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화 〉 [짐꾼] 넷
유니와 밤을 보내고, 나는 그녀의 방에서 일어났다.
1인실이라 조금 침대가 좁기 때문에 유니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나에게 매달려있었다.
어쩌면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습관적으로 침대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니 내 손이 유니의 가슴을 꾹 눌렀다.
“흐으….”
가슴이 눌린 유니가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그녀.
이제 와서 새삼 놀라운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확실한 수확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리라.
그녀의 어깨에는 새까만 장미가 자라있었다.
“흐….”
그녀의 마음이, 넘어온 것이다.
당초에 바라던 목표는 전부 이루어졌다.
세리아, 아린, 그리고 유니까지.
전부 다 발밑에 놓는데 성공했다.
목표했던 것을 다 이루고 나니 자연스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는?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용사의 말대로라면 나는 마왕이 된다.
멍청한 녀석.
그런 걸 죄다 말해버리다니.
내가 그 말을 듣고 마왕이 되겠다 마음먹으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마왕이라.
마왕….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무언가 찜찜하다.
마치 누군가 나에게 자꾸 마왕이 될 것을 강요하는 듯한 기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잠시 유니를 바라보며 생각하던 나는 머리를 긁었다.
모르겠네. 차차 생각해보자.
방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완전히 일으키자 온기를 잃어버린 유니가 내 품에 파고들며 나를 붙잡았다.
“…유니.”
“으읏…? 아, 으, 읏!”
유니는 뒤늦게 눈을 뜨고 상황을 이해했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내 몸에서 후다닥 물러서다가, 쿵하고 침대에서 떨어져버렸다.
“아읏….”
“크흐, 귀여운 짓을 하는구만.”
“으으….”
그녀는 나를 살짝 물기 띤 눈으로 노려보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제 일이 생각난 것이겠지.
“…나….”
유니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기에 나는 그녀가 용기를 낼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었다.
“…나도 네 노예가 되는 거야?”
“싫은가?”
“…그런 건 싫어.”
이미 세리아와 아린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다.
그녀라고 혼자 특별대우를 해줄 수는 없지.
“마음대로 생각해. 난 간다.”
“아….”
그렇지만 지금 당장 그녀에게 그 말을 하면서 상처를 후벼팔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나는 우선은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내가 방을 나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
다음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우리와 서서히 동화되었다.
“유니, 여기 와서 앉아요.”
“…응.”
유니는 용사 쪽을 흘끔 바라보더니 그녀들 옆에 슬쩍 다가와 앉았다.
에르티나가 뭐라고 하기 때문에 식사 시중을 받거나 무릎 위에 앉힐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세리아와 아린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유니는 그 바로 옆에 앉아있었는데, 둘의 농밀한 애교에 살짝 어색해하는 중이었다.
예전에도 정령으로 많이 봤겠지만, 자기도 저들과 똑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것에 복잡한 심정이 드는 것이겠지.
“아린, 유니랑 바꾸자.”
“네?”
아린은 유니를 슬쩍 바라보더니 입술을 비죽 내민 채 그녀와 교대했다.
“어, 어?”
“이리와.”
유니는 망설이는 듯 했지만 아린이 슬쩍 밀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내 옆으로 다가왔다.
“흣!”
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걸쳤다.
유니의 몸이 뻣뻣하게 굳자, 세리아와 아린이 키득 웃었다.
“하는 짓은 영락없는 처녀네.”
“후후, 이미 주인님이랑 몇 번이나 몸을 섞었으면서….”
유니의 얼굴이 금세 새빨개졌다.
“빨리 안 먹으면 다 못 먹을 걸?”
유니는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나를 살짝 노려보다가 애써 침착한 척을 하며 스푼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때를 노려 그녀의 허리를 간지럽혔다.
“하읏…! 이, 이러지 마….”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가 손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다.
“주인님, 에르티나가 이쪽을 보고 있어요.”
“그래? 뭐, 여기까진가.”
에르티나의 시선을 피해 슬쩍 이런 장난을 하고 있는데, 결국 그녀가 눈치채면 그만둬야한다.
내가 손을 떼자 에르티나는 작작 하라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하아….”
유니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제야 마저 식사를 들었다.
