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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203화 (203/236)

〈 203화 〉 [짐꾼] 더 깊게

세라가 돌아간 다음 날, 그녀를 대신해 에르티나가 찾아왔다.

“제가 마왕성까지 여러분들을 안내할게요.”

…왜?

이제는 아예 대놓고 나서는구만.

“또 루엘라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루엘라는 내 자지로 교육을 좀 시켜주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호위 제안은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녀가 들어오면 우리 계획에 조금 차질이 생길 것 같다.

그녀는 우리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으니까.

말을 하는 지금도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이 서려있다.

아마 내가 유니를 개따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나를 죽이러 들지도 모르는 노릇.

이러면 쉽게 접근도 못하는 거 아냐?

용사와 유니가 곧장 동의하는 걸 보면 저 둘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는 비밀로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단 말이지.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들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다.

일단 파티의 리더는 용사니까.

결국 그가 받아들임으로써 에르티나는 임시로 우리 파티의 일원이 되었다.

참나, 사천왕과 함께 마왕의 목을 따러 가는 파티라니.

누가 이런 말을 믿겠는가?

***

“그렇게 붙어있지 마세요.”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같이 다니자마자 우리에게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했다.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있던 둘은 그녀의 말에 투덜거리면서 한 발짝 옆으로 물러났다.

“짜증나는 여자네요.”

“하아….”

그 마음 잘 이해한다.

마음만 같아서는 저 년도 루엘라처럼 따먹어버리고 싶지만, 우리가 힘으로 못 이기니 아마 힘들겠지.

보아하니 저번 용사를 아직도 잊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데, 아마 그녀가 우리에게 넘어올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아니, 이러면 진짜 유니에게 손도 못 대는 거 아닌가?

살짝 그런 걱정도 했었지만, 참으로 다행이게도 그녀는 잠드는 시간까지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다.

마음 속의 죄책감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우리와 함께 잠들려고 하지 않았다.

“불침번을 설 필요도 없다고?”

“네. 무언가 수상한 움직임이 천막 주변에서 감지되면 저나 유니에게 정령들이 신호를 줄 거예요. 굳이 체력 낭비하지 말고 편히 쉬세요.”

“으음….”

뭐, 안 서면 우리야 좋지.

섹스야 천막 안에서 우리끼리 하면 되는 거고.

다만 이러면 유니가 우리에게 찾아오기 더 힘들어지겠군.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요, 주인님.”

“무슨 기회?”

세리아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에릭이랑 유니는 둘 다 명분을 잃었어요. 용사는 더 강해질 필요가 없고, 유니도 굳이 우리에게 찾아올 이유가 사라졌죠.”

듣고 보니 그렇다.

지금까지 유니가 우리를 찾아온 이유는 에릭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그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와서 마왕과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유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또한 에르티나 때문에 우리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으니 유니는 힘들게 우리를 찾아와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니가 우리를 찾아온다면… 그건 아마 에릭보다는 본인의 욕망에 더 충실해졌기 때문이겠죠.”

“유니의 마음을 확인할 기회다?”

“그렇죠.”

흠,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그러면 한동안은 유니를 애태우게 만들면 되는 건가요?”

“그렇겠지. 아예 무관심한 척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거 괜찮네.”

무관심이라.

유니는 어떻게 반응할까?

***

그 뒤로 우리는 유니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사실 해가 떠있는 시간에야 원래 우리 사이에 별다른 교류는 없었기에 유니도 멀쩡해보였지만, 저녁시간이 되니 괜히 그녀의 눈길이 우리 쪽으로 닿는 것이 몇 번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까지나 밤에 우리 천막에서 실컷 즐기기만 할뿐, 유니를 꼬드기거나 부르는 일은 없었다.

유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표정에 조금씩 짜증이 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마을에서 하루 쉬었다가 가죠.”

도중에 들린 어느 이름 모를 무인 마을에서 우리는 하루의 휴식을 얻었다.

에르티나는 일찍 돌아갔고, 남은 것은 우리들 뿐.

유니는 에릭에게 찰싹 붙어 다니는 중이었다.

일부러 그녀가 잠시 에릭과 떨어진 틈을 타 그녀의 곁을 지나갔더니, 유니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읏….”

“…….”

그러나 일부러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의아해하는 눈길이 잠시 나에게 닿았다.

그렇게 몇 개의 사람 없는 도시와 마을들을 지나치고, 마침네 우리는 에르티나가 말하는 마지막 무인 도시에 도착했다.

“이 다음부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나올 거예요.”

과연 마물의 땅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뭐, 아마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인간이 지배하든 마물이 지배하든, 우리 같은 밑바닥 인생들은 그다지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나는 망설임 없이 숙소에서 가장 큰 방을 잡았다.

용사는 이런 상황에서까지 괜히 평소처럼 좁은 방을 빌렸는데, 뭐 하러 저러는지 모르겠다.

역시나 살짝 짜증난 듯한 유니가 두 번째로 큰 방의 열쇠를 낚아챘다.

이건 나름 반응이 있었다고 봐야할까?

우리는 먼저 방에 들어와 대충 먼지를 털었다.

한동안 관리하지 않은 방이라 먼지가 살짝 쌓여있으니 이런 곳에서 잠을 자기에는 영 찝찝하다.

대충 먼지를 털다보니 우리 옆방에서도 용사와 유니가 먼지를 터는 모습이 보였다.

“살짝 꼬드겨볼까요?”

