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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196화 (196/236)

〈 196화 〉 [용사] 마족의 영토

다음 날, 복잡한 표정으로 에르티나와 훈련하러 간 유니는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얘기였다.

마왕이 스스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니.

그렇다면 과연 나와 유니가 이렇게 연습하는 것에 의미는 있는 것일까?

어차피 우리와 싸울 의사가 없다면, 지금 이대로 가더라도 순순히 마왕은 목을 내어줄 것인데.

저번에 에르티나가 걱정할 것 없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차피 마왕과 죽자 살자 부딪힐 일이 없으니 괜찮다고 했던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애초에 우리는 왜 수련을 해야 하지?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좋아해야 할 일이겠지만, 무언가 기분이 나빴다.

강해질 필요도 없다면 굳이 내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할 이유가 있었던 걸까?

굳이… 굳이 내가?

나는 신성력 훈련을 조금 더 하다가 그만두었다.

도무지 훈련을 열심히 할 의욕이 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유니가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미쳤… 에릭한테….”

복도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와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왜인지는 몰라도 제법 화난 것 같다.

“이, 이런 곳에서….”

뭐지?

복도에서… 무엇을 한다고?

상황을 보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올린 순간, 내 귀에 유니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에, 에릭이 이걸 보면….”

내가 보면…?

아, 내가 보면 안 된다는 뜻이구나.

상대방의 목소리는 잘 안 들리지만, 굳이 누군지 확인해볼 필요도 없다.

분명 그일 테니까.

“읏….”

그렇다면 유니와 제렌이 밖에 있는 것인가?

누가 드나들지도 모르는 복도에서 무엇을 하려고?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생각해보면 여태까지는 다 추측이었다.

혹시 그녀가 제렌과 한 것이 아닐까?

혹시 저 흔적은 그와 몸을 섞었던 흔적이 아닐까?

무척 가능성 높은 추측들이었지만, 어쨌든 내가 눈이나 귀로 그 현장을 보고들은 것이 아니다.

정말로 보게 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 일부러 정령을 쓰지도 않았던 것이지만, 지금은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내 귀에 쏙쏙 들리고 있었다.

유니는, 그와 몸을 섞으려 한다.

“흐읏, 으읏….”

그녀가 긴장해서 나오는 신음.

나는 무심코 귀를 문에 가져다대고 그 소리를 전부 훔쳐들었다.

“그렇게나 원했으면서 아닌 척 하기는.”

읏, 유니….

나는 숨길 수도 없이 부푼 내 자지를 바라보며 잠깐의 갈등을 겪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유니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지만 유니가 저러는 것 또한 나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내가 좋아하니까, 그렇지만 결코 밝힐 수는 없으니까 유니가 말없이 행동으로 나선 것 뿐.

그럼… 그럼 괜찮은 거겠지?

그렇지, 유니?

나는 그녀에게 사과하며 바지를 벗었다.

정말, 정말 이대로 관계를 맺어버리면….

“하읏…♥”

그리고 내가 거의 듣지 못했던 그녀의 신음소리가 복도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앞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우리 둘 사이에 일어나는 소리이기도 했다.

“하그읏… 윽, 으읏….”

이 소리는 분명 삽입으로 힘들어하는 유니의 신음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것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

당연히 나랑 할 때는 저런 신음을 흘리지 않는다.

문득 그런 유니의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정령을 부를까?

하지만 그러면 유니도 눈치 챌 텐데.

문양으로 이어진 상대의 능력을 사용하면 그 사람은 미약한 흥분을 느낀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 자체가 그녀가 흥분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하윽♥”

진심으로 흥분하는 것이 아니면 저런 신음은 나오지 않는다.

유니는…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하긋, 읏… 후읏….”

나와 했을 때는 항상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듯한, 그런 신음이었다.

약간은 억지로 내는 것 같던 그런 부자연스러운 신음소리.

그러나 이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진짜 신음이었다.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해도 참을 수 없어 흘러나오는 그런 신음.

“하읏, 읏… 흡, 흐으으읏♥”

높게 소리치는 그녀의 비명.

절정한 것이다.

벌써?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차이가 느껴졌다.

그와 나 사이의, 수컷으로서의 차이.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와 그렇지 못하는 남자.

나는… 그동안 유니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비교당하니 더욱 괴롭게 다가왔다.

“아, 안에는… 정말로 안 되는데….”

안이라고?

안?

설마… 그대로 사정하려는 건가?

“윽, 아, 안돼….”

나도 모르게 입에서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말려야 한다.

말려야하는데….

“하그읏, 읏, 흐으읏♥”

어째서인지 기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차마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 나갔다가, 기뻐하는 그녀의 얼굴과 마주하면 나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지?

내 손가락은 괜히 문을 긁고, 내 귀는 복도를 향해 활짝 열여둔 채, 나는 뻣뻣하게 부풀린 자지를 위로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허덕이는 유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찌익, 찍!

“하읏♥ 읏, 하긋… 흐그읏….”

분명 사정은 마친 것 같은데, 왜 유니는 아직까지도 절정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그 남자가 유니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 것인가?

나한테는 그런 신음을 들려준 적 없잖아.

이렇게 녹아내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준 적 없잖아.

이런 것을 들을 때마다 더욱 흥분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 안에서 이 신성력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더욱 비참해지고는 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내가 강해질 필요가 있나?

어차피 아무런 쓸모도 없는데.

“후읏, 후우….”

그러나 나는 그런 의문들을 마음 속 한 구석에만 담아두며, 열심히 내 작은 자지를 흔들었다.

