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의 짐꾼-204화 (204/236)

〈 204화 〉 [짐꾼] 더 깊게

어떻게 하면 루엘라를 불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 다음 날, 일어나보니 눈 앞에 그녀가 있었다.

“…유니? 아, 루엘라군….”

“바로 알아보시네요?”

“유니가 이 시간에 여기 와서 앉아있을 리가 없잖아.”

뭔가 다른 대답을 기대했던 걸까?

그녀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아졌다.

“…후우, 기대도 안 했어요.”

“뭐가?”

“신경 꺼요.”

왠지 짜증을 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왜 여기 있어?”

“…저를 찾는 것 같길래.”

설마 우리가 어제 했던 대화를 들은 것인가.

“너 우리가 하는 말 전부 엿듣고 있었냐?”

“읏… 적을 감시하는 건 기본 아니겠어요?”

에르티나가 적의 움직임을 감지하느니 어쩌니 하더만, 결국 루엘라는 못 막는구나.

에르티나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루엘라가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후자라고 믿기로 했다.

우리 파티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인데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조금 그렇잖아.

사실 이미 루엘라의 침입을 허용한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감시체제는 별 의미가 없어졌지만, 뭐… 적어도 우리를 다짜고짜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게다가 어느 정도는 그녀를 컨트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흐음, 뭐 그럼 그런 걸로 하자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그래그래.”

적당히 그녀의 말을 받아넘기며 루엘라의 모습을 관찰했다.

지금 그녀는 본인의 모습이 아닌 유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일부러 나에게 순종적인 육체를 가지고 왔다는 뜻은, 본인도 당연히 그럴 생각으로 왔다고 봐야겠지.

“보나마나 또 저를 이용해서 그 여자를 손에 넣을 생각인거죠?”

“잘 아네. 도와주러 온 거야?”

“무, 무슨 말을… 저는 그냥 계약을 이행하러….”

계약이라.

사실상 이미 끝난 계약 아니던가.

그렇지만 애써 핑계거리를 가져와서 변명하는 그녀의 꼴도 꽤 우스웠기에 나는 잠자코 넘어가기로 했다.

“흠, 그렇지. 그러면 부탁을 좀 해볼까.”

루엘라는 긴장으로 살짝 몸을 굳혔다.

“그럼 이따가 다시 와.”

“뭐라구요?”

“이따가 다시 오라고. 지금은 필요 없으니까.”

어차피 이 시간에는 그녀도 자고 있다.

루엘라를 써먹으려면 적어도 그녀가 우리 방에 찾아올 저녁 즈음은 되어야지.

“…멍청한 남자.”

루엘라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좋아요. 이래놓고 약속을 어기면 제가 지는 거 같으니 밤에 다시 찾아오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창문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다가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마왕님을 죽일 생각인가요?”

“음….”

그녀가 직접적으로 물어보니 대답하기가 좀 난감하다.

이거 그렇다고 하면 날 죽이려드는 것 아냐?

“후우… 그래요, 어차피 다 정해진 것을….”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밖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네요, 저 여자.”

“그렇죠?”

잠든 척을 하던 그녀들이 눈을 뜨며 한 마디씩 말했다.

“마치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뭐랄까 어느 정도 체념한 느낌이에요.”

마왕을 죽게 하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하고는 있지만, 하나 같이 무언가 부족하다.

마치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은 알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애써 뭐라도 하려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어차피 그는 용사에게 죽고 싶어하니까, 죽는 미래를 바꿀 수는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뭔가 더 있는 걸까?

“앗, 아침부터 힘이 좋으시네요, 주인님.”

“우후후… 그럼 제가 먼저….”

그래, 뭐 이런 어려운 고민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선은 오늘 밤에 유니를 따먹을 계획이나 더 세워야지.

나는 슬그머니 나에게 다가오는 아린을 번쩍 들어 내 앞에 앉혔다.

“아핫… 하윽♥”

그래, 저녁에 다시 생각해보자.

***

유니가 우리 방에 들르기 대략 한 시간 전.

정확한 시간을 정해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방문하는 시간대를 생각해보면 그 쯤 될 것이다.

살짝 언짢은 기색의 루엘라가 방에 들어왔다.

“그래서, 뭘 시키실 거죠?”

“그보다 너 대체 어떻게 들어오는 거야?”

아무렇지 않게 우리를 찾아오는 그녀에게 세리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에르티나의 정령 말인가요? 뭐… 그녀가 잠든 동안 저희가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조금 안타까운 말이었다.

에르티나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결국 그녀가 잠든 시간 동안 이미 루엘라와 세라는 그녀를 뛰어넘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녀는 음… 대부분의 시간을 잠들어 있었으니까 살짝 뒤처지는 감이 없잖아 있죠. 게다가 이런 곳에서는 정령을 부리기가 힘들거든요. 틈새를 만드는 것 쯤이야 어렵지 않죠.”

그녀는 잠시 자기 자랑을 늘어놓더니 슬쩍 나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뭘 하실 생각이죠?”

“간만에 그 몸 좀 한 번 써보려고.”

“그리고?”

“그게 다야.”

그냥 루엘라와 섹스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유니가 본다면 그것으로 끝.

“…그래요? 뭐, 그런 거라면….”

루엘라는 그렇게 말하며 옷을 한겹씩 벗었다.

“이젠 알아서 잘 벗네?”

“후후, 그녀에게도 노예의 자각이 생긴 거죠.”

세리아와 아린의 말에 그녀가 잠시 멈칫했다.

얼굴에 살짝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감도는 것으로 보아 방금 전까지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뭐해? 계속 해.”

“……제 안에는 언제나 한 분밖에 없으니까, 쓸데없는 오해는 하지 마세요.”

루엘라는 아무런 설득력도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마저 옷을 벗었다.