낮에는 이렇게 조금씩 그녀들과 장난을 치면서 이동했고, 밤에는 하나의 천막 안에 다같이 비집고 들어와 잠들었다.
이제 우리의 천막은 단 두개뿐.
용사의 천막과 내 천막이다.
“들어와요, 유니.”
“…….”
유니는 천막 앞에서 한동안 망설였다.
그렇지만 이미 거부한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과 다름이 없어, 결국 유니는 우리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왔어.”
“주인님, 오늘은 어떻게 하실래요?”
“흠.”
어차피 유니를 섞어 넷이서 같이 하는 것은 이미 확정이지만, 과연 순서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아린이 슬쩍 나에게 달라붙으며 말했다.
“유니는 제일 늦게 들어왔으니까 마지막에 하는 건 어떨까요?”
“선배 행세야?”
세리아가 피식 웃으면서 말하자 아린이 울컥했다.
“당신도 맨날 저한테 그러잖아요!”
“그건 네가 그러면 좋아하는 변태라서 그런 거지.”
세리아가 발로 그녀의 배를 쿡 찌르자 아린이 움찔했다.
“봐, 유니가 너 같은 변태인 줄 알아?”
“나, 나 빼고 얘기하지 마.”
괜히 이상한 얘기에 말려든 유니가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그럼 아린은 제일 마지막으로.”
“네?”
아린이 충격 받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저러는 거 같아도 저렇게 괴롭히면 좋아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서로 이득을 보는 셈이다.
“세리아, 어떡할래? 나머진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그럼….”
세리아는 고마움의 표시인지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세리아의 말을 들은 나는, 그녀의 뜻대로 해주기로 했다.
***
“읏… 흐읏….”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 거야?”
내 말에 유니는 머뭇거리며 내 배에 손을 올렸다.
“후으… 후우….”
누워있는 내 몸에 올라탄 그녀는, 지금 자지를 몸 안에 삽입하기 직전이었다.
그녀의 가랑이에서 축축한 애액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녀는 차마 내려앉지를 못하고 자지 위에서 부들부들 떠는 중이었다.
“그러고 서 있기도 힘들겠다, 유니. 그냥 한 번 콱 내려앉으면 끝이라니까?”
“흐읏… 마, 말이 쉽지….”
세리아는 나를 가슴으로 안은 채 키득거렸다.
누워있는 내 위에 유니가 올라타고, 세리아는 몸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있는 형태다.
내 양손은 머리 위로 올라와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하읏…♥”
“하으읏….”
만족스러운 세리아의 신음과 애태우는 유니의 신음.
내가 허리를 살짝 들어 그녀의 보지를 쿡쿡 찌르자 유니의 몸이 더욱 떨렸다.
어차피 저러고 있으면 본인이 힘들어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으으… 주인니임….”
“아린, 조용히 해.”
세리아의 한 마디에 아린이 울상을 지었다.
그녀는 벌이라는 이름의 포상으로 우리를 지켜보며 혼자 자위나 하는 중이었다.
“저라면 바로 주인님 위에 앉아드릴 수 있는데….”
“아린.”
“네에….”
그녀는 입술을 비죽 내밀며 유니를 바라봤다.
“유니.”
“아, 앉을게. 앉으면 될 거 아냐… 읏….”
그녀는 결국 조금씩 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즈북.
잔뜩 젖은 그녀의 질은 내 자지를 수월하게 받아들였다.
내 자지의 귀두 끝이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자, 그것만으로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한 번 쿡 눌러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세리아의 가슴에서 손을 때고 바닥을 지탱하는 유니의 다리를 확
걷어버렸다.
“꺄악…! 아극…♥”
갑자기 확 주저앉는 바람에 그녀의 질에 내 자지가 쑥 들어갔다.
앞으로 살짝 쏠린 덕분에 나도 좀 아프기는 했지만… 어쨌든 들어갔으니 됐다.
“윽, 호옷…♥”
유니는 갑작스레 내 물건을 끝까지 받아들이게 되자 손톱을 세워 내 가슴을 벅벅 긁었다.
“유니! 주인님께 뭐하는 거야!”
“흣… 그으읏….”
정말로 나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본인도 못 버텨서 나온 반응임을 알기에 나는 세리아를 말렸다.
“이제 움직여봐.”
