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짐꾼] 마침내
그 날은 금방 찾아왔다.
유니의 사실상 허락을 받아낸 그 후부터 나는 유니가 올 때마다 일부러 문을 열어두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당황하며 문을 닫으려 했지만 나는 계속 열어두었고, 용사가 눈치를 못 채자 더 이상 그녀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흐읏…♥”
나에게 목을 내민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느 샌가 세리아와 아린은 잠들었고, 나와 유니만 남아 몸을 섞고 있던 밤.
마침내 변화가 일어났다.
잠들었던 용사가 일어나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빈 침대를 보고 불안함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별 생각 없이 밖으로 나왔다가, 열린 문을 보고 확인해보고 싶어졌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곧 그는 진실을 보게 될 것뿐이라는 것이다.
유니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본인의 뒤에서 그녀를 보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나에게 안겨 신음을 흘리고 있다.
“하아, 하아….”
“크흐.”
과연 둘은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용사는… 그리고 유니는,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할까?
나는 유니에게 속삭였다.
“뒤를 돌아봐.”
이미 몇 번의 절정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는 내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후회했다.
“…에, 에릭….”
“……유니.”
둘은 굳어버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허리를 흔들어 다시 생명을 주었다.
“하긋…♥”
유니는 다급히 하지 말라고 외쳤지만, 더 이상 그녀의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었다.
더, 나는 더 그녀의 질을 농락했다.
“흐극, 흣… 하, 하지 마… 에, 에릭이….”
“용사가 왜?”
“보, 보고 있잖… 읏, 하그으읏♥”
또 절정해버렸다.
용사의 앞에서 꼴사납게 가버린 그녀는 자신의 가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재빨리 얼굴을 묻었다.
그래, 나에게 더 파고드는 식으로.
그녀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 무심코 취한 행동이었겠지만, 용사가 보기에 그것은 나에게 더 매달리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으리라.
“…….”
유니는 대답하지 않은 채 내 품에서 몸을 떨었다.
우는 것이 아니다.
흥분으로 몸이 저절로 떨리는 것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등골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약점을 자극했다.
“흐그읏… 그, 그만 둬… 에릭이 보잖아….”
“어차피 언젠간 이렇게 될 거였잖아?”
“그, 그치만… 하으으….”
어차피 그녀의 목적은 용사를 흥분시키는 것.
이제 와서는 명분에 지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명분은 그녀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용사에게 보여주길 거부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왜… 어째서….”
“다 알고 있었잖아?”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절대 모르고 있었을 리는 없다.
그 동안 유니가 수많은 흔적을 뿌렸고, 그는 분명 그것을 알면서도 침묵했다.
이미 우리 둘이 육체관계를 맺었으리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물론 그것을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것과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만.
“읏….”
용사는 흥분한 상태였다.
얼굴은 일그러져 있지만, 다리 사이는 분명하게 흥분하고 있다.
“아, 편한 데 앉지 그래.”
그가 우리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 같아 나는 그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물론 곧장 달려가 앉지는 않았지만, 그는 주먹을 꾹 쥐면서 우리들을 바라봤다.
“용사가 더 보여 달라는군. 우리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말이야.”
“사, 사랑이라니… 그딴 거… 흐읏…!”
자지로 질 안의 약점을 꾸욱 눌러주니 역시 그녀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나에게 더 안겼다.
“읏….”
“유니에게는 약점이 좀 많은데 말이야. 하나 같이 용사 걸로는 닿지 않는 부위에 있더군. 몰랐지?”
“…….”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유니를 바라봤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녀는 용사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용사가 저리도 애타게 바라보는데, 너도 슬슬 고개를 들지 그래.”
“……모, 못 해… 나, 나는 못 보겠어….”
유니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손을 떨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볼을 붙잡고 억지로 고개를 돌려 용사와 마주보게 했다.
“읏….”
“흐윽….”
나에게 얼굴을 꽉 쥐인 그녀는 볼이 찌그러진 상태로 용사와 마주했다.
내 손 안에 농락당하는 그녀의 얼굴을 본 용사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오랜만에 뽀뽀나 할까?”
“머? 므슨… 읍, 흐읍… 읏….”
새는 발음으로 당황하던 그녀의 입을 나는 곧장 틀어막았다.
용사는 내 쪽으로 발을 한 걸음 내딛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도 보이겠지.
몽롱하게 풀어진 그녀의 눈이.
“하읍… 쥬읍… 쥬릅….”
그녀는 힘없이 내 혀를 물고 빨면서 망설이는 눈으로 에릭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의 발기한 자지를 바라보았다.
바지를 뚫고 나올 듯 뻣뻣하게 서버린 그의 자지를 본 유니의 몸에 힘이 조금 돌아왔다.
그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흥분한 것이다.
유니의 외도를 보고 흥분하고 있다.
그 사실은 유니에게, 아주 자그마한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그녀의 행동에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게 되니까.
“흐으… 흐읏….”
“슬슬 쌀 거 같은데, 괜찮지?”
“자, 잠깐….”
나는 그녀의 질 안에 사정할 생각으로 허리를 더욱 빠르게 놀렸다.
이미 몇 번이고 안에 정액을 받았으면서도, 그녀는 마치 처음 겪는다는 듯 난감한 태도를 보였다.