“좋아, 그럼 올라와.”

“읏….”

그녀는 슬금슬금 내 앞으로 다가와 서서히 나와 결합했다.

“하읏…♥”

나는 그런 그녀를 안고 유니가 돌아올 때까지 간만에 그녀의 몸을 실컷 맛보았다.

“하윽, 읏, 하읏… 하아, 역시 달라…♥”

“마왕과 비교했을 때?”

“윽…. 이… 잊어요.”

루엘라가 부끄러워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크흐흐….”

“으읏….”

귀여운 반응을 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더욱 사랑을 나누어주었다.

그렇게 몇 번의 사정을 마치고도 계속 그녀를 들쑤실 무렵, 유니가 찾아왔다.

“대체 하루 종일 질리지도 않….”

신음 소리에 진저리를 내며 문을 벌컥 연 유니는 눈앞의 풍경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머, 유니가 둘이네요.”

“무슨 일이야, 유니? 방금전까지 주인님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그녀들이 비아냥거리자 유니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와 루엘라를 바라봤다.

“이, 이건….”

“하으, 하아… 아핫, 왔나요?”

“너, 너….”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유니는 곧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한 모양이었다.

“보다시피… 하아… 당신이 그를 달래주지 않길래, 대신 제가 하고 있어요… 괜찮죠?”

“괘… 괜찮고 자시고 나랑은… 아무 상관없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왠지 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유니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며 나에게 안긴 다른 유니를 열심히 만족시켜주었다.

“하읏, 하아…♥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좋아요….”

“…….”

그러나 유니는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왜죠? 어차피 이제 용사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잖아요?”

“에, 에릭은 더 강해져야….”

“강해질 필요가 있던가요?”

유니의 말에 유니는 입을 다물었다.

“…에릭을 기쁘게….”

“제가 대신 가드리죠. 잠깐 그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그대로 잠시 나갔다온다면서 당신과 교대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무, 무슨 소리야….”

루엘라는 그녀에게 자신이 유니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유니의 변명에 따르면 그녀가 나와 관계를 맺는 것은 어디까지나 용사를 흥분시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유니의 모습인 루엘라가 가서 그를 흥분시키고, 다시 본래의 유니와 교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씻고 왔다던가, 그런 식으로 적당하게 둘러대면 되니까.

“그, 그건….”

“이제 당신이 있을 필요는 없겠네요…? 하아…♥ 그럼, 밖에서 바람이라도 쐬고 있어요… 끝나고 불러줄 테니.”

유니는 축객령을 받았음에도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간다.”

“네에… 읏, 하읏, 하아앗…!”

그녀는 내 품에 안겨 내 사정과 함께 절정했다.

부르르 떨리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 유니가 나한테 안겨 절정하던 모습과 똑같았다.

나는 다리 사이로 정액을 뚝뚝 흘리는 그녀를 옆으로 치우고, 유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면, 나에게 올래?”

유니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본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역시 가짜보다는 진짜가 낫지 않겠어?”

아직 팔팔하게 뛰는 내 자지는 그녀의 앞에서 흔들렸다.

“정말로 저 년의 말을 믿는 건 아니지? 용사를 흥분시키는 역할까지 빼앗기고 싶은 거야?”

“그, 그건 안 돼….”

유니는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루엘라의 말대로 한다면, 안 그래도 에릭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그녀의 역할이 더욱 줄어드는 셈이다.

즉, 에릭의 안에서 그녀의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에릭 입장은 쉽게 구분을 못할 테고, 에릭이 바라보는 유니는 그녀 본인이 아니라 루엘라가 되고 말 것이다.

가짜한테 자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의 마음속을 장악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리와. 와서 네가 진짜라는 것을 보여줘.”

“나, 나는….”

“아니면, 루엘라에게 용사를 빼앗길래?”

그 말이 결정타였던 모양이다.

유니의 눈이 갑자기 매섭게 확 커지더니, 루엘라를 무서운 눈빛으로 한 번 노려보던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나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너 같은 거 좋아하지 않아.”

“알아.”

유니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몸이 더럽혀져도 내 마음은 항상….”

“알고 있다니까.”

“나는 언제나….”

유니는, 주어가 불분명한 말을 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녀의 주어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였다.

나는 내 앞에 서서 말없이 있는 그녀를 잡아 내 품으로 끌어당겼다.

“읏….”

“저 여자랑 똑같은 자세로 해볼까. 누가 더 잘하는지 비교해보자고.”

몸을 섞겠다는 말에, 유니는 고개를 젓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성감대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균열에 내자지를 맞추었다.

“들어간다.”

“하으읏♥ 읏, 흐으…♥”

신음을 흘리는 그녀는 이미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쯔북.

그녀의 안으로 내 자지가 조금 들어가자, 유니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더 나에게 당겨 내 자지를 안쪽까지 받아들였다.

“하으읏…♥”

그런 그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계속 약점을 애무하면서, 나는 그녀의 정신을 서서히 흐리게 만들었다.

“유니, 슬슬 그에게도 보여줄까?”

“뭐, 뭐르흘…?”

발음마저 흐려지기 시작한 그녀는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용사 말이야. 슬슬 그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지 않겠어?”

“에, 에릭한테….”

그녀의 눈빛이 잠시 돌아오려는 것 같자 나는 그녀의 목 뒤를 더욱 자극시켰다.

“으흣… 그, 그치만….”

“어차피 용사도 다 알잖아. 안 그래?”

“…….”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지.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그저 한 발짝만 더 나갈 뿐이야.”

내 설득에, 평소라면 쉽게 대답하지 않았을 그녀는 잠깐의 고민 끝에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새, 생각해볼게….”

아마 금방, 어쩌면 곧장.

유니가 그의 앞에서 나와 섹스하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