“뭐? 어떻게?”

생각보다 유니의 반응이 재미없기는 했다.

조금 더 극적인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아린은 살짝 그녀를 떠보기로 했다.

그녀의 간단한 계획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한 번 해봐.”

“네!”

그녀는 곧장 에릭과 살짝 떨어져 먼지를 닦고 있는 유니를 손짓으로 불렀다.

아린의 손짓을 본 유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와줘요.”

그녀는 용사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를…?”

“사람이 부족해요.”

“…….”

아린의 말에 유니는 살짝 용사를 바라봤다.

이건 핑계거리다.

유니에게 정당한 명분을 만들어주는 핑계거리.

“잠깐이면 되니까 와주실래요?”

유니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과연 그녀는 올까?

“…잠깐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슬그머니 일어났다.

유니가 제 발로 넘어온 것이다.

에릭은 그녀를 결코 만족시켜줄 수 없으니까.

“…무슨 일인데? 미리 말해두는데, 이상한 거라면 곧장 돌….”

그렇게 말하던 유니는 바지를 벗은 나를 보고 잠시 말을 멈췄다.

“아, 주인님의 자지에 봉사해줄 사람이 부족해서요.”

아린은 내 자지 옆에 달라붙어 생긋 웃었다.

“이, 이런 걸 내가 왜….”

“저 혼자로는 부족하거든요. 잠시면 되는데 도와줄 거죠?”

그렇게 말하며 아린은 발로 슬쩍 문을 닫아버렸다.

활짝 열렸던 문은 그대로 쿵 닫혀버렸다.

“나, 나는 이러려고 온 게….”

“그래요? 그럼 돌아가실 거예요?”

한동안 보지 못했던 내 자지가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용사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고 두꺼운 자지가.

그녀의 눈은 마치 못 박힌 듯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것도 다 용사를 위해서잖아. 안 그래?”

“에릭을… 위해서….”

그 마법 같은 변명에 유니의 눈이 흔들렸다.

“그럼 제가 먼저 할게요, 주인님.”

아린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와 기둥을 혀로 살짝 핥았다.

“헤읍… 헤븝….”

유니는 말없이 아린이 나에게 봉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린은 내 자지 왼쪽에 앉아 왼쪽 부분만을 열심히 핥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보지를 발로 살살 매만져주었다.

“아극… 하읏…♥ 유니도… 비었으니까 하고 싶으면 여기로 오세요….”

“누, 누가 한댔어?”

유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앞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뒤로 물러나지도 않은 채.

그녀는 그저 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잠시 말없이 우리를 지켜보던 그녀는, 결심을 한 듯 내 쪽으로 한 발짝 걸어왔다.

그녀가, 마음을 굳힌 것이다.

덜컹!

그러나 그 때 갑자기 문이 반쯤 열렸다.

아마… 용사와 세리아겠지.

“쉿. 투명 마법을 걸어줄 테니, 알아서 돌아가.”

“뭐, 뭐라고?”

“저거 밖에 있는 거 용사니까.”

문 밖에서 세리아와 용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의 목소리를 들은 유니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정말 용사를 위해서 찾아온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겁에 질릴 필요는 없을 텐데, 그녀가 무엇 때문에 나를 찾아왔는지를 스스로가 시인하는 꼴이었다.

“아니면 보여주고 싶은 건가?”

“그, 그럴 리가….”

그러나 유니는 나와 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주인님, 저 들어갈게요?”

나는 세리아에게 곧장 대답하는 사이 투명마법을 유니에게 걸어주었다.

마법을 쓴 영향으로 세리아가 살짝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도 가져가. 변명거리는 있어야지.”

나는 그녀에게 베개를 하나 안겨주고는 세리아에게 돌아오라고 말했다.

마법에 걸린 유니는 안절부절하며 당황하다 문이 활짝 열리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용사가 문 밖에 서있었다.

그의 시선에는 유니가 있었지만, 그는 유니를 보지 못했다.

마법에 걸려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유니는 잠시 당황해 몸이 굳어버렸다.

“아, 으….”

어차피 못 보는데.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들어올래?”

“아, 아냐… 됐어.”

용사는 노골적으로 안도하는 한숨을 쉬며 돌아갔다.

아마 유니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한 것이리라.

사실 바로 옆에 있는데.

“우후후… 몰래 귀를 문에 가져다대고 듣고 있던데요.”

“그렇다는데? 얼른 돌아가야 하지 않아?”

“으, 으읏….”

유니는 새빨간 얼굴로 후다닥 도망쳤다.

“어떤 거 같아?”

유니가 가고 난 뒤 그녀들에게 묻자 세리아와 아린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흔들리고 있네요.”

“곧 넘어올 거 같은데요?”

역시 그런가.

그녀가 이렇게 당황한 것부터가 지금 이 상황이 용사에게 떳떳한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용사가 아니라 그녀의 욕망에 따라 찾아온 결과라는 것.

그 말은 이제 유니에게는 용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는 변명이, 정말로 변명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못하게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대로면 유니에게 에릭은 그저 상황을 더 흥분시키는 곁가지에 지나지 않게 되겠네요.”

“불쌍한 우리 에릭 씨….”

아린은 그렇게 말하며 키득거렸다.

“이왕 하는 거 루엘라도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그러게.”

루엘라를 써먹으면 유니를 더 흔들 수 있을 것 같다.

루엘라….

그녀를 어떻게 하면 써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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