아하하하! 하여간, 아직 귀엽다니까.”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꼬리로 내 손등을 찰싹찰싹 쳤다.
“슬슬 시간이 됐으니 이만 가볼게요.”
“별 일 없었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제나 만의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내 걱정에 그녀는 슬쩍 내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가슴으로, 내 팔을 잡아끌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와주실 건가요?”
내 손에 말랑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녀에게 위기가 생긴다면?
그런 건 물어볼 필요도 없다.
“당연하죠.”
내 대답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용사다운 말이네요.”
“이제는 그냥 에릭이에요.”
용사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나는 이제 용사 에릭이 아닌, 그냥 에릭이 되었다.
“아뇨, 당신은….”
그녀는 내 입술에 자신의 꼬리를 가져다댔다.
“…용사에요.”
나는 그런 그녀의 꼬리를 살짝 잡아 내 입술을 맞췄다.
“그럼 그런 걸로 하죠.”
용사의 일은 끝났지만.
그럼에도 아직 나는 용사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