더 큰 그의 자지는 유니의 질내를 유린하고 있는데, 나는 혼자서 손바닥으로 성기를 마찰하며 흥분을 얻고 있다.

이 비참한 차이가, 무엇보다도 흥분된다.

몇 번이고 사정한 내가 지쳐서 그만둘 때까지, 그는 유니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작은 물줄기가 되어 빠져나간 내 흥분이 가라앉고 나서도, 그는 유니와 몸을 섞는 중이었다.

“하윽, 흐읏, 읏….”

유니의 목소리는 이제 녹아내리다 못해 그와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다.

유니와 제렌.

내가 아니라, 그녀의 옆에는 그 남자가 있다.

나는, 나는 그녀의 곁에 서기에 자격이 부족한 걸까?

내가 그보다 나은 것은 무엇이고, 내가 그보다 못한 것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아플 정도로 뻣뻣해진 내 자지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유니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러하겠지.

그런 앞날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

끼익.

유니가 돌아온 시점은, 내가 지쳐 침대에 몸을 기대고 있을 무렵이었다.

몰래 훔쳐듣기만 하는 나도 지친데, 과연 그들은 얼마나 지쳤을까.

그래서 문이 열렸을 때도 나는 일어날 기운이 없어 고개만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니?”

“읏, 에릭, 이건… 그….”

그녀는 나갈 때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이 옷을 안다.

세리아가 예전에 입었던 옷이다.

이걸 왜 유니가…?

“그게, 옷이 조금… 더러워져서….”

“읏….”

더러워진 이유를, 나는 알 것 같았다.

“하읏…♥”

유니가 잠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르륵.

그녀의 다리 사이로, 숨길 수 없는 정사의 흔적이 흘러내렸다.

나는 분명 그것을 보았지만, 못 본 척 했다.

“에릭….”

“고, 고생했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런 것뿐이었다.

“……응.”

유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씻으러 간다면서 그대로 가버렸다.

제렌에게 함락당한 그녀의 옷을 입고 있는 유니를 보니, 마치 그녀 또한 제렌의 여자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무척이나 화가 나면서도, 흥분되는 모습이었다.

“에릭, 그… 스승님이 말이야, 오늘 그러시더라고.”

“에르티나 씨가?”

씻고 돌아온 유니는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다른 화제를 꺼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던 것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나도 그녀의 말을 받아주기로 했다.

“내가 물어봤거든. 이러면 훈련을 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냐고….”

역시 유니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에르티나는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왜지?

그 때는 말하지 못할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지금은 또 없고?

“그랬더니 그 뒤를 대비해야한다고 하셨어.”

“그 뒤?”

마왕을 죽인 뒤를 얘기하는 것일까?

“음… 아마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라는 거 아닐까? 다른 마물들이 원한을 품고 우리를 습격할 지도 모르는 거잖아.”

유니는 자세하게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스승을 믿고 수련을 계속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이 얘기를 듣고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지금의 마왕.

그는 저번의 마왕을 죽이고 용사를 배신해 마왕이 된 자다.

그리고 에르티나는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힘이 부족해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할까봐 우려하고 있는 것일까?

제렌이… 새로운 마왕이 될까봐?

“에릭? 왜 그래?”

“아, 아냐. 아무 것도 아냐.”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우선 이 생각을 머릿속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아니겠지.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딱히 근거도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유니, 그보다 혹시 오늘….”

“아, 그게….”

내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나는 그녀를 슬쩍 떠보았지만 유니는 나와 관계를 맺는 것을 거절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유니는 나와 좀처럼 관계를 맺으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유니의 몸을 만지지 못한 채로 나는 이 도시를 떠났다.

며칠 더 걷다보니 어느 샌가 우리는 마족의 영역에 진입했다.

빼앗겨 마족들의 땅이 되어버린 흙을 밟으며, 나는 문득 이것이 제렌에게 뺏긴 그녀들과도 무척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부터 마족의 영토군요.”

아린이 바람에 펄럭이는 그녀의 밑자락을 살짝 누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녀의 활짝 트인 허벅지 사이로는 그 어떤 속옷도 보이질 않았다.

“바로 마왕성까지 직진하자. 어차피… 그들의 말대로라면 아무도 우리를 막지 않을 테니까.”

세리아의 말대로.

우리를 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유니를 돌아보았다.

나와 제렌 가운데에 서있는 그녀는, 마치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니?”

“아, 응… 그렇게 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마왕성으로….

“아뇨. 그러면 곤란하죠.”

익숙한 목소리. 루엘라다.

그리고 곧 뒤를 이어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사람보다 두 세배는 커보이는 저 몬스터는, 말로만 듣던 트롤인가?

그 몬스터의 어깨 위에 루엘라는 앉아있었다.

“세라와 에르티나한테 다 들으신 모양인데, 그렇다면 저는 더더욱 당신들을 보낼 수가 없군요.”

“…너희 마왕이 이러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세리아가 비아냥거리듯 그렇게 말하자 루엘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닥치세요! 당신 따위한테 그딴 말을 듣고 싶지는….”

“그냥 얌전히 보내주지 그래.”

제렌이 그렇게 말하자 루엘라가 잠시 멈칫했다.

그한테는 화를 안 내는 건가?

“…당신도, 마찬가지야.”

“으음… 이거 참.”

그는 곤란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길 수 있나?”

“…노력해보죠.”

루엘라를 이길 수 있을까?

몬스터들을 대동한 이 상태로?

“에릭….”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나는 검을 들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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