“이, 이대로…? 흐읏….”
유니는 내 명령에 따라 천천히 허리를 들었다.
“하그읏… 읏, 흐극…♥”
내가 억지로 넣고 흔들 때와는 달리, 스스로의 행동으로 쾌감을 얻는 동작.
유니는 과도한 쾌락을 견딜 수가 없는지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다.
“후읏, 읏… 흐긋….”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내 자지가 반쯤 빠지자 나는 허리를 갑작스레 들어 그녀의 안에 다시 삽입했다.
“으극…♥ 하, 하지마앗….”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그녀가 무너져 내렸다.
“크읍… 아, 좀 아프네….”
갑자기 그녀의 무게가 내 하반신에 쿵하고 내려앉는 바람에 제법 아팠다.
“읏, 흐긋… 그, 그러게 왜 이런… 흐읏…♥”
유니는 부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들면서 다시 내 자지를 반쯤 뽑았다.
“흐극….”
그리고 다시 주저앉고.
“하앗…♥”
다시 올라가고.
“크흡….”
다시 내려앉는다.
한 번 왕복할수록 그녀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쾌감에 조금씩 적응한 그녀는 마침내 쉴새없이 허리를 흔들면서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후읏, 후우… 하아… 하아…♥”
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유니는 잠시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후후….”
내 머리를 안고 있는 세리아도 그런 그녀의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축하드려요, 주인님.”
“음, 그래.”
나는 더 이상 나를 거절하지 않는 그녀를 내 품에 끌어안고, 그대로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부르르륵!
“흐읏…♥”
그녀는 사정으로 인한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나를 꽉 끌어안았다.
***
“그런데 유니, 원래 끼던 반지는 그게 아니지 않았나요?”
“하아, 하아… 이, 이거…?”
정사가 끝난 후, 내 옆에 누운 그녀들이 문득 유니의 반지를 보고 물었다.
유니는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하나 나를 올려다봤고, 나는 자는 척을 했다.
그녀의 순수한 반응을 듣고 싶었으니까.
“읏… 치사하기는….”
유니는 내가 자는 척을 한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인데, 어차피 내가 대답 안 할 거라는 사실까지 깨달았는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받은 거야.”
“…누구한테요?”
유니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질문한 아린 또한 나를 바라보았고, 잠시 뒤 벌떡 일어났다.
“그, 그게 뭐에요! 치사해!”
“아, 아니, 이건….”
“왜 당신만 그런 게 있어요! 그쵸, 세리아?”
“어? 아, 나도 받은 거 있는데?”
아린이 절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아니죠…?”
“…….”
나는 끝까지 침묵하는 편을 택했다.
아린한테도 선물이 하나 필요한가.
전에 하나 주지 않았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문득 루엘라에게 받았던 목걸이가 생각났다.
꿈에서 봤던 아린은 그 목걸이를 차고 있었지.
새벽의 여신을 섬기는 신도들에게 있어 불경스러운 문양.
과연 그걸 건네면 그녀는 받아줄까?
지금이라면 그럴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왠지 나는 그녀에게 그것을 건네고 싶지가 않았다.
“하아… 나중에 줄게.”
“저, 정말요?”
“그래, 줄 테니까.”
난 그렇게 아린을 달래주었다.
“아린. 주인님에게 자꾸 건방지게 뭘 요구하거나 그러지 마.”
“…그치만.”
아린이 이렇게 반응하는 건 그녀의 성격이 조금 더 솔직해서도 있겠지만, 약간 나를 일부러 자극하는 느낌이다.
대놓고 선을 넘지는 않지만 살살 그 경계선에서 왔다갔다하며 내 체벌을 유도하는 듯한 행동.
짜악!
“햐읏♥”
“이리와.”
“네에.”
엉덩이를 맞고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곧 내 왼쪽에 자리 잡아 얼굴을 비비며 잠이 들었고, 세리아는 일찌감치 내 오른쪽에 자리를 잡은 뒤였다.
“뭐해?”
“나, 나는 옆에서….”
하긴 그녀가 들어올 자리가 딱히 없네.
자는데 내 머리를 무릎으로 받치고 자라 할 수도 없고.
그녀는 결국 아린 옆에 누웠다.
이 자리도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봐야겠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