아마 용사 때문이리라.
“이미 몇 번이나 해본 거잖아. 그렇지?”
“읏….”
그 말에 반응한 것은 용사였다.
그는 우리의 접합부를 보더니 입술을 다시 깨물었다.
그와는 차원이 다른 자지를 보고 움츠러들었나?
아니면 자신과 할 때는 들은 적 없는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고 질려버린 것일까?
나는 유니를 거의 들었다 놓았다 하며 그녀의 안쪽 가장 깊은 곳을 끝없이 자극했다.
“하극…♥ 으극… 읏, 으읍….”
슬슬 사정할 것 같다.
“간다.”
“흐으, 흐으….”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반응이었다.
뒤늦게 눈치챈 그녀가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부르륵! 부륵!
이미 늦었다.
“하아악♥”
그녀는 사지로 나를 꽉 묶은 채 절정에 몸을 떨었다.
“읏, 유니….”
이를 말없이 지켜본 그의 손이 허벅지 근처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아, 하앗… 으, 으읏… 비, 비켜….”
사정 후의 여운으로 잠시 나에게 안겨있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를 밀치며 일어났다.
“에, 에릭… 나, 나는….”
정액범벅이 된 알몸으로 그에게 유니가 다가갔다.
급하게 가슴과 다리 사이를 가리며 그녀가 그에게 다가갔다.
주르륵.
그러나 그녀의 질은 넘쳐나는 내 정액을 다 막지 못했고, 다리 사이로 줄줄 흘러내렸다.
“…….”
그것을 본 용사는 더러워진 그녀를 보고 무심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아.”
용사를 향해 뻗었던 그녀의 손이 힘없이 밑으로 내려갔다.
“유니, 나는….”
“…….”
“유니….”
유니는 고개를 숙였다.
안타까워하는 용사와, 체념한 듯한 유니.
약간의 서운함이 담겨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이런 거 좋아하잖아? 왜… 왜 자꾸 아닌 척 하는 거야…?”
“나는, 나는 이런 걸….”
“그럼… 나한테 화를 내줘.”
유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빨리 내가 잘못했다고… 나쁜 년이라고 해줘….”
“나, 나는….”
유니는 그의 분노를 받아내면서 자신의 죄책감을 덜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다고 본인이 했던 짓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심리적인 부채감을 덜고 싶은 것이겠지.
그러나 용사는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마 그런 말을 하면 그녀가 상처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녀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 상처일 텐데.
“아냐.”
용사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잘못한 거야.”
엉겁결에 나온 말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잔혹한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국 자책하는 그의 모습을 본 유니의 죄책감은 더욱 커지기만 했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내가… 너를 붙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아, 아으….”
유니가 흔들리고 있다.
아니, 무너지고 있나?
용사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스스로의 쾌락만을 쫓던 그녀는 용사에게 사과할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러면… 무너지겠는데.
“돌아가.”
결국 나는 그가 더 말을 하기 전에 끊어버렸다.
더 말했다가는 유니가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물론 유니가 잘 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사실 용사가 화를 내면서 뺨을 쳐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내 여자가 될 그녀를 그와 같이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누군가는 그녀의 편을 들어주어야 했다.
“…뭐?”
“그만 괴롭히고 이만 돌아가라고.”
“괴, 괴롭히다니….”
용사는 자신의 말이 그녀에게 어떻게 와 닿을지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았다.
정말 생각 없이 했던 말이었나?
만약 그런 거라면 그는 잔혹한 행동을 하고만 것이다.
“얼굴, 안 보여?”
그제야 그는 고개를 들고 창백해진 유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니.”
“미안해… 미, 미안… 미안해….”
그녀의 잘못된 판단 하나가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켰다.
나에게 제 발로 찾아오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그러나 그녀는 결국 스스로 나를 찾아온다는 바보 같은 선택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개입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것이 그녀의 선택이었으니까.
…과연 정말로 그녀 본인의 오롯한 생각이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와서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더 괴롭힐 생각이면, 그냥 돌아가.”
“나는… 아니, 그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에릭!”
내가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외치자 그가 움찔했다.
“유니를 그만 괴롭혀.”
“…….”
유니도 그 말에 반응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돌아가.”
“…….”
그는 멍한 표정으로 울먹이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본인도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그는 결국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결국 우리 방에는 다시 나와, 유니와, 그녀들만 남았다.
“그런데 이거 솔직히 잘못으로 따지면….”
“쉿, 그러지 마.”
어느새 일어난 그녀들은 자기들끼리 소곤거렸다.
“읏, 흐윽… 나, 나는….”
“유니.”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유니.”
“내가, 내가 무슨 짓을….”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가 보군.
유니를 부르려던 그녀들을 제지하고, 나는 일어나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유니.”
“흐읏…!”
나는 그녀를 확 끌어당겨 내 품에 안기게 했다.
“무, 무슨….”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잠시 고민해봤지만 나는 원래 이런 거랑은 거리가 먼 놈이라 아무 말도 안 하기로 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채 잠시 가만히 있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쓰레기.”
“맞아.”
쓰레기 같은 놈은 맞지.
“멍청이… 병신….”
전부 맞는… 말인가?
그렇지만 왠지 이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머저리.”
누군가에게 하는지 모를 말을, 그녀는 계속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날, 유니는 에릭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